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뜨거운 마음 (2011)

뜨거운 마음 - 30 조지아 트빌리시 벼룩시장

좀좀이 2012. 6. 2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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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빌리시의 벼룩시장 가는 길. 로버 호스텔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로버 호스텔에서 국회의사당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면 시장이 있고, 거기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벼룩시장이 보여요.


2011년 한국의 6월은 비만 많이 내리고 선선한 날씨였어요. 그러나 이곳에서의 7월은 불볕 더위. 게다가 오늘은 7월 20일.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여름이에요. 한국도 이때는 장마가 거의 다 끝나고 본격적으로 더워질 때죠.


여름하면 수박! 거리에 저렇게 차에 수박과 멜론을 가득 싣고 팔러 나온 사람들이 종종 보였어요. 멜론이 우리나라 작은 수박만하고, 수박은 우리나라 것보다 훨씬 컸어요. 이 지역 멜론과 수박은 한국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맛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수박은 먹어보지 못했어요. 멜론은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밥 대신 한 번 사서 먹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기억으로는 매우 달았는데 이상하게 우유 비린내가 살짝 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쨌든 이 지역의 멜론은 먹어보았어요. 이제 남은 것은 수박. 하지만 수박 한 통을 둘이서 다 먹어치우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

한쪽에서는 꽃을 팔고 있었어요.


주인 아주머니께서 알려주신대로 걸어가자 공원이 하나 나왔어요.

특별히 인상적인 공원은 아니었어요. 그냥 쉬기 좋은 곳이었어요.


드디어 벼룩시장에 도착했어요. 벼룩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것은

곰가죽!


말로만 듣던 곰탱이 가죽을 여기에서 처음 보게 되었어요. 그냥 가짜를 널어놓은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가죽에 날카로운 발톱까지 달려 있었어요. 아무리 보아도 저건 진짜 곰가죽. 저걸 영화에서 보았던 것처럼 바닥에 깔아놓을지, 아니면 벽에 걸어서 장식용으로 전시해놓을지는 모르겠어요. 벼룩시장에 곰가죽을 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놀라운 일이었어요. 마음같아서는 만져도 보고 싶었지만 그건 못했어요.

벼룩시장 한쪽 구석에서는 사람들이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었어요. 저 주사위 놀이는 카프카스 지역 전체에서 인기가 좋은 놀이인 듯.


우리가 찾는 책은 조지아의 민담집과 그루지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헌법. 하지만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책이 몇 권 없었고, 살 만한 책도 없어 보였어요. 게다가 당연히 그루지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헌법의 존재는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물론 이때 이것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 여기서 헌 책 몇 권 내놓고 파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헌법'은 안 판다고 했거든요.


참고로 소련은 일단 연방 - 즉 소비에트 연방이 있고, 그 안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SSR)이 있고, 경우에 따라 다시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공화국 (ASSR)이 있어요. 그리고 소비에트 연방 헌법이 있고,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있고,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공화국이 있어요. 카프카스-중앙아시아 지역을 공부하기 위해 이것들이 필요했는데 인터넷에서 소비에트 연방 헌법 - 즉 소련 헌법까지는 구했는데 소련을 구성하는 15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 러시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몰도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헌법은 구하지 못했어요. 사실 이들 15개 국가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헌법이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고 제 관심 지역인 8개 국가 것만 있으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어요.


아제르바이잔에서도, 아르메니아에서도 구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구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희망은 조지아였는데 일단 벼룩시장에서 책을 파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소련 헌법이든 그루지야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헌법이든 뭐든 간에 '헌법'은 없다고 대답했어요.


이곳의 벼룩시장은 정말로 벼룩시장이었어요.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어요. 이 지역을 여행하다보니 그렇게 크게 특별할 것은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있는 것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이것은 대체 무슨 이유로 상품으로 나온 거지...?


사진이야 전시용이나 엽서로 쓰기 위해 팔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앞에 놓인 낡은 종이들은요...이것은 대체 어디에 써야 할까요? 분명 어떤 용도가 있어야 팔릴텐데 어떤 용도로 쓸지 감이 오지 않았어요.

왼쪽의 검은 우리나라 박물관에 전시하면 의외로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일반인은 저런 거 절대 구입해서는 안 되요. 일반인이 칼날 길이 30cm가 넘으면 입국시 잡혀서 압수당해요. 특별 허가를 받아야만 저런 칼을 구입해서 들고 귀국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것은 진짜 뼈로 만든 술잔이라서 의미가 있을 듯. 만약 가운데에 있는 것이 진짜 손으로 만든 것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죠.


절대 좋은 의미로 '벼룩시장'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벼룩시장'이었어요. 집에서 팔 수 있는 것 들고 나와 파는 것 이상으로 보기는 어려울 정도였어요. 아니, 그냥 집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것들을 들고 나온 것 같았어요.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0으로 보이는 것들까지 들고 나와서 팔고 있었으니까요.


"여기는 아무리 봐도 볼 게 없다."

"그러게..."

"다른 곳으로 갈까?"


여기서 곰가죽과 더불어 볼 만한 것이라고는 오직 하나 있었네요.

츠민다 사메바 대성당 Tsminda Sameba Cathedral 과 므트크바리 강 Mtkvari river가 조화를 이룬 풍경이요. 이거 외에는 이 시장을 가 보아야할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온 김에 보고 가기는 했지만 크게 인상깊었던 것은 곰가죽과 풍경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작은 시장은 아니에요. 길가에 늘어서있는 벼룩시장인데 넓은 지역에 늘어서 있어요. 하지만 크게 인상적이거나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없고 그냥 상인들만 많고 평범한 시장같은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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