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에 있는 24시간 카페인 카페 블로그에서 5시 40분이 넘어서 나온 후, 부지런히 걷기 시작했어요.
기껏 나왔는데 고작 카페 2개만 갈 수는 없다!
자정에 의정부에서 출발했을 때 이론적으로 카페를 3곳은 둘러볼 수 있어요. 카페에서 주문하고 밀크티 한 잔 마시며 글을 쓴 후, 다음 카페로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카페 하나당 2시간이라 잡으면 얼추 맞아요. 카페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에서 메뚜기처럼 여기저기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니까요. 동선을 짜보면 강북 번화가에서는 대학로, 동대문, 종로, 신촌, 홍대가 있는데 신촌, 홍대는 얼마 안 걸어도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이에요. 동대문과 종로도 붙어있다시피 한 곳이구요. 문제는 바로 종로와 신촌. 이 구간만 잘 넘긴다면 하루에 강북지역 세 지역에 있는 24시간 카페 각각 한 곳씩 가볼 수 있어요. 물론 24시간 카페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요.
춘분이 지났기 때문에 벌써 동이 트고 있었어요. 이제 6시를 넘으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발발발 걸었어요. 조금이라도 어슴푸레한 기운이 남아있을 때 다음 목표인 24시간 카페를 가기 위해서요. 사실 아무리 밝다 해도 새벽 6시 즈음에 가면 24시간 카페라고 글을 쓸 수 있어요. 새벽 6시에 문을 열고 있는 카페라면 밤새 문을 열고 있었다는 이야기니까요.
홍대입구역까지 금방 도착했어요. 목적지인 카페가 있는 곳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한 블럭 더 가야 있는 카페였어요.
"이야, 월요일 새벽에 이렇게 놀고 나오는 사람이 많아?"
딱 봐도 클럽에서 놀고 나온 사람들. 이런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저는 클럽 가본 것이 제 인생 전체를 통틀어서 몰타에 잠깐 몇 개월 있었을 때 뿐이었으니까요. 몰타는 할 것이 정말 없어서 밤에 무슨 수학공식처럼 클럽에 갔어요. 나이, 성별 구분없이 클럽가서 노는 게 밤에 할 수 있는 전부. 그 당시 몰타의 클럽은 새벽 3시면 무조건 끝났기 때문에 홍대입구 9번 출구와 같은 광경을 볼 수 없었어요. 혼자 '우왕 내가 몰랐던 세계가 있었다니' 하며 놀라며 구경하며 이번 목표인 24시간 카페로 갔어요.
그렇게 이번에 간 서울의 24시간 카페는 홍대에 있는 투리스바벨이에요. 저는 여기 새벽 6시에 갔어요.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신나는 클럽 음악이 나왔어요. 홍대입구 9번 출구쪽 24시간 카페들이 클러버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라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음악부터 쿵짝쿵짝 나오고 있었어요.
손님들도 딱 보니 밤에 클럽에서 놀다 나온 사람들이었어요. 새벽에 와보니 클럽에서 놀고 나와서 쉬어가는 카페 같은 분위기였어요. 물론 낮에는 분위기가 또 다를 거에요. 카페의 분위기란 카페 인테리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있지만, 주요 이용고객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있거든요. 똑같은 곳이라 해도 이용 고객이 시간대에 따라 바뀌면 카페 분위기 자체가 크게 변해요.
여기 인테리어는 참 흥미로웠어요.
인테리어를 보면 곡선과 지그재그가 상당히 눈에 잘 띄어요. 차분함보다는 동세와 변화를 느끼게 하는 공간이었어요. 단순히 쿵짝거리는 음악 때문이 아니었어요. 인테리어 자체가 상당히 역동적인 선을 많이 사용한 곳이었어요. 물론 쿵짝거리는 음악이 이런 인테리어를 더욱 눈에 확 들어오게 만든 점을 아예 싸그리 부정할 수는 없지만요.
카페 좌석은 엄청나게 많았어요. 물론 이 좌석이 다 찬다면 매우 불편할 거에요.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거든요. 그러나 좌석이 다 들어차지 않는다면 딱히 나쁠 것도 없었어요.
직원은 모자를 벗고 청소하고 있었는데, 주문을 하러 손님이 오면 그때마다 꼬박꼬박 모자를 쓰고 주문을 받았어요. 직원은 매우 친절한 편이었어요.
여기는 조용히 책 보고 노트북 컴퓨터 하기에 좋은 카페는 아니었어요. 그런 카페는 조용하고 플러그가 많은 카페가 좋으니까요. 그러나 새벽까지 친구들과 놀다가 숨 좀 돌리고 집에 가기 위해 잠시 쉬는 목적으로 이용한다면 꽤 괜찮을 카페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