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마셔본 홍차는 방글라데시 홍차로 Taaza 라는 홍차에요.
방글라데시에 갑자기 관심이 생겼을 때였어요. 여행 가고 싶은 국가는 아프리카 및 여행금지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가보았어요. 실상 다 가보았다고 해도 되요. 그러다보니 뭔가 의욕도 안 생기고 호기심도 확 죽어버렸어요. 그래서 새로운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나라가 좋을지 지도를 보며 하나씩 살펴보았어요. 일단 북쪽 나라는 절대 싫었어요. 추운 건 질색이고, 우울한 분위기도 질색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이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가기 매우 좋아졌어요. 그러나 러시아 따위는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일본 가기도 매우 좋아졌어요. 그러나 일본에 대한 호기심은 고등학교 때에나 있었지 지금은 없어요. 말초적인 무언가를 자극시킬 만한 나라를 찾고 싶었어요.
'태국까지는 가봤으니 그 서쪽에 있는 나라를 가봐야 하나?'
어렸을 적이나 지금이나 아시안 하이웨이를 타고 터키까지 가보는 것이 소원이에요. 북한 빼구요. 그딴 건 관심없어요. 어렸을 적 보았던 다큐멘터리 '아시안 하이웨이'처럼 베트남에서 시작해 터키까지 가보고 싶어요. 태국까지는 어떻게든 가보았으니 태국 서쪽으로 하나씩 가보고 싶었어요. 태국 바로 서쪽에 있는 나라는 미얀마, 그리고 미얀마 옆에 있는 나라는 방글라데시에요. 미얀마편에서 기억나는 것은 미얀마 교사가 돈 벌기 위해 태국 밀입국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과 지도상 아시안 하이웨이가 있다고 나와 있는 지점으로 갔더니 길이 없고 강만 흐르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편은 기억이 안 나요. 제대로 보지 않아서 기억할 것도 없어요. 사실 이 다큐멘터리를 본격적으로 본 것은 다 끝나갈 때인 아프가니스탄, 이란 편이었거든요.
방글라데시!
나는 이 나라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정말 비참하게도 방글라데시에 대해 좋은 이야기라고는 지금껏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어요. 접하는 족족 모두 나쁜 이야기였어요. 어렸을 적 방글라데시 우표를 구한 적이 있어요. 야자수에 사람이 기어올라가 있는 우표였어요. 그 우표를 스리랑카와 이집트 우표로 바꾸었는데, 이 중 이집트 우표는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방글라데시에는 호기심이 원래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그 호기심 때문에 방글라데시에 대해 알아볼 수록 온통 비참하고 나쁜 이야기 뿐이었어요. 기근, 내전, 홍수 등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어요. 하나쯤 좋은 이야기가 있을 법도 한데 신기할 정도로 없었어요. 절대 여행을 권하지 않는 도시 상위권에는 항상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가 들어가 있었어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하는데, 행복지수가 절대 높을 수가 없어요. 행복하다면 왜 다른 나라로 일하러 많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외국으로 떠나나요. 아무리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해도 그게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은 방글라데시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었어요. 여기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도 있었어요.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대체 이 나라는 어떤 나라이길래 좋은 이야기가 단 하나도 없단 말인가.
방글라데시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만약 다음 여행을 가게 된다면 미얀마나 방글라데시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방글라데시는 비자를 따로 받아야 했어요. 숙소를 예약하고 예약증, 초청장을 들고 가서 비자를 신청해야 한대요. 아니면 인도 콜카타로 가서 비자를 받아서 가든가요. 진짜 뭐 하나 알아보면 좋은 점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었어요.
"홍차? 여기가 차가 유명해?"
방글라데시의 좋은 점 하나를 찾아내었어요. 엄청난 발견이었어요.
방글라데시는 차가 유명하다.
보통 차로 유명한 나라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인도, 스리랑카 등을 떠올려요. 그런데 홍차로 방글라데시도 유명하대요. 단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래요.
'설마 방글라데시 홍차를 우리나라에서 팔겠어?'
우리나라에서 판매하고 있었어요. Taaza 홍차였어요.
'이거 살까?'
뭐 이렇게 인심은 또 좋아?
50포가 들어 있는 한 상자 가격이 4000원이었어요. 가격 자체는 매우 저렴했어요. 문제는 제가 차를 매우 안 즐겨마신다는 점이었어요. 50포는 너무 많았어요. 차라리 20포가 들어간 5천원짜리가 있으면 더 비싸도 그걸 사겠는데 그런 건 없었어요.
'이거 너무 많은데 어쩌지? 그냥 구입해야 하나?'
막 망설여졌어요.
'아, 모르겠다. 방글라데시에서 유명한 게 그나마 홍차라는데...'
'방글라데시'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방글라데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홍차 뿐이었어요. 그래서 구입했어요.
방글라데시 Taaza 홍차 상자는 이렇게 생겼어요.
상자에는 벵골어로 뭔가 이것 저것 적혀 있어요. 푸른 차밭에서 여자가 활짝 웃고 있어요. 차 그림을 보면 그냥 우려서 마시는 게 아니라 밀크티를 만들어 마시나 봐요.
Taaza 홍차는 광고도 있어요.
무슨 말인지는 저도 몰라요. 그러나 말을 모르고 봐도 대충 무슨 내용인지 짐작은 가고, 재미있어요. 광고 모델로 나온 벵골인 여성도 예쁘구요.
상자 뒷면에도 벵골어가 적혀 있어요. 이건 진짜 방글라데시에서 수입해온 거에요. 아마 내수용일 거에요. 영어가 한 글자도 없고 전부 벵골어였거든요.
이 홍자 제품명은 따자 티 Taaza Tea 에요. 벵골어는 모르지만 아마 '깨끗한 차' 아닐까 해요. 원산지는 방글라데시에요. 원료는 홍차잎 100%이고, 포장재질은 PE(폴리에틸렌)+종이에요. 제조회사는 UNILEVER BANGLADESH LTD., 으로 방글라데시 치타공에 있대요. 치타공은 방글라데시에서 차 생산을 처음 한 곳으로 알고 있어요. 수입판매원은 미래무역으로, 인천 계양구 임학안로 28번길에 있대요.
상자 디자인은 매우 세련된 디자인이었어요.
티백은 이렇게 생겼어요.
티백 2개를 우렸어요.
설탕 팍팍 넣어서 마시고 싶다!
은은하게 풍겨나오는 홍차. 물을 붓자 마자 시뻘겋게 차가 우러나오기 시작했어요. 향이 은근히 달콤했어요. 달콤한 향은 아닌데 달콤한 맛을 조금은 갖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 향이었어요. 물론 맛 자체가 달지는 않았어요.
차가 시뻘겋게 잘 우러나왔어요. 떫은맛은 약했어요. 티백을 푹푹 우려내었지만 맛은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았어요. 사진이나 광고를 보면 밀크티 만들어 마시는 것 같은데 밀크티 만들어마실 정도로 독하게 잘 우러나오지는 않았어요. 홍차 자체가 그렇게까지 매우 독한 맛을 내지 않았어요.
이 홍차는 우즈베키스탄, 아랍에서 마시던 것처럼 설탕을 듬뿍 넣어서 마셔도 좋을 것 같았어요.
저는 방글라데시 따자 홍차를 상당히 맛있게 마셨어요. 커피 대신 진하게 우려서 마셔도 괜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