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57 중국 란저우 이슬람교 문천당 모스크 兰州 中国 伊斯兰教 文泉堂 清真寺

좀좀이 2016. 11. 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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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까지 다시 걸어가는 것은 무리.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봐가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기차역 가는 버스를 탔어요.


중국 란저우 버스


란저우 라면은 진짜 이렇게 맛이 없는 것일까?


아침부터 기분나쁘게 부른 배. 단순히 포만감이 싫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맛없는 음식 때문에 배가 부르다는 것 때문에 기분 나쁜 것도 아니었어요. 이 포만감이 기분나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배불러서 진짜로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란저우의 모든 음식 맛이 맛없지는 않을 거에요. 분명히 먹자마자 맛의 태풍이 몰아닥쳐 미뢰가 뽑혀나가는 것 같은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들도 분명히 있을 거에요. 그런데 배불러서 못 먹어요. 이 배가 일단 꺼져야 먹든 말든 할 수 있어요. 그나마 이 불행 중 다행이라면 아직 6시 50분 밖에 안 되었다는 것. 점심을 오후 2시쯤 먹는다면 잠깐 스쳐가는 불쾌감으로 끝낼 수도 있을 거에요. 그 점심이 과연 맛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얘가 왜 나한테 란저우 라면이 맛있다고 했지?


저는 이 친구를 믿었어요. 이 친구와 다니며 음식에서 실패한 적은 없었어요. 단순히 지금까지 이 친구와 다니며 음식을 실패한 적이 없다는 것 정도가 아니었어요. 제게 처음 진짜 중국 음식의 맛을 알려준 것 또한 이 친구였어요. 이 친구가 저를 대림역 12번 출구 중국인 거리로 데려가서 마라탕과 탄탄면의 맛을 알려주었거든요. 그 전까지 제게 진짜 중국 음식이란 오직 양꼬치와 꿔바로우가 전부였어요. 이 친구의 안내로 진짜 중국 음식의 맛에 눈을 뜬 것이었어요.


그래서 더 의문이었어요. 얘가 중국을 한 번도 안 가본 애거나 딱 한 번 중국 여행 다녀온 후 맛있는 음식을 추천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중국에서 일하며 이런 저런 일을 많이 겪어본 친구였어요. 그래서 중국에 대해 꽤 깊게 파악하고 있는 친구인데다, 저와 한두 번 만나본 서먹한 친구도 아니고 한때는 고시원에서 사이좋게 찌질거렸던 친구인데 얘가 왜 이러나 싶었어요.


이것은 우리가 잘못 간 거다.


앞서 란저우 라면이 회족의 청진요리의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라고 말했지만, 이때는 이것을 몰랐어요. 그래서 회족이 이슬람식으로 란저우 라면을 이상하게 바꾸어서 팔고 있는 식당에 갔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친구가 맛있다고 한 음식은 대체로 정말 맛있는 편인데 이번에는 천원짜리 봉지라면과 똑같은 맛이 났거든요. 너무나 예외적인 상황이라 상식적인 이유로는 설명이 불가능했어요.


아침 7시. 기차역에 도착했어요.


兰州站


기차역은 이른 아침인데도 북적이고 있었어요. 전날의 그 암울한 기차역이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많고, 역 앞에서는 노점들이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兰州 杂粮煎饼


마음 같아서는 저 산동 음식이라고 적혀 있는 크레페 비슷한 전병인 짜리앙지엔삥 杂粮煎饼 을 사먹고 싶었어요. 그러나 배불렀어요. 쓸 데 없이 배가 불러서 저것을 사 먹을 수 없었어요.


"또우장이다!"



"저거 먹고 싶어?"

"어! 중국 하면 또장이지!"


중국의 아침은 또우장. 우리나라의 두유 비슷하다는 음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침에 혼자 나가서 사먹었다가 감동받은 기억이 났어요. 그런데 여기는 중국. 오리지널 또우장. 중국 와서 계속 아침에 또우장을 사서 마시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아침에 또우장을 마실 기회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친구는 제게 소원풀이나 하라면서 또우장을 사서 마시자고 했어요. 또우장은 2원이었어요.


"아, 진짜 맛있어! 이게 진짜네! 아우, 진짜 개쓰레기 란저우 라면!"


또우장을 쪽쪽 빨아먹었어요. 너무 맛있었어요. 천원짜리 봉지라면 같은 란저우 라면에 비할 바가 아니었어요. 설탕 넣은 미숫가루 맛이 나서 매우 좋았어요. 분노한 마음이 또우장 한 모금에 다시 평화를 찾고 있었어요. 미뢰 위에서 중국 할머니가 맷돌로 콩을 갈아 또우장을 만들어서 혓바닥에 흘려부어주고 있었어요. 또우장 역시 알고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는 맛이기는 했지만 아침에 왜 이것을 마시는지 이해가 되는 맛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왜 아침에 또우장을 안 파는지 궁금해졌어요. 학교 앞이나 지하철 역 앞에서 팔면 장사 꽤 잘 될 텐데요. 특별히 냄새가 강한 것도 아니고, 맛도 부드럽고 속을 달래주니까요. 게다가 이것은 콩물이라서 한국인들 대부분 아무 무리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구요.



란저우 라면 따위를 먹을 것이 아니라 저 빵과 또우장을 먹었어야 했어!


후회막급.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같은 란저우 라면 면발은 위장 안에서 흐느적 흐느적거리고 있었어요. 이번 여행에서 경비를 상당히 적게 잡으면서 이런 아침을 상상했어요. 아침에 간단히 또우장과 저런 빵 하나 사서 먹는 소소한 아침이요. 한국에서조차 이런 소소한 아침을 즐겨본 적이 없어요. 혼자 서울로 올라온 이후, 길거리에서 아침을 사먹은 적이 없거든요. 거리에서 파는 토스트 같은 것을 먹기는 했지만, 그것은 아침이 아니라 집에 돌아갈 때 저녁으로 사먹은 것이었어요. 아침은 항상 굶었어요. 항상 1초라도 더 자기 바빴거든요. 그래서 이번 여행에 야간 이동도 있고 캠핑도 있고 하니 소소한 거리에서의 아침 식사를 즐기고 싶었어요. 지금 그게 눈앞에 있는데 뱃속에서 란저우 라면 면발이 블루스를 춰대서 또우장 외에는 먹을 수가 없었어요.


中国 兰州


"와, 애한테 공부 때려치고 란저우 라면이나 만들라고 하는 거 봐라. 이게 다 망할 란저우 라면 부작용이야!"


사람은 배가 부르면 관대해지고 부드러워진다고 해요. 그러나 지금 저는 배가 불러서 오히려 날카롭고 삐딱하게 되었어요. 보통 이런 동상을 세울 때 어른이 아이에게 책을 주면서 학습을 권하는 모습을 만드는데, 이건 오히려 어른이 책을 빼앗고 책 보지 말라고 하고 있었어요. 이런 발상이 가능한 것은 다 란저우 라면 때문이야! 란저우 라면 때문에 사람들이 먹고 전부 깊게 열받아서 머리가 헤까닥 돌아버린 거야! 친구가 제 말을 듣고 어이없어서 웃었어요.


친구와 매표소 앞으로 갔어요. 다행히 친구의 핸드폰은 충전이 꽤 되었어요. 오늘 이 기차역에서는 스마트폰이 제대로 켜졌어요. 매표소에 들어가려면 보안검색을 받아야했기 때문에 친구 혼자 들어가고 저는 친구의 짐을 맡으며 기다리기로 했어요. 잠시 후 친구가 기차표 두 장을 들고 나왔어요. 이것이 바로 어제 손에 넣어야 했던 기차표였어요. 친구의 여권과 기차표까지 받아서 제 목걸이 지갑에 집어넣고 셔츠 속에 목걸이 지갑을 집어넣었어요. 여기는 도둑과 망할 라면의 도시 란저우니까요. 목걸이 지갑에 집어넣고 셔츠 속에 집어넣어버리면 강도를 당하지 않는 이상 분실할 염려는 없어요.


"여기 수하물 보관소 있다!"



기차역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편에 수하물 보관소가 있었어요.


"우리 가방 여기에 맡겨버리고 돌아다니자."

"그럴까?"


굳이 무거운 가방을 다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어요. 오늘 여기에서 무엇이 어찌 될 지도 모르지만 아마 하루의 대부분은 서서 돌아다녀야 할 것이었어요. 게다가 백탑사 올라갈 것을 생각하면 가방이 하나라도 줄어드는 게 좋았어요. 지금은 체력을 아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이따 또 기차 야간 이동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당연히 이것도 의자에 앉아서 가는 것이었구요. 저와 친구 모두 배낭 하나씩 맡겼어요. 둘이 배낭 2개를 맡기고 16원을 내었어요.


"이제 뭐하지?"

"모스크 가자!"

"아, 무슨 모스크야!"

"할 것도 없잖아! 이 란저우 라면의 분노를 모스크 방문으로 정화해야겠다."

"그래, 가자, 가!"


모스크를 싫어하는 친구였지만 이때 만큼은 모스크 가겠다고 했어요. 란저우 라면에 머리 끝까지 화가 났던 제 모습을 보고 모스크 하나 가주기로 했어요. 친구는 중국어로 모스크가 무엇인지 몰랐어요. 사전을 찾아서 모스크가 중국어로 무엇인지 검색했어요. 모스크는 중국어로 清真寺 qīngzhēnsì 였어요. 친구가 지도에 청진사를 입력하자 역에서 조금만 더 가면 큰 모스크가 하나 있다고 검색되었어요.


중국 회족


"여기 무슬림 많나?"


무슬림 여성이 거리에서 음식을 팔고 있었어요.



거리는 그냥 평범하고 조금 후즐근한 느낌이 있었어요.


"모스크다!"


兰州 伊斯兰教


친구가 놀랐어요.


중국 이슬람교


"넌 무슨 모스크만 찾냐? 모스크는 귀신같이 잘 찾네."

"모스크 감지 레이더 작동. 뚜뚜뚜뚜뚜뚜뚜뚜."

"모스크 좀 찾지 마!"


특별히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모스크가 눈에 딱 들어왔어요. 친구는 그런 저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어요. 멀리 건물 속에 숨어 있는 모스크도 매우 잘 보였어요. 주변을 쓰윽 훑어보면 모스크가 눈에 바로 들어왔어요. 그렇지만 무슨 초능력이 있어서 이렇게 잘 찾는 것은 아니에요. 모스크의 돔 모양을 알고 있으니까 그 돔모양이 있나 보면서 쓱 둘러보는 것일 뿐이에요. 돔모양과 그 위에 있는 구슬기둥이 있으면 보나마나 모스크니까요. 특히 이렇게 직육면체를 기본 모양으로 하는 곳에서 곡선인 돔지붕은 유독 더 잘 보이구요. 그저 친구가 시력이 안 좋아서 제가 귀신같이 잘 찾아낸다고 생각한 것 뿐이에요.



'여기 왜 이렇게 무슬림 많지? 여기는 한족들 사는 곳일텐데...'


간쑤성과 란저우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모스크도 보이고 무슬림도 보인다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했어요.



시장이 나왔지만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은 없어서 친구가 말한 큰 모스크를 향해 계속 걸어갔어요.


"나 오늘 성당 가야겠어!"

"성당? 여기 성당 있냐?"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란저우에 성당이 있나 검색해 보았어요.


"아, 있네! 우리 지금 가는 모스크에서 멀지도 않다."

"그래, 가자!"

"응?"

"성당 가자구! 중국에서 바티칸이랑 사이 안 좋은데 성당 가면 좋지!"

"짜증 안 나?"

"짜증이 왜 나? 나 성당 가는 거 좋아해! 게다가 여기 중국 아니야! 종교 탄압 국가 중국! 성당 진짜 갈 거지?"

"아, 짜증나! 좀 싫어하란 말이야!"


중국과 바티칸은 사이가 아주 안 좋아요. 중국과 바티칸 사이에는 아직 공식 외교관계가 없어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자기들 멋대로 가톨릭 주교를 임명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바티칸에서는 중국이 제멋대로 임명한 주교를 인정하지 않고 있구요. 이런 중국의 상황에서 성당을 가본다는 것은 나름 재미있는 경험. 게다가 저는 원래 절, 성당, 모스크 구경을 좋아해요. 그런데 성당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왠지 어렵게 느껴지고 성호 긋는 법도 몰라서 어지간해서는 못 들어가고 건물 외관만 보고 돌아오기 일쑤에요. 천주교 신자인 친구가 성당에 가준다는데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솔직히 친구에게 성당 가자고 부탁해볼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상하이에서 가보자고 할까 했는데 여기에서 스스로 성당을 찾아서 가겠다고 하니 아주 신났어요.


친구는 제 반응이 아주 안 좋을 거라고 예상했어요. 그러나 완벽히 틀렸어요. 평소 성당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은데 신자가 아니라 못 들어가던 제게 친구의 제안은 그야말로 엄청난 횡재. 자기가 모스크 가기 싫은 것을 똑같이 느끼게 하려 했던 친구의 계획은 오히려 의도한 바와 180도 반대 효과를 내었어요. 친구는 심히 약올라서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주먹으로 팔을 툭툭 치면서 좀 짜증내라고 했어요.



거리를 계속 걸어갔어요.


"모스크다!"

"어?"


친구는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며 가고 있었고, 저는 그냥 맨눈으로 거리를 보며 걷고 있었어요. 제가 모스크라고 소리치자 친구가 깜짝 놀랐어요.



친구가 혀를 내둘렀어요. 친구가 오늘 하나 가주겠다고 한 모스크가 바로 이 모스크였어요. 지도 보면서 가고 있는 친구보다 더 빨리 찾았어요.



입구에는 中国伊斯兰教文泉堂 라고 적혀 있었어요. 中国 은 중국이고, 伊斯兰教 는 이슬람교인데 文泉堂 이 뭘 뜻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우리말로 읽으면 중국이사란교문천당.



문 안에 또 문이 있었어요.



모스크 문 앞에 주차하지 말라는 내용의 팻말이 매달려 있었어요. 중국어를 몰라도 한자만 조금 읽으면 쉽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어요.


모스크로 들어가자마자 분필을 이용해 한자로 뭔가 빽빽하게 적은 칠판이 보였어요.



모스크 안에 있는 건물들은 중국 한족 전통 기와 지붕 가옥 같은 모습이었어요.



갑자기 아랫배가 싸르르 아팠어요.


"여기 화장실 어디지?"


마침 회족 할아버지 한 명이 보였어요. 친구는 제게 중국어로 뭐라고 말하더니 가서 똑같이 말해보라고 했어요. 친구의 중국어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가서 제가 대충 들은 대로 말했어요. 당연히 회족 할아버지는 못 알아들었어요.


"성조가 엉망이니 못 알아듣지."


응? 이거 칭찬이야?


사실 친구가 중국인에게 말하듯 빠르게 부다다다 말해서 제대로 뭔 말인지 듣지도 못했어요. 성조의 문제 이전에 자음과 모음에도 문제가 많았을 건데 어쨌든 성조 때문에 못 알아들은 거라면 대충은 비슷하게 말했다는 건가? 어쨌든 화장실이 급했고, 친구가 화장실 위치를 물어봐주어서 가방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갔어요.


중국 화장실


한숨을 푹 내쉬며 바지를 벗고 쭈그려 앉았어요. 여기는 쿠차의 그 화장실보다 더 심했어요. 당연히 여기 또한 화장실 문이 없었어요. 파리가 앵앵 날아다녔어요. '변기'라고 불러야할 긴 홈 바닥에는 배설물이 쌓여 있었고,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어요. 쿠차의 화장실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난이도는 강화되었어요. 그래도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어요.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심각하게 더럽혀진 좌변기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알라의 가호인가!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커다란 느낌을 받았어요. 모스크에 와서 볼 일을 보았다는 것은 급한 일을 해결했다는 것 뿐이 아니었어요. 음식을 더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어요. 아침 란저우 라면이 주는 포만감이 많이 사라졌어요. 위장에 있던 란저우 라면 면발은 이제 소화가 되어서 보다 아래쪽에 있는 소화기관으로 내려갈 것이고, 그러면 위장이 비니까 더 먹을 수 있어요.


란저우 라면의 저주를 모스크가 풀어주었어요.


기분좋게 모스크를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문에 寺真清堂泉文 라고 적혀 있어요. 중국어를 아랍 문자로 쓴 샤오얼징이 있나 보았지만 샤오얼징은 보이지 않았어요.


중국 모스크 우두실


우두실은 평범했어요.


중국 란저우 이슬람교 문천당 모스크


모스크 예배실로 다가갔어요.



모스크 건물 옆에는 칠판에 분필로 기도시간이 적혀 있었어요. 라마단이라 마그리브 예배 시간이 중요했어요. 2016년 6월 10일 란저우의 마그리브 예비 시간은 오후 8시 25분이었어요.


모스크 건물 안의 예배 공간은 이렇게 생겼어요.


중국 문천당 모스크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티가 많이 났어요. 민바르 및 몇몇 부분에서 한족풍이 약간 느껴졌지만 우루무치에서 이미 이런 모스크를 보았기 때문에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어요.


중국 란저우 이슬람교 문천당 모스크


다른 건물들이 투박했기 때문에 이 모스크가 더욱 돋보였어요. 마치 빌딩숲 속에 한옥 하나가 덜렁 있는 것 같았어요.



우두실 위에는 미나렛이 있었어요.



중국답게 자연석에 이런 저런 건물 조각을 붙여놓은 것이 있었어요. 아래에는 물이 고여 있었고,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어요.



이 건물은 관리사무실로 사용하는 건물 같았어요. 현판에 적혀 있는 한문은 복명 復命 까지는 읽을 수 있었지만 아래에 있는 두 글자는 읽지 못했어요.


"이제 가자."


친구가 재미없고 지루하다면서 가자고 보채었어요. 계속 자기는 모스크 싫다고 징징대었어요. 사실 친구가 모스크 싫다고 징징대서 조금 짜증이 나기는 했어요. 란저우 가자고 한 것은 자기인데, 란저우 라면 말고 여행 정보 알아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정 모스크 가는 것이 싫다면 네가 란저우 여행 계획 제대로 짜오면 될 일이라고 한 마디 할까 했지만, 그랬다가는 언성 높이며 다툴 것이 뻔해서 그냥 말았어요.


'얘도 이럴 줄 알았겠냐.'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친구도 제가 한국에서 란저우 라면과 맛이 똑같은 봉지 라면을 사서 먹어본 적이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을 거에요. 그리고 기차로 투르판 가는 길에 란저우역을 지나갈 때 란저우역 근처에 '라면 학교'도 있다고 중국인들과 친구가 깔깔 웃었던 것이 생각났어요. 친구는 아마 여기가 라면의 도시라 생각하고 어디를 가든 라면과 관련된 것이 있을 거라 예상했을 거에요. 라면 박물관도 있고, 거리에서 라면 면 뽑는 것 보여주는 사람도 있고, 대놓고 라면 마을 같은 것이 조성되어 있을 수도 있을 거라 상상했을 수도 있어요.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렇게 상상한 것 아닌가 싶었어요.


Islam in china


시계를 보니 이제 9시 5분이었어요. 아직 시간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었어요. 어쨌든 다음 목적지인 성당을 향해 다시 친구의 스마트폰 바이두 지도에 의지하며 걷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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