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체코 여행] 7박 35일 - 59 체코 프라하 성비투스 대성당

좀좀이 2012. 1. 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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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드세요!"


주인 아저씨께서 깨우셔서 일어났어요. 오늘은 귀국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귀국을 할 생각을 하니 속이 울렁거렸어요. 여행을 더 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돌아가야만 하는 날. 밥을 먹고 샴푸만 가지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은 후 짐을 꾸리고 카메라와 지갑만 들고 밖으로 나왔어요.


"어디를 갈까?"


여행 마지막 날을 무미건조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여행 마지막 날을 무미건조하게 보내면 가뜩이나 귀국하는 게 싫은데 귀국해서 더 많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어요. 그러나 선택권은 많지 않았어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프라하성으로 가는 것 밖에 없었어요.



이런 것을 지나서 오늘도 건넌다, 카를교!



처음 왔을 때에는 조금 신기했지만 이제는 전혀 신기하지 않았어요. '또 너냐?'라는 느낌이었어요. 그저 소매치기 많아서 주의해야 하는 다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프라하 구시가지는 전에 왔을 때에도 다 보았고 전날도 대충 또 둘러보았어요. 한밤중에 정상에 있는 프라하성까지 올라가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또 프라하성까지 올라갔어요.



"여기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어?"


정상에 올라와서야 알았어요. 프라하성은 그냥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정말 재수 없게도 제가 처음 온 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해서 그때만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었어요.



"그러면 그렇지."


성당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오늘도 역시나 뜨거운 햇살. 성당 뒤쪽으로 가서 더 가보려고 했으나 이 다음부터는 돈을 내야 갈 수 있는 황금소로였어요.



프라하 사진이나 하나 찍고 스트라호프 수도원을 찾아 돌아다닐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사진을 찍고 내려가려는데 성당 입구부터 아주 긴 줄이 생겨 있었어요.


"이거 성당 들어가는 거에요?"

"예."


줄을 서 있는 관광객에게 물어봤더니 성당 들어가는 줄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줄을 섰어요. 줄을 서서 가만히 기다리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지난번 왔을 때 구시가지에 있는 대부분의 성당이 돈을 내야 들어갈 수 있는 성당이었어요. 그 성당들 모두 이 성당에 비하면 정말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성당들이었어요. 그런데 이게 설마 공짜?


"이거 표 있어야 하나요?"

"예."

"어디서 사요?"

"입구에서요."


그래서 입구로 가서 경비원에게 물어보았어요.


"저 성당 들어가려면 돈 내야 하나요?

"아니요. 저건 공짜에요."


다시 줄을 서러 갔어요. 그새 엄청난 사람들이 줄을 또 섰어요. 알고 보니 오늘은 부활절. 부활절이라 성당이 평소 관람시간보다 늦게 개방한다고 했어요. 미사가 끝나는 11시부터 관람 시작이라고 했어요. 저는 12시 5분에 줄을 섰지만 입구에 이 성당 관람이 공짜인지 알아보러 갔다 오는 바람에 더 늦게 줄을 선 거나 마찬가지가 되었어요.



메롱


조각이 저를 보고 놀리고 있었어요. 맨 뒤에서부터 기다렸어요. 다리가 아팠지만 참았어요.


"이거 하나만은 꼭 보고 간다!"


한참 기다려서야 겨우 들어갔어요. 이 성당은 하도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성당이라 몇 명이 나와야 몇 명을 들여보내주는 식이었어요. 그도 그럴만한 것이 멀리서 보았을 때 이 성당이 가장 눈에 띄는데다 이 성당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유적과 교회가 다 유료였어요. 그런데 이건 가장 크고 꼭 가볼만하게 생긴 것이 공짜. 그러니 관광객이 엄청 몰릴 수밖에 없었어요.



드디어 성당에 들어왔어요. 사람 수를 밖에서 통제해서 들여보내기 때문에 관람하기는 좋았어요. 만약 밖에 있는 사람들을 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게 했다면 여기는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을 거에요.





성당의 모든 유리창이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었어요.



성당 구석에 있는 해골.




이것을 뭐라고 하는지 용어를 잊어버렸어요...확실히 하나하나 볼 것이 매우 많았어요.



이것은 은으로 만든 거래요. 사람들이 이걸 오래 보고 싶어하다보니 여기는 특별히 직원이 관리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여기에 너무 오래 서서 구경하려고 한다 싶으면 빨리 지나가라고 하며 여기에서 체증이 생기는 것을 막고 있었어요.




아무리 보아도 크고 으리으리한 성당 내부였어요.



역시 여기에도 파이프 오르간이 있었어요.


서양의 교회 건물을 볼 때마다 든 생각이 하나 있었어요.


"그냥 시원하게 유리창으로 하지 왜 맨날 스테인드 글라스를 해서 안을 침침하게 만들어 놓을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조금씩 주기 시작했어요.



보이시나요?  살짝 보라색 빛이 끼었어요. 이건 카메라 조작의 승리가 아니에요. 진짜로 교회 안 돌 위에 보랏빛 물이 들었어요.


[체코 여행] 7박 35일 - 59 체코 프라하 성비투스 대성당


"이래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하는구나!"


이 장면을 보고도 이해를 못한다면 답지를 보고도 이해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내는 알록달록한 빛이 차가운 돌로 이루어진 교회 내부를 화려하게 꾸미고 있었어요. 빛이 그려내는 한 폭의 그림. 평범한 대리석들이 하나하나 귀하고 아름다운 보석으로 바뀌었어요.



금은보화로 교회 내부를 처바르지 않아도 금은보화를 바른 것처럼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테인드글라스였어요!



한 번 다 돌고 다시 한 번 또 돌았어요.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드는 아름다움을 알게 되자 그냥 나갈 수가 없었어요.


체코 프라하 성비투스 대성당



이 아름다운 빛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성당 안에 머무르고 싶었어요. 하지만 나가야 했어요. 귀국해야 했으니까요.



밖에 나오니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 보고 나온 기분이었어요. 사람마다 이 표현에 대해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저는 이 기분을 아주 싫어해요. 조조할인으로 보든 심야로 보든 영화관에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오면 그냥 하루가 끝나버린 느낌이 들어요. 다음 것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딱 끊겨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영화를 본 후 집에 가서 잠을 자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을 해도 기분이 어색해요. 왠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그 다음에는 무조건 집에 가서 잠을 자며 하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그 느낌이 또 들었어요.


그러고보니 성당 안에서 한 시간 있었어요. 이건 저 스스로도 놀랄 일이었어요. 이렇게 정말 집중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꼼꼼히 본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구시가지에서 내려와 시청 쪽으로 걸었어요. 시청 쪽에는 큰 장터가 열렸어요.





지난 번에 왔을 때에는 여기에 시장을 만들고 있었어요. 이제는 시장이 완성되어 있었어요.


전철표를 사고 돈을 거슬러 받았는데 처음 보는 동전이 있었어요.


"이거 뭐지?"


분명히 50코룬 지폐를 받아야 하는데 동전만 잔뜩 주어서 거스름돈 잘못 준 거 아닌가 하고 살펴보던 중 발견한 처음 본 동전은 바로 50코룬짜리 동전이었어요. 50코룬은 지폐와 동전 둘 다 있었어요. 게다가 50코룬 동전의 그림은 바로 프라하!


프라하, 너 너무 새침한 거 아니야?


50코룬짜리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지하철을 타러 갔어요. 정말 프라하에서 고생한 것들이 머리속에 주마등처럼 떠올랐어요. 여기 와서 꽤 고생했어요. 처음 왔을 때 날씨가 미친 듯 변해서 정신 차릴 수 없었고, 그날 우크라이나 대통령 와서 프라하성은 들어가지도 못했고, 체코 기차 안에서 지갑을 도둑맞았어요. 두 번째 왔을 때에는 홀레쇼비체 역에서 내려 오전 내내 고생했어요. 비셰흐라드 간다니까 현지인 할머니께서 저를 종점에 내리게 하셨어요. 정말 많아요. 프라하 이야기가 아마 이번 여행 중 단일 도시로 분량이 제일 많아요. 그렇게 프라하는 저를 실컷 골려먹었어요. 그러고는 막상 떠나려고 하니 프라하가 그려진 50코룬 동전을 손에 쥐어주는 건...내가 마음에 들었다는 거냐? 애정의 표시를 그렇게 한 거야?



전철을 타고 중앙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 아이들. 이날 따라 리본이 매달린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아이들이 많이 보였어요. 알고보니 오늘은 부활절.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나뭇가지가 부활절과 관련있는 것은 확실했어요.



프라하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광고판이에요.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광고판은 토끼 세 마리가 각설탕 비슷한 것을 먹는 광고판이었어요. 그 광고판을 찍을까 하다가 말았는데 4월에 가보니 그 광고판이 모두 사라져 버렸어요. 그래서 이 광고판이 보이자마자 사진을 찍었어요. 이 광고는 연작 중 하나에요. 시리즈로 몇 개 있는데 나머지는 좀 별로였어요.


민박집에 돌아와 조금 쉬다가 드디어 공항 가는 버스에 올라탔어요.



공항행 버스는 지폐 사용 금지라고 나와 있었어요.


공항에 도착해 바로 짐검사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공항 내부에 흡연실이 없었어요. 담배를 태울 수 있는 곳은 프라하 공항에서 딱 한 곳 있었어요. 그곳은 바로 카페. 짐 검사 받고 탑승 게이트를 찾아가기 전에 있는 카페에서만 담배를 태울 수 있었어요. 짐 검사 받고 들어와보니 진짜 이건 비행기를 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공항 직원에게 나가서 담배 태우고 와도 되냐고 물어보았어요. 공항 직원은 그러라고 하며 검색대를 정면으로 통과하지 말고 옆으로 지나가라고 했어요. 카페에 가서 제일 싼 캔콜라를 시켰는데 5유로였어요. 담배를 태우고 시간을 보내다 다시 안으로 들어갔어요.


"헤이, 웨이트!"

"응?"


아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서 그냥 지나가려고 아까 지나갔던 옆길로 들어가려고 하자 직원이 보안 검색대에서 검색을 다시 받으라고 했어요. 그래서 다시 허리띠를 풀러야 했어요.


보안 검색을 다시 받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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