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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 다문화거리 방글라데시 식당 - 알바라카 레스토랑 Al Baraka Restaurant

좀좀이 2017. 10. 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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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 있는 스리랑카 식당인 랑카인도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나오니 5시 10분이었어요. 3시 50분부터 5시 10분까지 아주 늦은 점심을 먹었어요. 배가 많이 불렀어요.


'배나 꺼트리고 돌아가야지.'


소화도 시키고 구경도 할 겸 해서 안산 다문화거리를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어요. 거리를 돌아다니다 문득 외국 과자 같은 것 살 것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방글라데시나 스리랑카 것 뭐 새로 들어온 거 있을 건가?'


스리랑카 상점부터 먼저 가보았어요. 그렇게까지 새로운 것은 보이지 않았어요. 홍차를 살까 잠시 생각했지만, 제일 작은 포장이 50포 짜리였어요. 저 혼자 50포를 우려마시는 것은 절대 무리. 그래서 스리랑카 상점에서 나와 다른 상점들을 돌아다녔어요.


'방글라데시 Taaza 홍차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판매중인 홍차 중 방글라데시 홍차도 있어요. Taaza 라는 홍차에요. 이태원 같은 곳 가면 볼 수 있어요. 방글라데시 과자는 구해서 먹어보았기 때문에 방글라데시 홍차를 마셔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Taaza 홍차를 파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구입하지 못한 이유는 이것 또한 대용량으로만 팔았기 때문이었어요. 50포는 저 혼자 감당이 아예 안 되는 양이거든요.


참고로 이것이 방글라데시 Taaza 홍차 광고에요.



참고로 아래 영상은 방글라데시의 주요 차 생산지 중 하나인 스리몽골 지역을 다룬 영상이에요. 영어로는 Srimangal 이라 쓰는데 실제 발음은 '스리몽골'이에요.




방글라데시 타자 홍차 중 유통기한 괜찮은 것을 파는 가게를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유통 기한 괜찮은 것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어요. 유통기한이 2019년까지였어요.


'이거 사서 집에 돌아갈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50포를 다 해치울 자신이 없었어요. 한참 고민하다 망설이는 것을 멈추고 가게에서 나오는 순간, 가게 계산대에 수기로 적힌 종이들을 보았어요.


"저거 벵골어인데?"


저는 벵골어도 모르고 힌디어도 몰라요. 방글라데시의 국어는 벵골어이고, 인도의 공용어는 힌디어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리고 몇 개 글자는 알아요. 종이에 적힌 글자는 방글라데시에서 사용하는 벵골어였어요.


'방글라데시 식당 있나 물어볼까?'


우리나라에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꽤 있어요. 분명히 방글라데시 식당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대놓고 '방글라데시 식당'이라고 걸고 장사하는 곳이 없어요. 인터넷을 검색했을 때, 청주에 방글라데시 식당이 있다고 나왔어요. 충북대학교 정문 앞에 있다고 해서 얼마전 청주 갔을 때 가보았어요. 그 식당은 없어졌고, 중국 식당으로 바뀌었어요. 우리나라에서 네팔 식당도 가봤고, 파키스탄 식당도 가봤어요. 하지만 방글라데시 식당은 찾지 못했어요.


어머니는 내게 입 뒀다 흉년에 밥 빌어먹을 거냐고 하셨지.


어렸을 적 낯가림을 심하게 하는 제게 어머니는 입 뒀다 흉년에 밥 빌어먹을 거냐고 하곤 하셨어요. 방글라데시 식당이 있냐고 물어본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아무 것도 없었어요. 스리랑카 식당에서 밥을 먹은지 이제 한 시간 정도 되었기 때문에 밥을 또 먹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위치만 안다면 배 좀 확실히 꺼뜨리고 먹어도 될 거에요. 그래서 다시 안으로 들어갔어요.


"실례하지만 말씀 좀 여쭈어봐도 될까요?"

"예."


가게에 있던 외국인들이 저를 쳐다보았어요.


"여기에 방글라데시 식당 있나요?"

"예, 있어요."

"어디에 있어요?"

"아, 제가 알려드릴께요."


아저씨 한 분이 제게 따라오라고 했어요. 그래서 아저씨를 따라갔어요.


"방글라데시에서 오셨어요?"

"예."

"다카요?"

"예, 다카요."


아저씨는 방글라데시인으로, 다카에서 오셨다고 하셨어요. 


"방글라데시 음식은 뭐가 있어요?"

"푸치카라고 만두도 있고, 볶음밥도 있어요."


이때 푸치카가 뭔지 몰랐어요.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검색하고서야 알았어요. Phuchka 는 Golgappa 라고도 부르는 음식이래요. 벵골 지역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해요. 아래는 푸츠카 만드는 방법이에요.



혹시 방글라데시 주요 차 생산지인 '스리망갈'에 대해 아냐고 여쭈어보았어요. 아저씨께서 잘 못 알아들으셨어요. 그레서 '스리멍걸' 아냐고 하자 자기는 '스리몽골' 출신이 아니라 다카 출신이라고 하셨어요.


아저씨가 저를 식당으로 데려가셨어요. 아저씨를 따라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식당 안에는 방글라데시 청년 한 명과 방글라데시 아주머니 한 분이 앉아 계셨어요.


"아직 식당에 메뉴가 없어요."


아저씨께서는 제게 무슨 음식이 있는지 설명해주셨어요.


식당에서 '익스큐즈미, 치킨, 비프, 워터, 기브 미, 메뉴, 디스, 원, 투, 쓰리, 플리즈'만 알아도 되는 이유는 어차피 들어도 모르기 때문이지.


한국에서 외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 특히 한국인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에 갔을 때 가끔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한국어를 거의 못해서 영어로 주문해야 할 때가 있어요. 이때 저 위에 적힌 영어만 알면 되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원래 잘 먹지 않는 재료, 우리나라에 없는 조리법 같은 건 아무리 설명을 들어봤자 모르거든요. 설령 우리나라에 있는 식재료라 하더라도 그걸 영어로 다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더욱이 음식의 범주화도 각 나라 문화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비슷한 것으로 설명해줘도 그것이 내가 알아들은 것과 외국인이 말해준 것이 비슷할 거라 장담을 할 수 없어요. 한국 요식계가 일본 영향을 크게 받아서 일본식 구분을 따르는 일본의 먹거리들 범주화는 우리의 예상과 그럭저럭 잘 맞아떨어지지만, 그 외에는 그리 썩 잘 맞아떨어지지 않아요.


'이것은 너네 나라 무슨 음식과 비슷하다'라고 알려주는 것이야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화자의 음식 범주화 및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음식과 청자의 음식 범주화 및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음식이 일치하지 않을 확률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높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서,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삼계탕은 너네 나라 치킨 수프야' 라고 말했을 때, 이 말을 들은 외국인이 상상한 '삼계탕'과 한국인이 생각하는 '치킨 수프'이 비슷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거에요. 대추, 인삼, 황기 등을 영어 사전 찾아서 말해줬을 때 외국인이 이걸 다 알아먹을 확률은 장담컨데 그리 높지 않아요.


푸치카는 만두라고 알려주시고, 볶음밥이라고 뭔가 있다고 하시며 열심히 설명해주셨지만 그게 뭔지 하나도 알 수 없었어요. 저를 식당으로 데려다주시고 열심히 음식을 한국어로 설명해주신 방글라데시인 아저씨께 미안했지만, 설명을 듣고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비리야니 있어요?"

"예. 있어요. 그것도 맛있어요."

"그러면 비리야니 주세요."


사실 푸치카도 시키고 싶었어요. 그러나 이때 시각 저녁 6시 조금 전. 스리랑카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온지 불과 한 시간 지났을 때였어요. 음식 하나는 어찌어찌 먹을 수 있지만, 음식 두 개는 진짜 무리였어요. 스리랑카 식당에서 혼자 2인분 먹고 나와서 한 시간 뒤에 또 식당 가서 밥 먹는 꼴이었으니까요.


"혹시 밀크티 있나요?"

"예. 있어요."

"그러면 밀크티 주세요."

"그러면 식사 끝난 후에 밀크티 주라고 말해줄께요."


방글라데시인 아저씨께서는 친절하고 센스있게 식당 청년에게 뭐라고 이야기하셨고, 청년은 알았다고 하고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어요.


주문을 마친 후, 식당 안을 둘러보았어요.


방글라데시 방송


벽에 매달려 있는 TV에서는 벵골어 방송이 나오고 있었어요. 물론 저도 들어서 안 것은 아니에요. 글자 보고 알았어요.


예를 들어서 같은 k 발음이라도 벵골어는 ক, 힌디어는 क 에요. 이 두 글자만 기억하고 있어도 글자로 나오는 것이 벵갈리인지 힌디인지 구분할 수는 있어요.


안산 방글라데시 식당


식당 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경기도 안산 다문화거리 방글라데시 식당 - 알바라카 레스토랑


벽에 걸려 있는 것들에 적힌 글자는 방글라데시의 국어인 벵골어 글자들.


벵골어


잠시 후, 제가 주문한 비르야니가 나왔어요.


방글라데시 비르야니


이거 양 왜 이렇게 많아!


게다가 완전 밥 반, 고기 반이야!


반찬으로 생야채도 나왔어요.


방글라데시 비리야니는 향신료 향이 매우 강했어요. 고추와 건포도가 들어가서 맵고 달았어요. 매운맛은 밥을 입에 오래 물고 있을 때 조금 느껴지고, 삼킬때 목구멍에서 확 강하게 느껴졌어요. 1시간 전 스리랑카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은 입 안에서 매웠는데, 이 음식은 삼킬 때 목구멍에서 갑자기 매운 맛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참고로 아래는 이 음식 만드는 방법 동영상이에요.



동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제가 먹은 비르야니도 밥 반 고기 반이었어요. 양도 무지 많았어요.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가 않았어요. 고기는 쇠고기 같았어요. 고기를 열심히 발라먹고 밥을 퍼먹었지만 쉽사리 양이 줄어드는 것이 보이지 않았어요.


간신히 밥을 다 먹자 밀크티가 나왔어요. 여기는 방글라데시 식당이니 '짜이'라고 해야겠죠.


방글라데시 밀크티


우와! 이거 진짜다!


커피만큼 진했어요. 쓴맛이 상당히 강하고 차맛이 상당히 강했어요. 우유도 맛이 절대 안 졌어요. 단맛도 약하지 않은데 나머지 셋이 엄청 강했어요. 보통 단맛이 깡패인데 여기서는 단맛이 불쌍한 소시민이었어요. 이 정도 맛이라면 커피 대용으로 98% 가능이었어요.


아래는 방글라데시 밀크티 만드는 방법 동영상이에요.




이렇게 먹고 12000원 나왔어요. 뭐가 얼마인지 잘 몰라요. 12000원이라고 해서 12000원 내었어요. 비르야니가 아마 8천~9천 할 거에요.


식당에서 휘청거리며 나왔어요. 이날 먹은 것이 말이 좋아 3인분이지, 우리나라 식당이었으면 4인분에서 5인분 되는 양이었어요. 식당에서 나와 식당 이름을 확인했어요.


알바라카 레스토랑


이러니 우리나라에서 방글라데시 식당을 찾을 수 없지...


'방글라데시 음식점'이 아니라 '인도 음식점'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일단 근원적으로 보자면,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가 역사적으로는 한 나라에요. 남아시아 국가들은 1971년 방글라데시가 독립하면서 오늘날의 국가들이 완성되었어요. 그리고 방글라데시의 기원이 영국의 벵골분할령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봐도 되요. 힌두교도가 많이 사는 서벵골은 지금도 인도땅이에요. 서벵골의 주요 도시는 바로 콜카타. 힌두교도들이 많이 사는 인도의 서벵골과 무슬림들이 많이 사는 방글라데시 - 동벵골의 음식에 차이가 있기는 할 거에요. 둘 다 음식에 대한 제한이 큰 종교니까요. 하지만 종교적 차이를 제외하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을 거에요.


게다가 서벵골이 인도땅이니 벵골 지역 음식을 '인도 음식'이라 해도 별 무리가 없어요. 원래 다민족 국가는 '영토'개념으로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물론 제가 먹은 비리야니는 쇠고기가 들어갔으니 서벵골에서 찾기는 아주 어렵지 않을까 싶지만요.


두 번째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노동자가 매우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남아시아 카레를 널리 알린 것은 인도와 네팔 사람들이라는 점이에요. 특히 동대문에 있는 네팔 식당 '에베레스트'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있는 남아시아 식당을 보면 거기가 파키스탄 식당이든 방글라데시 식당이든 '남아시아'를 하나로 묶어서 '인도, 네팔 식당'이라고 하거나, '인도 식당'이라고 하고 남아시아 국기들을 그려놓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어요. 무슨 우리나라처럼 '남과 북은 하나다'를 강력히 외치는 국가들도 아니면서 식당마다 입구에는 '인도 음식점'이라 하고 남아시아 국기들을 좌르르 그려놓은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위에 언급한 근원적 이유와 두 번째 이유가 결합해서 우리나라에서 실제로는 파키스탄 식당이든 방글라데시 식당이든 이들 식당들은 '인도 식당'이라고 내걸고 있어요.


이날 이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얻은 소득은 세 가지였어요.


01. 우리나라에 방글라데시 식당이 있다.

02. 방글라데시 비리야니, 짜이를 맛봤다.

03. 남아시아 식당을 찾고 싶으면 주변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에 들어가서 물어봐야 한다.


만약 방글라데시 음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안산에 있는 알바라카 레스토랑이 방글라데시 음식점이에요. 인도 음식점이라고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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