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먹어본 참치는 동원에서 나온 볶음 카레 참치에요.
볶음 카레 참치를 본 순간 혹시 예전에 강황 열풍이 불었을 때 나온 참치 아닌가 했어요. 예전에 우리나라에 강황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오만 것들이 다 강황을 섞어서 나왔었어요. 이 참치도 혹시 그 카레 열풍에 맞추어 나온 것 아닌가 싶었어요. 물론 정확히는 몰라요. 우리나라에 카레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고, 그때쯤 나왔다고 한다면 이상할 것은 없어서 추측해본 것이에요. 그리고 이 추측은 아마 완벽히 틀렸을 확률이 높구요.
처음 볶음 카레 참치를 보았을 때는 그러려니 했어요. 딱히 특별하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어요. 카레야 우리나라에서 흔해빠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먹는 음식이니까요. 게다가 이 참치는 보나마나 그 노란 카레 가루를 사용했을 거구요. 급식, 짬밥, 김밥천국 등등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그 노란 카레 가루요. 그 카레 가루는 한국인에게 고향의 맛 같은 맛이고, 그렇다면 딱히 궁금할 것까지는 없었어요.
그래서 그냥 평범한 참치라고 생각했어요. 먹어본 적은 없지만 존재 자체는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그런 종류였어요. 단지 제가 오직 하얀 참치만 구입해서 다른 참치들에 관심을 주지 않다보니 그 동안 발견 못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잠깐,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순간 뭔가 이상했어요.
나는 카레 만들 때 참치캔을 넣어서 만든 적이 있던가?
자취생의 친구, 카레. 카레의 친구, 자취생. 카레란 참 신의 음식이에요. 카레를 망치기는 참으로 어려워요. 일단 기본적인 그 맛은 뭔 짓을 해도 나와요. 하지만 맛있는 카레를 만들어보겠다고 이것저것 마구 넣다보면 오히려 망치기 딱 좋은 음식이 카레에요. 물조절이고 나발이고 필요없어요. 가장 싸구려 분홍 어육 소시지에 양파만 썰어넣고 기름 두르고 대충 볶는 시늉이나 하든 말든 하다가 - 즉 정말 만사 귀찮으면 볶는 과정도 과감히 생략하고 물도 대충 콸콸 냄비에 붓고 끓여요. 그리고 대충 카레 가루 부어줘요. 끓여도 끓여도 카레가 걸쭉해지지 않으면 카레 가루를 또 부어줘요. 그래도 안 걸쭉해지면 카레 가루를 또 부어줘요. 그러다 너무 걸쭉해지면 물을 더 부어줘요. 그렇게 점도를 맞추면 끝. 적당히 퍼먹다 남은 것은 냉장고에 집어넣어놓으면 되요. 그리고 다음 식사는 또 카레. 또 카레. 또 카레. 신기한 것은 이렇게 무성의하게 만들어도 그럭저럭 먹을 수는 있는 맛이 나온다는 거에요. 하지만 오히려 욕심을 내어서 단맛 낸답시고 고구마를 넣거나, 인도 카레풍으로 만든다고 마늘을 넣다가 양 조절 실패하면 맛이 바로 앞에 말한 대충 끓인 카레만도 못한 음식물쓰레기가 탄생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카레에 참치캔을 넣고 만들어본 적은 없어요. 단연코 없어요. 카레에 참치캔 넣는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과연 카레 참치는 어떤 맛이 날까?
정말로 궁금했어요.
그렇게 해서 이번에 먹은 참치는 동원 볶음 카레 참치에요.
캔 측면을 보면 '한번 더 볶아 풍부한 맛~'이라고 적혀 있어요.
제가 구입한 동원 볶음 카레 참치 캔은 150g 에 열량은 160 kcal 이었어요. 볶음카레 39%에 다랑어 34% 들어갔대요.
캔 한쪽에는 성분표기가 되어 있었어요.
볶음 카레는 휘핑크림, 카레분, D-소르비톨액, 토마토케첩, 발효강황분말이 들어갔대요. 휘핑크림은 국산 우유로 만든 유크림, 중국산 양파로 만든 로스티드오니온과 수입산 대두유, 갈색설탕, 밀로 만든 양조간장이 들어갔대요.
다랑어는 원양산이에요. 그리고 감자, 당근, 정제수가 들어갔대요.
동원 볶음 카레 참치는 밀, 대두, 우유, 토마토를 사용한 제품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제조되었다고 해요.
캔 윗면은 이래요.
캔을 땄어요.
"이거 완전 카레밭이잖아?"
보이는 것은 온통 카레. 냄새는 딱 오뚜기 3분 카레였어요. 3분카레에서 고기 쪼가리만 안 보이는 모습이었어요. 어떻게 보아도 일단 이것은 카레.
일단 카레를 맛보았어요. 정말로 오뚜기 3분 카레였어요.
"참치 어디 있어?"
카레를 뒤적거렸어요. 괜히 다랑어 34%라고 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참치를 찾기 힘들었어요. 귀찮아서 숟가락으로 퍼먹었어요. 참치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태평양에서 그물로 다랑어를 잡듯 숟가락으로 카레의 바다를 휘휘 젓자 등장한 참치.
"뭐야? 이거 3분카레잖아?"
참치가 3분카레 고기 같았어요. 순간 진실게임을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오뚜기 3분 카레에 들어있는 것이 참치인지, 이 캔에 들어 있는 것이 고기인지요. 너무 똑같았어요. 이건 밥반찬으로 먹을 게 아니라 밥 위에 붓고 비벼먹어야 할 것이었어요. 이것 한 캔으로 밥을 다 비빌 수는 없으니 덮밥 식으로 밥 위에 올려놓고 살살 떠먹어야 할 것 같았어요.
딱 3분 카레를 참치캔에 담아놓은 맛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