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개!


24시간 카페를 99곳 갔어요. 이제 마지막 한 곳만 가면 드디어 2017년 한 해 동안 가본 24시간 카페를 100곳 채울 수 있었어요.


마지막 100번째 24시간 카페는 바로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이었어요. 여기를 가는 순간 100곳을 딱 채우는 것이었어요.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이 24시간 영업한다는 것은 상당히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24시간 카페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즈음이었어요. 명동에서 시청으로 걸어가던 중 '24'라고 적힌 간판이 보였어요.


"여기도 24시간 카페인가?"


그 당시 명동에 있는 24시간 카페를 찾지 못했어요. 왜 명동에 24시간 영업하는 카페가 없나 매우 의아해하고 있었어요. 그때 마침 명동에서 남대문을 거쳐 시청으로 걸어가는 길에 24시간 영업한다는 간판이 걸린 할리스 커피 매장을 발견했어요.


"그러면 그렇지. 여기에 24시간 카페가 없을 리가 없잖아?"


지금은 예전과 달리 규모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남대문 야시장이 있고, 명동에서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였어요. 명동 서쪽 입구라고 할 수 있는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약 650m 정도 되는 거리거든요. 게다가 근처에 시청도 있었어요. 서울 시청 근처에 희안하게 24시간 카페가 단 하나도 없어요. 이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줄 것이 나타난 것이었어요. 24시간 카페가 하나는 있을 만한 자리에 하나도 없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하도 심해서 그런가' 생각하며 참 궁금해하던 차에 딱 나타난 것이었어요.


"뭐야? 여기 주 7일 24시간 영업 아니잖아!"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은 평일에만 24시간 운영을 하고, 토요일 밤 11시부터 일요일 아침 8시까지, 그리고 일요일 밤 9시부터 월요일 아침 7시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이때는 주 7일 24시간 영업하는 24시간 카페만 골라서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는 일단 목록에서 아주 후순위로 미루어두었어요.


주말에만 24시간 영업하는 카페들은 여럿 있어요. 하지만 여기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평일에만 24시간 영업을 한다는 점이이에요. 이것은 이 동네 특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첫 번째로 여기는 관공서 및 사무실 밀집지역이에요. 평일 늦은 시각이라면 야근, 회식 등으로 수요가 있겠지만 주말 밤 늦은 시간에는 그런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게다가 이 근처 남대문 야시장이 토요일 밤에는 열리지 않아요. 유흥가에 있는 카페들이 주말에 24시간 영업하는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그래서 계속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을 가느 것은 뒤로 미루고 미루고 계속 미루어대었어요.


11월 12일 아침. 광교신도시에 있는 24시간 카페에 앉아 고민했어요.


'24시간 카페 100개 채울 수 있을 건가?'


24시간 카페를 처음 돌아다닐 때만 해도 100곳을 채울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봄바람이 사람 심란하게 만드는 4월. 밤에 좀 돌아다녀보자고 시작한 것이 4월을 넘겨서도 하나 둘 계속 가보게 되면서 숫자가 쭉쭉 늘어났어요. 그래도 100곳은 아직 한참 많이 남아 있었어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100곳은 강남, 분당 건드리지 않는 한 정말 무리였어요. 광교신도시에 있는 24시간 카페 갔을 때가 73곳째 간 것이었거든요. 100곳이면 아직 27곳이나 남아 있었어요. 하루에 보통 세 곳 정도 간다 쳐도 기간으로 보면 9일. 그보다 코스 9개가 절대 나오지 않았어요. 이건 같은 동네를 골수까지 빨아먹고 남은 뼈는 절구로 빻아서 골분 만들어 삼킨다 해도 무리인 숫자였어요. 게다가 12월은 수능이 끝나 고3들이 거리로 풀려나오는데다 대학교 시험기간, 중고등학교 시험기간, 연말까지 줄줄이 있는 24시간 카페 돌아다니기 참 나쁜 시기였어요. 100곳을 다녀서 아주 끝장내려고 한다면 11월에 다 돌아야했어요. 그런데 11월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도 않았어요. 이때가 11월 12일이었으니까요.


일단 코스를 짜보았어요.


할리스안암오거리-탐탐성신여대-엔제리너스수유

할리스약수-탐탐한남-이태원홈스테드

할리스노량진-엔제리너스영등포-탐탐영등포시장

동대문씨엘01-할리스건대입구-탐탐한양대


12곳은 더 갈 수 있었어요. 그래봐야 85곳. 15곳을 더 다녀야 100개를 채울 수 있었어요. 물론 재미없는 길을 다닌다면, 또는 갔던 길 또 간다면 어찌저찌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계산해보니 그래도 100곳이 안 되었어요.


'이건 그냥 안 되는 건가?'


아주 멀리 보기로 했어요.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24시간 카페도 갔다온 마당에 이제 뭐 무서울 게 없었어요. 의정부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24시간 카페 중 그거보다 더 힘든 코스는 절대 없을 거니까요.


억지로 돌아다니면 100곳을 채울 수 있어보였어요. 그러나 꼭 그렇게 다녀야하나 싶었어요. '올해 다 털어먹고 내년에 뭐 먹고 사나' 같은 마음이었어요. 똑같은 동네를 아직 다시 궁금해지지도 않았는데 몇 번씩 갈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24시간 카페 그 자체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24시간 카페가 있는 그 동네 심야시간 풍경이 궁금해서 돌아다니는 건데 그 풍경이 한두 달, 길어야 서너 달 사이에 바뀌어바야 뭐 얼마나 바뀌었겠어요.


눈을 경기도, 인천으로 돌렸어요. 길이 있었어요. 몇 곳을 더 채울 수 있었어요. 그래도 위의 계획에 새로 추가된 경로 다 합쳐봐야 95곳.


그러던 중, 포항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11월 23일로 연기되었어요.


'수능 전에 100곳 다 채울 수 있겠는데?'


부지런히 돌아다닌다면 수능일인 11월 23일 전에 100곳을 채울 수 있겠다 싶었어요. 거의 매일 돌아다닌다면, 그리고 경기 서부권을 싹 다 돌아다녀본다면요.


그러던 중 탐앤탐스 한남점이 24시간 카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경로를 대폭 수정해야 했어요.


수유 탐탐 - 성신여대 탐탐 - 안암오거리 할리스 - 고대 탐탐 - 대학로 엔제리너스 - 노량진 할리스

약수 할리스 - 동대문씨엘01 - 건대 할리스 - 한대 탐탐 - 태평로 할리스


이러면 100곳 채우겠다!


그동안 뒤로 미루고 미루기만 하던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을 계획에 집어넣자 100곳을 돌아다닐 경로가 나왔어요.


그리고 11월 20일. 아직 정말 하나도 안 궁금한 영등포, 여의도를 또 돌아다니기 싫어서 억지로 무리해가며 심야시간부터 이른 아침까지 24시간 카페 8곳을 다녀왔어요. 이제 남은 곳은 4곳. 4곳이면 100곳 채우기가 완벽히 사정권 안에 들어왔음을 의미했어요. 딱 하루면 끝낼 수 있었어요. 2017년 안에 24시간 카페 가본 곳 100곳 채우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 이건 축구에서 후반 40분에 스코어 10:0인데 역전패할 확률과 맞먹었어요. 진짜 선수 11명이 모두 바닥에 드러누워서 될 대로 되라지 하지 않는 한, 최소한 한 명만 뛰어도 이기는 상황. 딱 그 상황이었어요.


그런 이야기들이 과거의 영역으로 흘러가고 어느덧 99개를 채운 새벽 5시 23분.


"가자!"


드디어 2017년 100번째 24시간 카페 방문기를 작성할 순간이 시작되었어요.


노래는 Sonata Arctica 의 San Sebastian 으로 맞추었어요. 이 노래는 예전 회사 다닐 때 타이핑 작업할 일이 있으면 듣던 음악. 이 노래에 맞추어 손가락은 미친듯이 키보드를 두드려대었어요. 저의 양손은 키보드 위에서 날아다녔어요.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며 참 많은 노래를 들었지만, Sonata Arctica 의 San Sebastian 이야말로 100번째 24시간 카페를 가는 길에 딱 어울리는 노래였어요.


한양대학교


지하철 2호선 한양대역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이동 경로


제가 타야할 전철은 5시 33분 한양대역 첫 차. 이 전철을 타면 5시 47분 시청역에 도착할 예정이었어요.


지하철 한양대역


지하철 한양대역 4번 출입구로 갔어요.


'아, 진짜 내가 100곳을 채우다니.'


신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해서 길거리를 내려다보며 웃었어요.


한양대앞


저도 진짜 2017년 한 해에 24시간 카페 가본 곳 100곳을 채울 줄은 몰랐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수도권에 24시간 카페가 100곳 넘게 있을 거라 상상도 못했어요. 물론 제가 가본 곳 중 수도권이라 부르기에 무리인 곳이 세 곳 있어요. 춘천, 청주요. 춘천은 그래도 경춘선 전철이 들어가니까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가볼 수 있는 24시간 카페'라 말을 바꾸어서 억지로 끼워넣을 수 있지만, 청주는 어떻게 해도 무리였어요. 그래도 어쨌든 제가 가본 곳은 이제 100곳.


만약 처음부터 의도하고 작정해서 100곳을 채우려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그런 계획 자체를 세우지도 않았겠지만, 만에 하나 그런 계획을 세웠다면 갔던 장소 또 가고 강남, 분당도 마구 돌아다녀서 얼추 100개 근처까지 가기는 했을 거에요. 기간도 상당히 단축되었을 거구요.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갔어요.


한양대 지하철역


스크린에 떠 있는 전철이 아직 단 한 대도 떠 있지 않았어요.


2호선 한양대역


전철은 5시 33분 도착 예정이라고 했으니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어요. 그렇지만 차가운 겨울 새벽 공기를 피하기 위해 개찰구를 통과하고 승강장으로 내려갔어요.


한양대역 승강장


승강장에는 저보다 먼저 개찰구를 통과해 첫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새벽 5시 34분. 드디어 한양대역에 지하철이 들어왔어요. 첫 차였어요. 첫 차를 탔어요.


한양대역 첫 차


지하철에 탄 사람들은 모두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어요. 오직 저만 맑은 정신으로 Sonata Arctica 의 San Sebastian 을 들으며 앞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새벽 5시 39분. 신당역에 도착했어요.


신당역


내가 아까 여기에서 벌벌 떨며 서울 N62 심야버스를 기다렸지. 그러나 지금은 따스한 지하철을 타고 지나가고 있다.


지하철이 한 정거장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아드레날린이 치솟았어요. 점점 마지막에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드디어 시청역에 도착했어요.


시청역 승강장


시청역이 이렇게 텅 비어 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시청역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이 길고도 긴 길 위에 사람은 저 밖에 없었어요. 생명체가 저 밖에 없지는 않을 거에요. 세균도 생명체니까요. 벌레도 어딘가에 있을 수 있구요.


제가 나가야할 출구는 8번 출구였어요. 시청역 8번 출구는 남대문, 염천교 방면으로 나가는 출구에요.


시청역 8번 출구


밖으로 나왔어요.


서울시청


밖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바로 서울시청이었어요. 아직 새벽 6시가 안 되었기 때문에 거리에 차가 별로 없었어요. 사람은 더더욱 없었구요.


길을 건너야했기 때문에 횡단보도에 초록불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렸어요. 초록불이 들어왔어요. 여기는 초록불 시간이 아주 넉넉하기 때문에 횡단보도 한가운데에 멈추어서서 남대문 방향 사진을 한 장 찍었어요.


남대문


길을 건너 카페를 향해 걸어갔어요.


서울 새벽


환경미화원분께서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계셨어요.


서울 포장마차


포장마차에 불이 켜져 있었어요.


"끝이다!"


할리스커피 태평로점


2017년 새벽 5시 54분. 드디어 2017년 한 해에 가본 24시간 카페 중 100번째 24시간 카페인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에 도착했어요.


"이왕 온 거 남대문이나 보고 갈까?"


바로 들어갈까 하다 조금만 더 걸으면 되니 남대문이나 보고 오자고 생각하고 남대문으로 갔어요.


서울 남대문


중국 여행을 같이 다녀온 친구와 같은 고시원에서 살 때였어요. 그 당시 밤이 되면 둘이 서울 여기저기를 걸어서 돌아다니곤 했어요. 그때 남대문을 여러 번 왔었어요. 남대문에 도착하면 풀밭에 앉아 쉬며 잡담을 나누곤 했어요. 그 이후 고향 내려갔을 때 남대문이 불타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어요. 그 장면을 보고 슬프거나 화나지 않았어요. 이게 뭔 일인가 싶었어요. TV로 보는 그 광경은 하나도 와닿지 않았어요. TV 속에서 사람들이 절규하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제 주변은 그저 조용할 뿐이었어요. 나중에 서울 올라왔을 때 잿더미가 된 남대문을 멀찍이서 보고는 이제 예전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참 씁쓸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남대문 복구가 완성되었을 때 그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화가 났어요. 서울성곽 복원이랍시고 남대문을 외팔이처럼 이상하게 복원해놓았으니까요. 제 눈에 그 남대문은 성형 수술 받다 실패해서 괴상망측하고 흉측한 성형 괴물이 되어버린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그 후부터 지금까지 남대문에 그 어떤 애착도 없어요.


서울 밤거리를 걸어서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저 친구와 같이 돌아다닐 때였고, 그때 보통 마지막 목적지는 남대문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이 제가 가본 24시간 카페 중 100번째라는 것은 의미가 있었어요.


다시 할리스커피로 돌아갔어요.


서울 할리스


이렇게 해서 이번에 가본 24시간 카페는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이에요.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은 단층 구조였어요.


입구를 보면 이렇게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24시간 영업이라고 적힌 간판이 매달려 있어요.


할리스커피 매장


매장은 널찍했어요.


남대문 24시간 카페


좌석은 카운터 앞쪽에 긴 테이블이 있고, 그 뒤쪽으로는 2인석이 여럿 있었어요.


서울 남대문 시장, 시청, 명동 24시간 카페 - 할리스커피 태평로점 (일요일, 월요일 새벽 휴점)


화장실은 건물 내 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어 있었어요. 화장실로 가는 문 옆에는 크리스마스까지 기간이 한 달 조금 넘게 남아 있을 때였기 때문에 컵으로 크리스마스 형상이 있었어요.


시청 24시간 카페


매장 안에는 흡연실이 있었어요.


명동 24시간 카페


흡연실 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할리스 흡연실


위에서 언급했던 점 두 가지를 다시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먼저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은 평일에만 24시간 영업을 해요. 토요일 밤 11시부터 일요일 아침 8시까지, 그리고 일요일 밤 9시부터 월요일 아침 7시까지는 휴점해요.


두 번째. 시청 및 남대문 시장에서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으로 가야 해요. 또한 명동의 경우, 명동 안에는 24시간 카페가 아예 없어요. 명동 근처에서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명동 서쪽에서는 할리스커피 태평로점, 동쪽에서는 할리스커피 충무로점으로 가면 되요.


서울시청, 남대문 시장, 명동 서쪽에서 24시간 카페를 찾는다면 할리스커피 태평로점이 있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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