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4 태국 여행 - 치앙마이 야시장, 치앙마이 반허 모스크 มัสยิดบ้านฮ่อ

좀좀이 2017. 1. 2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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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썽테우 기사와 약속한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왔어요. 돌아가야만 했어요.



태국 불교 - 치앙마이 도이수텝 사원


다시 케이블카를 탔어요.



"나중에 치앙마이를 또 오게 된다면 여기는 또 와야지."


도이수텝 사원은 다시 꼭 오고 싶었어요. 정말로 마음에 들었거든요.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썽테우에 도착했어요. 썽테우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어요. 500바트를 주고 공손하게 인사를 드렸어요.


"저녁 먹어야겠다."


이제 6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저녁은 아까 점심을 먹었던 그 식당으로 가서 먹기로 했어요.


태국 음식


태국 국수


한 그릇으로는 식사가 전혀 되지 않아서 두 그릇 시켰어요.


"이 식당이 음식을 잘 하는 건가, 방콕에서 내가 갔던 식당들이 죄다 형편없는 식당이었던 것일까?"


음식을 먹으며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태국 음식 맛있다고 하는데 방콕에서 먹은 음식들은 참 별로였어요. 먹을 때마다 진지하게 내가 잘못된 건가 세상이 잘못된 건가 고민에 빠지게 하는 맛이었어요. 그런데 이 집 음식은 맛이 매우 괜찮았어요. 이 식당은 특별한 고급 식당도 아니었어요. 그냥 평범한 식당이었어요. 앞에 병원이 있어서 병원 직원들이 와서 밥을 먹는 식당이라는 점 빼면요.


국수 면발을 삼키며 오늘 절을 몇 곳 다녀왔는지 세어보았어요. 오늘 하루에만 절을 네 곳 돌아보았어요.


'나는 과연 복을 많이 받을까?'


석가탄신일에 절 많이 돌면 절을 많이 돈 만큼 복을 받는다는데 2015년 석가탄신일에는 절을 많이 돌지 못했어요. 태국 와서도 절을 한 번에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닌 날은 딱히 없었어요. 기껏해야 펫부리에서 절 몇 곳 다닌 날 그 하루였어요. 식사를 마치고 여행사에서 받아온 지도를 펼쳤어요. 치앙마이에는 절이 정말로 많이 있었어요. 오늘 벌써 불교 사찰 4곳을 다녀왔지만 이것은 치앙마이 전체 절 갯수에 미루어보았을 때 티도 안 나는 수였어요. 치앙마이 구시가지라 할 수 있는 성벽 안에 있는 절만 해도 매우 많았거든요. 이제 남은 일정이라고 해봐야 이 성벽 안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인데, 그러면 결국 그 일정은 절을 돌아다니는 일정이 될 수 밖에 없었어요. 절 몇 곳을 가볼지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엄청나게 많은 절을 돌아다닐 것이라는 점이었어요.


'석가탄신일에 절 많이 못 돌아다닌 것을 여기에서 복리 이자까지 붙여서 다 돌아다니는 거 아니야?'


그래도 복리 이자까지는 아니겠지. 치앙마이에서 절을 많이 돌아다닌다고 해봐야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겠어? 라오스도 불교 국가이기는 하지만 거기에서까지 꾸준히 절을 열심히 돌아다니지 않는 이상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절을 많이 돌아다니는 것은 치앙마이로 한정될 거다. 여기는 성 안에 있는 절만 다 둘러보아도 상당히 많은 절을 볼 수 있다. 좁은 범위 내에 절이 상당히 많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돌아가면 절 돌아다녀보기 어려우니까 여기에서 절을 실컷 보고 가야겠다.


지도를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이제 날이 슬슬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어요.


"야시장이나 한 번 가봐?"


빠뚜 타패 근처에 야시장이 있다고 나와 있었어요. 벌써 숙소로 돌아가 침대에 드러눕기는 매우 아쉬웠어요. 산책도 하고 치앙마이 밤거리 구경도 할 겸 해서 빠뚜 타패를 향해 걸어갔어요.




"여기 시장 크게 여네?"


원래 야시장은 빠뚜 타패 너머 좀 더 많이 가야 하는데, 가이드북에 '선데이 마켓'으로 표기된 곳에 오자 야시장이 크게 열리고 있었어요.


태국 치앙마이 야시장


"그래도 여기 기념품은 태국제이겠지?"


외국 여행 하면서 기념품을 구입하려고 할 때마다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바로 중국제인지 여부에요. 기껏 괜찮게 생겼다고 골랐는데 Made in China 가 딱 붙어 있으면 힘이 쭉 빠져요. 이렇게 '중국제'가 뚜렷하게 적혀 있는 것은 선물로 구입해도 반응이 시원찮아요. 특히 중국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었다가는 '이런 거 중국에 다 있어'라는 말 듣기 딱 좋아요. 태국이 이런 사소한 기념품까지 중국에서 수입해서 팔고 있을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만약 살만한 것이 보이면 생산지 따져보고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시장을 둘러보았어요.



저 나무로 만든 것은 대체 어느 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했어요. 특히 등을 박박 긁으면 두꺼비 소리가 나는 나무 인형이요. 이 등을 긁으면 두꺼비 소리가 나는 나무 인형은 중국 여행 다녀온 사람도 사오고, 베트남 여행 다녀온 사람도 사오고, 태국 여행 다녀온 사람도 사오는 등 대체 그 국적이 어디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어요. 아무리 동남아시아의 많은 민족들이 원래 중국 남부에서 살다가 점차 남쪽으로 밀려내려온 사람들이고 지금도 중국 남부에 여러 소수 민족이 살고 있다고 해도 이 두꺼비는 대체 고향이 어디일까 너무 궁금했어요. 민족과 국경이 일치하지는 않으니 여러 나라에 걸쳐 사는 민족의 것이라고 하면 납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 두꺼비는 대체 원래 어느 민족의 것이냐는 질문으로 바뀔 뿐이었어요. 단순히 두꺼비 조각 뿐만 아니라 저 거무스름한 나무로 만든 것들 전체를 볼 때마다 그런 의문에 빠졌어요.




"저 모자도 아시아어락기행에서 나왔던 거다!"


태국 소수민족 수공예품


저 모자는 아시아어락기행 태국어편에 나왔던 모자였어요. 친한 동생이 태국에 미녀가 많다고 저에게 태국어를 공부하자고 꼬셔서 공부하려다 글자에 좌절하고 말이나 익히자는 심정으로 몇 번을 돌려보았기 때문에 장면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있어요. 물론 기억나는 것은 장면과 '사왓디카' 뿐이지만요. 성조 구분이 전혀 되지 않고 발음 구분도 되지 않아서 몇 번 보다가 결국 태국어 공부를 포기했지요. 중요한 것은 그렇게 여러 번 돌려보았기 때문에 영상은 기억이 났고, 저 모자를 보자 바로 그 영상에 나왔던 모자라는 것이 떠올랐다는 것이었어요.





"왜 태국 전통의상 인형이 없지?"


여기에도 제가 찾는 태국 전통의상 인형은 보이지 않았어요. 방콕에서 보기는 했는데 그것은 전부 뽀족한 고깔 같은 모자를 쓴 화려한 의상이었지, 제가 찾는 일상복 비슷한 의상을 입은 인형은 아니었어요. 희안하게 전통의상 인형, 냉장고 자석을 파는 가게가 보이지 않았어요. 방콕에서도, 아유타야에서도, 펫부리에서도, 심지어는 여기 치앙마이에서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이것을 사려면 치앙마이 공항이라도 가야 하는 건가? 인도네시아에서도 전통 의상 인형은 결국 공항 가서야 구입할 수 있었거든요. 여기도 혹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여행자 거리를 일부러 피한 것도 아니고 여행자 거리를 가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인도네시아, 태국은 전통의상 인형, 냉장고 자석을 거의 팔지 않았어요. 아예 없는 것까지는 아닌데 너무 조잡했어요. 기념품 파는 것만 놓고 보면 태국은 베트남에 비할 바가 아니었어요. 베트남은 정말 눈이 휙 뒤집어지고 귀신들린 것처럼 어버버버 구입하게 만드는 기념품이 참 많은데 태국, 인도네시아는 기념품 면에서는 영 아니올시다였어요. 태국이 동남아시아 최대 관광 대국이라고 하는데 왜 이런 것에서 밀리는지 정말 신기했어요.


시장을 둘러본 후 먹거리를 파는 쪽으로 갔어요.


치앙마이 야시장 먹거리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었어요.


"저거 먹어봐야겠다!"


태국 돼지고기 바비큐


돼지고기를 구워서 파는 가게가 보였어요. 저것은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게다가 불로 굽고 있었어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바로 구입해서 빈 테이블에 가서 앉았어요.


"이거 진짜 꿀맛이다!"


왜 방콕에서는 이런 것이 안 보였지? 돼지고기는 잡내만 잡으면 뭔 짓을 해도 맛있어. 역시 믿고 먹는 돼지고기였어요. 아무리 무슬림 친구들이 많고 이슬람권을 여러 곳 다녀보았지만 제가 이슬람과 일정한 선 이상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돼지고기 때문이에요. 술이야 즐겨마시지 않으니 괜찮지만, 돼지고기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돼지고기인데, 가게에서 구워서 파는 돼지고기는 정말로 맛있었어요.


돼지고기를 먹고 있는데 중국인들이 와서 아무렇지 않게 바로 제 옆에 앉아서 구입한 먹거리를 늘어놓고 먹기 시작했어요.


"진짜 중국인들은 음식 소비를 엄청 하는구나."


제게 일언반구 묻지도 않고 제 바로 옆자리에 앉은 것도 신기한데, 이들이 사와서 탁자에 늘어놓는 먹거리 양은 더 신기했어요. 이것을 이들이 과연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커다란 물고기를 굽는 모습을 보고 저거 과연 사먹을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중국인들이 사먹고 있었어요. 물고기 하나만 해도 넷이서 하나 놓고 맥주 마셔도 될 양이었는데, 그 물고기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정말 수북하게 많이 사왔어요. 중국인들이 정말 많이 먹고 정말 많이 버리는 것은 무수히 많은 중국인들을 보며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장면을 또 보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어요.


야시장 먹거리 장터에는 확실히 중국인이 많았어요. 태국인 친구의 말대로 정말 중국인이 바글거렸어요. 중국인들이 어쩌다 몰려오는 것은 아니어보였어요. 아예 대놓고 중국 노래까지 크게 틀어주고 있었거든요. 여기가 중국의 어느 야시장인지 태국 치앙마이의 야시장인지 얼핏 보면 분간이 제대로 되지 않을 지경이었어요. 그래도 다행이라면 무질서와 난잡함이 지배하는 공간은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돼지고기를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또 다른 야시장이 있다는 곳을 향해 걸어갔어요.


"여기는 거리 표지판에도 도이수텝을 달아놓았네!"


태국 치앙마이 도로 표지판


'THAPAE ROAD SOI 6' 이라는 거리명이 적힌 표지판 위에 장식처럼 붙어 있는 것은 딱 봐도 도이수텝이었어요.


"저런 장식은 예쁘게 만들면서 왜 정작 저런 디자인인 냉장고 자석은 없지?"


아예 능력이 안 되어서 못 만드는 것도 아니고, 능력은 되는데 정작 기념품에는 저런 것이 없다는 것이 참 놀라웠어요.


"여기도 절 있다!"




이 절은 입구부터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었어요. 이제 저녁 8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야시장 가서 얼마나 많은 것을 보느라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이런 절 하나 보고 간다고 시간이 많이 걸릴 리는 없었어요. 도이수텝 사원 가기 전에 본 절 세 곳보다 훨씬 괜찮아보였기 때문에 지금 조용히 들어가서 살짝 보고 나올까 했어요. 그런데 안에 불이 하나도 켜 있지 않았어요.


'나중에 와야겠다.'


제가 돌아다니는 소리 때문에 스님들이 잠에서 깨어나면 곤란하기도 하고, 불을 다 꺼서 정말 안은 깜깜했기 때문에 낮에 와서 보기로 했어요.


사실 안에 안 들어간 가장 큰 이유는 혹시 모를 개 때문이었어요.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어둠이 지배하는 공간이라 안에 뭐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왠지 분명히 개가 있을 것 같았어요. 개가 있다면 제가 들어가는 순간 미친듯이 짖어댈 것이고, 이 소리에 스님들이 잠에서 다 깨어날 거에요. 그것까지는 그나마 괜찮아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스님께 사과드리고 나오면 되니까요. 진짜 문제는 이 개가 어디 있는지 안 보이기 때문에 갑자기 달려들어서 저를 물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건 진짜 큰 문제였어요. 매일 양치하는 인간의 입 안에도 세균이 바글바글한데, 태국 개가 인간보다 구강 청결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리가 없지요. 이런 개에게 물리면 무조건 일단 병원부터 가야 하는데, 외국에서 병원에 간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돈이 깨진다는 말이었어요. 깜깜한 절에 들어간다는 것은 제 의도와 달리 이 동네 개들에게 시비를 거는 일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제 안전을 생각해서 관두었어요.


태국 치앙마이 야시장


"여기가 야시장이구나."



"저기는 뭔데 저렇게 입구가 따로 세워져 있지?"


태국 치앙마이 할랄 거리


입구에는 'HALAL STREET HILAL TOWN'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치앙마이에 무슬림을 위한 할랄 거리가 있었어?"


치앙마이에 할랄 거리가 있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했어요. '할랄'은 이슬람 용어. 즉, 이 거리는 무슬림을 위한 거리라는 말이었어요. '힐랄'은 아랍어로 초승달. 할랄 거리에 힐랄 타운이라고 되어 있으니 여기는 누가 뭐래도 무슬림을 위한 곳이었어요. 태국에 무슬림들이 있다는 말을 듣기야 했지만 그 무슬림들은 주로 태국-말레이시아 접경 지역인 태국 남부에 몰려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유타야와 방콕에서 모스크를 보고 정말 신기해했구요.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태국 북부 치앙마이에서 이런 무슬림을 위한 공간을 보게 되자 두 눈이 둥그래졌어요.


치앙마이에서 가까운 나라는 미얀마와 라오스. 이 둘 모두 불교 국가에요. 동남아시아 불교 국가로 상당히 유명한 나라들이에요. 치앙마이에서 동쪽으로는 아무리 쭉 가도 이슬람 국가가 아예 없어요. 치앙마이 동쪽으로 가면 라오스가 나오는데, 여기는 상좌부 불교 국가이고, 라오스의 동쪽에 있는 나라는 베트남이에요. 베트남은 대승불교 국가에요. 베트남 동쪽은 바다구요. 치앙마이에서 서쪽에 있는 나라는 미얀마인데 여기는 상좌부 불교 국가이고, 이 미얀마에서 더 서쪽으로 가야 드디어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가 나와요. 치앙마이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중국이구요. 이쪽은 이슬람 세계로부터 정말로 멀리 떨어진 곳인데 이렇게 무슬림을 위한 타운이 조성되어 있다니 정말 놀랄만한 일이었어요.



일단 길을 건너갔어요.


태국 치앙마이 할랄 거리


"여기 진짜 힐랄 타운 맞나본데?"


저 히잡! 히잡을 보자 여기가 무슬림들 모이는 곳이라는 것이 확 와닿았어요. 가게 표지판에는 아랍어로 markaz al-kutub al-islamiyya, 영어로 Islamic book center 라고 적혀 있었어요. 태국어로도 뭔가 적혀 있었지만 태국어는 읽을 수 없었고, 중국어로도 뭔가 적혀 있었지만 중국어는 그냥 무시했어요. 중요한 것은 여기가 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여놓은 것이 아니라 진짜 무슬림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점이었어요. 이 거리로 들어서자 갑자기 히잡을 쓴 여자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거 모스크 아니야?"


MASJID HIDAYATUL ISLAM BANHAW in Chiang Mai


'그런데 모스크에 왜 한자가 적혀 있지?'


이것은 딱 봐도 모스크였어요. 누가 뭐래도 모스크였어요. 그런데 매우 기분나쁘게 한자로 清真寺 라고 적힌 현판이 매달려 있었어요. 정말 아주 나중에야 清真寺 가 모스크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이때는 당연히 중국에 무슬림이 위구르인 외에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중국에서 한자를 쓰는 민족 중 무슬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아예 단 한 번도 안 했기 때문에 이 모스크의 정체가 심히 의심스러웠어요. 차라리 캄보디아어 글자로 적혀 있었다면 의심을 하지 않았을 거에요. 캄보디아 및 베트남에 살고 있는 참족이 무슬림이거든요. 그러나 정작 캄보디아어, 베트남어는 보이지 않았어요. 보이는 것은 오직 清真寺 뿐이었어요.



'청진사? 맑고 바른 절? 이건 대체 뭐야? 그보다 이건 여기 대체 왜 매달려 있는 거야?'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안으로 들어갔어요.



清真寺 라는 한자가 무지 신경쓰였지만 내부는 아무리 보아도 모스크였어요.


มัสยิดเฮดายาตุลอิสลาม


堂拜禮敎回


현판에 새겨진 한자는 쉽게 읽을 수 있었어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니 '회교예배당'이었어요. 여기는 모스크 맞았어요. 이 한자를 보니 여기가 모스크라는 것은 확실해졌는데, 왜 한자가 있는지는 계속 의문이었어요. 누구를 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거 물어볼 태국어 실력은 당연히 되지 않았어요.


태국 치앙마이 이슬람 사원


내부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었어요. '모스크'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눈꼽만큼도 없었어요. 태국 치앙마이에 모스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찾아온 것이었지, 만약 이 점이 아니라면 굳이 와서 볼 필요는 없는 모스크였어요. 모스크 자체는 특별할 것이 전혀 없었지만, 태국 치앙마이에 무슬림들이 모이는 힐랄 타운과 할랄 스트리트가 있고, 이 안에 모스크가 있다는 것 때문에 의미가 있었어요.


"허...신기하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밖으로 나왔어요.


태국 치앙마이 회족 이슬람


주변 풍경을 보며 고개를 계속 갸웃거렸어요. 여기에 대체 무슬림들이 왜 있고, 모스크에는 왜 한자가 적혀 있는지 전혀 이해불가였거든요.


정말 나중에야 이 모스크 이름이 반허 모스크 MASJID HIDAYATUL ISLAM BANHAW (Ban Ho Mosque), มัสยิดเฮดายาตุลอิสลาม, 王和清真寺 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여행을 다녀온지 1년 반이 지나서야요. 이 모스크는 치앙마이에 있는 중국인 모스크 7개 중 하나이자 가장 큰 모스크 중 하나래요. 19세기 운남성에서 넘어온 반 허 王和 จีนฮ่อ 라 불리던 무리가 지은 모스크인데, 이들 중 1/3이 회족이었다고 해요. 회족은 그 기원이 원나라 색목인이라는 말이 있지만, 오늘날에는 '이슬람을 믿는 한족' 같은 존재이며 중국에서는 이들을 회족으로 따로 민족 구분을 하고 있어요. 즉, 치앙마이의 무슬림들은 화교의 일부라 할 수 있고, 이들의 모스크 중 하나가 바로 반허 모스크였어요.


다시 야시장 길로 돌아왔어요.





야시장이라 매우 북적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한산했어요.



거리에는 직접 태국 기념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가게도 있었어요. 이런 곳에서 구입한다면 Made in China 딱지가 어디에 붙어있을지 걱정 안 해도 되죠.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


여기에도 역시나 제가 찾는 태국 전통의상 인형은 없었어요. 게다가 시장은 뭔가 정리되어가는 분위기였어요. 8시 반 조금 넘은 시각이었지만 파장이 가까워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더 볼 것도 없고 분위기도 더 머무를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다시 빠뚜 타패 쪽으로 걸어갔어요. 빠뚜 타패를 통과해서 성 안으로 들어가야 숙소로 갈 수 있었거든요.


우두두둑!


빠뚜 타패를 향해 걸어가는데 갑자기 허리에서 기분나쁜 우두두둑 소리가 두 번 났어요. 아까 야시장 걸어올 때부터 허리가 슬슬 아파오고 있었는데 허리에서 이 소리가 두 번 나자 허리가 진짜로 많이 아픈 것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확 들었어요. 옆으로 메는 가방을 계속 메고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가방 때문에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서 이런 건가? 그렇다고 이 가방을 놓고 맨몸만 나올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한다면 지갑은 바지 주머니에 넣어야 하고 여권은 목걸이 지갑에 넣어서 셔츠 안에 넣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한여름에 그렇게 하고 돌아다니면 정말로 많이 불편했거든요. 그렇다고 백팩을 매고 돌아다니자니 백팩은 누가 건드는지 칼로 째고 있는지 제가 직접 보고 있을 수도 없을 뿐더러 워낙 더워서 백팩 메고 돌아다니면 셔츠 등부분이 축축하게 젖어버릴 것이었어요. 단순히 지갑과 여권 뿐만 아니라 가방 안에 가이드북과 음료수 같은 것을 넣고 다니고 있었어요. 기념품 같은 것을 구입하면 이 또한 이 가방에 집어넣고 돌아다녔구요. 덕분에 손은 매우 편했지만, 이것들 때문에 허리에 확실히 무리가 가고 있었어요.



다행히 빠뚜 타패까지 별 무리없이 잘 돌아왔고, 여기에서 숙소까지도 별 무리없이 잘 갔어요.


나는 왜 일정을 이따위로 짰을까?


치앙마이 와서 보니 먹을 것도 많고 맛도 있었다. 기념품도 방콕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왜 방콕에 있으면서 계속 불만만 늘어놓고 있었을까. 차라리 그깟 방콕 대충 보고 조금만 머무르다 아유타야, 수코타이를 거쳐 치앙마이에서 오래 머무를 걸 후회가 되었다. 수코타이는 결국 가보지 못하고, 아유타야는 아쉬움이 많이 남고, 치앙마이도 앞으로 이틀 남았다는 생각에 많이 아쉬웠다. 정말 방콕은 흥청망청 환락을 위해 가는 곳이지 태국의 깊은 맛을 느끼러 가는 곳은 아닌 것 같다. 태국 와서 아유타야, 펫부리, 치앙마이, 방콕을 가 보았는데, 방콕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매우 좋았고 상상하던 그 태국의 이미지였다.


첫날부터 치앙마이는 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여행 기록을 남기며 계속 방콕 일정을 쓸 데 없이 길게 잡았다는 것을 후회했어요. 물론 처음에는 주말에 태국인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던 것이 있어서 그렇게 일정을 짜기는 했지만, 방콕에는 친구 만나러 주말에나 오고 다른 도시들을 돌아다녀도 되기는 했어요. 방콕에 오래 머물러서 좋은 점은 딱 하나 있었어요. 여행 일정이 널널했다는 거요. 방에서 푹 쉬다가 점심 즈음에야 숙소에서 기어나와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숙소 들어와서 느긋한 마음으로 밤 늦게까지 여행 일정 정리하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었어요. 그거 말고 좋은 점이 단 하나도 없었어요. 만약 다시 태국을 오게 된다면 방콕은 정말 스치듯 안녕 할 거에요.


여행 기록을 정리하고 태국어 글자를 외우기 시작했어요. 자음은 거의 다 외웠고, 모음을 외우는데 역시나 어려웠어요.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더욱 태국어, 라오스어 공부가 어려웠어요. 이 언어들은 성조가 있는 언어라 일단 수십, 수백번 계속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 되었어요. 하필이면 컴퓨터에 태국어 교재 mp3 파일만 없었어요.


나는 태국을 떠나기 전에 태국어 글자를 다 뗄 것인가? 그리고 라오스 가서 라오스인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인가?


태국어 글자야 제가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지만 라오스 가서 라오인 친구를 사귀는 것은 그게 제 노력만으로 될 지 의문이었어요. 최대한 노력을 하기는 하겠지만, '싸바이디, 커 하이 쏙 디, 니 타오다이' - 이 세 마디 만으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이었어요. 반드시 영어를 그래도 몇 마디 아는 라오인을 찾아서 친구가 되자고 해서 승낙을 받아내어야 했어요. 그래야 한국 돌아가서 혼자 라오어 공부를 해보다 모르는 것이 나오면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과연 라오스에 영어를 아는 라오인이 존재하기는 할까?


그러고 보니 아까 표를 구입할 때 일이 다시 떠올랐어요. 동남아시아 영어는 시제 변화가 없어요. 그러므로 시간 부사를 확실히 잘 들어야 해요. 저는 이것이 단순히 제 친구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했는데 아니었어요. 그냥 그렇게 시제 변화를 안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이는 동남아시아 언어의 특징과 연관이 있었어요. 동남아시아 언어들은 동사가 시제변화를 하지 않아요. 그래서 꼭 격식을 갖추는 상황이 아니라면 편하게 동사 변화를 하지 않고 영어를 말하는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시제 변화를 해가면서 영어를 해도 다 알아는 듣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동사 변화를 하지 않은 영어였거든요. 이는 이들이 영어 동사 시제 변화를 알기는 하지만 귀찮아서 안 쓴다는 것이었어요.


'제발 원래 계획대로 술술 잘 풀려라.'


자리에 드러누웠어요.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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