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55 헝가리 부다페스트

좀좀이 2012. 1. 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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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도착하자마자 호텔을 찾았어요. 민박을 찾는 것은 무리. 예전에 인터넷을 검색해본 결과 부다페스트에는 민박이 없었어요. 멀리 돌아다닐 힘도 없어서 켈레티역 근처 호텔에서 방을 잡았어요. 방은 하룻밤에 80유로. 가격은 프랑스 파리와 똑같았지만 3성 호텔이었어요.


방에 들어가니 정말 방이 으리으리했어요. 너무 커서 방을 '걸어다녀야' 했어요.이렇게 큰 방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어요. 침대에 드러누웠어요. 잠이 밀려왔어요.


눈을 떴을 때에는 오후 6시.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어요. 잠깐 눈 좀 붙인다는 것이 너무 깊게 잠든 것이었어요. 잠에서 깨어났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문을 열었더니 후배가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어요.


"별 일 없었어요?"

"오빠 방 몇 번 노크했는데 문 안 열어주어서 오빠 자는 줄 알았어요."


밥을 먹으러 밖에 나온 시각은 오후 8시. 거리의 식당이 거의 다 문을 닫았어요. 겨우 문을 연 중국 식당 하나를 찾아서 저녁을 시켰어요. 식당에서는 우리가 사실상 마지막 손님이라고 생각했는지 정말 마구 퍼주었어요. 문제는 음식이 다 식어서 맛이 없었다는 것. 어쨌든 배를 채우고 밖에 나와 거리를 조금 걷다가 방으로 돌아와서 후배 노트북에 제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에 있는 사진을 백업한 후, 씻고 잠을 청했어요.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고 켈레티역으로 갔어요. 일단 저의 프라하행 표는 별 무리 없이 잘 구입했어요. 그러나 후배의 소피아행 표를 구입하려는데 계속 이상한 시각의 기차표만 이야기했어요. 알고보니 직원이 우리를 중국인이라고 지레짐작했던 것. 그래서 세르비아를 거치지 않는 기차만 계속 찾아주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며 세르비아도 비자가 필요 없다고 하자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역에서 환승하는 표를 바로 찾아주었어요.


비록 연속적으로 머무르지는 않았지만 부다페스트 관광 3일째였어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영웅광장과 안드라시 거리를 가 보기로 했어요.


영웅 광장으로 가서 옆에 있는 공원으로 갔어요.



이제 꽃도 피고 제대로 된 봄이 되었어요.



공원 안에 있는 성당. 유료라서 안 들어갔어요.



공원을 구경하고 안드라시 거리를 걸었어요. 가이드북에는 안드라시 거리가 아름답다고 나와 있었지만, 실제 걸어보니 그냥 평범한 거리일 뿐이었어요. 이건 너무 기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정말 기대한 만큼의 볼 거리를 제공했어요. 안드라시 거리에 대한민국 대사관도 있어요. 그러나 대한민국 대사관을 보아도 별 감흥이 없었어요. 대사관을 보며 감흥을 느낄 만큼 오랫동안 외국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후배와 같이 여행하는 마지막 날은 이렇게 담백하고 조용히 끝났어요. 안드라시 거리를 걷다가 별로 볼 것도 없고 다리도 아파서 전철을 타고 켈레티역으로 돌아갔어요. 


지하철에서 나오려는데 검표 아주머니께 잡힌 중국인 학생들이 보였어요. 짐작컨데 쟤네들도 오늘 다른 곳으로 가는데 헝가리 포린트가 얼마 없어서 몰래 무임승차했던 것 같았어요. 속으로 멍청한 것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관광객 없는 3월에도 부다페스트에서는 검표 아주머니께서 눈에 불을 키고 무임승차를 잡아내고 있었어요. 제 경험상 부다페스트에서 전철을 타러 들어갈 때 검표를 당할 확률은 반반이었지만 나올 때는 거의 100이었어요. 오늘 처음 부다페스트에서 전철을 타는 것도 아닐텐데 저 아주머니들을 단 한 번도 역에서 못 보았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어요. 이건 중국인들이 계획 없이 돈 쓰다 현지화가 부족하니까 무임승차했다가 잡힌 것. 중국인들은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지만 모두 그 눈빛을 무시했어요. 악명 높은 검표 아주머니들을 무시한 것들이 잘못이죠. 그 중국인 무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적당히 빌어서 끝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마 단체로 엄청난 벌금을 물었겠죠.


역 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을 사 먹은 후 남은 헝가리 포린트를 체코 코룬으로 환전했어요. 체코 코룬으로 환전하니 슬슬 프라하로 이동해야만 한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프라하를 또 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미친 날씨에 지갑까지 잃어버린 그 곳에 왜 내가 가야하는가? 그 이유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프라하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였기 때문이었어요. 그동안 여행을 하며 잊어왔던 지갑 분실이 다시 떠올랐어요. 그 속에 코룬도 꽤 남아 있었는데...프라하로 가는 기분은 홀로 가기 싫은 곳에 끌려가는 기분이었어요.


호텔에 가서 맡긴 짐을 찾고, 호텔 근처에 있는 켈레티역으로 갔어요.


후배의 기차보다 제 기차가 먼저 있었기 때문에 후배에게 잘 돌아가고 돌아가면 메일 한 통 보내라고 하고 프라하행 기차에 올라탔어요. 드디어 지옥 같고 악몽 같았던 프라하로 돌아가는 길. 더욱이 이번은 혼자. 깊이 숨을 들이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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