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32 조지아 므츠헤타

좀좀이 2012. 7.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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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에 돌아갔는데 외국인 세 명이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한 명은 노르웨이인 청년이었고, 두 명은 우크라이나에서 영어 선생으로 일하고 있는 미국 아가씨들이었어요. 게다가 이 세 명은 우리와 같은 방이었어요. 노르웨이인 청년은 우리를 보고 매우 반가워했어요. 왜냐하면 이 노르웨이인 청년은 아르메니아 예레반에 있는 엔보이 호스텔에서 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가볍게 인사만 했는데 이 작은 호스텔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엔보이 호스텔은 워낙 커서 친목질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로버 호스텔은 매우 작고 아담해서 완전 여행자와 호스텔 직원들이 친목질하기 매우 좋은 구조였어요. 방은 좁아서 2층 침대만 들어가 있어서 자거나 책 읽을 게 아니라면 그냥 나와서 거실에서 노는데, 거실도 크지 않고 거실과 카운터, 부엌이 한 공간이었어요. 거실의 탁자는 식탁 역할도 하고 있었구요. 말 그대로 친목질하기 최고로 좋은 장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의 술 문화가 나왔어요. 그래서 우리들이 그냥 술 마신다고 하자 미국 여성1이 뻥치지 말라고 했어요. 미국 여성1이 한때 포항에서 살았었는데 술문화도 잘 알고 '후시딘'까지 알고 있었어요. 한국의 술문화가 정말 끝내주게 재미있다고 하자 노르웨이인 청년이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어요. 한국을 너무 잘 아는 미국 여성1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미화는 불가능했어요. 미국 여성1이 어느 정도로 잘 알고 있었냐하면 폭탄주 종류도 꽤 잘 알고 있었어요. 절대 얼치기로 한 번 훑어보고 아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오래 살면서 한국인들과 어울려본 티가 딱 났어요.


이때 직원은 '타마리'라는 아가씨였어요. 타마리는 화이트보드에 '신체 사이즈 빼고 다 물어보세요'라고 적어놓았어요.


주변이 모두 일반 가정집이었기 때문에 적당히 떠들고 놀다가 자정 즈음 되어서 모두 잠을 자러 들어갔어요.


다음날. 2011년 7월 21일 아침이 밝았어요.


우리가 제일 마지막으로 일어났고, 준비도 제일 마지막으로 끝냈어요. 미국 아가씨들이 가장 부지런했어요. 노르웨이인 청년도 부지런했지만, 미국 아가씨들은 아침 7시쯤 일어났어요. 나중에 이야기해주었는데, 자기들도 늦잠 좀 자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게 몸에 배어서 그냥 알아서 시각이 되면 일어나게 된다고 했어요.


모두가 다 나가고 나서야 차를 한 잔씩 마시고 씻고 나갈 준비를 했어요. 타마리는 퇴근했고, 주인 아주머니께서 오셨어요.


"므츠헤타 다녀올 수 있나요?"

"예. 므츠헤타 가는 차는 많아요."

"카즈베기는요?"

"카즈베기는 당일치기는 좀 어려워요."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나긋나긋한 말투로 므츠헤타는 차도 많고 가까워서 당일치기로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데 카즈베기는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어렵다고 알려주셨어요. 트빌리시에는 버스 터미널이 세 곳 있어요.


하나는 앞서 몇 번 나온 오르타짤라. 여기는 국제선이 다니는 곳이에요. 아르메니아나 아제르바이잔으로 버스 이동하기 위해서는 오르타짤라로 가야 하는데, 아제르바이잔 바쿠 가는 버스는 11시에 있어요.


그 다음은 디두베. 디두베 Didube 지하철역으로 가면 되요. 이쪽은 므츠헤타, 고리 가는 미니버스들이 많이 있어요.


그 다음은 삼고리. 삼고리 Samgori 지하철역으로 가면 되요. 이쪽은 카즈베기, 시그나기 가는 버스들이 있는 곳이에요.


카즈베기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아침 첫 차를 타고 가야될 거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첫 차는 고사하고 실컷 자고 일어나서 점심때가 다가오고 있었어요. 우리가 지금 므츠헤타를 다녀올지 내일 다녀올지 고민이 되었어요.


"므츠헤타는 트빌리시에서 차로 30분이면 가요."


주인 아주머니께서 므츠헤타는 지금 가도 시간이 충분하고 저녁시간때까지 차가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므츠헤타를 다녀오기로 했어요.


전철로 디두베역으로 간 후 므츠헤타까지 가는 미니버스를 탔어요. 가격은 1인당 1라리. 표는 창구에서 구입한 후 버스 기사에게 표를 주어야 했어요. 이때 므츠헤타는 버스 종점이라고 했어요.


교회가 보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나왔어요.


"여기가 므츠헤타 아닌가?"


하지만 분명히 버스 종점이 므츠헤타라고 했기 때문에 그냥 차에 앉아 있었어요.


분명 30분이면 간다고 했는데 30분이 훌쩍 넘어도 종점이 나오지 않았어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무리 소요 시간 정보와 실제가 많이 차이나는 카프카스 지역이라고 해도 30분 거리가 한 시간 넘게 걸리지는 않거든요.


기사에게 물어보았더니 므츠헤타는 이미 지나갔으니 다른 버스를 타라고 했어요.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 다른 미니 버스에 탔어요.


"아까 거기가 므츠헤타 맞네!"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내린 곳은 아까 교회가 보이고 아름다운 풍경이 보여서 '혹시 여기가 므츠헤타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곳이었어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택시기사들이 다가왔어요. 택시기사들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했지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알 수 있었어요. 므츠헤타에 가면 높은 언덕 위에 교회 하나가 있는 것이 보여요.

저 교회가 바로 즈바리 Jvari 교회에요. 조지아인들이 가장 성스러운 교회라고 생각하는 교회에요. 저기까지 택시로 가는 데에 20라리라고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저기를 굳이 가서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게다가 1라리는 약 700원. 왕복 20라리라고 해도 만만히 볼 가격은 아니었어요.


즈바리 교회는 그냥 멀리서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하고 므츠헤타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간 곳은 삼타브로 Samtavro 교회.

대낮에 사람이 많을 시간이 아닌데도 기도하러 오는 분들이 계셨어요. 참고로 내부는 사진 촬영 불가.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도 즈바리 교회가 매우 잘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므츠헤타는 아르메니아인들의 에치미아진처럼 조지아인들에게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성스러운 곳이라 곳곳에서 종교와 관련된 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여기도 경치 정말 좋은데!"


느긋하게 므츠헤타를 돌아다니는데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어디를 가나 보이는 즈바리 교회가 심심할 것 같게 느껴질 수도 있는 아름다운 풍경에 예쁜 모델이 되어주고 있었어요. 므츠헤타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 정도로 아름다울 줄은 몰랐어요.




므츠헤타는 이제 관광지로 개발중이었어요. 도로도 그렇고 건물도 그렇고 오래된 느낌은 없었어요. 그러나 삭막한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옛날 느낌이 나도록 잘 개발하고 있어서 내년에 다시 가서 하룻밤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들었어요.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로 아름답다니 다 완성되면 얼마나 아름다워질지 정말 궁금했어요. 제가 갔을 때에는 아직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부족했어요. 충분히 아름답고 하룻밤 머무르고 싶지만 아직 공사중인 곳들도 있는데다 관광지의 분위기는 거의 없었거든요. 그 증거가 사진 속에서 보이다시피 식당도 별로 없고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도 별로 없다는 것이었어요. 돌아다니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는 거리들도 많았어요. 관광객은 거의 보지 못했어요.

이곳이 바로 스베티쯔코벨리 대성당 Svetitskhoveli Cathedral 이에요. 여기도 보수중.


잘 보면 작은 성당 모양 장식이 있어요.

성당도 크고, 성당을 감싸고 있는 벽도 꽤 길고 컸어요. 그리고 성당을 감싸고 있는 벽이나 성당이나 모두 보수중.


여기는 내부에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성당에서는 결혼하는 부부가 가족과 친구들과 와서 예배를 드리고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그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본 후 성당 밖으로 나왔어요.

어디에서나 보이는 즈바리 교회. 사진을 찍고 나서 보면 어떻게 보면 일부러 예쁘게 모델을 서 주는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옛날 어릴적 애들 사진 찍을 때 몰래 고개만 들이밀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참 묘해요. 어떻게 찍든 즈바리 교회가 있는 쪽 풍경을 찍으면 즈바리 교회가 같이 나오니까요.


아직 포도가 익지 않았어요. 햇볕이 뜨거워 포도가 짜증이 제대로 나서 정말 달콤한 포도가 생산되고, 그렇게 짜증 제대로 난 달콤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서 조지아 와인이 그렇게 품질 좋고 유명하지 않나 싶었어요.

스베티쯔코벨리 대성당을 찍는데 어김없이 같이 찍힌 즈바리 교회.

점심을 안 먹고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어디에선가 빵 굽는 냄새가 났어요. 빵 굽는 냄새가 나는 쪽으로 가 보았더니 직접 화덕에서 빵을 구워 팔고 있었어요. 생긴 모양은 바투미 가던 길에 먹었던 그 빵과 똑같이 생겼어요. 그래서 하나씩 사서 콜라와 점심으로 먹었어요.


"이거 왜 이렇게 짜!"


건포도도 없고 단 맛도 없었어요. 그저 짠 맛 뿐이었어요. 우리가 기대했던 그 달콤한 빵이 아니었어요. 실망이 컸지만 어쨌든 다 먹었어요. 점심 식사였거든요. 공원 벤치에 앉아서 콜라와 짠 맛만 나는 갓 구운 딱딱한 빵을 뜯어먹으며 휴식을 취했어요. 만약 여행 일정을 다시 짤 수 있다면 므츠헤타에서 1박하는 일정으로 짤 거에요. 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늦었어요.


므츠헤타에서 트빌리시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타며 한 가지 생각을 했어요.


"조지아는 트빌리시 빼고 다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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