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한파가 닥치면 기자들이 모닥불 사진 찍으러 잘 간다는 중림시장을 돌아다니다 카페 한 곳을 발견했어요.
카페 외관 자체는 딱히 인상적이지 않았어요.
'이왕 돌아다니러 나왔는데 동네 카페 한 번 가볼까?'
이미 유명해진 곳만 다니는 것은 재미가 없어요. 여행 다닐 때 그 떨림을 느끼려면 대충 느낌이 오는 식당이나 카페에 불쑥 들어가봐야 해요. 그 느낌은 꼭 '이건 대박이다' 라는 직감일 필요가 없어요. 그냥 본능적으로,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면 되요. 다리가 아파서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고, 추워서 또는 더워서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어요. 제가 저 카페를 들어간 이유는 생선 시장 앞 카페여서 궁금했기 때문이었어요. 게다가 홍차 라떼를 팔고 있었어요. 가격은 2500원이었어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뭐지? 잠깐 화장실 가셨나?"
그때 아주머니 한 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어요.
'아까 그 다 꺼진 모닥불 앞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 세 분 중 한 명!'
순간 중림시장 어느 생선가게 아주머니께서 가게를 잠깐 봐주러 급히 달려오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카페 주인 아주머니셨어요. 카페에 손님도 없고 하니 잠시 나가 잡담을 나누며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계셨던 것이었어요.
"아까 그 모닥불은 왜 찍었어요?"
"아...여기 사진 좀 찍으려구요."
"그건 새벽 5시쯤 와야 해요. 지금은 다 꺼졌어요. 기자에요?"
"기자는 아니고 글 써요. 여기 기자들 많이 오나요?"
"갑자기 한파 닥치면 여기 와서 모닥불 사진 많이 찍어가요. 지금은 날 풀려서 모닥불 많이 안 펴요. 이제 조금 있으면 시장 문 닫을 때라서 모닥불 다 꺼졌어요."
카페 주인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다 홍차 라떼를 주문했어요.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립톤 티백 2개를 진하게 우린 후, 밀크티 파우더와 뜨거운 우유를 섞어서 홍차 라떼를 만들어주셨어요.
제가 사진을 대충 찍어서 안의 분위기를 잘 살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분위기는 분명히 고상한 분위기였어요.
넓지 않지만 고상한 공간. 주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가씨 한 명이 들어왔어요. 감기에 걸린 것 같았어요. 목이 잠겨 있었어요. 아가씨가 무엇을 마실까 고민하는데 아주머니는 유자차 마시라고 권했어요. 여자 손님은 좋다고 했고, 아주머니는 유자차를 타서 주었어요.
'뭐지?'
저는 이 카페 들어올 때 시장 상인들이 여기 들어와서 쉬다 갈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안에 들어온 손님은 우아함이 풍겨져 나오는 아가씨였어요. 가식이 아니라 진짜 기품이 있었어요. 말투와 태도, 아주머니와 나누는 말에서 우아함이 콸콸 쏟아져나왔어요. 주인 아주머니 역시 잘 배운 티가 콸콸 쏟아져나왔어요. 이 카페 바깥이 어떤 분위기냐 하면...
밖은 중림시장이에요. 생선 시장으로 길에서 비린내가 나는 공간이에요. 카페 내부 인테리어, 주인 아주머니, 그리고 카페에 들어온 여자 손님 모두 바깥이 생선 시장과 너무 이질적이었어요. 눈 감고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여기가 길거리 생선 시장 바로 앞이 아니라 꽤 수준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고급 카페였어요. 대화 내용은 가벼운 일상 이야기지만 그 대화에서 퍼져나오는 분위기와 느낌은 그랬어요.
'뭐지?'
저 카페 입구는 이계로 넘어가는 차원의 문인가? 어떻게 안과 밖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를 수 있지? 깜짝 놀랐어요.
이곳은 '보색대비'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중림시장을 구경할 때 이 카페를 들려보는 것도 매우 괜찮을 거에요. 전혀 다른 두 곳이 문 하나 사이에 두고 딱 붙어 있다는 것이 확 느껴지거든요. 그렇게 분위기가 얇은 문 하나를 두고 확 바뀌는 느낌은 쉽게 경험할 수 없어요. 아주머니께 여쭈어보니 이 카페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크게 인상적인 카페였어요. 중림시장이 열려 있는 아침 시각에 중림시장을 보고 이 카페에 들어가면 문 하나를 통과해 차원이 달라진다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느낄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