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식당 있다."


복습의시간과 다시 항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식당이 하나 나왔어요.


비양도 식당


"우리 저기에서 밥 먹을까?"


'보말이야기'라는 식당이었어요. 여기도 TV에 방영된 적이 있다고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어요.


"그냥 아까 그 보말 칼국수나 먹자."


아직 그렇게까지 점심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메뉴도 한림항에서 보았던 그 식당 메뉴와 비슷해 보였구요. 비양도에서 밥을 먹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지만 아까 그 식당에 밥 시간도 아닌데 사람들이 줄 서 있던 것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어지간하면 아까 그 식당 가서 밥을 먹고 싶었어요. 칼국수는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줄 서 있는지 궁금했거든요.


비양도 항구가 보였어요.


비양도 항구


아직 2시가 되려면 한 시간 넘게 시간이 있었어요. 항구에서 너무 먼 곳은 가지 않고 적당히 항구 근처에서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어요.


"저거 뭐지?"


'비룡암'이라고 적힌 간판이 매달려 있는 건물이 있었어요.



"여기 절인가 보다!"




"저기 가볼까?"

"동네 조금 둘러보고 가게."


어차피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어요. 저와 복습의시간 둘 다 뭔가 마시고 싶었어요.


"여기는 가게 같은 거 없나?"

"한 번 찾아봐봐. 편의점 하나 없으려구."


카카오맵으로 비양도에 편의점이 있는지 검색해 보았어요. 딱 한 곳 있었어요.


"편의점 있다."

"어? 진짜 있네?"


복습의시간과 지도를 보며 편의점을 찾아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비양도 골목길


제주도의 흔한 골목길 풍경과 비슷한 비양도 골목길 풍경을 보며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어요.


비양도 편의점


"어? 진짜 있네?"


복습의시간과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어요.




콜라를 하나 사서 자리에 앉았어요. 탁자 위에는 귤이 있었어요.



"이거 하나 먹어도 되요?"

"예, 드세요. 그거 파치라서 드시라고 갖다 놓은 거에요."


편의점 주인 아저씨께서는 탁자 위의 귤이 파치라서 그냥 여기 온 사람들 먹으라고 올려놓은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딱 한 개만 먹어봐?'


저는 귤을 무지 싫어해요. 귤 향기는 좋아하지만 귤 먹는 것은 혐오하는 수준이에요. 이상하게 귤만 먹으면 셔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제주도가 고향이라고 제가 귤을 무지 좋아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저는 귤을 끔찍하게 싫어해요. 귤을 먹을 때마다 고통스럽기만 했거든요. 제가 귤 관련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은 감귤 주스가 마지노선이에요. 이것도 군대 전역하고도 몇 년 지나서야 간신히 먹기 시작한 거에요.


'그래도 공짜라는데 하나 먹어볼까?'


복습의시간은 맛있다고 귤을 까서 먹고 있었어요.


'한 개는 셔도 그냥 대충 씹어 삼켜버리면 되지.'


귤 하나를 집어서 껍질을 깠어요. 진짜 못 견디게 괴로우면 복습의시간한테 먹으라고 줘버릴 생각이었어요. 복습의시간은 귤 좋아하니까 제가 껍질 까서 줬다고 둘러대면 될 거였어요.


"어? 이거 맛있네?"


먹고 깜짝 놀랐어요. 아니, 경악했어요.


이거 완전 설탕덩어리잖아!


진지하게 귤에 주사바늘 찔러서 설탕물 주입한 거 아닌가 의심해야 할 거 같았어요. 신맛이 아예 없었어요. 약간의 신맛 따위조차 없었어요. 그냥 마구 달았어요. 오렌지 주스, 감귤 주스보다 훨씬 더 달았어요. 그냥 단맛과 귤 향기 뿐이었어요. 이거 갈고 즙 짜서 감귤 주스라고 팔면 사람들 1km 줄 서서 먹게 생긴 맛이었어요. 신맛 비율 0%에 도전하고 있는 감귤이었어요. 이 정도로 오직 단맛과 귤 향기 뿐인 감귤은 처음이었어요. 맨날 사람들이 달다고 준 귤 먹을 때마다 셔서 고통스러웠어요. 그런데 이건 감귤주스, 오렌지주스보다 훨씬 더 달았고, 신맛은 아예 없었어요.


하나를 다 먹은 후 다시 하나 까서 먹었어요. 역시나 단맛과 귤 향기 뿐이었어요. 하나를 또 다 먹었어요. 그리고 하나 또 깠어요.


"야, 그만 까먹어."

"뭐? 어차피 이거 파치잖아."

"그래도 그렇지."


귤 3개를 까먹었어요. 복습의시간이 아무리 공짜라지만 그걸 막 집어먹냐고 하며 그만 먹으라고 했어요. 저는 어차피 이거 파치니까 적당히 먹어치워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팔 수 없는 것을 탁자에 올려놓고 손님들 먹으라고 내놓은 건데 귤도 가만히 놔두면 썩고 곰팡이 피거든요. 콜라 하나 사서 마시고 귤 3개 까먹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엄청나게 이득본 기분이었어요.


편의점 에서 나왔어요. 편의점 근처에는 카페가 하나 있었어요.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카페를 가보기로 했어요.


비양도 카페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요.



핫도그가 맛있다고 적혀 있었어요. 그래서 복습의시간과 핫도그를 주문했어요.


여기도 아까 편의점과 마찬가지로 파치 귤이 담긴 바구니가 탁자 위에 있었어요.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그거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귤을 까서 먹어보았어요. 역시나 신맛이 아예 없고 단맛과 귤 향기만 있는 환상적인 맛이었어요. 귤을 하나 다 까먹었어요. 핫도그를 받았어요. 핫도그를 한 입 먹다 문든 핫도그와 귤을 같이 먹어보면 어떨지 궁금해졌어요. 탁자 위에는 귤이 많이 있었어요. 모두 파치였고, 아주머니께서 그냥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괜찮다고 하셨어요. 귤을 하나 까서 귤과 같이 핫도그를 먹어보았어요.


"어? 이거 굉장한데?"


핫도그 맛이 깔끔해졌어요. 귤 향기가 기름의 느끼함과 소세지에서 나는 미세한 고기 냄새를 싹 다 잡아주었어요. 역시 시트러스는 위대했어요. 귤과 함께 먹는 핫도그 맛은 매우 뛰어났어요. 그렇게 귤과 같이 몇 입 먹다가 귤 없이 먹어보았어요.


"귤!"


기름의 느끼함과 소세지에서 나는 미세한 고기 냄새가 확 느껴졌어요. 귤과 같이 먹는 동안 거기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귤 없이 먹자 그걸 엄청나게 강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다시 핫도그 위에 귤 조각을 올려서 같이 먹었어요.


"핫도그에 귤 조각 고정시킬 방법만 찾아내면 대박나겠는데요?"


무슨 핫도그 무슨 핫도그 별별 핫도그 다 있어요. 그러나 그 모든 것 다 귤과 같이 먹는 핫도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어요. 싱싱한 귤 조각을 핫도그에 고정시킬 수만 있다면 분명히 대박날 거에요. 관건이라면 먼저 핫도그에 귤 조각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핫도그에 사용할 귤 파치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자기가 귤 과수원 운영한다면 한 번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했어요.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비양도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한 일가라고 알려주셨어요. 아까 비양봉에서 본 염소들도, 비양도에 있는 편의점도 다 이 일가 소유라고 이야기하셨어요. 그리고 만약 비양도 불교 절 비룡암 문이 잠겨 있으면 자기한테 와서 이야기하라고 하셨어요.


"내가 맛있는 귤 골라줄까?"


복습의시간이 맛있는 귤 골라주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어디 맛있는 귤 골라서 줘보라고 했어요. 복습의시간이 귤을 골라서 주었어요.


'어...셔...'


아...얘도 제주도 입맛이구나.


제주도 사람들은 귤에 신맛 없으면 싱겁다고 안 좋아해요. 육지에서는 귤이 달 수록 좋아하고 신맛이 적을 수록 좋아하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신맛이 좀 강한 귤을 좋아해요. 이 입맛 차이가 꽤 커요. 제주도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귤을 육지 사람들에게 팔면 맛이 시다고 잘 안 팔려요. 물론 저는 제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귤맛을 엄청 싫어해요. 이번에는 제가 귤을 골라서 복습의시간에게 주었어요.


"아, 너 육지 사람들 좋아하는 거 좋아하는구나."

"어."


제가 골라서 준 것은 오직 단맛만 있는 귤이었어요.



카페에서 나왔어요. 카페에서 귤 4개 까먹었어요. 배불렀어요. 편의점과 카페에서 먹은 것을 합하면 콜라 1개, 핫도그 1개, 귤 7개 먹었어요. 귤로 본전 뽑고 나온 기분이었어요. 완전히 주객이 전도되었어요. 귤 7개를 돈 주고 사먹어서 덤으로 콜라 1개와 핫도그 1개를 받은 것 같았어요. 물론 이렇게 귤을 무료로 제공하는 건 계절 잘 맞춰서 가야 할 거에요. 상품인 귤을 그냥 제공하는 게 아니라 비상품 선과인 파치를 무료로 제공하는 거니까요. 파치 귤 다 떨어지면 그 다음에는 없겠죠.


비룡암으로 갔어요.


비룡암


생존과 여행의 갈림길 - 10 제주도 제주시 비양도 불교 절 비룡암




비룡암은 작은 암자였어요. 비양도처럼 조그만 절이었어요.


비룡암에서 나왔어요.


비양봉


다시 항구 쪽으로 돌아왔어요.



비양도를 한 바퀴 다 돌은 후에야 비양도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았어요.



항구 근처에는 비양도 아름다운 전망대 휴게실 건물이 있었어요. 이 건물 안에는 비양리 새마을 작은 도서관이 있었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아주 조그마한 도서관이었어요.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와 무슨 소설책 읽는 기분이네요 ㅎㅎ비향도는 처음들어봤는데 아름다운 곳이군요.. 소설한권 남자답게 잘 읽고 갑니다!

    2019.05.16 22: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오늘 비양도 이야기는 읽다보니까 꿈에 그리던 그런 섬같기도 해요. 작은 섬이지만 필요한 것 있고, 귤 파지가 많은 때라서 인것도 있지만 아주 인심도 좋구요. 귤 파지는 생각에도 더 달 것 같은데 역시 그렇군요. 저도 달디 단 귤을 좋아해요. 신 귤은 먹기가 넘 힘들어요...
    귤과 핫도그가 또 잘 어울리는군요. 언제 함께 먹어봐야 겠어요. 절은 가정집 느낌이 나는 절이라서 가파도 대원사를 떠올리게 해요. 집성촌에 가면 다 일가라서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이 다 친척이고 어른들은 서로 다 아주 잘 아는 사이던데 비양도도 그렇겠네요. ^^*

    2019.05.17 02: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상품과는 모양도 모양이지만 유통 기간도 생각해야 되서 간혹 별로인 것이 있어요. 예전에는 귤을 설익은 거 따서 노랗게 만드려고 카바이드 처리해서 문제가 된 적도 있었어요. 정확히 카바이드 처리가 뭔지는 모르지만 어렸을 때 엄청 들었어요 ^^;; 애리놀다님께서도 신 귤 싫어하시는군요!!!! 과일은 일단 달고 봐야죠 ㅋㅋㅋㅋㅋㅋ 시트러스 계열이 튀김이랑 꽤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같이 먹을 때는 잘 모를 수 있지만 같이 먹다가 튀김만 먹으면 갑자기 느끼한 맛과 온갖 잡내가 뻥 터지는 것 같더라구요 ㅋㅋ 가파도도 조그만 섬이라 가파도 대원사와 비슷한 분위기였어요. 비양도 사람들은 서로 아주 잘 아는 사이일 거에요. 섬 전체에 있는 모든 것을 다 꿰고 있지 않을까요?^^a

      2019.06.16 17:53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