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금촌역에서 그렇게 안 멀잖아?"
경기도에 모스크가 여러 곳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경기도 여기저기에 공단들이 들어서 있고, 그 공단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일하고 있거든요. 그 외국인 노동자들 중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이란 사람들이 무슬림이이에요. 그러니 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모스크가 있는 것은 그렇게 이상할 것이 전혀 없어요.
파주에도 공장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경기도 파주시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있는 편이에요. 이쪽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금촌역 쪽으로 모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파주는 의정부에서 가기 어렵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쉽다고 말할 수는 없는 곳. 파주까지 가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걸려요. 경기도 파주시에 모스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 여태도록 안 간 이유는 파주 자체가 가기 멀고, 거기에 모스크가 있다 해도 과연 제대로 된 모스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래도 서울 이태원에 경기도 안양, 안산, 광주에 있는 모스크를 갔다오니 파주 모스크도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광주시보다는 파주시가 의정부에서 가기 그나마 쉬운 편이었거든요.
주소를 지도로 검색해 보았어요. 금촌역에서 그렇게까지 먼 곳이 아니었어요. 가깝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걸어서 가지 못할 거리는 아니었어요.
"전에 파주 24시간 카페 미쁘다 갔을 때 들렸다 올 걸!"
후회가 되었어요. 미쁘다 카페에서 나와서 바로 집으로 올 것이 아니라 파주시 모스크인 파주성원을 들렸다 와야 했어요. 미쁘다에서 걸어간다면 그렇게 아주 많이 걸어갈 필요가 없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다녀왔다면 차비와 시간도 크게 절약할 수 있었구요. 금촌역에 볼 것이 뭐가 있을까 하고 그때 미쁘다에서 나와 바로 의정부로 돌아왔는데 그렇게 할 것이 아니었어요.
이렇게 된 이상 파주 금촌역으로 다시 간다.
경기도 광주시 모스크도 다녀왔는데 파주시 모스크 정도는 가는 것이 일도 아니었어요. 그에 비하면 정말 웃으며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였어요. 그래서 가기로 했어요. 사진 속 파주 모스크 건물은 참 임시 가건물처럼 생겼지만 그래도 직접 가서 어떤 곳인지 확인해봐야 속이 시원할 거였어요.
의정부에서 금촌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회기역에서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해야 했어요. 환승은 한 번만 하면 되었어요.
10월 16일 오후. 집에서 나왔어요. 전철을 타고 회기역으로 가서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한 후, 금촌역에서 내렸어요.
'버스 타고 갈까?'
10번, 30번 버스를 타면 모스크까지 갈 수 있었어요. 버스를 기다렸어요. 그러나 버스는 한참 뒤에야 온다고 했어요.
'어떡하지? 이러다 완전 깜깜해져버리겠는데?'
고민되었어요. 너무 어두워지면 사진을 찍을 수 없었거든요. 지도를 확인해보았어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파주여고까지 가는 버스는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파주여고까지 버스로 간 후, 모스크로 걸어가면 되었어요. 이렇게 가면 거리가 꽤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버스로 파주여고까지 간 후, 파주여고에서 모스크를 향해 걸어갔어요.
금촌역 앞쪽과 달리 파주여고에서 모스크를 가는 길 풍경은 아주 시골스러운 길이었어요. 하지만 차는 많이 다니고 있었어요. 이쪽에도 공장이 몇 곳 있는 것 같았어요.
10번, 30번 버스를 타고 갔다면 '영태6리.파주이슬람성원' 정거장 (정거장 번호 30372)에서 내리면 될 일이었지만, 이 버스가 너무 늦게 온다고 했기 때문에 걸어가야만 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영태6리, 파주 이슬람 성원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 지도를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길을 찾기 시작했어요. 좁은 길로 꺾어 들어갔어요.
"저기 모스크 있다!"
멀리 초록색 돔형 지붕이 보였어요. 저것은 딱 봐도 모스크. 이제 모스크 방향을 잡았으니 길 찾는 것은 일이 아니었어요. 어쨌든 저쪽으로 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2017년 10월 16일 오후 6시 15분. 드디어 파주 모스크 앞에 도착했어요.
경기도 파주 모스크 - 파주 이슬람 성원 주소는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통일로620번길 89-52 이에요. 지번 주소는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421-9 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다음 지도에서는 이 위치가 주소로만 검색해야 하는 반면, 네이버 지도에서는 '파주이슬람성원'으로 검색이 된다는 점이에요.
경기도 파주시 모스크는 방글라데시 무슬림들이 부지를 매입했고, 당시 주한 카타르 대사 압둘라작 압둘가니가 건축 기금을 희사해서 준공된 모스크라고 해요.
'안에 들어가봐야지.'
모스크 옆 투박한 육면체 건물 위에 설치된 간판에는 PAJU MASJID 라고 적혀 있었어요.
모스크에 있는 입구 문은 잠겨 있었어요. 모스크와 모스크 옆 투박한 육면체 건물 사이에 계단이 있었어요. 계단을 올라갔어요.
'여기 방글라데시인들이 주로 오는 모스크구나.'
무슬림들이 기도를 드리기 전에 하는 세정 의식인 우두를 하는 공간 옆에 벵골어가 적혀 있었어요. A4 용지에 손으로 쓴 벵골어 안내문이 있다는 것은 여기 오는 무슬림들 중 많은 사람들이 벵골인 - 즉 방글라데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우두 공간은 이렇게 생겼어요.
기도실 문 위에는 아랍어와 더불어 벵골어가 적혀 있었어요.
아랍어 위에 적혀 있는 벵골어 맨 첫 단어는 읽을 수 있었어요. '모스지데' মসজিদে 였어요. 방글라데시의 국어인 벵골어에서 'মসজিদ' 모스지드는 바로 '모스크'를 뜻해요.
기도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기도실 안에서는 벵골인 세 명이 기도를 드리고 있었어요. 그 중 두 명이 마침 제가 기도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기도가 끝났어요. 인사를 하고 내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러자 지금 이맘이 기도를 드리고 있으니까 이맘의 기도가 끝나면 사진 찍으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이맘의 예배가 끝나기를 기다렸어요. 잠시 후. 이맘의 예배가 끝났어요.
"여기 사진 찍어도 되나요?"
"예, 찍어요."
이맘도 방글라데시 사람이었어요. 이맘은 모스크 내부 불을 훤하게 다 켜주셨어요. 모스크 내부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이것이 바로 파주 모스크의 미흐랍이에요.
미흐랍은 벽 한 귀퉁이에 있었어요. 이쪽을 보고 예배를 드리게 되어 있는 구조였어요.
미흐랍 왼쪽에는 책장이 있고, 책장 안에는 쿠란이 놓여 있었어요.
미흐랍을 기준으로 왼쪽에 작은 책장이 있었고, 여기도 책이 있었어요.
대부분의 책이 벵골어로 된 책이었어요. 아마 방글라데시 책일 거에요. 이 책만 봐도 이곳에 찾아오는 무슬림은 대부분 방글라데시 노동자임을 알 수 있었어요.
"어? 이거 뭐야?"
키릴 문자로 된 이슬람 서적이 있었어요. 어느 언어인지 살펴보았어요. 키르기즈어였어요. 매우 놀랐어요. 책과 안내문, 입구의 안내표지판을 보았을 때 여기는 방글라데시인들이 거의 전부, 사실상 전부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키르기즈어로 된 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에 키르기즈인들도 오나 봐요.
"커피 마셔요?"
"예."
이맘께서 갑자기 기도실로 들어오더니 제게 커피를 마시냐고 물어보았어요. 당연히 마신다고 대답했어요. 제가 술은 안 마시지만 커피는 엄청나게 마시거든요. 이맘은 다시 나갔어요.
입구 쪽에는 무슬림들이 예배할 때 쓰는 모자가 있었어요.
"커피 마셔요."
"예? 감사합니다!"
이맘이 커피를 타서 제게 주었어요. 커피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여기는 주로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오는 모스크이고,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인들도 온다고 했어요.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몇 명 모스크 안을 들락날락거리고 있었어요. 이맘은 제게 내부 촬영을 다 했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아직 다 못했다고 말씀드리자 사진 촬영한 후 자기를 찾아오라고 이야기했어요.
다시 기도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모스크 내부 사진을 촬영한 후,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모스크에서 나오자 방글라데시인 한 분이 제게 물어보았어요.
"매실 마셔요?"
"예? 예..."
제게 따라오라고 했어요. 방글라데시인이 저를 데려간 곳은 부엌이었어요.
"이거 많이 셔요. 물에 희석해서 마셔야 해요."
저를 위해 매실 농축액을 따라준 후, 물을 부어 희석해서 주스를 만들어주었어요.
"감사합니다."
또 잡담을 잠시 나누었어요. 이분들도 다카 쪽에서 온 분들이었어요. 방글라데시에 대해 궁금했던 방글라데시 차, 스리몽골에 대해 물어보았어요. 스리몽골에서는 외국에 수출하기 위한 차를 생산한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망고 먹어요?"
"예."
"이거 미국 망고에요."
망고도 썰어서 주셨어요.
"방글라데시 망고는 크고 맛있어요. 그런데 지금 철이 아니에요."
두 분과 이야기를 하다 가방에서 벵골어 교재를 꺼내었어요. 제가 갖고 있는 벵골어 교재는 음성 파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발음하는지 궁금해서 읽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친절하게 읽어주셨어요.
모스크에서 나올 때 이맘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어요.
'방글라데시 왠지 흥미로운데?'
정말로 방글라데시가 조금씩 흥미로워지기 시작했어요.
'여기가 집에서 가까우면 자주 놀러올텐데!'
그러나 의정부에서 파주는 너무 멀었어요. 벵골어도 한 번은 공부해보고 싶은 언어인데 파주는 의정부에서 정말 큰 맘 먹고 가야 하는 곳이거든요.
경기도 파주시에도 모스크가 있어요. 여기는 주로 방글라데시인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여담으로, 이때 파주를 돌아다니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들었어요. 주말에 파주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중 캄보디아인들은 수원역으로 잘 놀러가고, 미얀마인들은 의정부로 잘 놀러간대요. 나머지 국가 노동자들은 안산으로 잘 놀러가구요.
'의정부에 왜 놀러오지?'
의정부에서 미얀마인들을 많이 보기는 했어요. 하지만 미얀마인을 위한 식당이나 가게 같은 것은 본 적이 없어요. 의정부에 베트남인을 위한 식당 및 태국인을 위한 식당은 보았지만 미얀마인을 위한 식당은 발견하지 못했어요. 미얀마인들이 의정부로 놀러온다면 의정부에 미얀마인 식당 및 가게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은데, 거기가 어디인지 도통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