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2015)

길고도 길었던 이야기 - 55 태국 치앙마이 여행 - 치앙마이 전통 문화와 란나 민속 박물관

좀좀이 2017. 2. 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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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역시 늦게 잤어요.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기는 했지만 그 전에 여행 기록 쓰고 여행기를 조금 쓰다보니 새벽 3시가 넘어버렸거든요. 당연히 아침 일찍 일어날 리가 없었어요. 느긋하게 푹 자고 눈을 떠보니 아침 10시. 이렇게 마음놓고 자도 되었던 이유는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숙소에서 조식을 제공하지 않으니 굳이 아침 먹겠다고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어요.


방에 창문이 있기는 했지만 햇볕이 쫙 들어오는 방은 아니었어요. 햇볕을 쬐어야 잠이 많이 깰텐데 빛이 비실비실 들어오니 잠도 비실비실 깨어갔어요. 오늘 가장 큰 일정은 밤에 깐똑쇼를 보는 것. 그 전에는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치앙마이를 구경하는 것이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허리가 아팠어요. 급히 나가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침대에 좀 더 누워 있었어요.


11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어요.


일단 밥을 먹기 위해 전날 밥을 먹었던 식당으로 갔어요.


'밥 좀 먹으면 정신 좀 들겠지.'


밥을 다 먹었으나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제 머리는 구름 속에 들어 있었어요. 멍했고, 기껏 정신을 차려보아야 잠깐 눈 깜빡하면 다시 생각이 멎어버렸어요. 게다가 몸이 찌뿌둥했어요. 전날 덥다고 에어컨 틀고 자서 그런지 콧물이 계속 나왔어요. 증상으로 미루어보아 햇볕을 쬐며 뜨거운 태국의 햇살로 몸을 녹여야 정신이 돌아오고 몸 상태도 괜찮아질 것 같았어요.


밥을 다 먹고 나와 길을 걷는데 제단이 보였어요.


태국 제단


"저런 인형 대체 어디에서 파는 거지?"


제단에는 제가 그렇게 찾고 있던 태국 의상을 입은 인형이 놓여 있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 여자 인형이 바로 제가 구입하고 싶던 인형이었어요. 이런 인형이 왜 기념품 가게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지 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없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있는데 정작 이것을 파는 가게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찾는 인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명백해졌어요. 이 인형을 어디에서 파는지 전혀 모를 뿐이었어요.


'시장 가보면 있지 않을까?'


인형이 존재하니 분명 파는 곳도 존재할 거에요. 자기가 직접 저 인형을 만들었을 리는 없으니까요. 제가 찾던 인형이 태국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왓 삼파우로 갔어요.



태국어로는 วัดสำเภา '왓 쌈파오' 라고 적혀 있었지만 영어로는 wat sumpow 라고 적혀 있었어요. 태국인들이 태국어를 영어로 쓸 때 통용 표기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이 실제 발음과 많이 동떨어진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사람 이름을 영어로 적는 것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태국 거리 안내 표지판 및 절 이름의 영문명에도 그대로 쓰여요. 삼파오를 sumpow 라고 적은 것은 아마 sumpow 가 통용 표기법으로 적은 것일 거에요.



법당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보수 공사중이라 법당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어요.



절 한 켠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어요.


"저건 왜 저렇게 시멘트를 나무 밑둥까지 발라놨대? 나무가 짜증 엄청 내겠다."


나무 밑둥 바로 옆까지 시멘트를 발라놓았어요. 나무는 계속 커가니까 저렇게 해놓으면 나무가 갑갑할 거에요. 화가 나서 시멘트를 깨버리던지, 시멘트 위로 삐져나오듯 옆으로 계속 굵어지든지 할 거에요. 설마 원래는 나무 옆에 충분히 공간을 주고 시멘트를 발라놓았는데 나무가 엄청나게 성장해서 저런 모습이 되어 버린 건가? 그것도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처음부터 나무 바로 옆까지 시멘트를 발라놓은 것 같았어요.



내부가 공사중이었기 때문에 야외에 불단이 있었어요.



태국 치앙마이 절 - 왓 삼파오


이 절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딱 하나 있었어요.



바로 이 배 모형이었어요. 배 위에 탑이 있고, 그 양 옆으로 불상이 마주보고 있었어요.


"저런 것 작은 사이즈로 있으면 하나 꼭 구입할텐데..."


왜 기념품점에서는 이렇게 딱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지? 아까 본 전통 의상을 입은 태국인 인형들부터 시작해서 계속 이런 것들이 등장했어요. 태국인들이 몰라서 못 만드는 것이 아니었어요. 아마 치앙마이를 샅샅이 뒤져보면 저 작은 배 모형을 파는 곳도 분명히 있을 거에요. 잡화류를 파는 시장에 가면 분명히 저런 것을 파는 가게가 하나는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했어요.


절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는데 땀이 나기 시작했어요. 태국의 더위는 강력했어요. 정신이 돌아오고 감기 기운도 다 가셨지만 이번에는 더위로 인해 힘이 쭉쭉 빠지고 있었어요.


"어디 커피 한 잔 할 곳 없나?"


카페를 찾아 걸었어요. 걷다보니 wawee 커피가 보였어요. 와위 커피 안으로 들어가 Hot doi luang 을 주문했어요. 가격은 60바트였어요.


"테이크아웃인가요?"

"아니요. 여기에서 마시고 갈 거에요."


카페에서 마시고 간다고 하자 투박한 커피잔에 커피를 담아주었어요. 커피잔이 투박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얄쌍한 잔이 아니라 입술에 닿는 느낌이 좋았어요. 커피도 괜찮았어요. 물론 제가 커피의 맛과 향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쨌든 맛있었어요. 커피를 마시며 더위를 식혔어요. 카페 안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고 있었어요. 카페 입구를 경계로 불지옥과 극락세계가 갈렸어요.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쐴 수록 나갔을 때 더 뜨겁게 느낄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어요.


"오늘은 어디 가지?"


지도를 펼쳤어요. 오늘 확정되어 있는 일정은 저녁에 깐똑쇼를 가는 것. 깐똑쇼를 보러 가야 했기 때문에 오후 5시 50분까지는 숙소로 돌아가야 했어요. 이미 정오를 넘었기 때문에 돌아다닐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이미 옷이 땀에 젖었고, 나가면 땀이 더 날 것이 분명했어요.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이렇게 커피를 홀짝이고 있으니 밖에 나가는 순간 더 덥다고 느낄 것이 당연한데, 여기에 이제 제일 더울 시각이었거든요.


'오늘은 적당히 서쪽 조금 봐야겠다.'


내일도 있으니 오늘은 너무 무리하지 말고 치앙마이 성 중심부에 있는 3왕 동상을 보고, 그 너머로 조금 더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어요.


'어느 절을 가지?'


태국하면 왓. 왓 하면 태국. 우리나라 교회만큼 절이 바글바글한 태국이에요. 치앙마이 역시 절이 매우 많았어요. 오늘은 어느 절을 보아야할지 지도를 보며 찾아보았어요. 일단 가는 길에 있는 절은 다 들어가보겠지만, 오늘 여정에서 반드시 가야 할 절 하나는 골라놓아야 했어요. 그것이 오늘 일정의 반환점 역할을 할 거니까요. 어떤 절을 갈까 고르다 오늘은 왓 프라씬을 꼭 가기로 결정했어요. 오늘은 적당히 성 내부를 둘러보고, 내일 성 외곽을 둘러보면 치앙마이를 알차게 구경할 수 있었어요.


지도를 접고 밖으로 나와 3왕 동상과 왓 프라씬을 보러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녀서인지 그렇게 크게 덥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햇볕은 너무 강하고 뜨거웠어요. 그렇게 덥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햇살이 참 따가웠어요. 게다가 햇볕이 너무 강해서 사진 찍을 때 역광이 걸리면 정말 대책이 없었어요. 역광에 걸리는 순간 사진은 아주 극단적으로 하늘이 흐린 하늘처럼 하얗게 날아가버리든가, 땅이 오밤중처럼 시꺼멓게 나왔어요. 게다가 햇살 때문에 눈이 부셔서 자꾸 눈을 찌푸려야 했어요. 눈을 있는 힘껏 찌푸려야 눈이 시렵지 않았기 때문에 미간에 내 천자가 깊게 파일 것 같았어요. 선글라스를 챙겨오기는 했지만 선글라스 끼는 것을 매우 안 좋아해서 맨눈으로 다니고 있었어요. 다행히 바닥이 빛을 강하게 위로 반사하고 있지 않아서 맨눈으로 돌아다닐만 했어요. 이런 날 빛을 강하게 위로 반사하는 땅 위를 걸으면 햇볕에 두 눈동자에 강력한 어퍼컷을 날려서 정말 어찌할 줄 모르게 되는데 아직 그런 반들거리는 곳 위를 걸어다닐 일은 없었어요.


길 건너 3왕 동상이 보였어요. 이제 길만 건너면 3왕 동상이었어요.


"이 건물은 뭐지?"



표지판을 읽어보았어요. '란나 민속 박물관' Lanna folklife museum 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태국 치앙마이 란나 민속 박물관


이 건물이 바로 란나 민속 박물관이에요.


"이거 잘 되었다. 이 지역 문화 잘 모르는데 여기 가서 공부 좀 해야겠다."


동남아시아 문화와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돌아다니던 중, 이런 박물관을 발견하자 횡재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 박물관은 있는 줄도 몰랐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민속 박물관 가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 살던 모습, 사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니까요. 이 지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사실 도이수텝 사원 밖에 없었기 때문에 돌아다니면서 신기하기는 한데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원래 민속박물관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딱 필요할 때 등장하니 망설일 이유 없이 바로 들어갔어요.


박물관은 유료였어요. 그러나 입장료가 100바트 채 되지 않았어요.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치앙마이 풍습



종교와 미신적 믿음은 치앙마이가 속한 란나 지역 사람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끼쳤대요. 불교에 대한 믿음은 업보, 번뇌와 윤회를 강조하는데, 란나 사람들은 번뇌를 덜어줄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절과 탑을 세우는 데에 많이 열중했대요. 한편 애니미즘은 란나 지역 사람들의 전통적 믿음에 영향을 주어서, 치앙마이 사람들은 영혼들을 달래기 위해 종종 부모의 생일때 담배와 빈랑 나무 열매가 채워진 둥근 대나무 바구니 및 쌀 바구니를 승려에게 드려서 조상님께 바친대요.



이 나무 모형을 지나가자 치앙마이의 금당 (대웅전) 모형이 나왔어요.


치앙마이 불당


란나 지역 절의 본존불을 모신 법당은 개방형과 폐쇄형이 있대요.


태국 불교 - 부처님 발자국


부처님 발자국은 부처님에 대한 추모를 의미해요. 치앙마이에서는 네 겹으로 겹쳐진 부처님 발바닥 모양이 있는데, Kakusantha, Konakamana, Kassapa, Khotama 라는 해탈한 부처를 가리키는 것이래요.



치앙마이 전통 등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치앙마이 전통 등


란나 지방 사람들은 사후 극락세계로 가기 위해 예배드리고 제물을 바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대요. 주로 바쳐지는 공물은 옷감, 종이, 코코넛 잎으로 만드는데, 바나나 잎과 꽃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대요.


치앙마이 문화 - 불단에 바치는 공물


이번에는 란나 양식 불상이 나왔어요.



"이거 절 입구 모양이다!"



이것과 관련된 설명을 보니 치앙마이 및 란나 지역에서는 목재, 사암, 석영 등으로 부처님, 신성한 동물 및 건물의 장식 부분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대요. 이 중에서 나무에 섬세한 조각을 하는 것이 특히 매우 대중적인데, 이런 문화적 특징은 문, 박공, 박공 끝머리, 코벨 (건축에서 위로부터의 압력을 지탱하기 위해 만든 구조적 장식물)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대요. 이 외에도 강단, 의자 등 가구들에도 이 조각 기술을 이용해 화려하게 장식한대요. 이와 같은 란나 조각 기술은 치앙마이의 왓 프라 싱과 라오스 루앙프라방에 있는 빠탓 람빵 루앙 사원의 조각이 특히 아름답대요.


치앙마이 무희 손톱 장식


"이거 이따 깐똑쇼에서 볼 거다!"


이것은 치앙마이의 유명한 전통 춤인 손톱 춤에서 사용되는 무희들의 손톱 장식이에요. 왜 이렇게 뾰족하고 긴 손톱 장식을 손가락에 다는지는 저도 몰라요. 하지만 한 가지 추측해볼 수는 있어요. 문화를 보면 '일하지 않음'이 고귀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예를 들어서 흰 피부가 인기 좋은 이유는 단순히 하얘서 좋은 것이 아니라 일 하지 않고 실내에 머물러야 피부가 하얗기 때문이지요. 선진국에서 태닝한 피부를 아름답게 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해요. 선진국에서는 실내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밖에 나가 적당히 살을 태우는 것이 여유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위니까요. 긴 손톱 장식 또한 이렇게 '일하지 않음'이 고귀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사례 중 하나라고 짐작해볼 수 있어요. 손톱을 길게 기르려면 손 쓰는 일을 안 해야 하니까요.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이에요.


태국 치앙마이 악사


박물관을 계속 둘러보았어요.





치앙마이 및 란나 지역 벽화를 다룬 전시실을 지나 계속 쭉 보았어요.









영어를 잘 모르는데다 설명이 쉽지 않아 모든 설명을 잘 읽고 이해할 수는 없었어요.







이 지역 사람들 생활과 관련된 전시물도 있었어요.


치앙마이 전통 가옥


치앙마이 및 란나 지방의 전통 가옥은 이런 구조래요.


치앙마이 전통 밥상


이것이 치앙마이 및 태국 북부 란나 지역의 밥상이에요.


태국 전통 길쌈


이것은 이 지역 전통 길쌈 모습이에요.


치앙마이 전통 악기


이것은 치앙마이와 란나 지역의 전통 악기에요.


치앙마이 여성 전통 의상


이것은 이 지역의 여성 전통 의상이에요.


치앙마이 전통 베틀


이것은 치앙마이 및 태국 북부 란나 지역의 전통 베틀이에요. 우리나라 베틀과 비슷하게 생겼어요.



마지막으로 불당 모형을 보고 밖으로 나왔어요.



"저거 작아보이는데 다 보는 데에 한 시간 걸렸네."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솔직히 박물관에 전시된 것과 설명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영어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이 지역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거든요. 스마트폰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사전이 없어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볼 방법이 없었지만,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설명을 일일이 해석하며 볼만큼 일도 일정도 아무 것도 없는 날이 아니었어요.


비록 이해하지 못한 것이 많기는 했지만 보고 나오기 전과 후에 보이는 것에 차이가 분명히 있었어요. 저 박물관 안에 있는 것은 일단 전통문화라는 것이고, 태국 북부 란나 지역 및 치앙마이의 문화적 특징이라는 것이니까요.


"들어가기 정말 잘 했다."


이따 저녁에 볼 깐똑쇼에서 식사가 제공되고 무희들이 란나 전통 춤을 보여줄 건데 최소한 그것이 이 지역 전통과 관련있는 것이라는 것은 분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시험이 이제 10분 뒤에 시작되는데 아는 것이 없어서 급히 책장 펼치고 중요한 단어 및 문장 몇 개만 읽은 것과 똑같았어요. 그래도 당연히 그렇게 중요한 단어 및 문장 몇 개만 읽는 것이 아예 안 본 것보다 좋은 점수를 받지요. 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잘 구경하기 위해 이 지역 문화를 한 시간 동안 날림으로 벼락치기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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