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어요. 이로 인해 온통 기생충 이야기에요.


칸 국제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정도면 꽤 문제작이라는 이야기라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영화관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만 혼자 영화관 가서 기생충을 보고 왔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자체는 상당히 잘 만들었어요.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머리 비우고 보기만 하면 되는 영화였어요. 이 영화가 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지 쉽게 알 수 있었어요. 빈곤, 가난, 몰락에 대한 극사실주의 묘사가 매우 뛰어났거든요.


이 영화에서 핵심 소재로는 선, 냄새, 계획을 들 수 있어요.


내용에 당연히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어요. 스포일러 싫으시면 사진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으니 글 보지 말아주세요.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핵심 소재 분석 - 선, 냄새, 계획


기생충 영화 핵심 소재는 바로 냄새, 선, 계획이에요. 냄새, 선은 박사장이 주로 언급하고, 계획은 기택과 기우가 이야기해요.


기생충 영화 핵심 소재 01 - 냄새


기생충 영화 핵심 소재 01 - 냄새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는 상당히 중요한 소재에요. 기택이 박사장을 찔러 죽이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냄새에요.


냄새가 중요한 소재로 등극하게 되는 장면은 바로 박사장 아들 다송이 기택, 충숙 냄새를 맡아보고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하며 그 냄새가 기정에게서도 난다고 말하는 장면이에요. 이후 기택 가족들은 반지하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이 이야기를 하고, 서로 다른 세탁비누로 빨래를 해야 하냐는 이야기까지 가요. 이때 기정이 그건 지워질 냄새가 아니라고 해요. 반지하에서 살아서 나는 냄새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계속 그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고 해요.


그리고 기택, 기우, 기정이 숨어 있는 동안 박사장은 연교와 이야기할 때 기택에 대해 기택이 선을 넘을락 말락하지만 결국 안 넘고 다 좋은데 냄새가 문제라고 이야기해요. 이 말을 직접 들은 기택은 본격적으로 냄새에 대한 컴플렉스가 발동하게 되요.


기택의 '냄새' 컴플렉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냄새가 갖고 있는 특성을 생각해봐야 해요. 인간의 오감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이 있어요. 대인관계에서 미각이야 서로 키스를 하고 핥지 않는다면 느낄 일이 없어요. 촉각 역시 상대를 만져보지 않는 한 느낄 일이 없구요. 그러므로 상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시각, 청각, 후각이 남아요. 이 중 시각은 굳이 싫은 티를 내지 않을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려버린다든가 무슨 생각에 깊이 빠진 것처럼, 또는 졸린 것처럼 눈을 감아버리면 되니까요. 청각은 이어폰 꼽고 노래를 들으면 되요. 문제는 후각이에요. 냄새는 피할 수 없어요. 콧구멍 근육에 아무리 힘을 줘도 콧구멍을 완벽히 닫아버릴 수 없으니까요. 싫어하는 냄새를 맡지 않으려면 결국 손으로 콧구멍을 부여잡는 '누가 봐도 해석의 여지가 없는 뻔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모욕과 차별의 제스처로 동서고금 막론하고 자기 코를 쥐어잡는 행동이 있어요. 인종차별 제스처 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코를 손가락으로 집어 막는 행동이에요.


문제는 이 냄새 - 특히 체취는 쉽게 바꿀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생활환경에 따른 고유의 냄새가 존재해요. 주로 먹는 음식에 따라, 주거 환경에 따라 존재하는 냄새가 있다는 거에요.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것이에요. 가난한 동네와 부유한 동네를 가보면 두 동네 사이에는 냄새 차이가 확실히 존재해요. 섬세한 후각을 가져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냄새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요.


기정의 말대로 반지하 방에서는 특유의 퀘퀘한 냄새가 있어요. 습기로 인한 냄새와 곰팡이로 인한 냄새에요. 게다가 가난한 동네에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추측할 수 있는 장면이 있어요. 바로 취객이 기택 집 앞에서 노상방뇨하는 장면이에요. 기택이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 살고 있는 동네 특유의 냄새에는 노상방뇨로 인한 악취도 섞여 있어요. 이건 기택의 상황에서 당장 벗어날 수 있는 냄새가 아니에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그런 냄새가 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환경차이로 발생하는 냄새의 차이는 노력으로 극복하기 끔찍하게 어려워요. 방법이야 있죠. 샤워를 박박 하고 데오도란트 떡칠하고 페브리즈 떡칠하고 다시 명품 향수를 떡칠한다면 냄새를 덮을 수 있어요. 싸구려 향수와 명품 향수의 결정적인 차이는 향의 지속시간이에요. 싸구려 향수는 향이 금방 날아가고 명품 향수는 향이 오래 지속되요. 즉, 냄새를 극복할 방법이 있기는 해요. 문제는 이걸 기택이 할 수 있느냐는 문제죠.


기택은 결국 냄새 컴플렉스가 발동해 박사장을 찔러 죽여요. 그러면 왜 기택은 냄새 컴플렉스를 느꼈을까요?


기택은 '냄새=가난'이라는 것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박사장이 연교에게 기택은 다 좋은데 냄새가 너무 싫다고 말한 것이 기택의 귀에는 '기택은 다 좋은데 가난한 게 너무 싫어'로 들렸다는 거에요. 영화에서 '냄새'라는 대사와 냄새와 관련된 행동들 대신 '가난', '빈곤'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도 완벽히 의미가 통해요. 기택은 '냄새는 내가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라고 생각했을 건데, 여기에서 '냄새' 대신 '빈곤'을 집어넣어서 '빈곤은 내가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로 바꿔도 의미가 완벽히 똑같다는 거죠.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점이 있어요. 그렇다면 이 '냄새'는 과연 봉준호 감독이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소재냐는 것이죠. 아니에요. 위에서 길게 썼듯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너무나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소재에요. 가난한 아이들이 냄새난다는 소리로 상처받았다는 이야기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어요. 그러면 그게 악의적으로 냄새난다고 했냐면 아니라는 것이에요. 즉 엄연히 흔히 존재하는 '가난에 대한 사실' 중 하나에요.


기생충 영화 핵심 소재 02 - 선


기생충 영화 핵심 소재 02 - 선


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은 '선'을 엄청나게 강조해요. 이 선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려면 이 영화 줄거리 전체를 훑어봐야만 해요.


박사장이 언급하는 선은 자신의 본분 정도로 해석될 수 있어요. 하지만 업무상 자기 맡은 일만 똑바로 하라는 제한적인 의미는 아니에요. 선을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은 박사장이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왜 더 가난해지고 몰락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그리고 영화에서 제시하는 답은 바로 '가난한 사람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멈추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이에요.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선'이라 하면 그것은 도덕, 법 같은 것을 의미해요. 자기의 본분, 주제 같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구요. 여러 의미로 사용해요. '선'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의 의미를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있어요. 이를 위해 보다 구체적으로 '넘지 말아야할 선'이라는 표현 속 '선'의 중의적 의미에 대해 따져봐야 해요.


먼저 도덕, 양심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경우에요.


과연 '넘지 말아야 할 선'에 해당하는 '도덕', '인간의 본분' 같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당연히 인간이니까 지켜야할 것이니 그게 없으면 어찌 사람이니 하는 헛소리, 개소리, 뜬구름 잡는 소리, 천사병 말기 증상 집어치우고요. 좀 더 과학적으로 구체적으로 그게 뭔지 살펴봐야 해요.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해도 되는 행동,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 배운 것들, 도덕 시간에 배운 것들, 선생님에게 혼나고 부모님에게 혼나가며 배운 태도들 다 왜 그렇게 강요하고 몸에 익히라고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과격한 사람들은 도덕, 양심 같은 것에 대해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을 다루기 쉽게 만들기 위한 정신적 족쇄라고 주장하기도 해요. 반대쪽에서 과격한 사람들은 인간이기 위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 주장하구요. 그러나 둘 다 비과학적 주장이라 할 수 있어요. 세뇌시키는 것이 맞기는 하나, 반드시 무조건 지배계층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것도 아니고, 도덕과 양심이 없다 해서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인간은 태초에는 각자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본능에 충실하게 살았어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도덕이니 양심이니 하는 것을 알았을 리 없죠. 이렇게 본능에 아주 충실하게 살다가 강한 무리가 살아남게 되고, 강한 무리가 갖는 공통적 특징들이 현재 사람들이 사회화를 통해 계속 전수하는 '도덕', '양심' 같은 것으로 굳어진 거에요. 즉, 귀납적으로 도출된 가장 생존하기 유리한 전략이 도덕, 양심 같은 사회 규범이라 할 수 있어요. 정말 범위를 좁게 잡아서 이야기하면 우리가 배우고 세뇌당한 도덕, 양심, 준법정신 같은 것은 망하지 않는 방법 중 가장 확률 높은 방법이라는 것이죠.


두 번째로 자신의 주제, 본분 같은 의미로 사용된 경우에요.


무모함과 도전정신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것은 쉽게 정의할 수 있어요. 바로 실패했을 때 스스로 실패의 여파를 감당해낼 수 있는지 여부에요. 최악의 상황에 빠져버렸을 경우 그 피해를 감당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면 도전정신이고, 그 피해를 감당해낼 수 없다면 무모함이에요.


진보주의자, 좌파들이 지적하는 빈익빈 부익부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에요. 부자와 빈민이 똑같은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모든 것이 100% 완벽히 똑같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결국 긴 시간이 흐른 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거든요. 한 번 큰 충격이 왔을 때 빈민은 그 피해를 감당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고, 부자는 그 피해를 감당해내고 버티기 때문이에요. 설령 둘이 똑같은 금액을 손해 보고 사업을 접는다 해도 빈민은 가진 것 다 날리고 거지가 되고 부자는 남은 재산으로 다시 재기할 기회를 노리죠.


이는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을 다 겪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두 계층간 성격 특징 중 하나에요. 부자들과 가까이 지내보고 겪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들은 마인드가 뭔가 다르다는 말을 하곤 해요. 대체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면 '여유가 있다'고 이야기해요. 그 '여유'라는 것이 바로 이것을 의미해요. 반면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보고 겪어본 사람들은 이들이 '뭔가에 쫓기고 여유가 없다'고 이야기해요.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은 더 부유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주제와 본분을 정확히 알고 무모한 짓을 벌이느냐 벌이지 않느냐의 여부에요. 그러면 왜 가난한 사람은 자꾸 주제 넘는 짓, 본분을 망각한 짓을 벌이느냐? 어떤 사람들은 그들이 진짜 자기 주제를 모르고 본분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 주장하고, 어떤 사람들은 어차피 푼돈 모아봐야 푼돈이기 때문에 그나마 기회를 잡아보려면 몰빵, 올인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해요. 이 두 주장 다 맞아요.


세 번째로 사적 영역, 사유 재산 의미로 사용된 경우에요.


가난한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갈 수록 내것, 남의 것 개념이 희박한 사람들이 많아져요. 그냥 다 내것인 것마냥 써대고 사용하고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이죠. 이는 이들이 단순히 가난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에요. 정말로 아예 사적 영역, 사유 재산 개념이 뚜렷하지 않아요. 사적 영역, 사유 재산 개념이 뚜렷하지만 당장 내가 배고프고 가난해서 남의 것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이런 개념이 뚜렷하지 않은 성향이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점이에요.


이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이에요. 이것이 긍정적인 쪽으로 발현되고 미화되면 인심이 좋다는 소리가 되고, 보통은 그런 식으로 다뤄요. 이것은 언론매체, 예술작품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가난할 수록 사적 영역, 사유 재산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지는 현상에 대해 이쪽으로 다뤄요. 대표적인 예가 가난한 나라, 가난한 동네 가서 인심이 좋다고 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이에요.


부유한 사람들 집단일 수록 사적 영역, 사유 재산 개념이 철저해지고 가난한 사람들 집단일 수록 이게 희미해지는 현상은 전세계 공통 어느 사회에서나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이제 '넘지 말아야할 선'이라는 표현 속 '선'의 의미 세 가지인 '도덕, 양심', '자신의 주제, 본분', '사적 영역, 사유 재산'이 갖고 있는 공통된 특성을 도출해내야 해요. 사실 박사장이 의미하는 '선'은 이 세 가지 의미 다 포함하고 있거든요.


'도덕, 양심', '자신의 주제, 본분', '사적 영역, 사유 재산'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공통된 특징이란 바로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 (귀납적으로 따졌을 때) 망하지 않을 가장 안전한 방법'이에요. 이제 우리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 행위'를 '망할 위험이 높은 방법'이라고 바꿔볼 수 있어요.


이 영화는 기택 가족이 끊임없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어버리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그냥 선을 마구 넘어버려요. 그리고 그 결과는 비극적 결말이죠.


먼저 기우부터 보면, 기우는 지금 무려 5수생이에요. 대학교 입시에서 재수도 실패했고, 군대 다녀와서 도전한 삼수도 실패했고, 4수도 실패했어요. 당연히 연교와 다혜가 원하는 '명문대 과외선생님' 자격이 아예 없어요. 그런데 친구의 부탁으로 연세대학교 재학생으로 서류를 위조해 박사장 딸 다혜의 영어 과외 선생님이 되었어요. 이것이 바로 첫 번째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이에요.


기우는 다송이 그린 해괴한 그림을 보고 연교에게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공부하다 한국에 돌아와 활동하는 미술선생님을 알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고는 미대 낙방한 백수 여동생 기정을 소개해줘요. 기정은 연교에게 거짓말을 해서 다송의 미술치료선생님이 되었어요. 이것이 바로 두 번째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이에요.


기우와 기정이 받는 돈을 합치면 기택 가족이 먹고 살 돈은 되었을 거에요. 여기까지는 그래도 선을 넘은 것 치고는 행복한 결말로 끝날 수도 있었어요. 기우의 가르침을 받은 다혜가 영어 성적이 오르면 되요. 기정은 다송이와 잘 놀아주고 그림 가르쳐주면 되요. 기우는 계속 대학교 입시를 준비해왔고, 기정은 미대 입시에서 떨어졌어요. 둘 다 완벽히 가짜라고 할 수는 없어요. 굳이 비유하자면 쓸 만한 짝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결과만 괜찮게 낸다면 '비록 짝퉁이었지만 품질은 정품보다 나았다'는 정도로 마무리지을 수도 있었어요. 기우, 기정이 아예 이런 쪽으로 원래 문외한인 사기꾼들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부터 폭주하며 거침없이 선을 넘어 버리기 시작해요.


기정은 윤기사가 운전하는 박사장의 차에 자신의 팬티를 벗어놓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윤기사를 쫓아내고 자신의 아버지인 기택을 그 자리에 집어넣기 위해서였어요. 결국 성공했어요. 여기에서 세 번째 선을 넘었어요.


기택, 기우, 기정은 합심해서 박사장 집 원래 가사도우미인 문광을 쫓아내기로 작당했어요. 기우는 다혜를 통해 문광이 복숭아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어요. 기우, 기정은 복숭아털을 문광에게 뿌려서 결핵으로 쫓아내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 충숙을 집어넣었어요. 여기에서 네 번째 선을 넘었어요.


처음 두 번 선을 넘는 것과 이후 두 번 선을 넘는 것에는 큰 차이점이 존재해요.


첫 번째, 두 번째 선을 넘긴 것은 기우와 기정만 잘 하면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끝날 상황이었어요. 기우은 5수생이고 기정은 미대 떨어진 백수이니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도 있었어요. 다혜 영어 성적이 올라가고 다송이 정신적 안정을 회복하고 그림을 더 잘 그리게 된다면 설령 이 둘이 사기쳐서 들어온 것이 나중에 적발된다 하더라도 '박사장 가족들이 기분 나쁜 선'에서 끝날 문제였거든요. 만약 다혜가 수능 영어 만점 받고 서울대 가고 다송이 정신적 안정을 찾고 국제 아동 미술 대회 대상 탄다면 '서울대, 일리노이 주립대'라는 명품 마크만 없을 뿐 최상의 품질 서비스를 구입한 거니까요.


그러나 세 번째, 네 번째 선을 넘긴 것은 본질적으로 달라요. 왜냐하면 같은 하류층 인생인 윤기사, 가사도우미 문광을 쫓아내었거든요. 있는 잘못을 고자질해서 쫓아내고 꽂아넣는 것도 아니고 엄연한 무고죄에 해당할 행위로 쫓아냈어요. 여기에서 이들 가족으로 인한 피해자 두 명이 발생했어요. 또한 앞선 두 번 선을 넘은 것이 단순한 무모함과 치기라면 뒤의 두 번 선을 넘은 것은 과격함과 폭력이에요.


여기에서 선을 넘는 것을 끝냈다면 기택 가족은 박사장 가족으로부터 돈을 받으며 재기할 수 있었을 거에요. 한 달 수입이 어마어마해졌으니까요. 과정을 조금 길게 만들어서 여기에서 끝내도 어지간한 문제작 소리 들었을 거에요.


사실 이렇게 선을 네 번 넘는 과정이 너무 빠르고 단시간에 일어나서 영화 질이 떨어지는 감이 있어요. 박사장 아내인 연교가 너무 멍청하게 나오거든요. 아무리 전형적인 '트로피 와이프'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말도 안 되게 멍청하고 귀가 얇은 모습을 보여줘요. 이 영화에서 인물들이 대칭과 대비를 이룬다는 점에서 보았을 때 박사장 딸 다혜가 성장하면 연교 모습이 될 수도 있어요.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줘요.


이렇게 기택 가족이 선을 네 번 넘는 것으로 영화 전반부가 끝나요. 여기서 기택 가족이 선을 넘는 행위가 끝나도 충분하지만 봉준호 감독과 기택 가족은 과감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또 뛰어넘어버려요.


박사장 일가가 다송의 생일을 맞아 캠핑을 간 날, 기택 가족은 박사장 집에서 신나게 놀아요. 박사장 집과 재산을 자기들 것처럼 마구 이용하며 놀아요. 다혜 침대에도 누워보고 샤워실 욕조에 들어가 거품 목욕도 즐기고 냉장고에서 아무 거나 막 꺼내먹어요. 심지어 박사장 집에 있는 온갖 양주를 꺼내 마시며 놀아요. 이것이 바로 다섯 번째 선을 넘은 것이에요. 미치지 않고서야 아무리 일가족 네 명 모두 거짓말과 사기, 범죄를 통해 박사장 집에 들어가서 일하게 되었다지만 그 집에 모여 흥청망청 놀아제낄 생각은 못 해요. 그렇지만 이들은 이렇게 해요. 그러면 이게 영화에서 나오는 과장된 모습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아요. 위에서 언급했지만, 하류층 집단으로 갈 수록 사유 재산, 사적 영역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져요. 이런 모습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요. 대표적인 형태로는 회사 비품을 마구 집어서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행위가 있어요.


여기까지는 좋아요. 그러나 다시 한 번 선을 넘음으로써 기택 가족은 파국적 결말로 빠져들게 되요.


기택 가족이 박사장 집에서 박사장 허락없이 흥청망청 놀고 있던 폭우 내리던 밤, 쫓겨난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인 문광이 찾아왔어요. 자기가 이 집에서 급히 쫓겨나 지하실에 두고 온 물건이 있는데 사모님 없을 때 살짝 들어가 찾아가겠다고 하며 문을 열어달라고 해요. 여기에서 충숙이 문을 열어줘요. 이것이 바로 이 가족이 파멸로 빠지게 되는 여섯 번째 선을 넘은 행위에요.


충숙은 문광이 누군지 몰라요. 인터폰 위에 개 세 마리 그려진 그림이 있는 걸 안다고 해서 문을 열어줘서는 안 되요. 상식적인 인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절대 문을 안 열어주죠. 바보가 아닌 이상 문 밖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 집 사정 조금 안다고 문을 벌컥 열어줄 수 없어요. 최소한 연교한테 문광 아냐고 물어보고 확인하고 자의적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가족들이 문광 보고 알아보자 문을 벌컥 열어줘버렸어요.


최소한 문광에게 문만 안 열어줬어도 기택 가족은 파멸하지 않았을 거에요. 그러나 문을 열어줘버렸기 때문에 결국 파멸해요. 그러면 왜 문을 열어줬는지 따져봐야 해요. 이것은 다섯 번째 선을 넘은 것과 근본적 이유는 동일해요. 바로 사유재산, 사적 영역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기 때문이에요. 충숙이 이 집이 자기들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면 함부로 문 열어줄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애초에 사유재산, 사적 영역 개념이 희박했고, 여기에 술까지 들어가서 조금 알딸딸하니 기택, 기우, 기정이 문광이 여기에서 예전에 일했던 가사도우미 맞다고 하자 문을 열어줘 버린 거죠. 마치 자기 집에서 하던 것처럼요.


영화 결말부에서 기택이 박사장을 칼로 찌른 것은 '선을 넘는 행위'로 보기에는 애매해요. 만약 기택이 냄새 컴플렉스가 폭발해 박사장을 찌른 것을 선을 넘은 것으로 해석한다면 다송이 문광의 남편인 근세를 보고 경기를 일으킨 것에 대한 해석이 다송도 결국은 가난해지고 끝없이 몰락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버리거든요.


그리고 영화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선을 넘는 행위'가 몇 번 더 있요. 


이 중 상당히 중요한 '선을 넘는 행위'가 바로 대왕 카스테라에요. 기택과 근세는 대왕 카스테라 가게를 열었다 쫄딱 망했어요. 이게 바로 영화에 직접 나오지는 않지만 중요한 '선을 넘는 행위'에요. 그리고 근세는 무려 사채까지 끌어서 대왕 카스테라 가게를 열었어요. 바로 이 사채를 끌어다 쓴 행위가 바로 또 다른 중요한 '선을 넘는 행위'에요.



기생충 영화 핵심 소재 03 - 계획


기택과 기우는 계획 이야기를 나눠요. 기우는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하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해요. 기택은 계획대로 되는 건 없다면서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이야기해요.


'계획'은 이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소재에요. 왜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몰락하는지에 대한 표면적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손꼽히는 이유거든요. 하류층으로 갈 수록 계획이 없어요. 하루살이 인생이에요.


이것은 악담도 비하도 아니에요. 하류층 사람들을 많이 접한 사람들은 뒤에서 그들은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이야기해요.


돈 벌면 술 사서 마셔요. 담배도 엄청 태워요. 술, 담배 안 하면 건강도 좋아지고 돈도 모을 텐데 그런 거 없어요. 오늘은 돈 들어왔으니까 푸지게 먹고, 내일 돈 없으면 없는대로 그냥 넘어가자는 식이에요. 미래 계획? 그런 거 없어요. 너무 두루뭉술하고 허황된 꿈을 미래 계획이라고 이야기해요. 세부적인 내용? 노력? 그딴 거 없어요.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 뒤에서는 다 이야기해요. 그러니까 하루살이 인생이라구요.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 한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하류층을 직접 겪어본 후 생각을 극단적으로 바꾸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거에요. 하류층에게는 미래도 계획도 없다는 점이요.


기우의 계획에서 이런 점이 꽤 잘 나타나요.


기우는 이미 5수생이에요. 내년에 당당히 명문 대학교 입학할 거라 해요. 이것은 '계획'이 아니라 '꿈'이에요. '명문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나갈 것이냐'가 계획이지,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더 나아가 이미 4수까지 실패해버린 상황에서 '명문 대학교 입학'은 계획이 아니라 꿈이라는 것이에요. 하지만 기우는 '꿈'과 '계획'을 혼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우는 자기가 명문 대학교 입학하고 다혜가 대학교 입학하면 다혜에게 정식으로 사귀자고 고백할 거라고 가족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밝혀요. 기우는 다혜에게 고백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전혀 예상을 못 하고 있어요. 다혜가 대학생이 되면 자신이 가짜 과외생이었다는 점부터 시작해 기정, 기택, 충숙 모두 사기쳐서 들어왔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 있다는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기우도 대학 생활이 어떤지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 거든요. 다혜가 대학생이 될 무렵에 기 가족이 박사장네 집에서 잘 탈출해야 기택 가족은 행복한 결말을 볼 수 있어요.


만약 기우가 그렇게 꿈꾸던 명문 대학교 합격하고 다혜가 대학생이 되어서 서로 교제하게 되었다고 쳐요. 다혜가 기우의 학생증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연쇄적으로 탄로나요. 즉, 기우가 지금 세워야할 계획은 이 가족이 어떻게 여기에서 재기할 돈을 모으고 탈 없이 순차적으로 잘 빠져나갈지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기우가 소리 소문 없이 박사장 가족과 연을 끊어야 해요. 기우가 빠져나가고, 그 다음 기정이 빠져나간 후, 기택과 충숙은 남아 있든가 계속 하든가 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에요. 그렇지만 기우 생각은 여기까지 못 미쳐요. 오히려 자기 감정에 빠져서 제일 위험한 다혜와 사귀는 꿈을 꾸고 그걸 계획이라 여겨요.


기우가 꿈과 계획을 혼동하고 이것이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도 모르는 모습은 하류층을 직접 겪어본 후 생각이 극단적으로 바뀐 사람들에게 크게 공감이 갈 부분이에요. 하류층으로 갈 수록 꿈은 크고 계획은 없는 모습을 보여요. 꿈과 계획을 혼동하는 모습도 보이구요.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에 대해 감독은 수해 때문에 실내 운동장 바닥에 누워 있는 기택의 입을 빌려서 이야기해요. 계획대로 되는 게 없기 때문이라구요.


하류층들이 과연 노력을 안 하고 계획을 안 세워서 더 가난해지고 몰락하는 것일까요? 물론 기우 사례처럼 꿈과 계획을 혼동하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그러나 기택의 말처럼 아무리 계획을 잘 짜도 계획되로 되지 않아 자꾸 무너지다보니 계획 자체가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상당히 커요.


아무리 좋은 계획을 짰다 하더라도 경제적 충격이 왔을 때 못 버티고 무너져버리기를 반복한다는 말이에요. 이러다보면 사람은 점점 무기력해지고 하루살이 인생이 되어가요.


박사장이 얼마나 계획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지는 않아요. 그러나 기택 가족들을 통해 하류층이 얼마나 계획 없는 삶을 살고 있는지만큼은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줘요.


(영화에서는 기우가 어떤 명문대를 꿈꾸고 있는지 정확히 나와요.)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핵심 소재 분석



기생충 영화를 보면 이 영화가 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탔는지 알 수 있어요. 바로 가난, 빈곤, 몰락에 대해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렸고, 단 하나의 동정도 주지 않아요. 미화가 하나도 안 되고 정제도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아주 싱싱한 빈곤'을 보여줘요. 정말 있는 그대로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줘요.


그래서 영화 기생충은 생각하고 고민하고 세세한 것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해가며 볼 필요가 아예 없어요. 그냥 쫓아가기만 하면 되요. 그것만 해도 너무나 충분해요.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니까요. 가난, 빈곤, 몰락에 대한 극사실주의적 작품이라 할 수 있어요.


이러한 가난, 빈곤, 몰락에 대한 현상과 특징은 단지 한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공통적인 것이에요.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큰 공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여기까지 읽고 상당히 껄끄럽고 불편하신 분들 많을 거에요.


여러분은 왜 노숙자를 피하나요?

여러분은 왜 부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더 위험한 곳으로 여기나요?


우리들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직접 입 밖으로 꺼내는 걸 꺼릴 뿐이죠.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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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좀좀님은 인간의 기본에 대해서 확실히 잘 이해하고 계신 듯 해요. 이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기생충" 리뷰를 몇개 읽었는데 나이가 많든 적든 부의 차이에서 오는 서글품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예를 들어 비오는날 물에 잠긴 집과 물하나 새지 않는 텐트였나 그걸 비교하면서요. 같은 영화를 보고도 가난에 대해 감성화 + 서글픔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좀좀님은 확실히 다르시네요. 리뷰 잘 보고 갑니다.

    2019.06.06 07: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과찬이세요 ㅎㅎ;; 이 영화 리뷰 쓰기 꽤 어려울 거에요. 극사실주의로 빈곤층을 다뤄서 있는 그대로 쓰다가 잘못 썼다가는 글 이상하게 나오기 딱 좋거든요. 영화 자체는 그냥 멍하니 보기만 해도 되는 영화인데요. 아마 빈곤이 뭔지 잘 몰라서 그런 식으로 썼을 수도 있어요. 애리놀다님 댓글 보고 다른 리뷰들 찾아서 봤는데 재미있더라구요. 리뷰들에 대한 리뷰 쓰고 싶어졌어요 ㅋㅋ;;

      설국열차와 비교해보면 꽤 재미있어요. 봉준호 감독이 이건 정말 상 타려고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게 보이더라구요. 설국열차에서 부품 대신 아이가 들어가 일한다는 부분부터 평이 왕창 깎였을 거에요. 그래서 설국열차는 상업영화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대형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못 했구요. 그에 비해 기생충은 그런 억지 휴머니즘이라든가 하층민의 역성혁명 같은 게 전혀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자연스럽고, 어떻게 보면 사회학 교과서 같은 모습이기도 해요. 딱 대형 국제 영화제에서 좋아할 모습이더라구요. 사실 억지로 부자는 악랄하고 빈자 선하게 그리는 전형적인 언더도그마 영화는 상 타기 매우 어렵죠. 서울역 노숙자 무료 영화 상영회 인기작 뽑는 것도 아니고 그 영화제에 영화 보러 오는 사람들이 누구인데요^^

      2019.06.07 22:3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