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67 중국 산시성 여행 - 시안 회족 구역

좀좀이 2016. 12. 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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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적당한 시각에 화청지에서 나왔어요. 이제 시안성으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고 숙소 돌아가서 쉬면 오늘 하루 매우 알차게 보내는 것이었어요. 다음날 일정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놓은 것이 없었어요. 일단 이제 남은 것은 대안탑인데, 이것도 입장료가 있는 곳이었어요. 대안탑은 대안탑 근처로 가서 입장료 내지 않고 밖에서 탑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만 하고 오기로 했어요.


"내일은 적당히 시안성 안이나 돌아다닐까?"

"그러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안 온 첫날 시안성을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제대로 잘 구경하지는 못했어요. B도 힘들었고 저와 친구도 힘들었거든요. B가 혼자 날아다닌다면 그 분위기에 장단맞추며 관심갖고 이것저것 둘러보았을텐데 B가 매우 힘들고 중국에 적응이 하나도 안 되어서 저희도 대충 둘러보았어요. 모레면 B가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니 내일은 B가 선물 구입하는 것 도와주며 시안성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오늘 하루 일정이 무사히 잘 끝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매우 여유로워졌어요. 병마용 입장료가 150위안이고, 화청지 입장료가 150위안이었어요. 정말 다행히도 둘 다 150위안 내고 한 번은 들어가볼 가치가 있었어요. 화청지는 조금 비싼 감이 있기는 했지만, 만약 제대로 사진 많이 찍었다면 입장료 150위안을 충분히 뽑고도 남았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그리고 어쨌든 화청지 안에서 셋이 재미있게 잘 놀았구요. 조각상 하나가 어떻게 감상을 확 바꿀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한 것만으로도 150위안의 가치가 있었어요.


아까 들어갈 때 대충 보고 지나친 동상이 눈에 들어왔어요.


중국 서안 화청지


"저거 진짜 잘 만들었다."


좋은 쪽으로 중국 문화가 느껴지는 동상이었어요. 짝퉁이니 천박하다느니 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만약 저 동상 아래를 한 번 더 꼬았다면 바로 '짝퉁'이 떠오르면서 역시나 참 중국스럽다고 혀를 쯧쯔쯔 찼을 거에요.


시안성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어요.



잠시 쉴 겸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내다보았어요.




저녁 7시 25분. 시안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어요.


시안 버스터미널


"저녁 어디에서 먹지?"

"종루쪽으로 가보자."


저녁을 어디에서 먹을까 고민하다 일단 종루쪽으로 가기로 했어요. 거기에서 괜찮은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친구와 둘이서 다닐 때라면 무조건 직감에 의존해 허름하지만 맛이 좋아보이는 곳을 골라서 들어가자고 했겠지만, 지금은 B도 있었어요. 나름 괜찮은 식당을 가기 위해 중국의 중국 맛집 어플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친구는 B가 온 이후 이 어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어요. 그 전까지는 밥을 다 먹은 후 우리가 식사한 곳이 얼마나 좋은 식당인지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했지만, B가 온 이후부터는 그 어플에서 좋은 평점을 받은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고 있었어요.



시안역


시안역을 뒤로 하고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갔어요.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버스가 올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와 버스를 타고 있었어요. 줄서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버스가 왔어요. 그냥 이 버스를 타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정말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데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했어요. 영등포에서 그랬던 것처럼 버스와 함께 달려서 사람들 무리 중 앞쪽을 차지한 후, 사람들을 밀쳐내며 버스를 탔어요. 버스에 올라타자 빈 자리가 하나 보였어요. 중국인 청년 하나가 이 자리에 앉을까 다른 자리에 앉을까 한 발짝 떨어져서 고민하고 있었어요.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어요. 청년이 자리에 앉아야겠다고 결정하고 한 발 내딛던 바로 그 순간 제가 자리에 앉았어요.


이 장면을 본 중국인 청년도, 제 친구들도 깜짝 놀랐어요. 저 역시 몸이 그렇게 빨리 반응한 것에 놀랐어요.


'내가 중적화되어가고 있단 말인가!'


버스에서 사람들을 밀쳐대고 자리를 향해 몸을 날린 것은 중국에 내 몸과 정신이 점점 최적화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인가? 왜 내가 고마움도 모르고 양보도 배려도 모르는 이런 인간들에게 양보를 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계속 들었어요. 이것이 바로 중국에 최적화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이 인간들이 왜 이지경인지 점점 깨달아가며 동화되어가고 있었어요.


버스가 종루 근처에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렸어요.



거리에서 살구를 파는 모습을 보며 오늘밤 과일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가 먹을까 잠깐 고민했어요. 과일 파는 상인을 보며 조금 사갈까 고민하는 동안 친구는 스마트폰으로 식당을 검색해 보았어요.


"가자."

"어디로?"

"백화점 안에 있는 식당들 괜찮대."


친구가 백화점 안에 있는 식당들이 괜찮다고 해서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전자매장 앞에서는 병마용 진흙인형이 스마트폰을 들고 입구를 지키고 있었어요.





종루와 고루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어요.


친구를 따라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어요.



"여기 먹을 거 있는 거 맞아?"


백화점 안을 돌아다니는데 딱히 맛있어보이는 곳이 없었어요. 그냥 백화점 푸드코트였어요. 친구도 식당을 기대하고 왔는데 푸드코트에 문 닫는 분위기가 나자 이건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어요.


"나가자. 근처에 식당 있겠지."

"잠깐만. 여기 근처에 괜찮은 식당 있나 보고."


친구는 근처에 평이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특별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못 먹는 거나."

"이왕이면 이 지역 음식 먹자. 쓰촨 음식 말구."


시안도 사천 음식을 파는 식당 투성이였어요. 시안은 쓰촨성이 아니라 산시성이에요. 사천 음식은 사천성 갔을 때 먹고, 지금은 산서성이니 산서성 음식을 먹고 싶었어요. 사천 음식을 제외하자 식당 찾는 난이도가 많이 올라갔어요.


"여기서 조금 걸어가야 하긴 하는데...갈래?"

"가자. 이왕 먹는 거 맛있는 거 먹게."


저녁 8시 반. 백화점에서 나왔어요.



친구가 말한 괜찮은 식당으로 갔어요.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씩 시키기로 했어요. 중국 음식은 아무리 아는 한자라도 뭐가 뭔지 감을 잡기 어려웠어요.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어차피 메뉴판 봐도, 음식 사진 봐도 제대로 고르기는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먹는 것을 시킬 생각이었어요. 사람들이 이것저것 시켜 먹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먹고 있는 것을 보아도 뭔가 딱 느낌이 오는 것이 없었어요. 마침 옆에서는 식당 종업원이 빈 그릇을 치우고 있었어요. 빈 그릇을 보니 다진 고추와 고기를 볶은 음식이 있었어요.


"저거 창잉터우 아냐?"


타이완에서 먹었던 음식인 창잉터우 蒼蠅頭 같은 음식이 있었어요. 이 음식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파리 머리'에요. 잘게 다진 고추, 야채, 돼지고기 등을 넣고 볶아서 만든 요리에요. 짭짤해서 밥에 올려서 비벼먹으면 참 맛있어요. 술안주로 시켜서 이것만 먹으면 짜서 별로구요. 지금은 밥을 먹으러 온 것이고, 밥을 먹으며 맥주를 곁들여 마실 것이니 이것을 시키는 것이 가장 무난하면서도 독특하겠다 싶었어요.


친구에게 저는 저 음식을 시키겠다고 알려주자 친구가 중국어로 종업원에게 뭐라고 이야기했어요. 종업원은 알겠다고 했어요.


잠시 후 음식이 나왔어요.


중국 경장육사




그리고 이것이 제가 시킨 음식이었어요.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어!


자화자찬하며 좋아했어요. 매콤하고 고소했어요. 중국 요리답게 불맛도 났어요. 이것을 밥에 올려서 비벼먹으니 정말 맛있었어요. 밥이 술술 넘어갔어요.


"이 전병은 뭐? 너가 시켰어?"

"어. 사람들이 이것도 같이 시키길래."


친구가 전병을 시켜서 전병도 나왔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전병을 먹으려 하지 않고 밥과 반찬만 먹었어요. 그 모습을 보더니 종업원이 와서 이렇게 먹는 것이라고 알려주었어요. 제가 시킨 음식 및 친구들이 시킨 음식을 전병에 넣어서 싸먹는 것이었어요. 전병에 경장육사를 싸서 먹어보니 만두를 먹는 맛이었어요. 친구는 종업원에게 우리들이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하고 종업원과 뭐라고 열심히 이야기했어요.


"얘 중국어 진짜 잘한다."

"어. 완전 중국인이라니까."

"우리나라 입국할 때 중국인이 위조 여권 들고온 것인 줄 알고 바로 심문실 끌고가는 거 아냐?"


친구가 종업원과 중국어로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B와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너네 여행 진짜 잘 하네. 내가 못 따라가겠어."

"잘 하긴. 네가 사무실에만 있어서 체력 많이 떨어진 거겠지."

"응. 그런가봐. 돌아가서 운동 좀 해야겠다. 너네 피부 진짜 많이 탔다."

"이거?"


제 팔을 보았어요.


"이거 많이 하얘진 거야. 신장 위구르 돌아다닐 때에는 이거보다 훨씬 검었어."

"헉! 진짜?"


대륙식 허세가 아니라 진짜로 많이 하얘졌어요. 정말 까맣게 탔을 때는 쿠차를 돌아다닐 때였어요. 그때는 제가 제 팔을 봐도 진짜 심하게 탔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둔황 도착했을 때는 팔 색깔이 갈색에 가까웠어요. 이 정도까지 검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어요. 그 이후 계속 피부가 조금씩 하얘지고 있었고, 시안 와서는 그래도 많이 하얘진 상태였어요. 그 당시 손과 팔을 따로 특별히 찍은 사진이 없지만 정말로 엄청나게 검었어요.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왔어요.


"이제 뭐하지?"

"숙소 돌아갈까?"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어요.


"여기 주변 좀 보고 가자. 소화도 시키고 동네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하고."


다음날 대안탑을 가야 하는데, 대안탑은 시안성에서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B가 선물을 사는 것을 끝낸 후 대안탑을 간다면 저녁 즈음에나 대안탑을 보러 갈 것이고, B는 귀국후 다음날 바로 출근해야 하니 내일 일정을 무리하도록 짜면 안 되었어요. 아마 저녁 먹고 대안탑 본 후 숙소 가서 적당히 쉬면서 노닥거려야 할 거에요. 그리고 그 다음날 밤에 저와 친구는 상해로 다시 돌아가야 했구요. 시안의 밤풍경을 볼 기회는 사실상 오늘 뿐이었어요.


회족 노점상


중국 서안 과일



밤거리를 구경하며 돌아다녔어요.








"뭐 하나 사먹을까?"

"별로. 배불러."


저녁을 잘 먹었기 때문에 무언가 더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거리를 구경하며 숙소 방향을 향해 걸었어요.





'저거 모스크인가?'


중국 서안 청진대사


얼핏 보면 오래된 건물이었어요. 중요한 것은 벽이었어요. 벽을 보니 이슬람 문양이 새겨져 있었어요. 사람이 많고 차와 오토바이가 좁은 길로 계속 돌아다녀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히 아랍어가 적혀 있었어요. 저 벽 양 옆으로는 일반 가게였어요. 모스크 주변에 가게가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광경이었어요. 중요한 것은 입구가 어디냐는 것이었어요. 모스크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일단 오래된 건물이고 아랍어가 벽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입구를 찾아 들어가볼만한 곳으로 판단되었어요.


'나중에 시간 되면 가보든가 해야겠다.'


이미 밤 10시 30분을 넘었어요. 오늘은 너무 늦었어요. 다음날이든 다다음날이든 낮에 다시 와서 입구를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나중에야 이것이 모스크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두침침한 골목을 돌아다니다 멀리 커다란 문이 보여서 그쪽으로 걸어갔어요.


"이거 무슨 냄새? 쓰레기통 3년 썩힌 냄새인데?"

"어우...더러운 냄새!"

"이거 취두부 냄새야! 진짜 취두부 엄청 싫어!"


저와 B가 거리에서 쓰레기통 3년간 청소하지 않고 푹푹 썩힌 냄새가 난다고 외쳤어요. 쓰레기 매립장에서나 맡을 수 있을 법한 냄새였어요. 친구도 그 냄새를 맡더니 이것이 바로 취두부 냄새라고 했어요. 친구가 중국 음식 다른 것은 다 먹어도 취두부 만큼은 정말 싫고 못 먹겠다고 했어요. 친구의 말에 수긍했어요. 타이완 타이베이에 있는 야시장에서 맡아보았던 취두부 냄새와는 차원이 달랐어요. 이건 정말로 쓰레기 매립장 냄새였거든요.


"너네 취두부 먹을래? 중국 왔으니 그런 것도 경험해봐야지."

"아니, 절대 싫어. 격렬하게 사양한다."


친구가 절대 안 먹는 것을 추천하지만 정 먹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는 투로 물어보았어요. 저와 B 모두 격하게 거부했어요.


"이제 숙소 어떻게 돌아가지?"

"택시 타고 가자."


날씨가 나쁘지 않아서 택시가 많이 보였어요.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택시비는 9위안이었어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B와 침대를 바꾸어서 제가 1인용 침대에 드러누웠어요.


"나 내일 또 2인용 침대에서 자야해?"


저와 B가 친구의 애원에 진지하게 고민해보았어요. 친구가 오늘 저와 B 때문에 예전에 갔었던 병마용에 150위안 내고 같이 들어가주었고, 혼자 중국어로 일을 다 처리하느라 고생한 것도 있었어요.


"내일은 1인용 침대 누가 잘 지 가위바위보 할 수 있게 해줄께."

"진짜 그러지 말고 나 1인용 침대에서 한 번 자보자."

"그러면 내일 가위바위보 이겨. 진짜 우리가 크게 양보해줬다. 안 그러면 내일도 원래대로 너는 2인용 침대에서 잘래?"

"내일 가위바위보 이기면 돼."

"지면?"

"지면 당연히 2인용 침대에서 자야지. 우리는 무려 너에게 '기회'라는 것을 준 거야."


친구가 툴툴대며 침대 안으로 들어갔어요.


"유로 2016 언제 시작하지?"

"내일."

"내일 다 같이 축구 볼까?"

"시간 맞으면."


친구가 다음날은 밤에 같이 축구를 보자고 했어요. 저도 B도 그냥 시간 맞으면 보자고 했어요. 밤에 딱히 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숙소 근처 술집 가서 보든 안주 사와서 숙소 방에서 보든 해도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다음날은 시안성 안을 돌아다니다 대안탑 가서 밖에서 대안탑 모습 구경한 후 유로 2016 축구 경기를 보기로 했어요. 일정을 정한 후 불을 끄고 드러누웠어요. 문득 이제 B는 모레 귀국할 것이고, 저도 귀국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예전까지는 여행을 다니며 이런 생각이 들면 매우 아쉬운 느낌이 들었는데 이상하게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군대에서 전역일을 기다리던 그때처럼 그날이 어서 빨리 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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