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생이 몽골 울란바토르로 출장갔어요.


제 주변에 몽골을 다녀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저 역시 몽골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구요. 기껏해봐야 동대문 몽골타운에서 몽골 음식 먹어본 것이랑 몽골인들 몇 번 본 것 정도였어요.


"몽골 지금 좀 춥지 않나?"

"거기 영하 30도래요."

"영하 30도?"


올해 초, 우리나라에 엄청난 한파가 몰아닥쳤어요. 그때 서울이 영하 18도였어요. 저는 저날을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저때 일하면서 상당히 고생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끔찍했던 영하 18도보다 무려 12도나 더 낮았어요.


당연히 저나 동생이나 경험해보지 못한 추위. 추위 대비 잘 준비해서 가라는 말 외에는 해줄 말이 없었어요. 영하 18도까지라면 그래도 경험해보았으니 뭐라고 조언해줄텐데, 영하 30도는 제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상황이었거든요.


어지간하면 그래도 장기 출장이니 몽골의 몽골어 교과서도 부탁하고 간단 사원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나서 말해달라고 하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텐데 영하 30도라는 말 듣고 참 할 말이 없어져버렸어요. 저라도 영하 30도라면 절대 밖에 안 나갈 거니까요.


동생이 출국하면서 제게 잘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사진을 보냈어요.



그렇게 동생은 기황후 원나라 끌려가듯 몽골 울란바토르로 갔어요.


그날 밤. 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몽골 추위 어때?"

"동남아 더위 처음 느꼈을 때처럼 뭔가 신개념이네요."

"응?"

"코랑 손가락이 엄청 거슬리도록 추워요."


그러면서 동생이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야, 너 지금 의정부 아냐? 저거 가능동 아냐?"


장난으로 동생에게 지금 의정부시 가능동 있는 거 아니냐고 메시지를 보내자 동생이 조용히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몽골 칭기스칸 보드카



"오! 칭기스칸 보드카에 호쇼르! 호쇼르 어때?"

"맛은 동대문에서 파는 거랑 비슷한데 크기는 훨씬 더 커요."


몽골은 무조건 칭기스칸 붙은 것이 좋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는데 동생이 진짜 칭기스칸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어요.


다음날 점심. 이번에는 동생이 점심밥이라고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거기 지낼만 하겠네! 이거 완전 고급 급식 아냐? 몽골은 고기만 준다는데 무려 사라다도 있네!"

"그런데 80%가 감자, 나머지는 햄이에요."

"밥 위에 빨간 건 뭐냐?"

"밥에 자꾸 케찹 뿌려줘요. 흘려뿌려줘요."


진짜 저 말 읽고 빵 터졌어요. 친한 동생이 우리나라 몽골 식당 가서 케찹 한 방울 뿌려진 밥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었을 때 저것 장식으로 저래놓은 건가 했는데 몽골 현지에서도 케찹을 뿌려준다고 했어요. 이런 어마어마한 문화적 차이는 지금껏 전혀 몰랐어요.


몽골 지금 얼마나 춥냐고 물어보자 스마트폰 스크린샷을 보내주었어요.




이것을 보며 가스비 아끼기 위해 차가운 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있는 저 자신에게 참 감사했어요. 월요일까지 밤은 영하 30도.


"거기서 싱싱한 몽골어 들어보니까 어때? 너 출장 직전에 몽골어 여행회화책 사서 몽골어도 공부했잖아."

"처음 중어 배울 때 느낌이에요. 아무리 말해도 상대는 못 알아듣고 상대 말도 못 알아듣고 배운 문장 써도 안 통해요."

"샌배너도 안 통해?"

"그것만 통하는데 그걸로 택시 못 타죠. 그리고 책이랑 말이랑 달라요. '고맙다'도 바야를라 쓰는 사람을 못 봤어요."

"그럼? 다 스빠씨바 그래?"

"몰라요. 다 달라서...들어도 모르겠어요."

"그냥 노어로 해봐. 깍 뎰라."

"멍걸헬 Монгол хэл 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노어에요."


그리고 또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


이것이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이래요.



이것은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광장이래요. 원래 수흐바타르 광장인데 민주화되면서 사회주의 혁명 영웅 담딘 수흐바타르에서 칭기스칸으로 이름을 바꾸었대요.


동생이 몽골은 특별히 택시가 없어서 아무 차나 잡아타고 가야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차가 정말 안 잡혀서 엄청나게 고생했대요. 시내에서 20분간 차 잡으려 했는데 하나도 안 세워주어서 진심 말을 사서 타고 다니고 싶었대요. 분명 엄청 괴로웠을 상황이었는데 뭔가 참 웃겼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숨쉴 때 안 힘들어? 영하 30도잖아."

"코털이 얼어서 아파요."

"?????"

"코 속에 뭔가 들어 있는데 아무리 풀어도 안 나와요. 알고보니 코털이 프로즌."


몽골 울란바토르는 11월에 이미 엄청 춥대요. 동생이 무사히 잘 귀국했으면 좋겠어요.


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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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몽골 벌써부터 영하 30도라니 엄청나네요. 더운거라면 좀좀이님의 많은 경험덕에 도움을 주실 수 있으셨을텐데 말이죠.이번엔 liontamer 님의 조언이 필요할 것 같네요.^^ 동생은 기황후 원나라 끌려가듯 몽골 울란바토르로 갔어요. 이부분은 너무 비유가 적절해 웃었네요. 동생분께서 케찹이 뿌려진 밥 사진을 보면서 문화적차이를 뛰어넘는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네요 ㅎㅎ. 와 정말 어마어마하게 춥군요. 콧털이 프로는리라니 ㅋㅋ 동생분께서 유머감각이 뛰어나신데요^^ 너무 재미있게 간접적으로 구경하셨을 것 같아요. 저또한 재미있게 봤네요.

    2016.11.19 09: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무조건 모자를 써야 살아남습니다 ㅠㅠ 그리고 껴입어야 하고 털 들어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합니다 흐흑

      2016.11.19 23:43 신고 [ ADDR : EDIT/ DEL ]
    • 11월에 영하 30도 찍는다는 거 알고 정말 놀랐어요. 서울은 아무리 추워도 영하 30도 찍는 일이 없는데요. 저도 동생이 우리나라에서 몽골 음식 먹고 사진 보내주었을 때 밥 위에 뿌려진 케찹이 그냥 데코레이션 같은 건가 했는데 동생이 몽골에서 밥 위에 케찹 뿌려준다고 하면서 사진 보내준 거 보고는 깔깔 웃었어요 ㅋㅋ 저 동네 12월에는 어떨지 궁금해요. 물론 저는 절대 가고 싶지 않지만요 ㅋㅋㅋ;;

      2016.11.20 09:27 신고 [ ADDR : EDIT/ DEL ]
  2. 흔이 볼 수 없는 이국적인 몽골의 풍경과 음식사진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2016.11.19 1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동생 덕분에 울란바토르가 지금 어떤지 사진으로 구경했어요.
      선연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ㅎㅎ

      2016.11.20 09:32 신고 [ ADDR : EDIT/ DEL ]
  3. 코털이 프로즌이라니.... 힘든 생활속에 해학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동생분은 분명 한국인이 맞네요!ㅎㅎ
    영하 30도라는 혹한속에서도 나름 징기스칸 보드카도 마시고, 밥도 꽤 잘나오는 것 같아 보이고요.
    근데 밥 오른편에 있는 스프? 라고 해야하나? 새빨간 스프의 정체가 궁금했어요. 먹으면 안될 것 같은 색을 띄고 있어가지고요.ㅎㅎ 그리고 택시가 없다니.. 일반 차를 잡아타고 가야한다는 사실이 참 생소하게 다가오네요.
    저도 동생분이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16.11.19 11: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저 빨간 스프가 뭔지 좀 궁금했어요. 붉은 양배추 넣고 끓여서 저렇게 붉은 빛이 나는건가 싶기도 하구요. 우리나라에는 저런 색 가진 음식 자체를 찾기 정말 어렵죠. 떡 같은 것에 물들인 것 정도일까요? 중앙아시아에서는 특별히 택시 타고 가지 않고 아무 차나 잡아서 흥정하고 타고 가는데 저기도 그런다고 하더라구요.
      동생이 무사히 잘 귀국했으면 좋겠어요 ㅎㅎ

      2016.11.20 10:09 신고 [ ADDR : EDIT/ DEL ]
  4. 영하 30도는 정말 감이 안오네요.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되지 않아요. ㅎㅎ
    두 분 재미있게 대화하시는 것 같네요. ^^

    2016.11.19 21: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영하30도는 어떤 느낌인지 감도 안 와요. 그저 친한 동생이 코털도 얼어붙는 신개념 추위라 해서 아...그렇구나 할 뿐이죠^^;

      2016.11.20 10:13 신고 [ ADDR : EDIT/ DEL ]
  5. 지인 동생분 고생하시겠네요 그 말씀 진짜 딱 맞아요 영하 30도면 콧속에서 콧물이랑 코털이 막 얼어붙으면서 빠지직거리고 숨이 잘 안쉬어져요. 콧구멍 속에서 얼음결정이 생기는 기분이거든요. 전 옛날에 페테르부르크 있을때 겨울에 영하 30도 내려간 날 버스 엔진이 얼어서 눈보라 속에서 중간에 내렸는데 정말 얼어죽는줄 알았던 기억이 나요.. 동생분 무사귀환하시기를!!

    .. 글고 몽골은 나이드신 분들이랑은 노어가 통했는데 요즘 분들은 잘 모르겠네요 안 통할거 같아요... 저도 출장갔을떄 그냥 영어로 얘기했는데...

    2016.11.19 23: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liontamer님께서는 러시아에서 저 추위를 직접 겪어보셨군요! 콧속에서 콧물과 코털이 막 얼어붙으면서 빠지직거린다니 뭔가 오싹한데요? 동생은 그냥 콧 속에 뭔가 있는 거 같아서 풀어내려고 해도 안 풀어진다고만 말했는데 liontamer님 설명은 뭔가 섬뜩해요 ㅋㅋ;;;
      예전에는 몽골에서 노어 잘 통한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아닌가보군요. liontamer님께서도 러시아어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하셨다니 이제 러시아어 교육을 별로 안 시키나봐요 ㅎㅎ;

      2016.11.20 10:15 신고 [ ADDR : EDIT/ DEL ]
  6. 제가 사는 곳과 정반대의 분위기라 참으로 이국적(^^)이예요. 벌써 영하 30도라니... 후덜덜. 울동네는 요즘 추워져서 21도. 당연히 영상이구요. ^^ 울란바토르랑 울동네랑 50도 정도 차이나네요. 히야~~~ 몽골은 채소, 과일류가 상당히 비싸다고 들었는데 샐러드도 나오고 진짜 특식이였나 봐요. 샐러드의 80%가 감자였다 해도 몽골에서는 감자도 그다지 싸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세상에 코털이 얼 정도면 엄청나네요. 영하 30도의 위력이 그런 것이군요. 저 추위에 20분 동안 차를 잡으려고 거리에서 있었다니. 예전 한국에서 겨울에 차 기다릴 때 너무너무 추웠는데 그건 귀여운 추위였네요. ^^*

    2016.11.21 04: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애리놀다님 살고 계신 곳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로군요. 한국도 지금 이상하게 날이 따스해서 영하 30도와는 거리가 아주 멀어요. 저도 몽골에서 야채가 매우 귀하다고 들었는데 동생이 먹는 밥을 보니 야채가 들어 있더라구요. 비록 감자가 대부분이라고 해도 왠지 저기는 감자도 비쌀 거 같아요. ㅎㅎ
      코털이 얼어붙을 정도가 아니라 진짜 코털이 얼어붙었다는 말 듣고 깜짝 놀랐어요. 저 추위에 비하면 한국 혹한은 귀여운 수준이죠^^;

      2016.11.22 08:08 신고 [ ADDR : EDIT/ DEL ]
  7. 핫 몽골이 이렇게나 추운곳이었다니 ... 저한텐 초원, 푸른하늘, 호수로만 기억이 되는 곳인데 의외네요. 택시가 없어서 아무차나 타다니 그것 또한 신개념입니다~~히치하이킹인건가요??

    2016.11.21 23: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몽골이 겨울에 매우 춥기로 악명높아요. 우리나라 겨울 강추위의 원인인 시베리아 기단이 저쪽을 통해서 올 거에요. ㅎㅎ 그냥 지나가는 차에 손 흔들어서 세우고 목적지랑 금액 맞으면 타고 가는 것일 거에요. 유료 히치하이킹이랄까요?^^

      2016.11.22 08:15 신고 [ ADDR : EDIT/ DEL ]
  8.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콧털이 프로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웃고 크게 웃고 갑니다! ㅋㅋㅋㅋㅋ

    2017.04.13 21: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콧털이 프로즌 때문에 엄청 웃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동생이 말을 참 재미있게 잘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7.04.13 23:3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