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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뉴스를 보는데 제 눈을 확 잡아끄는 기사 제목이 보였어요.


카자흐 대통령, 자국어 표기 키릴문자서 라틴문자로 변경 지시(종합)


위의 뉴스는 한국어로 되어 있어요. 글을 클릭하면 연합뉴스 출처의 뉴스를 읽을 수 있어요. 기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학자, 사회단체 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라틴 문자에 기초한 새로운 카자흐 알파벳과 표기법 기준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고, 2025년까지 모든 공문서와 정기 간행물, 도서 등이 라틴 문자로 발간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대요. 또한 당장 내년부터 중등학교 교과서부터 라틴 문자로 발간하도록 지시를 내렸대요.


'이번에는 카자흐스탄이 정말로 카자흐어 문자 개혁을 실시할 건가?'


소련에서 독립한 튀르크 국가 5개국 -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의 국어는 각가가 아제르비아진어, 투르크멘어, 우즈베크어, 카자흐어, 키르기즈어에요. 아제르바이잔어와 투르크멘어는 오구즈어파에 속하고, 우즈베크어는 카를룩어파에 속하고, 카자흐어, 키르기즈어는 큽착어파에 속해요.


이들 5개국 중 신기하게 큽착어파인 카자흐어, 키르기즈어가 국어인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독립 이후 라틴 문자로의 문자 개혁을 실시하지 않았어요.


이들 튀르크 국가 5개국 중 키르기스스탄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은 독립 초기 강력한 민족주의 정책을 펼치다 커다란 홍역을 한 번씩 겪었어요. 아제르바이잔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했고,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사회 마비 현상을 겪었어요. 애초에 인구가 많고 그 인구 중에서 우즈베크인의 비율이 높았던 우즈베키스탄은 그나마 덜 강력한 민족주의 정책을 펼쳐서 사회, 경제의 일부 마비로 끝났어요. 그러나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다 카자흐인의 비율이 한때 50% 미만이었던 적도 있었던 카자흐스탄은 국가 전반이 마비되는 현상을 겪고 러시아어 사용을 인정해야만 했으며, 인구가 상당히 적었던 투르크메니스탄은 이 사태를 아주 무지막지하게 해결했어요.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의 기행 중 일부는 이와 관련이 있어요.


지금까지 카자흐스탄 정부의 언어정책 목표는 카자흐어의 보급과 사용 증가였어요. 그 이전에 국민 중 카자흐인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였구요. 그래서 중국에 살고 있는 카자흐인들을 데려와 귀화시키는 정책을 집행하기도 했어요. 이 정책이 꽤 성공적이었는지 지금은 전국민 중 63.6%가 카자흐인이에요.


구소련에서 독립한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은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신속하게 라틴 문자로의 문자개혁을 실시했지만, 카자흐스탄은 카자흐어 화자가 카자흐스탄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데다 독립 초기 경제 위기까지 겪어서 재정 문제까지 겹치는 바람에 문자 개혁을 실시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카자흐스탄 정부가 아예 카자흐어의 라틴 문자로의 문자개혁을 구상조차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1998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라틴 문자에 기초한 새로운 카자흐어 문자 제정과 관련된 법령을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카자흐어의 라틴 문자로의 문자 개혁이 준비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카자흐어의 문자 개혁을 착수할 것이다'라는 멘트만 나오고 실질적인 움직임은 딱히 보이지 않아 과연 문자개혁을 실시하기는 할 것인지 의문이었어요. 얼핏 보면 구상만 있고 의욕은 없는 모습에 가까웠어요.


관련 뉴스 링크 : 카자흐 `세계와 소통' 위해 라틴문자 전환 추진 (연합뉴스, 2013.01.10)

관련 글 링크 :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본 카자흐스탄의 라틴 문자 개혁 성패 전망


그래서 사람들 모두 카자흐스탄은 문자 개혁 안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에 드디어 '구상'이 아닌 '계획'이 등장한 것이에요. 지금까지는 문자 개혁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 2025년까지 완수되어야 한다는 말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정확히 '내년부터 중등학교 교과서부터 라틴 문자로 발간 지시'라는 명확한 계획이 등장했어요.


카자흐어를 라틴 문자로 표기하는 방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카자흐어의 라틴 문자 전사법은 1979년에 발표된 방법이 있었어요. 1979년 버전은 이후 1995년에 개정되었는데, 이때 핵심적인 변화는 두 문자로 표기하던 발음을 한 문자로 표기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2004년, QazAqparat 라는 카자흐어 라틴 알파벳이 등장했어요. 카자흐어를 라틴 문자로 표기하는 방법은 공식적으로 딱히 정해진 방법이 없는데, 이 QazAqparat 가 카자흐스탄에서 사용하는 카자흐어의 공식 라틴 문자 표기법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정부가 운영하는 일부 웹사이트에서 사용되고 있어요. 기사 내용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QazAqparat 는 카자흐어 문자개혁을 위한 시제 라틴 문자였을 거에요.


현재 카자흐어 문자는 총 3종류에요. 먼저 카자흐스탄에서 공식적으로 쓰이는 카자흐어 문자는 키릴 문자에요.



출처 : http://www.omniglot.com/writing/kazakh.htm


카자흐스탄에서 현재 공식적인 카자흐어 라틴 문자처럼 사용되고 있는 QazAqparat 은 이렇게 생겼어요.



출처 : http://www.omniglot.com/writing/kazakh.htm


그리고 중국 신장 일리 카자흐 자치주 및 기타 지역에서 사용중인 카자흐어 표기법은 다음과 같은 아랍 문자를 기반으로 한 문자에요.



출처 : http://www.omniglot.com/writing/kazakh.htm


카자흐스탄이 문자 개혁에 대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러시아어에 익숙한 자국민들에 대한 카자흐어 보급과 확산이 보다 먼저 해결해야할 일이었기 때문이에요. 또한 문자 개혁은 '탈러시아' 라는 성격도 있기 때문에 자국민 중 카자흐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야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도 있구요.


그 외에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문자 개혁 과정이 카자흐스탄의 문자 개혁 의지를 많이 약화시켰을 거라고 생각해요.


관련글 링크 : 실패한 우즈베키스탄 문자개혁 - 우즈베크인들은 Sirk를 어떻게 읽을까요?

관련글 링크 : 투르크메니스탄의 투르크멘어 문자개혁 과정


우즈베키스탄의 문자개혁은 제가 우즈베키스탄에 있었던 2012년 당시까지도 정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 라틴 문자가 정착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예전 표기법이 종종 눈에 띄어요.


일단 카자흐어 키릴 문자와 Aqparat 라틴 문자 사용의 예는 다음과 같아요.



위의 비교는 이번 문자 개혁 지시 뉴스 일부분이에요. 전문을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들어가시면 되요.


카자흐어 키릴 : http://www.inform.kz/kz/elbasy-makalasy-bolashakka-bagdar-ruhani-zhangyru_a3016293

카자흐어 라틴 : http://www.inform.kz/qz/elbasy-makalasy-bolashakka-bagdar-ruhani-zhangyru_a3016293


Qazaqparat를 보면 읽기가 쉽지 않아요. 이것은 그다지 환대를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Qazaqparat를 다시 개선해서 보다 읽기 쉽게 문자를 개정한 최종본을 올해 말까지 만들라고 지시를 내렸을 거에요.


카자흐어는 음소가 꽤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카자흐어 자판을 설치하면 카자흐어 뿐만 아니라 러시아어, 키르기즈어도 아무 무리 없이 입력을 할 수 있어요.


키릴문자에서 라틴문자로의 문자 개혁에서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아요.


먼저 최대한 키릴문자 표기 방식에서 한 문자로 표기되던 것을 라틴문자 표기 방식에서도 한 문자로 표기해야한다는 점이에요. я, ю, ё 는 어쩔 수 없이 2문자 표기로 가겠지만, 그것 외에는 한 문자 표기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에요. я, ю, ё 조차 2문자로 표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의외로 꽤 큰 편이거든요.


두 번째로 최대한 보편적인 라틴 문자 표기법과 비슷해보여야 한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서 a는 아, i는 이, u는 우, e는 에, o는 오로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한 보편적인 라틴 문자 표기법에서 자음으로 쓰는 글자는 자음으로, 모음으로 쓰는 글자는 모음으로 표기해야 해요. 투르크메니스탄 문자 개혁 과정에서 이 원칙을 어겼다가 다시 한 번 문자 개혁을 해야 했지요. 국민들이 영어 교육을 통해 그나마 라틴 문자에 익숙해졌는데, 이 원칙을 깨버리면 단순히 외국인만 못 읽는 것이 아니라 자국민들도 못 읽는 상황이 발생해요. 가뜩이나 문자 개혁 초기에는 새로운 문자에 적응되지 않아 전국민이 글자를 새로 배워야 하는데요.


세 번째로 필기체 쓰기 좋아야 해요. 키릴 문자 사용하는 사람들은 필기체로 쓰는 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어요. 필기체 쓰는 데에 불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내요. 아제르바이잔 문자 개혁 과정에서 ä 때문에 글자 쓸 때 점을 너무 많이 찍어야 한다는 불만이 크게 나와서 ä 를 ə 로 바꾸는 문자 개혁을 한 번 더 실시했어요.


네 번째로 독자적인 개량형 라틴 문자를 사용할 경우 전산화에 상당한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이미 나와 있는 개량형 라틴 문자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 있어요. 현대 사회에서 이것이 꽤 중요한 문제인 것이, 당장 새로운 개량형 라틴 문자를 사용할 경우 지금껏 존재하는 모든 스마트폰과 컴퓨터에서 입력이 곤란해져버리는 문제가 발생해요.


다섯 번째로 러시아어 차용어 표기법을 어떻게 할 지의 문제에요. 지금까지는 러시아어 차용어는 러시아어 표기 방식을 거의 그대로 활용했어요. Qazaqparat 를 보면 아마 러시아어에만 있고 카자흐어에는 없는 발음도 그대로 다 카자흐어 발음으로 받아들일 것 같기는 하지만요.


이와 더불어 정책 집행 측면에서는 얼마나 빠르고 강력하게 집행할 지의 문제가 있어요.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은 우리나라 표준어 표기법에서 '-읍니다'를 '-습니다'로 바꾸었던 때를 기억하실 거에요. 우리나라 표준어 표기법에서 마지막으로 있었던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읍니다'를 '-습니다'로 바꾼 것인데, 이 당시 출판사들은 '-읍니다'를 '-습니다'로 바꾸어서 책을 새로 찍어내야 했고, 기존의 '-읍니다'로 인쇄된 책은 저가에 빠르게 팔아치워야 했어요.


'-읍니다'를 '-습니다'로 바꾼 것은 주로 아동 서적에 해당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그 문제가 덜했지만, 문자 개혁은 아동용, 성인용 가리지 않고 모든 서적에 다 해당되요. 글자 한두 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바꾸는 것이구요.


단순히 표지판을 바꾸는 정도로는 문자 개혁이 절대 정착되지 않아요. 새로운 문자로 된 출판물이 충분하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제대로 문자 교육을 시키고, 전산화가 제대로 잘 이루어져야 정착해요. 우즈베키스탄이 문자 개혁 초기에 강력히 밀어붙이지 않아서 아직까지도 키릴과 라틴을 병용하고 있지요.


특히 출판물에서 문자 개혁 실시 이후에 출판되는 것에 대해서만 라틴 문자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발간된 것들까지도 라틴 문자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해요. 안 그러면 과거 자료를 읽기 위해 다시 키릴 문자를 익혀야 하니까요. 또한 러시아어 자료를 라틴 문자를 이용한 카자흐어로 번역해 라틴 문자를 사용한 카자흐어만으로도 충분한 교육과 학습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해요.


이번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문자 개혁 지시는 구체적인 계획이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예전 문자 개혁 언급과 차이가 있어요. 과연 연말에 발표될 새로운 카자흐어 라틴 문자는 어떤 형태일 것이며, 이것의 보급에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할지 관심이 가요.


그리고 만약 카자흐스탄의 문자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키르기스스탄도 카자흐스탄의 라틴 문자를 이용해 문자 개혁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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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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