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모스크를 방문한 후 전철을 타러 안양역으로 다시 걸어갔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방글라데시 식당 찾으러 돌아다니기 전에 모스크부터 찾아서 갈 걸!"
안산에 모스크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단지 거기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못했을 뿐이었어요. 왜 지금까지 안산을 그렇게 여러 번 갔으면서 그때마다 모스크를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보았는지 모르겠어요. 항상 시간이 촉박하거나 일몰 시간이라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지나친 것도 아니었는데요. 시간이 남아서 일없이 돌아다닐 때조차도 모스크를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안산 모스크를 가기 참 귀찮았어요. 그렇지만 가야 했어요. 안양까지 왔는데 덜렁 모스크 하나만 보고 돌아가기에는 차비가 아까웠거든요. 안양에서 안산은 그렇게까지 멀지 않아요. 1호선 금정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한 후 안산까지 가면 되거든요. 그리고 이 환승이 바로 그 유명한 30초 환승으로 유명한 환승이구요. 안양 왔으니 안산 모스크까지 가기는 가야겠고, 가기는 귀찮았어요.
게다가 나 불과 이틀 전에 안산 갔었어!
이틀 전에 안산에 갔었기 때문에 안산 그 똑같은 곳을 또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안산의 중심가라고 할 만한 곳은 가보지 못했지만 거기는 안산역과 거리가 있는 곳. 걸어서 돌아다닐 곳이라면 결국 안산역 다문화 음식거리 및 그 주변인데 여기는 이틀 전에 가서 돌아본 곳이었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지하철을 타고 안산역으로 갔어요.
지하철역에서 나와 지도를 보았어요. 안산 모스크 주소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공원로 16-1 이었어요. 여기는 제가 전에 갔던 방글라데시 식당 앞을 지나가서 안산 원곡동 주민센터를 지난 후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으면 있다고 했어요.
경기도 안산 모스크는 최근에 재건축해 새로 개원한 곳이라고 해요. 기존의 방글라데시인 무슬림과 인도네시아 무슬림 및 이슬람 교단의 협력하에 2001년에 개원했고, 안산 공단 지역 무슬림들의 모스크 역할을 하고 있대요.
'안산 모스크도 방글라데시인들 엄청 많은 거 아냐?'
모스크 설명을 보니 여기도 안양 모스크처럼 방글라데시인이 매우 많을 것 같았어요.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갔어요. 날이 저물기 전에 모스크에 도착해야 외관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어요.
오후 5시 반. 드디어 안산 모스크 앞에 도착했어요.
모스크 건물 1층에는 할랄 식품 상점이 있었어요. 여기 주인은 파키스탄인 같았어요.
할랄 식품 상점 왼쪽에 있는 입구로 들어갔어요.
입구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어요. 영어로 여기 이름은 Ansan Masjid 였어요. 마스지드 Masjid 는 이슬람권에서 '모스크'를 의미하는 단어로 흔히 사용하는 아랍어 단어에요. 마스지드 Masjid 는 모스크 Mosque 라고 해도 되요. 왜냐하면 같은 뜻이니까요.
안내문에 적혀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어요.
1. No political program is allowed in masjid and its premises.
2. Need prior permission to arrange any Islamic program in Masjid.
3. No one allowed to collect money/donation without committee permission.
4. No one is allowed to sleep in 2nd and 3rd floor accept people of Dawa activity.
5. Should wear proper dress inside the premises all time.
6. Ladies are not allowed to go 4th floor.
7. By any means ladies are not allowed to stay in masjid overnight.
8. No outsider allowed to use kitchen facility.
9. No other organization are allowed to use kitchen facility for their purpose.
10. No one allowed to keep anything in masjid without permission.
1번은 이슬람 극단주의와 선을 긋기 위한 조치. 9.11 테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바로 무슬림이에요. 왜냐하면 그 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인식이 극도로 나빠졌고, '무슬림=테러리스트'라는 선입견이 전세계로 쫙 퍼졌거든요. '이슬람과 이슬람 극단주의는 다르다'는 주장을 가장 먼저 펼친 사람들이 바로 무슬림들이에요. 왜냐하면 당장 자기들도 알카에다 같은 테러리스트와 동급으로 취급당했으니까요.
3번은 모스크 안에서 구걸하지 말라는 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 역시 이슬람 극단주의와 선을 긋기 위한 조치이기도 해요. 이슬람의 희사인 자카트는 누구에게나 줘도 되거든요. 그래서 이를 악용해 이슬람 극단주의 활동 자금을 모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봐도 되요.
6번은 매우 흥미로운 점이에요. 4층은 여성 출입 금지 공간이래요.
또한 7번도 눈여겨볼 점이에요. 여성은 모스크에서 밤새는 것 금지.
1층에 무슬림들이 예배드리기 전에 몸을 씻는 의식인 우두를 하는 공간이자 화장실이 있었어요.
2층으로 올라갔어요.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입구에는 자카트를 집어넣는 헌금함과 예배를 드릴 때 쓰는 모자가 있었어요.
모스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확인할 일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미흐랍. 즉 예배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를 찾는 것이에요.
카페트에 줄이 있는데, 저 줄에 맞추어서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려요. 무슬림들은 예배를 드릴 때 다닥다닥 붙어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면적에 비해 예배 수용 인구가 상당히 크게 나와요.
"여기는 꽤 잘 만들어놨네?"
이것이 경기도 안산 모스크의 미흐랍과 민바르에요. 왼쪽에 있는 계단이 민바르, 가운데 푹 들어간 것이 예배방향인 '키블라'를 알려주는 '미흐랍'이에요.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을 보면 하얀색 다리 같은 것이 보일 거에요. 저기가 바로 여성 기도실이에요. 모스크에서 남성과 여성이 같은 예배 공간에서 함께 기도를 드리는 일은 없어요. 간이벽이라도 쳐서 남자와 여자를 분리해놔요.
2층 예배당에서 나와 3층으로 올라갔어요. 계단에 여성 기도실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어요.
여성 기도실은 진짜로 여성만 들어갈 수 있어요. 저는 남자이기 때문에 절대로 저 안을 들어가볼 수 없어요. 아무리 관광지로 유명한 모스크라 해도 여성 기도실만은 안 보여줘요.
3층은 마드라사 - 즉 이슬람 신학교였어요. 문이 닫혀 있었어요. 참고로 '마드라사'는 원래 아랍어로 '학교'에요. 지금도 '학교'라는 의미로 '마드라사'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고 있구요. 그러나 모스크에 있으면 일반 학교보다는 신학교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잘 맞아요. 교회, 성당의 성경학교 같은 거 생각하면 우리나라 모스크에 대해서는 대충 비슷하게 맞을 거에요.
4층으로 올라갔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인도네시아인들이 있었어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일단 아랍어로 인사를 했어요. 인도네시아인들이 아랍어를 모른다고 해서 영어로 이야기를 했어요. 내부를 보고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어요. 4층은 남자 무슬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잠시 기거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공간이었어요. 허락을 받고 내부를 촬영했어요.
'여기는 주로 인도네시아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모스크구나.'
어떤 언어로 된 책이 꽂혀 있나 살펴보았어요. 거의 다 인도네시아어로 된 책이었어요. 설명을 보았을 때, 이곳에는 인도네시아인과 방글라데시인이 많을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방글라데시인도 많기는 할 거에요. 하지만 일단 이 모스크에서 확실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이었어요.
사실 1층 공지문을 보았을 때 여기는 여러 국가 사람들이 골고루 올 거라 생각하기는 했어요. 왜냐하면 영어만 있었거든요. 안산은 단순히 안산 공단의 외국인 노동자들만 몰려오는 곳이 아니에요. 다른 지역 - 심지어는 경기 북부에서조차 외국인 노동자들이 놀러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중심지'에요. 민족별로 많이 모이는 도시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안산은 그냥 다 모이는 곳이에요.
경기 남서부권에서 모스크를 보고 싶으시다면 경기도 안산시 모스크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