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동대문구 이문동 천장산 기슭에 있는 달동네를 돌아다닐 계획은 없었어요. 관불사만 보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계획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당장 내일부터 하나 둘 밀어버리기 시작해도 이상하지 않을 동네 분위기.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재개발 공사가 곧 시작될 것이었어요.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면 이 동네는 흔적도 없이 없어질 거에요.


저는 오른쪽 길을 먼저 가기로 했어요.


이문동


아무도 없는 동네. 조용했어요.



골목길 옆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어요.



벽이 부서진 집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에 있는 집 내부를 볼 수 있었어요. 그 이전까지 골목길을 걷기만 했지, 여기 있는 집 내부는 본 적이 없었어요.


달동네 집


만감이 교차했어요. 사진을 찍으며 아까 스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서울


무언가 썩는 악취가 진동했어요. 버려진 동네이니 당연했어요.


서울 골목길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리어카는 이제 영원히 쉴 거에요.



천장산 담장과 마주보고 있는 집 안에서 자란 나무는 아직 새싹이 돋아나지 않았어요.



부서진 시간은 쓰레기가 되어 골목길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었어요.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곳이었어요. 하지만 나름대로 추억이 있는 곳이라 아쉬웠어요.


대학교를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해서 제주도에서 서울로 상경했을 때였어요. 제주도에서 갓 서울로 올라온 저를 깜짝 놀라게 한 곳은 두 곳 있었어요. 그곳은 명동도, 종로도, 강남도 아니었어요. 바로 가양동 아파트 단지 내에 있던 상점가와 바로 이곳 -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인 이문1재정비촉진구역이었어요. 이 두 곳을 보고 제가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저는 처음 서울로 올라왔을 때 가양4단지에 있는 탐라영재관에서 살았어요. 그 당시 탐라영재관에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지하철 5호선 발산역까지 가야 했어요. 이때는 9호선이 개통되기 전이었거든요. 마을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나 발산역까지 걸어가는 거나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몇 번 마을 버스 타고 발산역으로 간 후, 발산역까지 걸어다니기 시작했어요.


탐라영재관에서 발산역으로 걸어가다 보면 상점들이 몰려 있는 거리가 있어요.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그렇게 높게 쭉쭉 자라 있는 것을 처음 보았어요. 제주도 가로수는 다 땅딸막하고 옆으로 뚱뚱하거든요. 바람 때문에요. 시내에서 곧게 쭉 자란 가로수는 실상 야자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나무 보고 놀랐어요. 그리고 또 놀란 건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상점가가 그 당시 제주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보다 더 규모가 크고 번화하다는 것이었어요. 동문로타리, 시청, 제원사거리 등등 제주도에서 번화하다는 곳들보다 일개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상점 거리가 더 커서 깜짝 놀랐어요. 이런 게 번화한 서울이구나 하고 감탄했어요. 만약 그때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친구들에게 사진 찍어서 전송하고 마구 자랑했을 거에요. 그러나 그 당시에는 '폰카'라는 것조차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 다음 저를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이 바로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인 이문1재정비촉진구역이었어요. 어느 날, 우연히 이곳을 가보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당시 '천장산'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그 언덕 비스무리한 것을 올라갈 길을 찾기 위해 길을 따라 갔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달동네였어요. 충격이 어마어마했어요. 말로만 듣던 서울의 달동네를 처음 봤어요. 달동네 입구 공용 화장실은 행인들 편의를 위해 만들어놓은 건 줄 알았어요. 그러나 동네를 돌아다니다 깨달았어요. 그건 이 달동네에 하수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만든 것이었어요. 더 충격받았어요.


처절 悽絶


떠오르는 단어가 이거였어요. 그냥 말이 안 나왔어요.


지방에서 서울로 놀러온 친구들에게 시간이 되면 이곳으로 데려갔어요. 친구들 모두 경악했어요. 아예 방향도 못 잡고 어버버거리며 충격받은 친구도 있었어요. 그 친구는 그렇게 돌아다니고 제 고시원 방에서 같이 잠자며 한 번 더 놀랐구요. 서울의 고시원, 달동네를 한 번에 다 경험했으니 넋이 나갈 만도 했죠.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만큼 후진 동네는 서울에서도 정말 손꼽을 거에요. 한남동, 옥수동은 여기에 비하면 리얼 웰빙 시티니까요.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노원구 백사마을 같은 곳이 비슷할 거에요. 공용화장실, 나무 전신주 같은 게 있을 지 모르겠어요. 이문동 달동네는 다 있거든요.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는 막 서울로 올라온 제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곳이었어요. 제주도에도 못 사는 사람 있어요.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진짜 초가집이 있었어요. 거기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구요.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집이야 예나 지금이나 제주도에 흔하구요. 슬레이트 지붕이 아니라 진짜 초가집이 있었어요. 그래도 그 초가집이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에 있는 집에 비하면 훨씬 더 나아 보일 지경이었어요.


그래서 나름대로 추억이 있는 곳이에요. 간간이 사진기 들고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던 곳이기도 하고, 친구들이 서울 놀러왔을 때 서울이란 너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극과 극인 곳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려고 데려가곤 했던 곳이기도 했거든요.


동대문구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


골목길이 아예 쓰레기로 꽉 막혀 있었어요.


달동네 봄


개나리는 여기도 봄이 왔다고 노래하고 있었어요. 이게 저 개나리의 마지막 노래일 거에요.


폐가


이미 버려진 집. 이렇게 마당까지 있는 집은 이 동네에서 정말 엄청나게 훌륭한 집이에요. 럭셔리 펜트하우스급이에요.


조심스럽게 쓰레기를 잘 건너며 앞으로 나아갔어요. 이 쓰레기로 꽉 막힌 골목을 넘어가지 않으면 더 나아갈 수 없었거든요.




드디어 쓰레기로 꽉 막힌 골목을 건넜어요. 수풀을 헤치고 건너가듯 쓰레기더미를 건넜어요.



깨진 유리를 벽에 붙여놓은 집 담벼락이 나왔어요.



이 집 담벼락은 이문동 달동네로 출사 나온 사람들이 사진으로 잘 찍어가는 피사체에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 골목길 -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소파는 손님을 잔뜩 위에 앉혀놓고 힘겨워하고 있었어요. 너무 많이 껴안고 있었어요.



예전에 사진을 찍었던 곳이 나왔어요.



여기는 금줄이 쳐져 있어서 넘어가서 더 걸어갈 수 없었어요.



유리창이 깨진 버려진 집. 재작년 겨울에는 이 집에서 보일러가 돌아가고 있었겠죠.




밖에 있는 수돗가에는 민들레가 수채구멍에서 솟아났어요.



사람이 없어진 거리. 민들레가 자라나고 있었어요.



다시 길을 걸어갔어요.


서울 천장산 달동네


드디어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 공용화장실이 나왔어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 공용화장실


이건 예전과 달라져 있었어요. 예전에는 이렇게 좋은 임시 가건물이 아니었거든요. 공사장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연한 청록색으로 된 그 좁은 화장실이었어요.


다시 길을 따라갔어요.






출입금지 스티커와 태극기.



또 다시 달동네로 올라갔어요.




검은 철문에 출입금지 스티커가 붙어 있었어요.



아무도 없었어요. 정말로 버려진 동네였어요.





버러진 소쿠리.


소쿠리


부서진 시간의 어둠이 내려앉은 소쿠리에서 생명의 봄이 삐져나오고 있었어요.





부서져서 버려진 시간. 의자는 뒤집혀 있고 시계는 오전인지 오후인지 모를 10시 41분으로 고정되어 있었어요.


부서진 시간


벽이 부서진 집이 있었어요.




길을 따라 내려갔어요.



드디어 나왔어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천장산 달동네 - 이문1재정비촉진구역


서울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시골 깡촌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지 의문인 나무 전봇대. 이문동 달동네에는 있어요. 공용화장실과 더불어 이 나무 전봇대를 처음 보았을 때 엄청 놀랐었어요.


나무 전봇대


길가에는 블록 인형이 버려져 있었어요.


동대문구


달동네였어요. 여기 살던 사람들에게 여기 있는 집은 그래도 편한 안식처였을 거에요.


이문동 재개발


멈추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걸까요, 시간이 부서져 버린 걸까요. 모르겠어요. 좋아지고 있는 거겠죠. 보존해야 할 동네는 아니었으니까요.


아래 영상은 2020년 2월 3일에 촬영한 영상이에요.



현재 철거 준비중인 동네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출입금지 줄이 쳐져 있었어요. 영상을 촬영하며 안타까웠던 점은 왜 2019년에 이 동네 영상을 촬영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였어요. 2019년만 해도 길을 막아놓지는 않았거든요. 그때 촬영했다면 보다 깊숙히 있는 곳까지 들어가서 촬영할 수 있었을 거에요.


아마 위 영상이 이 동네 관련 마지막 기록 아닐까 해요.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밀댓글입니다

    2019.04.27 13:59 [ ADDR : EDIT/ DEL : REPLY ]
  2. 재개발을 기다리는 달동네를 보니까 독특한 기분이 들어요. 을씨년스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2000년대에도 공동화장실을 쓰는 달동네가 있었다는 거에도 살짝 놀라기도 했구요.
    세상이 변해 이젠 달동네 자리가 경치가 좋다고 재개발하면 또 서로들 가서 살고 싶어하나 보더라구요.
    삼성 래미안 아파트가 근처에 있군요. 현재 상태로 보면 진짜 엄청난 극이네요.

    2019.04.28 04: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매우 을씨년한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저때 아직 저 동네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몇 있었어요. 저기는 공동화장실 사용하는 동네였어요. 저도 처음 갔을 때 그거 보고 엄청나게 충격받았어요. 도시는 무생물인 건물의 집합이지만 실제로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끊임없이 변해야만 하는 거 같아요 ㅎㅎ

      2019.05.27 11:4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