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중앙아시아 생존기 (2012-2013)

장식용 사과

좀좀이 2012. 4. 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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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시장에 가 보면 다섯 종류의 사과가 있어요. 샛노란 사과, 연노랑 사과, 초록 사과, 새빨간 사과, 한국 것이랑 비슷한 사과가 있어요.


연노랑 사과, 초록 사과, 새빨간 사과, 한국 것이랑 비슷한 사과는 이미 먹어보았어요.


각 특징을 설명하자면


연노랑 사과 : 조금 퍼석거리나 매우 달아요.

초록 사과 : 사각거리나 신 맛이 있어요.

새빨간 사과 : 매우 퍼석거리고 밍밍해요.

한국 것이랑 비슷한 사과 : 아주 맛있어요. 사각사각하고 물도 많고 아주 달아요.


그러나 샛노란 사과는 못 먹어보았어요. 그러다 마침 시장에 간 김에 하나 사왔어요. 가격은 1개에 4400숨. 한국 것이랑 비슷한 사과가 1kg에 8500숨인 것에 비하면 정말 초특급 사치품. 상인들이 계속 아주 좋다고 zo'r를 외치기에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하나 사 왔어요. 

왼쪽이 샛노란 사과, 오른쪽이 한국 것이랑 비슷한 사과에요. 조명이 형광등이라 원래 색과는 꽤 많이 다르게 나왔어요.


큰 기대를 가지고 비교 시식을 해 보았어요. 먼저 샛노란 사과.


"이거 뭐야?"


달기는 했지만 신 맛도 있었어요. 그리고 퍼석거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연노랑 사과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보면 맞을 듯. 기대보다 훨씬 떨어졌기 때문에 정말 4400숨 주고 산 것이 너무 후회되었어요. 혹시 혀가 맛을 제대로 못 느끼고 있나 해서 바로 한국 것 비슷한 사과를 먹어 보았어요. 역시나 엄청나게 달고 신맛이라고는 거의 없었어요.


"아놔...4400숨이면 사과 0.5kg은 더 살 수 있는 돈인데!"


엄청난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먹은 사과를 무를 수도 없는 일.


다음날 현지인에게 이 사과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현지인이 그건 장식용 사과라고 했어요.


현지인 말에 의하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손님 접대를 위해 바구니에 다양한 과일들을 남아 놓는데 그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이 샛노란 사과를 몇 개 집어넣는대요. 이 샛노란 사과와 더불어 장식용 사과로 쓰이는 사과가 바로 새파란 사과. 이 사과들 말고 한국 것 비슷한 것 - 이것은 키르기즈스탄에서 수입해 온다고 해요 - 을 주로 사먹는데, 이게 물도 많고 매우 달고 맛있대요.


일단 우즈베키스탄에서 팔리고 있는 다섯 종류 사과를 다 먹어봤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는 있지만 4400숨을 날린 것은 정말 잊을 수가 없네요.


p.s. 겨울 멜론이 들어가서 이제 여름 멜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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