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73 라오스 루앙프라방 - 왓 빡칸, 왓 판 렁

좀좀이 2017. 5. 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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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절은 남칸강에서 멀지 않은 왓 빡칸이었어요. 왓 빡칸을 둘러본 후, 남칸강을 따라 한참을 걸어내려가서 나무 다리를 건너가서 거기 있는 절 두 곳을 보는 것이 오늘 일정의 마지막이었어요. 이렇게 돌아다닌 후에는 딱히 계획이 없었어요. 야시장 쪽으로 가서 저녁 사먹고, 야시장 조금 구경하고 숙소 돌아가서 쉴 생각이었어요. 다음날 루앙프라방 시내 구경을 다 마쳐야 했거든요. 다음날 열심히 돌아다녀야 하니 오늘은 숙소로 조금 일찍 들어가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어요.


18시 10분. 왓 빡칸에 도착했어요. 라틴 문자로는 VAT PAK KHAN KHAMMUNGKHUN 이라고 적혀 있었고, 라오어로는 ວັດປາກຄານ ຄຳມຸງຄຸນ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안으로 들어갔어요.


wat pak khan in Luang Prabang


법당 문은 잠겨 있었어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절 - 왓 빡칸


절 건물은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이 절은 이날 9번째로 간 절이었고, 그 이전에 꽤 멋진 절들을 보았거든요. 게다가 법당 문은 잠겨 있었어요. 안으로 들어갈 수 있나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문은 안 열렸어요. 일요일에 시간도 이제 늦어서 법당 문을 아예 잠가버린 모양이었어요. 내부를 보고 싶었지만 주변에 스님도 보이지 않았어요. 외관만 보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어요.



절 한 켠에는 불단 장식으로 사용할 제물이 놓여 있었어요.



법당을 한 바퀴 뱅 돌았어요.




"가자."


이제 날이 저물고 있었어요. 햇빛에 붉은 빛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어요. 주변에 산과 언덕도 많아서 해가 갑자기 쭉 떨어져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었어요. 전날 시장 다닐 때를 떠올려보았어요. 여행자 거리는 밝았지만, 여행자 거리 바로 옆에 있는 절은 어두웠어요. 이제 남은 절은 남칸강 너머에 있는 절이었는데, 거기가 여행자 거리보다 더 조명이 잘 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았어요. 여행자 거리야 밤에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니 조명이 잘 되어 있어요. 그러나 남칸강 너머는 여행자 거리가 아닌 곳이라 조명이 잘 되어 있을 리가 없었어요.


평화로운 열대 지역 풍경을 보며 남칸강 너머에 있는 절을 향해 걸어갔어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라오스 자연 풍경



"불단에 우산까지 씌워놨네?"


라오스 불단


길가에 설치된 불단 하나가 보였어요. 불단 자체는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저런 불단은 이제 정말 많이 보았거든요. 태국에서도 많이 보았고, 라오스 도착해서 돌아디니면서도 많이 보았어요. 저 불단이 재미있었던 점은 불단에 우산을 씌웠다는 것이었어요. 저렇게 우산을 씌워놨으니 비가 와도 비가 불단으로 떨어질 일은 없을 거에요. 별 거 아닌 것 같았지만 얼마나 불단을 아끼는지 느껴졌어요.


"저거 건너야 되나?"


남칸강


건기에만 건널 수 있다는 다리가 보였어요.



"저 다리 말고 없어?"


아무리 봐도 저건 너무 부실했어요. 다리를 보니 사람들이 건너고 있었어요. 왜 건기에만 건널 수 있는 다리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혹시 다른 다리가 없나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다른 다리는 보이지 않았어요. 다른 다리를 통해 남칸강을 건너가려면 한참 멀리 돌아가야 했어요. 루앙프라방이 라오스에서는 그래도 큰 도시에 속하고 이 남칸강을 건너야 루앙프라방 공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다리가 이쪽에도 하나는 있을 줄 알았어요. 건기에만 건널 수 있다고 해서 다리가 낮아서 우기에 잠기는 다리인줄 알았어요. 그러나 그래서가 아니었어요. 달가 저렇게 생겼으니 우기에는 정말로 위험하기 때문에 건널 수 없는 것이었어요.


라오스 다리


찌그닥 찌그닥 소리가 나는 다리를 천천히 건너기 시작했어요. 익숙하지는 않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 느낌이 발로 전해졌어요. 숲에 들어갔을 때 마른 풀이 쌓여 있는 곳을 밟는 기분이었어요. 다리를 건넌다는 느낌보다 억센 마른 풀 위를 건너가는 느낌이었어요. 보이는 것보다는 훨씬 더 튼튼하고 안전했어요. 옆이 뻥 뚫려있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릴을 만들어 주었어요.





강을 건너자 절이 있다고 그려진 표지판이 나왔어요.



Phanlouang temple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여기 맞겠지?"


표지판, 가이드북 지도, 구글 지도를 비교해가며 위치를 찾아갔어요. 몇 번을 확인했어요.




이 절은 왓 판 렁 Vat Phan Luang ​ວັດ ພັນຫຼວງ 이라는 절이었어요.


왓 판 렁은 언제 지어진 지 불명확해요. 그러나 이 절의 양식은 18~19세기 양식과 비슷해요. 이 절은 원래는 법당 1개와 현관으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인데, 1948년에 파괴되었대요. 벽에 있는 벽화는 1951년 재건때 그려진 벽화라고 해요.



"여기 맞게 온 거 맞겠지?"


아무리 봐도 잘못 온 것 같았어요. 버려진 절 같았거든요. 단순히 규모가 작아서가 아니었어요. 너무 허름했어요. 지나치다고 해도 될 정도로요.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보였어요. 이 절에 스님이 있다면 청소도 하고 잡초도 뽑고 할 텐데 그런 사람의 손길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볼 것이 있나 살펴보기 전에 이 절이 지금도 절로 기능을 하나 확인하는 게 우선일 거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사원 한켠에는 보트가 보관되어 있었어요.


라오스 보트


그래도 절을 정면에서 보니 버려진 절은 아니었어요.


라오스 루앙프라방 절 - 왓 판 렁


법당 문이 열려있나 보았어요. 문은 잠겨 있었어요. 벽화는 보수가 필요해 보였어요.


Vat Phan Luang in Luang Prabang, Laos


사원 한 켠에 있는 쩨디는 관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막 관리에 손을 놓아버린 것 같기도 했어요.



"다음 절 가야겠다."


가이드북에는 여기에서 조금만 더 가면 절이 또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가이드북에만 절이 있다고 나와 있었고, 구글 지도 및 이정표에는 절이 있다고 나와 있지 않았어요. 일단 가이드북을 믿고 가보기로 했어요.






"절 있는 거 맞아?"


일단 2:1로 절이 없다는 의견이 절이 있다는 의견보다 많았어요. 절이 없다는 의견은 구글 지도와 이정표. 절이 있다는 의견은 우리나라 가이드북. 저는 우리나라 가이드북을 잘 믿지 않아요. 틀린 내용, 빠진 내용이 많거든요.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이 원래 갖고 있던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거한 불신이 더욱 커졌어요. 가이드북이 맞을 수도 있을 거에요. 루앙프라방 공항까지 걸어간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고, 분명히 지도를 보았을 때 절이 나와야할 곳이 나왔는데도 절이 안 보이자 더 가봐야 의미가 없게 생겼어요.


"돌아가서 저녁이나 먹자."


친구도 되돌아가는 것에 전혀 아쉬움이 없었어요. 오히려 좋아했어요. 오늘도 절을 많이 봤고, 내일도 절을 매우 많이 볼 것이었거든요. 내일 뿐만 아니라 라오스를 떠나는 그날까지 하루에 절 하나는 볼 것 같았기 때문에 설명도 없고 검색도 안 되는 절을 바득바득 없어보이는 곳을 이 잡듯 뒤져서 찾아보고 싶지 않았어요. 가로등도 제대로 없어서 해가 지자 너무나 빠르게 어두워지고 있었어요. 이제 절을 찾는다고 해도 법당 문은 잠겨 있을 것이고, 사진도 못 찍을 것이 분명했어요.


다시 여행자 거리로 돌아갔어요. 거리 노점상에서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야시장 주변을 돌아다녔어요.


"저 사람들 한국인 아니야?"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한국인이었어요. 한국인 한 무리가 과일 장수 앞에 서 있었어요.


"어? 망고다! 우리 망고 먹자!"

"이거 설익은 거 아니야?"


과일장수가 팔고 있는 망고는 과일로써의 망고가 아니라 야채로써의 망고였어요. 설익은 망고였거든요. 이건 태국, 라오스 사람들이 소금 찍어먹거나 쏨땀 만드는 망고였어요. 쏨땀은 원래 설익은 파파야로 만들지만 설익은 망고로 만들기도 해요. 설익은 망고로 만든 쏨땀을 땀 마무앙 ตำมะม่วง 이라고 해요. 이 땀 마무앙을 만드는 쏨땀을 파는 과일 장수 앞에서 이거 설익은 거 같은데 먹어도 될까 말까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태국 처음 도착한 날 먹어보았기 때문에 설익은 망고 맛이 어떤 맛인지 알아요. 한국인이 상상하는 그 달콤한 망고맛과는 참 거리가 먼 맛이에요. 오히려 과일을 상상하고 먹는 한국인 입에는 안 맞을 확률이 너무나 높은 맛이었어요. 얼마나 한국인이 상상하는 망고 맛과 거리가 머냐 하면 이거 맛있다고 하는 놈에게는 주둥이를 벌리게 하고 전부 입에 쑤셔넣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거리가 멀어요. 이렇게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다른 맛이에요.


여행중 남의 일에 신경 끄고 다니지만 순간 저 사람들을 말리고 싶었어요.


"나 저거 태국에서 먹어봤어. 이거 망고야. 맛있어."


태국에서 먹어봤다는 사람은 딱 봐도 태국을 여행으로 다녀온 사람이었어요. 태국을 잘 아는 사람도 아니었고, 태국에서 소금 찍어 먹는 설익은 망고를 본 적도 없어보였어요. 태국에서 먹어봤다고 아는 척 하는 사람이 있어서 저 한국인 무리를 말릴까 말까 잠시 고민하는데 태국에서 먹어봤다고 말한 사람이 전광석화와 같이 과일 장수에게 돈을 내고 설익은 망고를 푸짐하게 받았어요.


"쟤들 분명 욕한다."


태국에서 당해봤기 때문에 웃음이 나왔어요. 아직까지 라오스에 달콤한 망고가 나오지 않았어요. 개인의 취향은 존중해야 하니 그 설익은 망고맛을 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먹어본 과일로써의 망고맛을 떠올리고 구입한 건 분명했어요. 그러면 100% 먹고 욕할 거에요. 어쩌면 세상은 넓고 식문화는 끝없이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도 있겠지요.


친구와 혀를 쯧쯔쯔 차면서 낄낄 웃었어요. 저와 친구는 안전하게 생과일 주스를 사서 빨아먹으며 야시장을 돌아다녔어요.


무엇이 살만한가 둘러보았어요. 기념품은 베트남, 태국 것과 대체로 비슷했어요. 뭔가 확 끌리는 것이 안 보였어요.


"전통의상 엽서다!"


라오스 전통 의상과 관련된 것은 거의 안 보이고 소수민족 전통 의상과 관련된 기념품만 보였는데 제가 찾던 라오인 여성 전통 의상 엽서가 보였어요. 그래서 구입했어요.


라오스 전통의상



상의는 쓰어 팟 ເສື້ອປັດ 이라고 해요. 대각선으로 두른 숄은 싸바이 ສະໄບ 또는 파 비앙 ຜ້າບ່ຽງ 이라고 해요. 그리고 치마는 씬 ສິ້ນ 이라고 해요. 이 씬은 라오스에서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전통 치마에요. 일반인들이 입고 다니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 씬이 여학생들의 교복이거든요. 그래서 라오스 도착하자마자 이 씬을 매우 많이 보았어요. 씬을 입은 여성 모습이 있는 기념품을 찾고 있었는데 이런 엽서가 보이자 바로 구입했어요.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재미있게 생긴 인형이 보였어요.


라오스 인형


이 인형은 라오스 설날인 삐 마이와 관련된 풍습 중 루앙프라방의 독특한 풍습인 뿌여 야여 ປູ່ເຍີຍ່າເຍີ 였어요. 이것은 각목을 자른 조각이 몸통이었기 때문에 생긴 것과 다르게 묵직했어요.


시장에 불단에 놓인 그 전통의상 입은 인형이 있나 찾아봤어요. 그러나 그 인형만큼은 보이지 않았어요. 시장을 샅샅이 둘러보고 살펴보았지만 없었어요.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인형과 엽서를 구입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어요. 오늘 목표로 한 절은 다 둘러보았고, 제 마음에 드는 기념품도 구했어요. 더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뭔가 더 특별한 수확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숙소로 돌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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