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월요일에 가자 (2012)

월요일에 가자 - 06 우즈베키스탄 수르한다리오

좀좀이 2012. 5. 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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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르한다리오.


우즈베키스탄 최남단에 위치한 주(viloyat)에요. 이곳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유명해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카슈카다리오와 수르한다리오, 그리고 누쿠스 및 카라칼팍스탄이 가장 덥다고 하는데 카슈카다리오 사람들에게 카슈카다리오가 가장 덥냐고 물어보면 '에이~당연히 수르한다리오가 훨씬 덥지'라고 이야기해요.


솔직히 수르한다리오에는 올 일이 없어요.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우즈베키스탄의 남쪽 끝이에요.


"테르미즈 들렸다 갈 수 있나요?"


테르미즈 Termiz는 우즈베키스탄 최남단에 위치한 도시에요. 이것 저것 볼 게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다른 도시와 연계되는 도시가 없다는 게 문제에요. 그러다보니 테르미즈에 간다고 하면 '아프가니스탄 국경 가냐?'고 물어보아요. 원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 갈 때, 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즈베키스탄 갈 때 들리는 국경도시인데 현재 한국인은 아프가니스탄 입국 금지에요. 그래서 한국인 입장에서는 우즈베키스탄 변방의 아랄해보다도 더욱 변방인 도시에요.


"그건 안 돼. 테르미즈에서 레가르까지 100km야."


이왕 수르한다리오에 온 김에 테르미즈를 보고 가고 싶었지만 저를 제외한 모두가 테르미즈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테르미즈 가는 것은 포기했어요. 하지만 만약 후잔드로 넘어가지 않고 다시 레가르 국경을 넘어 우즈베키스탄으로 들어오게 된다면 그때는 꼭 테르미즈를 갔다 가자고 할 생각이었어요. 테르미즈로 가서 테르미즈를 구경하고 기차로 타슈켄트까지 넘어오면 되거든요.


수르한다리오에 들어오자마자 반기는 것은 쓰러진 집. 수르한다리오에 들어오자 풍경이 바뀌었어요. 카슈카다리오에도 산이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풍요로워 보였어요. 하지만 수르한다리오는 정말로 척박해 보였어요.


게다가 흙은 검은색 아니면 붉은색이었어요.


양떼는 많이 보였어요. 수르한다리오와 카슈카다리오의 유명한 음식으로는 화덕에서 구운 탄드르 카봅 (Tandir kabob)인데 왜 이 지역에서 이게 유명한지 보면 바로 알 수 있었어요. 농사가 절대 잘 될 것 같아보이는 땅이 아니었어요. 이런 땅에서 할 수 있는 건 오직 목축업. 그래서 양과 소를 키우다보니 당연히 구운 고기가 유명할 수밖에 없죠.


수르한다리오 들어서자 길 상태는 더욱 나빠졌어요. 카슈카다리오 길은 이곳 길에 비하면 정말 좋은 길이었어요.


다시 나타난 검문소. 다른 검문소는 건물도 잘 지어놓고 그랬는데 여기는 정말 척박한 환경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검문소였어요. 기사 할아버지께서 차에서 잠시 내려 대충 만든 듯한 사진 속 왼쪽 건물로 들어가시더니 잠시 후 나와서 다시 차를 몰기 시작하셨어요. 그리고 이쪽 검문소는 다른 검문소와 달리 군인이 총을 들고 무장을 하고 있었어요. 확실히 마약 루트라서 감시를 엄격히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지역도 비가 크게 내렸던 것 같았어요. 그래도 이 정도라면 아마 소나기 정도였을 거에요. 우즈베키스탄은 건조한 나라라서 하수 시설에 크게 신경을 안 써요. 그래서 소나기가 무섭게 퍼부으면 수도 타슈켄트의 길조차 순식간에 물에 잠겨요. 하물며 이런 변방 시골, 게다가 사람이 얼마 살지도 않는 곳에 하수 시설을 제대로 해 놓았을 리도 없죠.


길을 가다 보면 간간이 이런 마을이 보였어요.



길 왼편으로는 시커먼 땅이었어요. 길 오른쪽은 시뻘건 땅, 길 왼쪽은 시커먼 땅.


정말 황량함 그 자체.





정말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함의 연속이었어요. 정말 '척박하고 살기 힘든 서쪽 오랑캐의 땅'이라는 표현에 딱 어울릴만한 풍경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었요.


타슈켄트는 30도가 넘는데 아직도 눈이 쌓인 산이 보였어요.


여기에서 차를 세워달라고 하면 과연 누가 세워줄까? 자세히 보면 물건을 사가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누가 여기까지 와서 물건을 사 갈까? 낡고 칠이 벗겨지고 부서져가는 버스 정거장이 더욱 황량한 분위기를 돋보이게 하고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갑자기 차를 마을 안으로 몰고 들어가셨어요.


비가 언제부터 왔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개천에 물이 불어나 시뻘건 흙탕물이 무섭게 흘러 내려가고 있었어요.


마을로 들어가니 길 상태는 더욱 나빠졌어요. 이제 이 이상 더 나쁜 길은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비 한 번 왔다고 노면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어요.


멀리 보이는 강에는 흙탕물이 무시무시하게 흘러가고 있었고


도로는 일부 유실되어 있었어요. 유실된 도로로 흙탕물이 콸콸콸 흘러 내려가고 있었어요. 바로 이 길을 따라 가는데 우리가 건너가는 동안 길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은 실제보다 정말 안 무섭게 나왔어요.



창밖으로 설산이 보였어요.


차가 험한 길을 잘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었어요. 앞에는 차가 여러 대 멈추어 서 있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있었어요.


"헉!"


도로가 유실되고 그 위를 흙탕물이 덮쳤어요. 다른 차들이 이 길을 어떻게 뚫고 가야하는지 보고 있고 큰 트럭만이 이 길 위를 다니고 있을 뿐이었어요. 기사 할아버지께서는 과감히 멈추어 서 있는 차량들을 제끼고 흙탕물 속으로 차를 몰기 시작하셨어요.


흙탕물은 바퀴 중간 즈음 깊이였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노련하게 이리 저리 핸들을 돌려가며 운전하셨어요. 꽤 어려워 보이는 길이었는데 매우 쉽게 빠져나오셨어요.


건너는 순간에 찍은 사진은 없고 다 건넌 후 찍은 사진이에요.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순간이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차를 계속 모셨어요.


자연이 만든 장관. 멀리 눈부시게 빛나는 마을은 어둠 속에서 불을 켜서 빛나는 것이 아니었어요. 구름이 일부분 걷히며 쏟아져 내리는 뜨거운 햇볕이 마을에만 쏟아져 내리며 척박한 수르한다리오에 황금을 만들어주고 있었어요.



게다가 하늘에는 무지개. 그냥 무지개가 아니라 쌍무지개였어요. 붉으스름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대지와 쌍무지개!


어느덧 해가 저물었어요. 저녁 7시 57분. '한달' 이라는 마을에 도착했어요. 여기에서 잠시 내려 기사 할아버지께서는 패트병에 물을 뜨셨고, 저는 마실 것을 구입했어요.


어둠 속에서 보이는 풍경은 장관이었어요. 그러나 어두워서 달리는 차에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어요.


"오늘 반드시 국경 가야 하니?"
"예?"
"오늘 늦었으니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데려다줄게."


도로 사정이 너무 안 좋았고 주변에는 가로등이 거의 안 보였어요. 우리가 의지하는 것은 오직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 뿐. 게다가 창밖으로는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기사 할아버지께서는 우리가 원한다면 오늘 바로 국경에 데려다주겠지만 오늘 국경에 꼭 갈 필요가 없다면 자기 집에 손님으로 와서 하룻밤 머물고 가라고 하셨어요.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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