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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24시간 영업하는 패스트푸드점과 친해지게 되요. 왜냐하면 밤에 돌아다니다 배고프면 뭔가 먹고 싶어지는데, 심야 시간에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가게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주로 해장국집이 24시간 영업을 해요. 그러나 모든 해장국집이 24시간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한밤중 카페 찾아 돌아다니는 중에 국밥을 먹으면 시간에 쫓기게 되구요. 어둠은 그렇게 길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편의점,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패스트푸드점에서 특히 눈에 많이 띄는 곳은 바로 롯데리아. 롯데리아는 지점이 많아서요. 밤에 돌아다니다 롯데리아 가는 일이 간간이 있어요. 편의점 가기도 싫고 국밥 먹기도 별로일 때 선택지가 거의 없거든요.


24시간 카페를 돌아다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출출한데 아침이라서 먹을 것이 정말 마땅치 않았어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길을 걷고 있는데 마침 롯데리아가 보였어요. 이럴 때 롯데리아는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은 기분. 아침에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무언가 사먹고 집에 돌아가고 싶을 때도 종종 있지만 노점상들은 카드를 안 받아줘요. 카드를 받아주는 식당들은 아침에 문을 거의 다 닫구요.


롯데리아 안으로 들어갔어요. 롯데리아에서 먹는 메뉴는 원래 데리버거. 롯데리아에서 가장 인기좋은 메뉴이기도 하고 원래 데리버거를 매우 좋아했어요. 제가 패스트푸드 햄버거 중 가장 먼저 먹어본 것이 데리버거이기도 하구요.


'다른 거 먹어볼까?'


그래도 이왕 한밤중에 나와서 열심히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무언가 다른 것을 먹고 싶어졌어요. 메뉴를 쭉 살펴보았어요.


"빅불? 저거 빅립 비슷한 건가?"


아주 예전에 롯데리아에 '빅립'이라는 햄버거가 있었어요. 맥도날드가 우리나라에 빅맥을 출시하자 빅맥 대항마로 내놓은 제품이었어요. 빅립은 다른 햄버거들에 비해 가격이 비싸기는 했지만 양도 그만큼 많았어요.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빅립이 무지 컸고, 번이 매우 얇고 썩 단단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포장을 열면 힘없는 번이 흐느적거리고 있었어요. 그래도 빅립은 세트 하나 먹으면 배가 불렀기 때문에 매우 사랑했어요. 제가 살던 동네에 한쪽에는 맥도날드가 있고, 한쪽에는 롯데리아가 있었어요. 그래서 햄버거로 끼니를 때워야겠다고 생각한 날이면 빅맥을 먹을지 빅립을 먹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곤 했어요. 그리고 진짜로 롯데리아 가서 빅립 달라고 해야 하는데 햇갈려서 빅맥 달라고 해본 적도 있었어요. 아직도 그 직원의 넋나간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하여간 빅립을 참 많이 먹었고, 참 좋아했기 때문에 '빅불버거'를 보는 순간 혹시 그것과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빅불 버거를 주문했어요.


롯데리아 빅불버거 세트는 이렇게 생겼어요.


롯데리아 빅불버거 세트


빅불 버거 포장지는 이렇게 생겼어요.


롯데리아 원조 빅불버거


'이건 예전 그 빅립의 크기와 무게가 아닌데...'


포장을 뜯기 전부터 실망했어요. 저는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빅립을 기대했거든요. 그러나 이것은 그것과는 거리가 많이 멀었어요.



빅불버거의 높이는 롯데리아 콜라컵의 절반 정도 높이였어요.


롯데리아 빅불버거


데리버거 소스+쇠고기 패티


딱 느낌이 저랬어요. 생양파, 양상추가 들어있기는 했지만 큰 존재감이 없었어요. 식감에 영향을 주는 정도였어요. 그 이상의 그 어떤 것도 없었어요. 맛에서 그렇게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그저 아삭거릴 뿐이었어요.


소스는 데리버거 소스맛이었어요. 그래도 이름답게 불고기 패티가 두 장 들어 있었어요. 그 덕분에 불고기 맛은 잘 났어요.


그리고 딱 여기까지였어요. 더 특별한 것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찾을 수 없었어요. 먹으면서 문득 든 생각이라고는 '빅맥이 한국화되면 이런 식으로 변할 건가?'라는 생각 정도였어요. 빅맥과 맛이 많이 다르기는 했지만 빅맥이 한국 와서 한국물 많이 먹으면 이렇게 변해버릴 것 같았어요.


할인행사한다면 기분좋게 먹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뭔가 어정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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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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