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66 중국 실크로드 여행 - 시안 화청지

좀좀이 2016. 12.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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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먹고 화청지로 가는 버스를 탔어요. 화청지는 당 현종과 양귀비가 사랑을 나누던 궁궐이에요. 병마용은 실크로드와 관련이 없지만 화청지는 실크로드와 아예 연관이 없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어요. 실크로드는 한나라 무제 시절 장건이 개척한 무역로니까요. 중학교 사회 시간에 배워서 '중국 당나라'라고 하면 당삼채부터 떠올리니 억지로 실크로드와 연관을 지으려면 지을 수도 있는 곳이에요.


하지만 당연히 그런 것에 대한 낭만을 품고 갈 리가 없었어요. 이 일정은 전날 밤 B가 검색해서 일정에 급히 추가된 일정이었어요. 알고 가는 것이라고는 여기에서 당 현종과 양귀비가 놀았다는 것 뿐이었어요. 뭐가 중요하고 무엇을 집중적으로 보아야 하는지 등은 세 명 모두 머리 속에 탑재하고 있지 않았어요.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화청지 안에 양귀비 누드 조각이 있는데, 종종 검색 로봇이 긁어갈 때 이것 사진을 야한 사진으로 분류해서 이 조각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 검색 누락될 확률이 높다는것 뿐이었어요.



오후 4시. 화청지에 도착했어요. 1인당 150위안씩 내고 안으로 정문을 통과했어요.



원래 화청지는 사진 속 뒷산 정상까지 다 돌 수 있는 곳이에요.



화청지에서 저 뒤쪽 산 정상까지 길이 이어져 있어요. 저 산까지 다 돌아본다면 확실히 150위안 다 뽑고 하루 종일 놀 수 있을 거에요. 화청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4시였기 때문에 일단 화청지만 둘러보고 뒤에 있는 산은 시간 남으면 올라가보기로 했어요.



"여기 그렇게 막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지?"

"응. 여기 크게 오래된 거 같지는 않네."




"어? 여기 예쁘다!"


길을 따라가는데 연못이 나왔어요.








"야, 여기 진짜 예쁘네!"


연못과 중국 전통 건물이 이루는 조화가 참 멋있었어요. 연못 가운데에는 무슨 커다란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이것은 공연할 때 사용되는 것 같았어요.


관람로를 따라 쭉 걸어갔어요.











자기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B에게 사진이 예쁘게 나올 자리가 나오면 B에게 서 있으라고 하고 B의 스마트폰과 친구의 좋은 카메라로 B의 사진을 찍어주며 돌아다녔어요.


'여기 연인이랑 오면 완전 최고겠다.'


사진 촬영이 취미라면 확실히 여기는 150위안의 가치를 하는 곳이었어요. 사진을 대충 찍어도 결과물이 예쁘게 나왔거든요. 전날 시안성 안에 있는 곳을 거의 다 돌아보았고 병마용에 이어 여기를 왔어요. 시안성 안은 정신없었어요. 사진 예쁘게 나올 만한 곳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어요. 인사동 거리에서 예쁜 사진 찍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병마용은 굉장하기는 한데 인물 사진 찍기에는 썩 괜찮은 곳이 아니었어요. 병마용은 그나마 제1전시관이 사진 찍기 나은 편인데 여기는 사진 찍기 좋은 자리에 사람들이 바글거렸어요. 제1전시관은 병마용에서 가장 대표적이자 상징적인 전시관이자 가장 먼저 가는 전시관이다보니 모두가 여기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정성껏 관람하고 가거든요. 제2, 제3전시관은 사진 찍을만한 포인트가 몇 곳 있기는 했는데 너무 어두웠어요.


'우와, 예뻐라! 저기는 꼭 가야해!' 라고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확 끌어낼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은 화청지였어요.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자리가 매우 많았어요. 게다가 규모가 작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밀리고 치여가며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었어요.




중국식 홍등으로 장식된 모습은 특히 매우 아름다웠어요.




무대가 설치된 연못을 반바퀴 빙 돌아갔어요.





연못 뒤편으로 넘어가자 드디어 그 유명한 양귀비 누드 석상이 나왔어요. 당나라 미인 모양 당삼채와 비슷하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아무리 보아도 통통했다는 양귀비와는 너무 거리가 있어보였어요. 양귀비 석상의 몸매는 요즘 여자 연예인들이 너무 말라서 통통해보이는 것일 뿐이지, 솔직히 이것도 절대 통통한 몸매가 아니었어요. 이것도 엄연히 날씬한 몸매였어요.


'이런 유적지에 저런 동상을 세워놓다니 대단한데?'


우리나라였다면 전국적으로 발칵 뒤집어질 발상이었어요. 유적지에 여자 누드 동상을 세워놓는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이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해서 이곳에 대한 감상을 갑자기 애로 영화로 바꾸어버리는 저 놀라운 발상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성문화가 더 개방적이라는 것 또한 확 와닿았어요.


양귀비 동상 주변에는 옛날 목욕탕이 있었어요.





목욕탕 유적을 하나씩 둘러보는데 온천수가 보였어요.



'여기 진짜 물 뜨거운가?'


허리를 안쪽으로 굽혀 팔을 쭉 뻗어서 물을 만져보았어요.


"야, 이거 진짜 온천수야! 물 미지근해!"


B도 와서 물을 만져보더니 진짜 온천수라고 신기해했어요. 저와 B가 그렇게 물을 만져보고 놀라는 것을 본 중국인 관광객들도 와서 물을 만져보고는 신기해했어요.


그리고 대망의 당 현종의 목욕탕.


당나라 현종 목욕탕


이것은 양귀비의 목욕탕.


중국 서안 화청지 양귀비 목욕탕


두 목욕탕 모두 관광객들이 돈을 많이 던져놓았어요. 주로 동전이 던져져 있었지만 지폐도 던져져 있었어요.


당 현종의 목욕탕은 그냥 그러려니 했어요. 하지만 양귀비의 목욕탕은 꽤 인상적이었어요. 양귀비의 목욕탕도 매우 클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 보니 양귀비의 목욕탕은 매우 작았어요.


당 현종과 양귀비의 목욕탕을 본 후, 또 쭉쭉 걸어나갔어요.





"이제 우리 저 산 슬슬 올라가보자."


시계를 보니 5시 20분이었어요. 화청지는 거의 다 보았기 때문에 산을 올라가보기로 했어요.




"친구 뭐 삐진 일 있나?"

"그러게. 왜 혼자 저렇게 막 올라가지?"


친구는 뒤도 안 돌아보고 성큼성큼 산을 올라갔어요. 무언가 화난 일이 있는 것처럼 앞으로 혼자 휙 갔어요. 저와 B는 그런 친구를 보며 친구가 뭔가 삐지는 일이 있나 이야기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에서 친구가 삐질 일은 없었어요. 조금전 양귀비의 목욕탕을 볼 때까지 셋이서 깔깔거리며 잘 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산을 올라가는 길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서 혼자 마구 치고 올라가고 있었어요.


"야, 여기서 쉬자!"



산 중턱에 도교 사원이 있었어요. 날이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고 목이 말랐기 때문에 잠시 쉬었다 가자고 친구를 불렀어요.


"너 뭐 화나는 일 있어?"

"아니. 왜?"

"우리 너 화난 줄 알았어. 뭐 혼자 그렇게 막 올라가?"

"나는 그냥 올라간 건데?"


친구의 체력은 이제 너무 좋아졌어요. 산을 올라가는데 자기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올라간 것이었어요. 친구는 그냥 올라가던대로 올라간 것이었지만 체력이 너무 튼튼해져서 저와 B에게는 화나서 혼자 산을 달려올라가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었어요. 저와 B가 친구에게 화난 일 있냐고 물어보자 친구가 오히려 어리둥절하며 저희에게 둘이 자기에게 뭔 골탕먹일 짓을 했냐고 되물어보았어요.


산 중턱에서는 시안 시내를 조망할 수 있었어요.


중국 시안


중국 시안 화청지


"그만 올라가자. 여기서 시안 내려다보았으면 된 거 닮아."

"그러게. 이거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뭐할 거냐?"


셋 다 시안 시내를 조망했으니 이제 내려가자고 했어요. 산을 내려와 혹시 기념품 살 것이 있나 둘러보았어요.



"이거 장제스 아니야?"


기념품점에 장제스 인형과 마오쩌둥 인형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장제스는 중화민국 총통, 마오쩌둥은 중공 주석. 중국과 타이완도 우리나라처럼 분단된 국가인데 이렇게 장제스 인형을 팔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어요. 우리로 치면 반인륜 북괴 패거리 두목 인형을 서울 시내에서 판매하는 것 같은 것이니까요. 정말 돈 버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는 나라였어요.


화청지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 오후 6시 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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