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65 중국 시안 여행 - 병마용

좀좀이 2016. 12. 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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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2일 아침이 밝았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 깔창이 말랐나 확인해 보았어요. 완벽히 바짝 마르지는 않았지만 신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말랐어요.


오늘 일정은 병마용과 화청지를 다녀오는 것. 입장료를 검색해보니 병마용도 150위안, 화청지도 150위안이었어요. 전날 셋이서 맥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나온 돈이 다 합쳐서 92위안이었어요. 한 명당 92위안도 아니고 세 명 먹은 것을 다 합쳐서요. 중국 여행 경비는 관광지 입장료에 따라 큰 폭으로 차이난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와닿았어요. 그리고 이 두 곳 입장료 300위안으로 인해 저와 친구의 원래 목표였던 2800위안으로 중국 여행하는 것은 완벽히 끝났어요. 복권에 당첨되어서 당첨금을 받든가 길에서 수백 위안이 들어 있는 지갑을 줍지 않는 한 불가능했어요. 정확히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미 2800위안은 넘게 쓴 상태였을 거니까요. 두 곳 입장료 300위안 때문에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입장료 때문에 이제 더 이상 목표 달성을 위해 돈 계산을 해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시안역 쪽에 투어 파는 사람들 있는데 잘 하면 싸게 표 구입할 수도 있어."


병마용과 화청지를 가기 위해서는 시안역 근처에 있는 버스 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이쪽에 시안 여행 투어를 파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어요. 이 사람들이 어쩔 때는 정말 표를 싸게 팔기 때문에 이것을 노리면 경비를 아낄 수도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어요. 셋 다 매우 피곤했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서 씻고 느긋하게 나왔어요. 10시 50분 거의 다 되어서 버스를 탔어요.



버스를 타고 시안역으로 갔어요.



"여기 분명 삐끼 있을 건데..."

"왠 삐끼?"

"관광 상품 파는 사람들 있거든. 그 사람들이랑 흥정하면 더 싸게 다녀올 수도 있어."


친구의 말대로 여행 상품을 파는 호객꾼들이 몰려왔어요. 친구는 흥정을 하기 시작했어요. 친구의 흥정 결과는 썩 좋지 않았어요. 흥정이 대충 된 거 같기는 한데 관람시간이 짧았고, 가격이 크게 저렴하지도 않았어요.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306번 버스를 타면 7원에 병마용을 갈 수 있었어요. 화청지는 병마용과 시안역 사이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대충 계산해도 버스 세 번에 21위안을 더해서 321위안보다 저렴해야 이득인데 친구의 흥정 결과는 그보다 비쌌어요.


"그냥 버스 타고 가자."



가격에서 유리한 점이 없다면 굳이 투어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어요. 버스가 많다고 들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러 갔어요.



306번 버스를 탔어요. 병마용까지 7위안이었어요.



저와 친구, B는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어요. 저희 앞에는 중국인 커플이 앉아 있었어요. 친구는 혹시 병마용을 저렴하게 들어갈 방법이 없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았어요. 표를 몇십 위안 더 싸게 판매하는 사이트가 있었어요. 순간 셋 다 신이 났어요. 역시 중국이었어요.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된 중국에 이런 것이 없을 리 없다며 좋아하며 결제하려고 하는데 어느 단계에서 계속 막혀서 결제가 되지 않았어요. 친구가 앞에 앉은 중국인 커플에게 물어보았어요.


"이거 전날 예약해야 하는 거래."


다음날 표로 예약한 후 시안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돌아가기로 했어요. 좋다 말았어요.



오후 1시. 병마용에 도착했어요. 병마용에 도착하자마자 사기꾼들이 접근해왔어요. 친구는 혹시 이 사람들과 흥정을 해서 암표를 구할 수 있을까 대화를 해 보더니 어이없어하며 빨리 가자고 재촉했어요.


"저 사람들 뭐라고 하는 거?"

"병마용 이제 정책 바뀌어서 무조건 가이드 대동해야 들어갈 수 있어서 300위안 내야 하는데 자기들이 200위안에 해주겠대."

"미친...다 알고 왔구만."


화청지까지 가려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서 부지런히 매표소로 걸어갔어요.



친구가 표를 사러 매표소로 갔어요. 매표소 앞은 사람이 많았지만 매표소 창구 앞은 그래도 별로 혼잡하지 않았어요. 친구가 표를 끊어오자 병마용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서 매우 한산하게 나왔어요. 이상하게 사진을 찍으려 하면 그때 그 혼잡함이 싹 사라져 버렸어요.




병마용은 전시실 3개와 작은 박물관으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일단 제1전시실부터 들어갔어요.


"굉장하기는 하다!"


두 가지 의미로 굉장했어요. 병마용 자체가 TV에서 보며 상상하던 것만큼 컸어요.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동원해서 이것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국력낭비와 잉여짓의 결정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장면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제일 전망 좋은 자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엉켜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다른 쪽은 한산한데 딱 들어가자마자 있는 제일 전망 좋은 자리에 중국인 관광객이 다 몰려 있었어요. 줄 같은 것은 당연히 없었어요.


친구와 B는 이 사람들 밀어내고 보기는 불가능하니 어서 가자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150위안을 내고 들어왔는데 본전은 뽑아야겠다고 결심했거든요. 중국인도 사람이니 분명히 기회가 있을 거였어요. 과거 버스 정류장이 어디인지 길거리 노점상에 가려 보이지도 않던 영등포역 버스 정류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환승하며 정진한 실력을 여기에서도 사용하기로 했어요.


끼어들기란 물과 같은 것. 흐름에 몸을 맡기며 자연스럽게 흘러갔어요. 친구들을 데리고 결을 따라 어깨와 무릎을 비집어넣고 앞으로 나아갔어요. 중국인 관광객이 제일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자리를 비키는 순간 그 중국인과 원래 한 덩어리였던 것처럼 재빠르고 부드럽게 제일 좋은 자리로 몸을 옮겼어요.


"야, 빨리 와! 여기서 사진 찍어야지!"




이것이 바로 150위안짜리 광경.



B의 사진을 찍어주고 저도 전경 사진을 찍은 후 한 바퀴 둘러보러 자리를 빠져나왔어요. 왼쪽으로 가서 한 바퀴 돌기로 했어요.



이곳은 1974년 우물을 파다 병마용이 처음 발견된 자리래요.





병마용은 아직도 발굴, 복원중이었어요.



병마용의 진흙 인형 가슴에는 번호표가 매달려 있었어요. 저것은 군번처럼 보였어요. 저 번호를 부르면 저 병사가 갑자기 '00번 병사 아무개' 라고 외치며 걸어나오지 않을까 혼자 상상했어요.




예전 중학교 1학년때 '진용'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어요. 주인공은 진시황 시절 장수와 미녀. 진시황이 불로불사의 약을 찾아오라 명해서 이 약을 찾으러 가는 탐험대에 속한 미녀에게 반한 장수가 둘이 사랑을 키웠어요. 이 둘의 사랑이 완성되는 순간 불로불사의 약이 완성이 되었는데, 이것을 여자가 빼돌렸어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여자가 남자 대신 화형을 당하게 되고, 마지막 키스를 나눌 때 여자가 입 안에 있던 불로불사의 약을 남자 입에 넣어주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남자는 불로불사의 몸이 되었고 스스로 진시황을 지키는 진흙 인형이 되겠다고 자원했어요. 그리고 근대 중국으로 넘어와 또 사랑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본 영화였는데, 병마용의 진흙 인형을 직접 보니 진짜 그렇게 살아있는 사람 위에 진흙을 입혀 진흙 인형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럴 듯 했어요. 대륙적 스케일답게 고대의 분서갱유로 한나라 시절 훈고학이 발달하게 만들고, 현대에 와서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아직도 문화적으로 미개한 13억 중국인을 만든 중국 정부의 유구한 전통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소리로 들렸어요.



저 인형은 무슨 잘못을 해서 저렇게 벌 받고 있대?


저 자세가 편해 보이지만 저 자세 은근히 힘들어요. 방에서 매일 방바닥에 엎드려 여행기를 써보려 하지만 얼마 못가 단념하기 때문에 저 자세가 참 불편하다는 것을 잘 알아요. 흉부가 압박되어서 저 자세로 오래 있지 못하거든요. 한편으로, 다르게 보면 하도 오래 서 있다가 졸도해버린 병사를 저렇게 만들어놓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 인형만 왜 저렇게 앞으로 고꾸라져 있는지는 미스테리였어요.



전체를 정면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자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미어터졌어요.





아직 발굴이 완벽히 다 되지 않아서 벽과 한 덩어리가 되어 버린 진흙 인형들도 많이 보였어요.


"여기 안에 들어간 사람 분명히 있겠지?"


B가 진흙인형이 있는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을 보며 말했어요.


"안에 들어가기만 했겠냐? 별 짓 다 했을 거다."


B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며 병마용 제1전시관을 계속 둘러보았어요.






제1전시관 관람을 마치고 다른 전시관을 보러 갔어요.




제1전시관 만큼의 감동이 없고 사람만 많아서 다른 전시관으로 이동했어요.



제1전시관과 달리 다른 두 전시관은 조명이 어두웠어요.






전시관 한쪽에는 진흙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마침 안으로 발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병마용 안으로 들어왔어요.




적당히 보고 밖으로 나왔어요.



이제 남은 것은 박물관이었어요.



박물관을 쓱 둘러보았어요.




"야, 가자! 또 한 무리 몰려온다."



친구가 어서 나가자고 했어요. 중국인 단체 관광객 한 무리가 몰려오고 있었어요. 저 사람들과 엉키면 정신이 2배로 없을 것이 뻔했기 때문에 빨리 나가기로 했어요.


박물관 안에는 옛날 병마용 표가 전시되어 있었어요.



"5마오? 대체 몇 배 오른 거야!"


10마오는 1위안이에요. 5마오는 0.5위안. 지금 입장료는 150위안. 과거에 비해 300배 뛴 가격이에요. 입장료를 매해 2배씩 인상했다고 했을 때 9년간 그렇게 올려야 256위안.


시계를 보니 벌써 3시였어요.


"이거 시간 왜 이렇게 빨리 갔지?"


한 시간 본 것 같았는데 두 시간을 보았어요. 시계를 보기 전까지 와서 볼 만 하기는 하지만 입장료 150위안은 너무하다고 생각했어요. 한 시간이면 다 보는 곳을 150 위안 내고 들어왔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2시간 걸렸어요. 제1전시관 외의 나머지 구역들에서는 대충 살펴보고 사진 조금 찍고 나왔기 때문에 2시간이었지, 제대로 하나씩 음미하며 본다면 훨씬 더 걸렸을 거에요. 그 점을 고려하면 150위안이 비싸기는 했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은 아니었어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전세계 어디를 가도 입장료에 크게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진짜 볼 만한 곳의 입장료는 터무니없이 저렴한 편이니까요. 입장료 150위안이 비싸다고 느껴지기는 했지만 터무니없다고까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그 돈 내고 와서 볼 가치는 있는 곳이 분명했어요. 사람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 점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딱히 트집잡고 비난할 부분이 없었어요.


"우리 점심 어디에서 먹지?"

"여기서 먹고 가자. 화청지 관람 얼마나 걸릴 지도 모르는데."


시간이 오후 3시라 병마용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어요. 패스트푸드점이 이것저것 있었어요. 오랜만에 서브웨이 가서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어요.


"무슨 서브웨이가 이렇게 비싸?"


셋이 주문한 것 가격의 총합은 102위안이었어요. 전날밤 셋이서 식당 가서 음식 시키고 술 시켜서 저녁 먹었을 때가 92위안이었어요. 식당에서 배부르게 먹고 마신 것보다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세트 3개 시킨 것이 더 비쌌어요.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도 고급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식당이었어요. 전날 먹은 것보다 훨씬 비싼 빵을 뜯어먹고 있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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