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이 부니 얌전히 실내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아직 찬기운이 조금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미 두 다리는 봄이었어요. 다리가 근질거려서 도저히 실내에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나와 정말 모처럼 서촌으로 갔어요.
서촌을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외관이 예쁜 카페 하나가 보였어요.
"어? 한 번 들어가봐?"
아주 예전에는 혼자 카페를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 그러나 지금은 혼자서도 카페 잘 들어가요. 이렇게 외관이 예쁜 카페가 서촌에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어요.
여기는 이미 봄이었어요.
카페 이름은 고요 Goyo 였어요. 여기는 통인시장에서 효자베이커리 있는 쪽으로 나간 후, 위로 더 올라가야 해요. 네이버 지도에 '플라워카페 고요' 라고 검색하면 지도에 나와요.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9길 3 에요.
입구에 있는 메뉴판을 보고 밀크티 있으면 밀크티 마시고 아니면 아메리카노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완전 예뻐!"
안에 들어가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정말로 카페 내부가 많이 예뻤어요. 꽃과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매우 잘 장식되어 있었어요.
게다가 매우 애매한 점심 시간에 왔기 때문에 카페에는 손님이 아직 한 명도 없었어요. 어느 자리에 앉을까 고민했어요. 말 그대로 제가 앉고 싶은 자리 아무 데나 가서 앉아도 되는 아주 행복한 상황. 모든 좌석이 다 예뻤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에 가서 앉으면 되었어요.
매의 눈으로 가장 만족도 높을 좌석을 찾아보았어요.
'바로 저기다!'
음료는 shakerato 를 주문했어요.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넣고 흔들어 거품을 많이 내어서 보다 부드럽게 만든 것이라 했어요. 아메리카노보다는 모르는 거 한 번 맛보기 위해 shakerato로 주문했어요.
"와, 진짜 예쁘다!"
친구들이 내가 이러고 노는 거 알면 아마 엄청 웃겠지? 감자탕 뼈다귀 핥아가며 소주 마실 것처럼 생겨서 이런 거 보고 매우 좋아한다고 깔깔 웃을 거야. 그런데 정작 저는 술 자체를 싫어하고 소주는 아주 혐오한다는 사실.
커피도 괜찮았지만, 이 탁자에 앉아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제 자취방에도 이런 예쁜 공간이 하나 있었으면 싶었어요. 삭막하고 무질서한 제 방과는 정확히 반대인 곳. 중국 여행 같이 갔던 친구랑 왔다면 아마 엄청 재미있었을 거에요. 그 친구가 사진을 잘 찍고, 사진 찍는 것도 매우 좋아하거든요. 저는 이제 여행갈 때 아니면 갤럭시s3 카메라로 대충대충 찍구요.
여기는 매우 예쁜 카페였어요. 커피가 주인지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주인지 햇갈릴 정도로요. 서촌에 와서 카페에 앉아 쉬고 싶을 때 이 카페를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