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프롤로그

좀좀이 2011. 11. 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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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중순.

척박한 환경에서 근무하던 저는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아무런 준비도 못했어요.  그 기초적인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조차 준비하지 못했어요.  숙소는 당연히 예약 안함.  뭐가 볼 것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떠났어요.

여행시작 전날.

터키에서 공부하고 있던 분과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만나는 장소는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  하지만 송별회라고 술을 잔뜩 먹고 뻗어버리는 바람에 연락을 못하고 푹 골아떨어져버린 나.

다음날 어떻게 만날지, 어떻게 사람을 찾아야할지 마음은 급한데 방법이 없었어요.  겨우겨우 아침에 연락이 닿아 공항에서 별무늬 옷을 입은 여성을 찾으면 된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해방!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기에 올라탔어요.

이것이 투버그의 나라입니까!

매일 밤 저와 함께 하던 투버그 맥주.  이것은 터키 맥주에요.  터키라고 하면 그때까지 저에게 알려진 것이라고는 매일 밤 저를 달래주던 투버그 맥주를 생산하는 나라라는 것 정도였어요.

해방의 기쁨도 잠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저를 찾아온 것은 잔인한 현실.  일단 1등으로 짐을 찾았어요.  터키인들은 입국심사 받으러 줄 서 있고, 터키인이 아닌 사람들은 도착 비자를 받느라 줄을 길게 서 있는데 저는 그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았어요.  짐을 찾는데 저혼자 덜렁 서서 제 짐을 찾아 나왔어요.  주변에는 주인들이 입국심사에 발이 묶여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짐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어요.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만나기로 한 사람을 찾았어요.  하지만 찾을 수 없었어요.  더욱이 여기는 말도 안 통하는 터키.  터키어 한 마디도 몰라요.  숫자는 물론이고 안녕하세요도 몰라요.  일단 담배나 한 대 태우고 공중전화나 찾자는 마음에 공항 밖으로 나갔어요.  하지만 동전으로 하는 공중전화 따위는 공항 밖에 없었어요.  어디에 공중전화가 있냐고 물어보자 안에 있대요.

안에 있는 공중전화 다 찾았어!  그런데 전부 카드 공중전화기였단 말이야!

마땅히 방법이 없어서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는데...

보안검색!

보안검색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어요.  나가는 것은 자유이지만 들어오는 것은 보안검색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어요.  나 지금 공항에서 나왔다고 비행기 티켓 조각을 보여주었으나 가방도 엑스레이 검사에 넣고 허리띠도 풀라고 했어요.  별 것 없었지만 보안검색 자체가 상당히 귀찮은 일.

그렇게 공항을 돌아다니는데 분홍색 상의를 입은 한국인 여성이 제게 다가왔어요.

"혹시..."
그분이 맞았어요.  무언가 기분이 안 좋은듯한 얼굴.  전철이 늦었대요.  옷을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별무니가 가득 그려진 분홍색 옷!

이걸 나보고 어떻게 보고 찾으라고!!!!!

어쨌든 이렇게 만나 여행을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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