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22 타지키스탄 이스타라브샨

좀좀이 2012. 5. 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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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와 동상이 있는 언덕으로 가는 길.



언덕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요. 레닌 거리에서 길을 찾아가다 보면 언덕을 뱅 돌아서 언덕 옆편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었어요.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정면에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어 보였는데 그 길로 가는 입구는 찾지 못했어요. 대신, 큰 길을 따라 올라가기 때문에 산행 비슷한 것조차 할 필요가 없었어요.


두 번째 사진을 보면 이스타라브샨의 상징물들이 그림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기념으로 하나 떼오고 싶었지만 그러면 후잔드로 가는 게 아니라 이스타라브샨 경찰서로 갔겠죠.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 해도 경찰서 유치장 체험, 타지키스탄 경찰서 피의자 체험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아서 얌전히 사진만 찍었어요. 저 걸려 있는 그림만 보면 이스타라브샨은 정말 볼 것 많고 유서 깊고 아름다운 관광도시.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어요.

정상에서 이스타라브샨을 내려다 보았어요. 이스타라브샨에는 높은 건물이 없기 때문에 멀리까지 잘 내려다볼 수 있었어요.

"저기가 우리가 갈 곳이다!"


멀리 푸른 돔이 보였어요. 저기가 바로 우리가 이곳을 다 보고 가야할 압둘 라티프 술탄 마드라사 Abdullatif Sultan Medrasa 였어요. 거리와 방향을 가늠해보니 여기에서 내려가 걸어가야 했어요. 원래 계획은 택시 타고 바자르에 가서 압둘 라티프 술탄 마드라사를 찾아가는 것이었는데 정말 애매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언덕과 시장의 중간 즈음에서 이스타라브샨의 구시가지로 들어가야 될 것 같았어요. 뒤에 보이는 설산은 어제 우리가 넘어왔던 샤흐리스탄. 다시 가기 싫어요.

엄청난 설산의 장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이스타라브샨의 상징들 중 하나인 동상.

이분은 바로 '테무르 말리크'라는 분이에요. 아미르 티무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 이 분의 이야기를 보면 정말 한 편의 비극이에요.


테무르 말리크 Temur Malik, Темур Малик는 12세기 초 후잔드의 통치자였어요. 테무르 말리크는 칭기즈 칸의 몽골 군대가 쳐들어오자 열심히 저항했어요. 그러나 수적으로 몽골 군대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 결국 1000명에 가까운 전사들을 이끌고 시르다리오 강에 있는 어느 섬에 들어가 항전했어요. 그러나 섬에 정착한 후, 보급의 문제와 전사자의 발생으로 항전을 계속하기 어려워지자 호라즘으로 이동해 잘롤릿딧 만구베르드 함께 몽골에 대한 전투를 계속 해나갔어요. 그들은 호라즘에서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까지 가서 몽골군과 전투를 치루었어요.


1231년, 잘롤릿딘이 살해당하자 테무르 말리크는 자신의 국가로 돌아가 몽골군과의 전투를 계속하기로 결심했어요. 테무르 말리크는 거지 옷을 입고, 많은 국가들을 돌아다녀 후잔드에 돌아왔어요.


후잔드에 돌아온 테무르 말리크는 잔인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어요. 자신은 평생을 바쳐 몽골군에 대항했는데, 자신의 아들은 몽골인들 아래에서 봉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자기는 평생을 바쳐 조국의 자유를 위해 투쟁했는데 고향에 와 보니 아들은 매국노. 이에 분노한 테무르 말리크는 사람들을 모아 다시 몽골인과 전투를 하려고 했지만 이를 안 몽골군이 그를 죽였어요.


발칸 유럽에서 오스만 튀르크라고 하면 이를 가는 것처럼 중앙아시아에서는 칭기즈 칸이라고 하면 이를 갈아요. 우즈베키스탄은 조금 희안한 경우에 속하지만, 여기 타지키스탄에서는 그런 것은 없어요. 동상이 도시 안에 있는 게 아니라 도시 구석 언덕에 있어서 그의 일대기를 생각하며 보면 왠지 더욱 쓸쓸해 보이고 자리가 참 잘 어울렸어요. 단, 이 동상 근처에 소의 대변이 많이 있었어요. 이 언덕에 소를 끌고 와서 풀을 먹이나봐요. 언덕을 돌아다닐 때 소의 배설물 때문에 신경을 쓰며 돌아다녀야 해요. 생각 없이 돌아다니면 밟아요.


테무르 말리크 동상 뒤에 있는 문만 덜렁 남아 있는 성채는 바로 무그테파 성. 이 성 안에 들어가려는데 개가 무섭게 짖었어요.


"조용해!"


개를 매우 무서워하는 갑은 어느새 사라졌고 저와 개가 성문 양쪽 끝에서 대치했어요. 개를 노려보며 천천히 한 걸음 나아가면 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더욱 크고 사납게 짖었어요. 왠지 그냥 막 성큼성큼 걸어가면 진짜 물어버릴 것 같아서 개와 눈싸움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갔어요.


그때 어떤 할아버지께서 크게 소리치셨고, 개가 조용해졌어요. 할아버지께서는 제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들어가려는데 개가 또 짖어대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개를 혼내셨고, 개는 구석에 찌그러져서 몸을 움츠렸어요.


할아버지 역시 우즈벡어를 할 줄 아셨어요. 이 할아버지와도 이런 저런 잡담을 했어요. 저는 이 할아버지께서 우즈벡어를 아는 것을 신기해했고,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우즈벡어를 아는 것을 신기해하셨어요. 이 도시 사람들 말에 의하면 타지크인과 우즈벡인의 결혼이 많아서 우즈벡어를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하셨어요.


할아버지께서는 하얀 오디를 따서 저와 갑에게 주시고 구경 잘 하라고 하셨어요. 우리들은 성 위로 올라갔어요. 참고로 이스타라브샨은 아직 관광업이 전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무료이고, 성에도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었어요.

뱅글뱅글 도는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가면 이렇게 성에 올라갈 수 있어요. 그리고 사진에서 보이는 입구에 다시 나선형의 계단이 있어서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답니다.

두 개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다시 매우 높은 층계들로 이루어진 계단을 올라갈 수 있어요. 이것을 올라가면 드디어 이 성의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이죠.

사진 왼쪽에 보이는 돔 지붕 내부에요. 보수중인 것 같은데 지지부진하게 진전되는 것 같았어요.

꼭대기에서 왼쪽을 바라본 모습이에요. 이쪽이 우리들이 올라온 길. 우리들은 초록 지붕 건물 옆 길로 크게 돌아왔어요.

꼭대기에서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꼭대기에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누군가 올라왔어요. 아까 한참동안 우리를 잡고 우리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할머니의 손자였어요. 손자는 우리에게 이스타라브샨에 대해 설명해주기 위해 일부러 성에 왔고, 성에서 이스타라브샨에 대해 설명해 주었어요. 우리가 서 있는 성이 있는 언덕은 무그 테파. 그리고 바로 위에 보이는 언덕이 우로 테파래요. 옛날에는 지금 이스타라브샨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산 것이 아니라 정반대편 - 즉 지금은 사람들이 별로 살지 않는 쪽에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모여 살았대요. 그런데 그쪽은 지금 전부 파괴되었고, 지금은 옛날 이스타라브샨과 정 반대쪽에 사람들이 몰려살고 있다고 했어요.


성 내부에 있는 조그마한 무대.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이스타라브샨에서 큰 축제나 행사가 있으면 여기에서 한대요. 올해 나브루즈 바이람 축제 역시 여기에서 했고, 예전에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이스타라브샨을 방문했을 때에도 이곳에서 행사를 치루었대요.

이 소년이 터키어로 갑에게 설명해주면 갑이 제게 다시 한국어로 설명해 주었어요. 이 소년은 터키계 학교에 다녀서 터키어를 매우 잘 했는데, 작년에 터키에 갈 기회가 있었대요. 하지만 정말 아쉽게도 그해 그 소년이 터키에 갈 시기에 국제 터키어 대회가 두샨베에서 열렸고, 이 학생이 그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터키에 가지 못했다고 말해 주었어요.


소년은 우리에게 어느 길로 내려가고 싶냐고 말하며 지름길이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우리들은 지름길로 가기로 했어요. 지름길은 아까 보았던 언덕에 물길처럼 나 있던 그 흙길이었어요. 그리고 그 흙길의 입구는...얼핏 보아서는 평범한 일반 가정집 입구처럼 생겼어요. 이러면 외국인은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소년은 레닌 동상 근처에서 구시가지 eski shahar로 들어가면 '콕 굼바즈'라고도 불리는 압둘라티프 술탄 마드라사로 갈 수 있다고 알려주고 우리들과 헤어졌어요. 참고로 '굼바즈'는 '돔'이라는 뜻이에요. '콕 굼바즈'는 '푸른 돔'이라는 뜻이에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콕 굼바즈'라고 불리는 곳이 몇 곳 있어요. 그리고 이 건물들은 한결같이 푸른 돔 - 특히 티무르 제국 양식의 푸른 돔을 가지고 있답니다.


이스타라브샨의 구시가지를 걷기 시작했어요.




좁고 얕은 물길이 길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이 동네의 특징. 물길로 흐르는 물은 생각보다 깨끗했어요. 하지만 이곳도 소나기라도 오면 길 전부 잠기게 생겼어요.

단순한 흙집들 틈에서 유독 독특한 모습을 한 집. '아마 과거에는 부자가 사는 집이었거나 모스크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정도까지 물어볼 타지크어는 몰랐어요.

길을 계속 걸어가는데 모스크가 나타났어요.

입구만 모스크이고 그 외에는 어디를 봐도 모스크라는 것을 알 수 없는 평범한 건물이었어요.


계속 걸어가자 드디어 압둘라티프 술탄 마드라사가 나타났어요.

모스크에 들어가려고 하자 한 할아버지께서 잠시 기다리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집에 들어가 열쇠를 가지고 나오신다고 하셨어요. 잠시 후, 할아버지께서 압둘라티프 술탄 마드라사의 문을 열어주셨어요. 열쇠를 가져와야 한다고 해서 문이 잠겨 있는 줄 알았는데 문은 원래 열려 있었어요.

정면에서 보면 푸른 돔도 안 보이는 특징 없는 큰 벽돌 건물이지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크기는 작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내부가 나타난답니다. 내부에서는 학생들이 코란 공부를 하고 있어서 잠깐 보고 사진 찍은 후 바로 나왔어요.


여기도 관광지라고 개발한다면 충분히 개발할만 하지만 전혀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었어요. 정말로 이것이 옛날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모습 같았어요. 마을을 돌아다닐 수록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압둘라디프 술탄 마드라사 뒤편으로 가서 어느 집 앞에 주저앉아 물을 마셨어요.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물을 마시며 마드라사를 바라보았어요. 골목 어느 집 앞에서 두 소녀가 떠드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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