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편의점 도시락은 씨유 편의점 고기듬뿍 김치제육 도시락이에요.
밖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원래는 맘스터치에 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맘스터치에 주문하려 했더니 주문이 너무 많이 밀려 있어서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어요.
'아유...그냥 다른 거 먹자.'
20분 동안 맘스터치에서 햄버거 나오기를 기다릴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이 정도면 패스트푸드가 아니라 슬로우푸드니까요. 배는 고팠고 뭐든 빨리 먹고 싶었어요. 20분을 기다리며 햄버거를 기대하고 싶지 않았어요. 특별한 것을 먹을 생각이 아니라 평소 먹던 싸이버거를 먹을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맘스터치에서 나와 집을 향해 걸어갔어요.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먹을까?'
집으로 돌아가 얌전히 라면이나 끓여먹을까 고민했어요. 그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편의점 도시락 뭐 있나 보고 뭐 없으면 라면 먹어야지.'
편의점에 가서 편의점 도시락 뭐 있는지 보기로 했어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서 먹고, 없으면 그냥 집에 돌아가서 라면 끓여먹기로 했어요. 많이 피곤한 것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 라면 끓여먹기 귀찮을 정도까지는 아니었거든요. 마침 CU 편의점이 있었어요. CU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떤 도시락이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도시락이 몇 종류 있었어요. 아주 화려하게 생긴 도시락은 하나도 없었어요. 맛있게 생긴 도시락은 모두 빠져나간 것 같았어요. 그래도 한두 종류가 아니라 몇 종류 남아 있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있었어요. 도시락을 하나씩 잘 살펴 보았어요. 뭔가 강렬한 인상을 주는 도시락이 있나 찾아보았어요. 그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상관없었어요. 강렬한 인상만 주면 되었어요.
"어? 이거다!"
도시락을 보는 순간 바로 이것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사실 좋은 쪽으로 이런 생각이 들은 것은 아니었어요. 부정적인 쪽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락이 진짜 너무 처참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단순했거든요. 밥과 제육볶음. 그게 전부였어요. 보통 편의점 도시락에는 구색맞추기, 반찬 수 늘리기 용도로 볶음 김치가 들어가요. 그런데 이건 무려 그 천하의 볶음김치조차 들어가 있지 않았어요. 이 정도로 단순한 도시락은 편의점 도시락이 질적 발전을 빠르게 이루어가기 시작한 후로부터는 없었던 것 같아요.
대체 이 도시락은 무슨 깡으로 이렇게 단순하게 나왔는지 궁금했어요. 밥과 제육볶음만으로 구성된 도시락이었거든요. 그 외에 있는 것이라고는 마카로니 조각 뿐이었어요. 그 마카로니 조각도 식당에서 돈까스 위에 올려놓는 파슬리 크기만도 못 해 보였어요. 이건 제육볶음 맛없으면 그냥 망하는 도시락이었어요. 퇴로가 아예 없었어요. 제육볶음이 어지간히 맛있지 않으면 무조건 이건 최악의 도시락이 될 거였어요.
그래서 고른 도시락이 바로 CU 편의점 고기듬뿍 김치제육 도시락이었어요.
CU 편의점 고기듬뿍 김치제육 도시락은 이렇게 생겼어요.
밥은 검정쌀이 들어간 밥이에요. 우측 하단에 마카로니를 마요네즈에 버무린 것이 아주 조금 있어요. 그 외에는 전부 김치 제육볶음이에요.
CU 편의점 고기듬뿍 김치제육 도시락 가격은 3800원이에요. 중량은 355g, 열량은 653kcal 이에요.
이 도시락 영문명도 충격적이었어요. Kimchi Pork 였거든요. 그 외에 그 어떤 수식어도 없었어요.
CU 편의점 고기듬뿍 김치제육 도시락 원재료는 다음과 같아요.
고추장돈불고기[돼지고기(국내산), 포듀고추장불고기양념장{고추장(소맥분(밀:미국산, 호주산))}, 폴리인산나트륨, 카라기난], 쌀(국산), 제육용볶음김치[절임배추(배추:국산), 종가집김치전용풀I, 고춧가루(국산), 옥배유, 고과당], 마카로니샐러드[샐러드베이스, 마카로니, 어묵, 당근, 양파], 혼합식용유, 흑미, 볶음김치밥용소스, 볶음참깨, 옥배유, 옥수수전분
알레르기 유발성분으로는 돼지고기, 대두, 밀, 새우, 계란, 게, 쇠고기, 조개류(굴), 우유가 함유되어 있대요.
이 도시락은 매장용 1000W 전자레인지로는 1분 40초, 가정용 700W 전자레인지로는 1분 30초 돌려 먹으래요. 저는 안 돌리고 먹었어요.
아...너는 대체 뭔 깡으로 이러는 거냐.
김치 제육볶음에는 김치가 몇 조각 없었어요. 그건 좋아요. 고기를 많이 주는 거니까요.
김치 제육볶음이라고 하는데 민망할 정도로 볶음김치향이 없었어요. 그리고 양념이 너무 달았어요. 이렇게 김치 제육볶음 만들면 어디서든 혹평을 면하기 어려울 거에요. 이게 김치 제육볶음인지 설탕에 절인 돼지고기를 고추장 조금 넣고 볶은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어요.
가장 맛있는 것은 마카로니였어요. 그렇게 많이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강했어요. 마카로니가 너무 맛있었어요.
단맛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도시락을 좋아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단맛 강한 제육볶음이 별로라면 CU편의점 고기듬뿍 김치제육 도시락에는 혹평을 가하지 않을 수 없을 거에요. 다른 도시락들은 그래도 메인 반찬 외에 다른 거 먹으며 거기에서 기쁨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정말 김치제육 빼면 아무 것도 없다시피하거든요. 퇴로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