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여행기 쓰기

좀좀이 2012. 6. 26. 07:03
728x90

요새 계속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켜고 몇 자 쓰다가 엉뚱한 거 하며 놀고 있는 생활의 반복입니다.


여기 오기 전 작년에 갔던 카프카스 여행 -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여행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여행기는 다 작성해서 블로그에 올려 놓았어요. 그때는 '우즈베키스탄 가면 인터넷 잘 못 할테니 미리 다 써서 올려놓고 가야지'라는 생각에 정신없이 여행기를 썼어요. 나중에는 정말 거진 일주일간 하루종일 머리 쥐어짜서 여행기 쓰고 자고 일어나 다시 여행기 쓰는 일만 반복했던 것 같아요.


여기 와서 우즈베키스탄 오기 전에 끝내지 못한 카프카스 여행기를 몇 화 쓰다가 말고 할 일 하고 할 공부하며 보내던 중, 타지키스탄 여행을 다녀오며 다시 여행기를 열심히 쓰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타지키스탄 여행기는 여행 다녀온지 약 일주일 만에 다 썼어요. 그 여세를 몰아 작년 여행기도 후딱 다 써서 밀린 일기를 끝내자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어렵네요...


지난 카프카스 여행 때에는 특별히 기록을 남기지 않았어요. 이것은 '겨울강행군'부터 시작된 것. 겨울 강행군에서 이스탄불 이후부터는 특별히 기록을 해 놓지 않았어요. 그래서 겨울강행군에서 불가리아편부터는 쓰느라 꽤 고생했어요. 하지만 기록이 여행기 쓸 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어디까지나 작년 겨울. '뜨거운 마음'에서 다루고 있는 카프카스 여행은 작년 여름. 시기적으로 이 '큰 깨달음'을 얻기 훨씬 전에 다녀온 거라 기록을 해 놓은 게 사실상 전무해요. 카프카스 여행을 다닐 때에는 '기록 대신 사진'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녔어요. 그래서 아무리 사진 찍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날이라도 쓰잘데기 없는 사진이라도 한 장 찍었어요. 덕분에 사진은 엄청 많아졌고, 사진 골라내는 게 일이 되었어요. 반면, 기록은 하나도 안 해 놓았기 때문에 친구가 남긴 기록을 읽어보고 여행 다닐 때 들고 다녔던 가이드북을 보며 기억을 최대한 살려보려는데 확실히 글이 제대로 안 나와요. 고생은 타지키스탄 여행기 쓸 때에 비해 세 배 하는데 글은 오히려 더 잘 안 나오고 있어요.


타지키스탄 여행 때부터 다른 나라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저의 여행기 쓰는 방법은


1. 여행 전

여행 준비 과정을 미리 써 놓는다. 특히 '비자' , '초청장' 관련해서 잘 써놓는다.


2. 여행 중

메모를 종종 한다. 이때는 감정에 충실하게 적는다. 어차피 역사 같은 것은 그때 알고 있더라도 여행기 쓰기 전에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오히려 나중에 여행기 쓸 때 필요한 것은 역사나 객관적 정보가 아니라 '그 당시 느꼈던 자신의 감정'이다. 정말로 싫었으면 욕이라도 한 페이지 가득 써서 나중에 보고 감정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게 써 놓는다.

- 여행지에서 들은 정보가 반드시 다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행기 쓰기 전 그 정보가 맞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각 나라마다 해석과 주장이 전혀 다른 역사도 많기 때문에 이런 것을 현지인들이 알려준 것이라고 '이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쓰는 건 개인적으로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런 것은 나중에 여행 돌아와 글을 쓸 때 까먹었다면 다른 자료 찾아보면 금방 복구할 수 있어요. 정작 여행기 쓰면서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은 '그떄의 감정이 되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더라구요.


3. 여행 후


먼저 사진을 날짜별로 정리한다.

- 개인적으로 여려 방법을 써 보았는데 저에게는 이 방법이 제일 낫더라구요. 하루 일정 쓰다가 사진이 너무 많거나 할 말이 있어서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다음 폴더 만들어서 잘라버리면 되구요. 일단 사진을 날짜별로 분류하고 폴더는 abc 순서로 이름을 붙인 후, 쓸 때 하나하나 숫자로 바꾸어주고, 분량이 늘어나서 자를 필요가 있으면 새로 폴더 만들어 숫자 주는 식으로 사진을 정리하고 있어요.


가이드북과 여행 중 메모를 읽어가며 여행기를 쓴다. 필요하면 참고 자료를 찾아본다.


현지인에게 들은 정보 중 미심쩍거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 (예 - 오스만 튀르크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등)은 '~라고 하더라'로 처리한다.


그리고 여행 돌아와서 최대한 빨리 쓰기 시작한다...


원래 '뜨거운 마음'은 6월까지 다 쓸 생각이었는데 결국 7월까지 다 쓰는 것으로 목표를 바꾸었어요. 역시 여행기를 쓰려면 돌아오자마자 바로 써야 하고, 여행 중에 느낌이 충실한 메모를 열심히 해야 하는군요. 처음 '뜨거운 마음'을 작년 8월까지 다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계속 미루고 미루다보니 어느새 이 여행 다녀온지 1년이 되어 버렸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