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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울란바토르 11월 풍경

좀좀이 2016. 11.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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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동생이 몽골 울란바토르로 출장갔어요.


제 주변에 몽골을 다녀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저 역시 몽골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구요. 기껏해봐야 동대문 몽골타운에서 몽골 음식 먹어본 것이랑 몽골인들 몇 번 본 것 정도였어요.


"몽골 지금 좀 춥지 않나?"

"거기 영하 30도래요."

"영하 30도?"


올해 초, 우리나라에 엄청난 한파가 몰아닥쳤어요. 그때 서울이 영하 18도였어요. 저는 저날을 절대 잊을 수 없어요. 저때 일하면서 상당히 고생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끔찍했던 영하 18도보다 무려 12도나 더 낮았어요.


당연히 저나 동생이나 경험해보지 못한 추위. 추위 대비 잘 준비해서 가라는 말 외에는 해줄 말이 없었어요. 영하 18도까지라면 그래도 경험해보았으니 뭐라고 조언해줄텐데, 영하 30도는 제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상황이었거든요.


어지간하면 그래도 장기 출장이니 몽골의 몽골어 교과서도 부탁하고 간단 사원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나서 말해달라고 하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텐데 영하 30도라는 말 듣고 참 할 말이 없어져버렸어요. 저라도 영하 30도라면 절대 밖에 안 나갈 거니까요.


동생이 출국하면서 제게 잘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사진을 보냈어요.



그렇게 동생은 기황후 원나라 끌려가듯 몽골 울란바토르로 갔어요.


그날 밤. 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몽골 추위 어때?"

"동남아 더위 처음 느꼈을 때처럼 뭔가 신개념이네요."

"응?"

"코랑 손가락이 엄청 거슬리도록 추워요."


그러면서 동생이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야, 너 지금 의정부 아냐? 저거 가능동 아냐?"


장난으로 동생에게 지금 의정부시 가능동 있는 거 아니냐고 메시지를 보내자 동생이 조용히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몽골 칭기스칸 보드카



"오! 칭기스칸 보드카에 호쇼르! 호쇼르 어때?"

"맛은 동대문에서 파는 거랑 비슷한데 크기는 훨씬 더 커요."


몽골은 무조건 칭기스칸 붙은 것이 좋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는데 동생이 진짜 칭기스칸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어요.


다음날 점심. 이번에는 동생이 점심밥이라고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거기 지낼만 하겠네! 이거 완전 고급 급식 아냐? 몽골은 고기만 준다는데 무려 사라다도 있네!"

"그런데 80%가 감자, 나머지는 햄이에요."

"밥 위에 빨간 건 뭐냐?"

"밥에 자꾸 케찹 뿌려줘요. 흘려뿌려줘요."


진짜 저 말 읽고 빵 터졌어요. 친한 동생이 우리나라 몽골 식당 가서 케찹 한 방울 뿌려진 밥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었을 때 저것 장식으로 저래놓은 건가 했는데 몽골 현지에서도 케찹을 뿌려준다고 했어요. 이런 어마어마한 문화적 차이는 지금껏 전혀 몰랐어요.


몽골 지금 얼마나 춥냐고 물어보자 스마트폰 스크린샷을 보내주었어요.




이것을 보며 가스비 아끼기 위해 차가운 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있는 저 자신에게 참 감사했어요. 월요일까지 밤은 영하 30도.


"거기서 싱싱한 몽골어 들어보니까 어때? 너 출장 직전에 몽골어 여행회화책 사서 몽골어도 공부했잖아."

"처음 중어 배울 때 느낌이에요. 아무리 말해도 상대는 못 알아듣고 상대 말도 못 알아듣고 배운 문장 써도 안 통해요."

"샌배너도 안 통해?"

"그것만 통하는데 그걸로 택시 못 타죠. 그리고 책이랑 말이랑 달라요. '고맙다'도 바야를라 쓰는 사람을 못 봤어요."

"그럼? 다 스빠씨바 그래?"

"몰라요. 다 달라서...들어도 모르겠어요."

"그냥 노어로 해봐. 깍 뎰라."

"멍걸헬 Монгол хэл 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노어에요."


그리고 또 사진을 보내주었어요.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


이것이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이래요.



이것은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광장이래요. 원래 수흐바타르 광장인데 민주화되면서 사회주의 혁명 영웅 담딘 수흐바타르에서 칭기스칸으로 이름을 바꾸었대요.


동생이 몽골은 특별히 택시가 없어서 아무 차나 잡아타고 가야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차가 정말 안 잡혀서 엄청나게 고생했대요. 시내에서 20분간 차 잡으려 했는데 하나도 안 세워주어서 진심 말을 사서 타고 다니고 싶었대요. 분명 엄청 괴로웠을 상황이었는데 뭔가 참 웃겼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숨쉴 때 안 힘들어? 영하 30도잖아."

"코털이 얼어서 아파요."

"?????"

"코 속에 뭔가 들어 있는데 아무리 풀어도 안 나와요. 알고보니 코털이 프로즌."


몽골 울란바토르는 11월에 이미 엄청 춥대요. 동생이 무사히 잘 귀국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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