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7박 35일 (2009)

7박 35일 - 52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인민궁전

좀좀이 2012. 1. 2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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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또 아무 것도 없는 길거리에서 내려주었어요. 지난 번에 왔었기 때문에 당황하거나 놀랄 일이 없었어요.



"이런 것도 생겼네!"


삭막한 부쿠레슈티도 봄이 오자 변했어요. 정말 계절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부쿠레슈티에 와서 볼 것은 정해져 있었어요. 인민궁전과 농총 박물관 (Museul Satului)를 보는 것이 오늘의 목표.



인민궁전을 찾아가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워낙 큰 건물이라 멀리에서도 매우 잘 보였어요.



아직 이른 아침인데도 거리에 차는 엄청나게 많았어요. 아마 출근 시간이어서 그런 것 같았어요.



이것이 인민궁전.



인민 궁전 앞 거리에요. 신경을 많이 써서 꾸민 것 같은데 예쁘지는 않았어요. 왜 세계에서 정말 흉측한 건물 순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지 이해가 되는 풍경이었어요.



인민 궁전 앞 분수는 틀어놓았어요. 여기는 둥근 광장이에요. 양 옆 건물 모두 둥근 광장을 따라 곡선 형태로 지어져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커서 도저히 사진 한 장에 다 담을 수가 없었어요.



참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인민 궁전. 주변과의 조화 따위란 하나도 없었어요.



다시 길 걷기. 여기도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어요. 정말 햇볕의 소중함을 느끼며 걸었어요.



여기는 Curtea Veche 교회 (Old court church)에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어간 골목길에서 찾은 hanul lui manuc에요. 저희가 갔을 떄는 보수중이라 문을 닫았어요. 역시 비수기의 힘이에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여기도 꽤 예쁜 건물이었는데 저희가 갔을 때에는 별 볼 일 없는 낡은 건물에 불과했어요. 아니, 벽에 낙서가 되어 있고 도로도 공사중이라 왠지 불량배들 아지트로 사용되는 건물처럼 보였어요.



이것은 무엇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인터넷에서 무슨 교회인지 찾아보려고 했지만 찾을 수 없었어요. 부쿠레슈티에도 봄이 찾아와 칙칙하고 음침한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어요. 대신 우리가 처음 왔을 때보다 공사중인 곳이 더 많이 늘어나 있었어요.



뒤에 보이는 교회가 New Saint George 교회에요.



이것 역시 왜 찍었는지는 몰라요. 그냥 중요한 것 같아서 찍었어요.



여기는 The 0 km Monument 에요. 이곳이 바로 부쿠레슈티 거리의 기준이 되는 곳이에요. 우리나라의 보신각처럼 '~에서 부쿠레슈티 몇 km'라고 하면 이때 부쿠레슈티 기준이 되는 곳이 바로 여기에요. 뒤에 보이는 것은  New Saint George 교회에요.



왼쪽에 보이는 것이 바로 colţea 교회에요. 저 교회가 가장 '루마니아적'인 건물 같았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부쿠레슈티에 저렇게 루마니아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건물은 별로 없었어요. 이 모든 것이 다 차우세스쿠 때문이에요.



이것이 바로 콜체아 교회. 부쿠레슈티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가장 아름다웠어요.



이것은 이탈리아 교회에요.


여기 올린 사진 외에도 부쿠레슈티에서 이것 저것 돌아다니며 많이 보았어요. 도시가 엄청나게 크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여행을 새벽부터 시작해야 했고, 게다가 환전소가 문을 열 때까지 걸어야만 했어요. 그러나 사진은 거의 없어요. 그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 용량 문제 때문이었어요.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 용량이 꽉 차서 앞 사진을 지워가며 한 장, 두 장 찍다보니 별로 인상적이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찍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가이드북에 매우 중요하다고 나와 있는 곳들도 많이 안 찍고 지나쳤어요. 사진을 찍은 것들도 나중에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 확보를 위해 많이 지웠어요. 그 덕분에 농촌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은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아요.


거리를 둘러보고 그렇게 가고 싶었던 농촌 박물관으로 갔어요. 정말 기대를 하고 갔지만...


복숭아 사탕 먹고 복숭아 먹는 기분?


무언가 비유가 이상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비유가 없네요. 맛이 매우 강한 음식을 먹은 후 담백한 음식을 먹었을 때 그 밍밍함...회덮밥 다 먹고 나서 바로 회를 먹는 기분? 뭐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불가리아 때문이었어요.



불가리아 여행 중 구입한 불가리아의 지역별 전통 의상이 그려진 엽서에요. 불가리아는 전통 의상이 정말 화려해요. 이 나라는 정말 관광을 키우는 것이 느껴지는 나라. 이 나라는 전통 의상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전통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다 화려하고 강렬해요. 오히려 수수한 것 찾기가 힘들어요.


그러나 루마니아는 정말 소박해요.



이것은 세르비아에서 구입한 세르비아 전통 의상을 입은 인형 한 쌍이에요. 루마니아 전통 의상은 세르비아 전통 의상과 거의 비슷하지만 저것보다 더 수수해요. 그러니 농촌 박물관에 전시된 전통 의상들을 보고 느낀 기분은 매우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후 아주 담백한 음식을 먹었을 때의 그 기분이었어요.


농촌 박물관을 본 후, 마지막으로 중앙 시장을 보러 가라 데 노르드로 갔어요. 가이드북을 보면 가라 데 노르드 근처에 중앙시장이 있다고 했어요. 그러나 결국 중앙 시장은 찾지 못했어요. 언어의 장벽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친절했고, 영어를 아는 사람들도 다른 발칸 유럽 국가에 비해 월등히, 그리고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중앙 시장을 잘 모르거나 있다고 알려준 곳에 가 보면 중앙 시장 비슷한 것 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결국 중앙시장 찾는 것을 포기하고 가라 데 노르드로 갔어요.


"끼따이?"

우리가 기차역에서 짐을 찾아 나오는데 한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말을 거셨어요.

"아니요. 한국인이요."


할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부쿠레슈티에 왜 왔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여행으로 왔다고 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부쿠레슈티 관광을 잘 했냐고 물어보셨어요. 우리는 잘 했다고 대답했어요. 할아버지께서는 여기에서는 인민 궁전을 꼭 보아야하는데 혹시 인민 궁전 보았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인민 궁전을 보았는데 정말 큰 건물이었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앞으로 남은 여행 잘 하라고 하시고 가셨어요.


기차에 탔어요. 객실에 둘이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한 청년이 들어와 빈 자리냐고 물어보더니 바로 자리에 앉았어요. 잠시후. 승무원이 표검사를 하러 돌아다니는데 그 청년이 밖으로 나가 승무원과 뭐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청년은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왔다고 했어요. 우리의 대답을 들은 청년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바뀌었어요. 청년은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대해 물어보고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어요. 보통 '안녕?', '어디에서 왔니?', '우리나라 예뻐?' 이런 것을 물어보기 마련인데 이 청년은 상당히 영어로 대답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어로도 대답하기 어려운 것만 골라 물었어요.


'에라...모르겠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데 정확히 알맞은 영어까지 써서 설명하려고 하니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영어 단어 50개 정도 써서 한국의 현대사, 남북 문제를 다 설명했어요. 내용은 어려운데 제가 사용한 영어는 지극히 유치원생들이 사용하는 언어 수준. 예를 들면 '서로 적대시하다' 이런 것은 무조건 'hate'. 청년은 제가 아주 유치원생 수준의 극히 기초적인 영어로 한국의 현대사와 남북관계에 대해 설명해주자 매우 재미있어 하고 만족해 했어요. 청년은 원래 대학생인데 돈이 없어서 휴학하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휴학한지 몇 년 되었는데 자기가 한때는 대우 자동차 공장에서도 일한 적이 있다고 했어요.


청년은 루마니아에서는 정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어요. 청년은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보여주려고 옷 속 목걸이 지갑에 꼭꼭 감춘 카드를 보여주며 여기서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조차 위험하다고 했어요. 카드 기계에 복사하는 장치를 달아놓고 카드를 사용하면 카드 내용과 비밀 번호를 복사, 카드를 몰래 복제한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복사된 카드를 사용해 돈을 훔쳐간다고 했어요. 이런 범죄가 일반 가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은행 ATM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어요. 또한 인신매매가 성행해서 예쁜 여자들은 거리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어요. 예쁜 여자들 대부분이 납치되어서 서유럽으로 팔려갔고, 어렸을 때 자기 주변의 많은 예쁜 여자들이 실종되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 '대우'가 루마니아 자동차 공장을 구입했는데 현지에서는 이때 1달러 주고 구입했다고 알려졌다고 했어요. 물론 대우가 공장을 1달러 주고 구입했을 리 없겠지만 루마니아에서 공식적으로는 1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어요. 나머지는 전부 뒷돈...청년은 차우세스쿠 때에도 물론 살기는 매우 안 좋았지만 지금은 그때만도 못하다고 느끼는 루마니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알려주었어요. 또한 여기가 얼마나 썩어빠진 나라인지 단적인 예가 자신이 기차를 지금 잘 타고 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했어요. 자기는 지금 승무원에게 뒷돈을 주고 타서 표를 산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기차를 탔는데, 자기가 준 뒷돈은 승무원의 용돈이라고 했어요. 여기에서는 외국인들이나 제대로 표를 사서 기차를 타지, 현지인들은 다 이렇게 승무원에게 약간의 뒷돈을 주고 기차를 이용한다고 알려주었어요.


청년은 자신의 고향이 티미쇼아라인데 루마니아에서 티미쇼아라 사람들이 똑똑하기로 소문났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기차에서 내렸어요. 청년은 잠시 내려서 친구와 다시 오겠다고 했지만 티미쇼아라역에서 내린 청년은 기차가 티미쇼아라역에서 출발할 때까지 다시 타지 않았어요.



창 밖에 음침한 기차역이 나왔어요. 청년의 암울한 루마니아 이야기를 듣고 청년이 내린 후 도착한 기차역의 풍경도 음산하고 암울했어요. 기차는 어둠 속에서 세르비아를 향해 열심히 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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