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54 세르비아 노비사드

좀좀이 2012. 1. 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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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왜 이리 크지?"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 요새를 걸으며 크게 힘들다는 생각까지는 안 했어요. 그런데 여기는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요.



경치는 정말 환상적으로 좋았어요. 하지만...이놈의 더위! 가뜩이나 피곤한데 날은 엄청나게 더웠어요.



푸른 풀이 돋아나서 매우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조용히 연인과 걸으며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였어요. 모든 조건이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하기 좋은 조건이었어요. 굳이 연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네 번은 걸을 만한 곳이었어요. 하지만 너무 더워! 피곤해! 왜 끝이 안 보여!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저 문까지도 못 갔어요.



요새에서 내려다본 노비사드. 너무 강렬하지도, 너무 희미하지도 않은 적당한 아름다움이었어요.



날이 좋아서 요새에서 노는 사람들도 꽤 있었어요.



"저기는 어떻게 내려갔지?"


사진을 보면 붉은 점이 하나 보여요. 그건 사람이에요.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없었어요. 그런데 저 사람은 아래에서 홀로 고독을 즐기고 있었어요. 저도 내려가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내려갈 길이 없어서 못 내려갔어요.



노비사드의 유명한 상징물 중 하나인 페트로바라딘 요새의 시계탑이에요. 이 시계는 시간이 맞았어요. 그러고보니 시간이 맞는 시계탑은 여기에서 처음 본 것 같네요. 이번 여행을 하며 시계탑을 몇 개 보아 오기는 했지만 항상 시간이 맞지 않았어요.



아까 건너왔던 다리에요. 내려가서 돌아갈 때도 저 다리를 다시 건너야 해요. 특별한 것은 없는데 다리를 건너는 것이 꽤 재미있었어요. 다리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다리였어요.



여기는 세르비아 제2의 도시, 노비사드. 하지만 전혀 큰 도시 같지 않았어요. 그저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만 들었어요. 아...이 요새는 제2의 도시 답지 않게 컸어요. 오히려 요새 크기만 놓고 보면 칼레메그단보다 더 큰 것 같았어요.



정말 크고 아름다운 다뉴브 강. 너무 커서 그런지 조용하고 잔잔했어요.


"이제 돌아가죠."


요새가 하도 커서 도저히 다 걷는 것은 무리였어요. 후배는 제가 요새에서 내려가자는 말을 기다렸다는 듯 이제 내려가자니까 매우 좋아했어요. 요새가 얼마나 큰지 안에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었어요. 보통 작은 요새라면 사는 사람들은 문화재 보존이라는 명분하에 그냥 쫓아낼텐데 여기는 하도 커서 그냥 봐주는 것 같았어요.



이것은 무엇을 하기 위해 강에 떠 있는 것일까요?


다시 시내로 돌아왔어요.






이렇게 보면 대성당이 부다페스트의 마차슈 교회와 약간 비슷해 보였어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마차슈 교회와 비슷해 보였던 이유는 아마 지붕 때문일 거에요.


노천 카페에서 대성당과 주변 경치와 사람들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고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아까 그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푹 쉬었어요. 슬슬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어요. 공원의 사람들도 하나 둘 공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래요. 이것이 여유였어요. 둘이 아무 생각 없이 아이스크림만 빨아먹으며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이제 슬슬 시내로 돌아갈까요? 가서 저녁 먹어야죠."



마지막으로 시나고그를 보고 저녁을 먹었어요. 저녁은 햄버거였어요. 신기하게도 니슈에서 먹었던 그 맛이었어요.


이제 남은 것은 노비사드의 야경. 다시 시내로 돌아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어요. 역에 너무 일찍 가는 것은 아까 낮에 겪은 일로 비추어보았을 때 절대 좋지 않았어요. 거기는 말 그대로 우범지역. 가이드북에서 그렇게 조심하라고 나온 부쿠레슈티의 가라 데 노르드보다 더한 곳. 최대한 시내에서 시간을 보내다 역에 가서 바로 플랫폼으로 들어가 기차를 기다릴 생각이었어요.


어느덧 밤이 되었어요.






밤에도 거리는 활기를 띄고 있었어요. 정말 황홀한 야경이었어요. 이렇게 춥지도 않고 사람들이 붐비고 야경도 아름다운 밤을 뒤로 하고 노비사드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페트로바라딘 요새의 야경, 그리고 페트로바라딘 요새에서 내려다본 야경도 보고 싶었지만 체력적으로 무리였어요. 스스로 이제 정말 무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어요. 육체적으로 어깨가 너무 아팠어요.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다보니 피로가 쌓여서 이제 한 시간만 가방을 메고 있어도 어깨가 너무 아파서 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아까는 그래도 정말 정신력으로 갔다왔지만 지금 또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내일이 있었거든요.


역시나 기차역에는 노숙자들이 득시글거리고 있었어요. 정말 긴장하고 정신 바짝 차렸어요. 역에 들어가자마자 수하물 보관소에서 짐을 찾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플랫폼으로 올라갔어요.


노숙자가 플래폼도 마음대로 지나가!


노숙자들이 우리에게 시비를 걸거나 플래폼에서 추태를 부리지는 않았지만 철로와 플래폼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어요. 가끔 역무원이 나와 노숙자들을 쫓아내기는 했지만 그것은 딱 그때 뿐. 역무원이 사라지면 다시 철로와 플래폼, 그래고 역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어요.


그래도 다행히 기차가 올 때까지 아무 일 없었어요. 우리가 탈 기차가 들어오자 바로 기차에 올라탔어요. 노비사드에 대한 아쉬움은 너무나 컸어요. 이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노비사드역은...정말 극악에 최악이었어요. 노비사드역에서 빨리 떠나기 위해 기차가 오자마자 바로 달려들 듯이 올라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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