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리뷰할 외국어 학습 교재는 방글라데시의 국어인 벵골어 학습 교재인 벵갈어 문법과 회화에요. 이 책은 세하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에요.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작년말, 아주 잠깐 방글라데시 여행을 갈까 하는 충동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방글라데시는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대해 알려진 것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좋은 것으로 알려진 것이라면 타고르가 거의 유일할 거에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라고 알려진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 조사 자체를 믿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론니플래닛에서 연인이 여행가면 싸우기 딱 좋은 도시로 꼽히기도 했고, 부실 공사로 건물이 무너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어요.
제 주변에 남아시아에 대해 잘 아는 분이 계세요. 그분의 평에 의하면 인도의 10년전이 방글라데시, 10년후가 스리랑카래요. 그러면서 자기는 절대 방글라데시에 가고 싶지 않대요. 그래서 더욱 가고 싶어졌어요. 남들이 안 가니까요. 대체 어떻길래 그렇게 평이 한결같이 나쁠까 궁금했어요. 이건 마치 남들이 하지 말라니까 오히려 더 해보고 싶은 심정과 같은 것이었어요. 방글라데시 여행 가고 싶다고 하자 주변에서 다 저를 아주 이상하게 바라보았어요. 인생을 참 건설적으로 낭비한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그래서 더 가보고 싶어졌어요.
방글라데시에 대해 연구하고, 여행 가기 전 현지어를 조금이나마 공부해보자 책도 구입했어요. 그 책이 바로 이번에 리뷰할 세하 출판사에서 출판한 벵갈어 문법과 회화에요.
그러나 결국 방글라데시 여행은 못 갔어요. 직항 노선도 없었고, 비자도 문제였어요. 방글라데시 하나만 가자니 초청장을 받아야 하고, 초청장 없이 비자를 받으려면 인도 콜카타로 가야 했어요. 사실 비자 때문에 못 간 게 90%에요. 이왕 거기로 가는 거 인도도 묶어서 갈까 했는데, 이렇게 되자 또 머리가 아파왔거든요. 일정과 동선도 문제였구요.
그 이후, 우리나라에 있는 방글라데시인 모스크에도 가보고, 방글라데시인 절에도 가보았어요. 방글라데시인 식당도 가보았어요. 인심 야박하고 교조주의 냄새가 확 나는 파키스탄과 달리 반겨주고 환영해 주었어요. 그래서 방글라데시에 대해 관심이 더 생겼어요. 방글라데시도 잘 하면 관광으로 크게 뜰 수 있겠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방글라데시 여행에 대해 악평만 난무하는 이유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벵갈어를 조금 공부해보기는 했어요. 많이 공부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요. 일단 이 책을 정독하기는 했어요. 어학은 다 외워야 자기 것인데 정독은 했지만 거의 다 못 외웠어요.
세하 출판사에서 출간한 벵갈어 문법과 회화는 이렇게 생겼어요.
책 표지가 조금 칙칙하게 생겼어요. 요즘 화려하고 발랄한 표지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어요.
표지에는 타고르의 시 동방의 등불 4행이 적혀 있어요.
목차는 다음과 같아요.
1부는 벵골어 문법, 2부는 벵골어 회화, 3부는 부록이에요.
벵골어는 동부 나가리 문자를 사용해요. 그래서 문자를 보고 기겁하고 바로 책을 덮기 딱 좋아요. 그러나 작정하고 외우면 전부 암기하는 데에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아요.
모음의 발음에 대해 한국어 모음과 비교해 설명해 놓았어요.
자음 역시 마찬가지에요.
그리고 이 발음은 맨 처음에 '음운론'으로 다시 자세히 다뤄요.
이제 문법이 시작되요.
이 책의 좋은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벵골어 발음이 적혀 있다는 점이에요. 정 글자를 못 외우겠으면 한글로 적혀 있는 발음만 외워도 되기는 되요. 말만 할 것이라면요. 이렇게 책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글로 발음이 적혀 있는 경우는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어요. 한글 발음을 보며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 도움이 되고 글자를 먼저 다 완벽히 외워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기는 해요. 하지만 역으로 마지막까지 글자를 다 못 외우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해요.
문법편에서는 격변화를 '조사'로 표현하고 있어요. 이것은 아마 한국인이 '격변화'라 하면 심리적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랬을 거에요. 아니면 어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구요. 어쨌든 격변화가 변화무쌍하지 않기 때문에 '조사'로 표현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요.
2부는 벵골어 회화에요.
먼저 지문이 나와요. 맨 처음에 나오는 지문은 인사에요. 벵골인 중 무슬림은 '앗살라무 알라이쿰', 힌두교도와 불교도는 '너모시까르'라고 인사해요. 방글라데시인 절에 가서 벵골인 불교도에게 이게 진짜 맞냐고 물어보자 맞다고 했어요.
발음 연습도 있어요.
그 이후에는 '문장 연습'이라는 파트가 있어요. 이 파트는 사실 문법 파트라 봐도 되요.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2부 회화부터 봐도 그렇게까지 지장이 있는 편은 아니에요. 회화에도 문법 설명이 있거든요. 회화 파트에 있는 문법 설명을 보다 앞으로 가서 문법 파트의 문법 설명을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이런 구성 자체는 매우 괜찮은 편이에요. 문법을 찾아봐야 할 때도 분명히 있거든요. 그래서 문법만 다룬 책도 하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전반부가 문법만 다루고 있어서 찾아봐야 하는 문법이 있을 때 전반부를 목차를 보고 찾아보면 되요. 목차도 매우 잘 되어 있어요.
그 다음에는 낱말이 정리되어 있어요.
부록에는 간단한 필수 회화 같은 것과 동사 변화가 있어요.
가장 먼저 벵골어 문자부터 시작해요. 이건 부록에 있을 게 아니라 책 맨 앞으로 나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한글을 외울 때 '가 카 까, 나, 다, 타, 따' 이렇게 외우지 않고 사전에서 사용하는 순서가 있듯, 글자는 사전에서 사용하는 순서대로 외우는 것이 아무래도 좋거든요. 그리고 이 순서는 힌디어는 물론이고, 싱할라어, 태국어, 라오어에서도 사용하는 순서에요.
동사변화도 이렇게 아래에 깨알같이 한글로 발음이 적혀 있어요.
이 책은 2005년 11월 30일에 발간되었고, 가격은 18000원이에요. ISBN 은 9788987710020 (8987710025) 이에요.
이 책의 단점은 음성 파일이 없다는 것이에요.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 유튜브를 통해 여러 동영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유튜브에는 비록 영어로 된 것이기는 하나 벵골어 강의 동영상도 있다는 점이에요. 최소한 발음을 찾아볼 수는 있어요. 그렇게 보완해가며 보면 볼만해요.
문법 파트를 쭉 읽기는 사실 쉽지 않아요. 그래도 생각없이 쭉 읽어보면 잘 읽히는 편이기는 해요. 분량이 그렇게까지 많고 어렵지는 않거든요. 이 또한 작정하고 읽으려 들면 쭉 읽어나갈 수 있어요. 그렇게 읽으면 머리에 남는 벵골어가 없기는 하지만, 대충 문법이 어떻게 생겼는지 감은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후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되요.
사실 우리나라에 방글라데시 국어인 벵골어 교재는 이거 말고 실상 없다고 봐야 해요. 선택지가 없다고 해도 되요. 그나마 이 책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다행이라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