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드디어 시장에 도착했어요.


bazaar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스크림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어요.


"우리 일단 아이스크림 좀 먹자."


덥고 힘들어서 쓰러질 거 같았어요. 웬만하면 땀을 안 흘리려고 했지만 땀을 안 흘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덥기는 엄청 덥고, 제대로 쉴 만한 곳은 하나도 없었거든요. 여기 와서 그나마 조금 쉬었다는 것이 모스크 구경한 것 뿐이었어요. 점심이고 뭐고 일단 더위부터 식혀야 했어요. 점심을 먹으려면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지 돌아다니며 또 골라야 했으니까요.


"도그 2개 주세요."


카슈가르 야시장에서 먹었던 이 지역 빙수인 도그를 달라고 했어요. 도그는 하나에 3위안이었어요.


신장위구르자치구 아이스크림 가게


아이스크림 가게 아저씨는 아주 평범한 방법으로 빙수를 만들었어요. 얼음을 끌로 긁어내어 가루로 만든 후 요구르트 같은 것을 붓고는 가볍게 던지듯 하여 섞어서 주었어요. 만드는 방법 그 자체는 카슈가르 야시장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했지만 카슈가르에서 보았던 그 높이 던지는 묘기는 없었어요. 저렇게 낮게 던지듯 섞는 것은 몇 번 해보면 그냥 어렵지 않게 흉내낼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중국 위구르인 빙수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가며 천천히 먹었어요. 카슈가르 야시장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보다 투박한 맛. 우유 냄새가 더 진했어요.


'이거 먹고 속 난리나지는 않겠지?'


우유를 먹는다고 탈이 나는 체질은 아니지만, 이런 곳에 있는 우유는 분명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 우리나라에서 우유를 무리 없이 잘 마신다고 외국 우유를 무리 없이 잘 마시는 것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이것은 얼음이 대부분인 매우 찬 먹거리. 그래서 더욱 천천히 먹었어요. 조금이라도 더 앉아서 쉬고 싶기도 했구요. 가방을 내려놓고 앉아서 차가운 것을 먹으니 살 것 같았어요.


"여기서는 너 폰 충전 못 할 건가?"


혹시 친구 핸드폰을 여기에서 충전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길거리 노점이다보니 당연히 불가능했어요. 전기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 스마트폰을 충전하게 생기지는 않았어요.


중국 아이스크림 기계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계를 보니 이제 장사를 막 시작한 듯 했어요.


아이스크림 맞은편에 있는 가게에서는 이제 폴로가 막 완성되었어요.


uyghur cuisine


'저 모스크에서는 이따 쉴 수 있을 건가?'


mosque in Kucha


이 위구르인 거주 지역에 도착해서 돌아다니며 그나마 쉴 만한 곳이라고는 저 모스크 뿐이었어요. 다른 곳에는 쉴 만한 곳이 전혀 없었어요. 모스크 정원 한쪽 구석에서 벽에 기대어 쉬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친구가 원하는 돗자리 펴고 드러누울 자리는 아예 없었어요. 이것은 이 동네를 아무리 돌아다닌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것이었어요. 그렇다면 그나마 쉴 수 있는 곳을 선정해서 거기에서 쉬어야 하는데, 그 없는 것들 중에서 그나마 괜찮아보이는 것이 모스크였어요.


'이따가 어떻게 하지?'


진짜로 암울한 상황. 이제 시장 구경만 끝내면 쉬어야 하는데, 가장 괜찮은 쉴 만한 곳이 이 위구르인 마을 입구에 있는 모스크. 솔직히 모스크에서 드러누울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아마 드러눕는 것은 모스크도 어려울 것이에요. 마지막 희망이라면 시장 너머 어딘가에 공터가 있어서 거기에 돗자리를 깔고 드러누워 쉴 만한 자리가 있기를 바라는 것.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마저 안 된다면 정말 그 어떤 답도 없었어요. 시장 근처는 유동 인구가 많아서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지만, 드러누워 쉬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친구도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어요. 만약 이 문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고 있지 못했다면 그렇게 징징거려서 저를 짜증나게 하는 게 아니라 길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드러누워버렸을 거에요. 어쨌든 이 상황에서 아주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선 안에서 행동하고 있었어요. 이것이 매우 중요했어요. 글에서는 친구가 상당히 이상하고 몰상식한 것처럼 표현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부로 표출된 모습의 단편이에요. 만약 친구가 진짜로 이상하고 몰상식했다면 애저녁에 사고 몇 번 터졌고 저와 대판 싸웠을 거에요. 친구는 상당히 상황 파악을 정확히 하고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선 안에서 안전하게 행동하고 있었어요. 단지 저와 친하다보니 자신의 욕구를 아주 솔직히 제게 여과없이 말하고 있는 것 뿐이었어요. 진짜 친구가 경우 없고 몰상식한 사람이었다면 제게 칭얼거리는 것이 아니라 길바닥에 드러누워버렸거나, 힘들다고 화를 내며 진짜로 저와 싸우자고 들었을 거에요.


사실 친구들과 여행 가서 싸우는 경우는 대충 얼버무려서 '의견 충돌'이라고 하지만 실제 보고 겪어보면 한 쪽이 무조건 일방적으로 잘못한 경우가 상당수에요. 먼저 상식적으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인데 자기 하고 싶다고 마구 하다가 사고치는 경우. 동행하는 사람이 사고치면 그 행동에 연루되어 있든 안 되어 있든 무조건 같이 피해를 봐요. 하지 말라고 말리고 조언했던 강도만큼 더 격하게 서로 싸우게 되요. 두 번째는 그냥 자기 기분 안 좋다고 화내는 경우. 그냥 기분 안 좋다고 화 버럭버럭내고 트집잡아서 시비걸고 싸우자고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답이 없어요.


친구는 이런 아주 안 좋은 동행하는 친구가 절대 아니었어요. 그냥 저와 친하니까 제 앞에서만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 뿐이었어요. 그렇게 때문에 이 암울한 상황 속에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희망이 있었어요. 정말 그 어떤 곳에서도 드러누워 쉬지 못한다면 길거리에 돗자리 깔고 교대로 잠을 청하기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일단 상황은 최악이었지만 친구가 상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친구라 어떻게든 잘 풀릴 거라 생각했어요.


노점이 줄지어 서 있는 시장 옆에는 버스 정거장이 있었어요.



"점심 뭐 먹지?"


이제 12시 반. 점심을 먹어야 했어요. 배가 고프든 말든 일단 먹고 볼 일이었어요. 둘 다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허기까지 겹치면 안 되었어요. 2시까지 돌아다니며 버틸 힘이 있어야 했어요.


"저기서 먹자."


위구르인들이 식사를 하는 식당이 보여서 거기로 갔어요. 면요리 두 개, 난 반 개를 시켰어요. 제가 우즈베크어로 주문하자 역시나 주인 아저씨 및 주인 아주머니가 매우 신기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저 사람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 할 줄 안다고 말했어요. 예쁜 점원 아가씨가 도도하게 저와 친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안으로 들어갔어요. 음식이 나오는 동안 잠시 주변 가게들을 둘러보았어요.




오늘도 역시나 양은 열심히 해부되고 있었어요.


lamb in china


난이 먼저 나왔어요.


nan in kucha


"너 핸드폰 충전 안 맡겨도 돼?"

"아직 배터리 많이 남았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며 친구에게 핸드폰 충전을 맡겨야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자 친구가 지금은 괜찮다고 대답했어요. 사이좋게 빵을 뜯어먹고 있는데 점원 아가씨가 또 저와 친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안으로 들어갔어요.


쿠차 면요리


주문한 쿠차의 렝멘이 나왔어요. 맛이 있기는 했지만, 맛있었다는 기억만 날 뿐, 자세한 맛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런 것을 모두 기억할 만큼 널널한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어디에서 쉴 것인가' 라는 문제, '진짜 힘들다'는 고통이 머리 속에 한가득인 상태였어요. 어쨌든 둘 다 맛있게 먹었어요. 렝멘은 10위안이었고, 난은 반 개가 1위안이었어요.


점심을 먹는 동안 위구르인 점원 아가씨는 계속 저와 친구를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러나 특별히 다가와서 말을 걸지 않았기 때문에 저와 친구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점심을 먹었어요. 그냥 위구르어와 비슷한 우즈베크어 하는 한국인이 신기해서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점심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옆 가게에서는 이제 폴로를 만들고 있었고, 면을 만들고 있었어요.



위구르인 제면


이제 안 가본 다리 건너 시장을 갈 차례. 시장 끄트머리에 혹시 누워서 쉴 만한 곳이 있을 건가? 제발 그러기를 바라며 다리를 건너갔어요.




"저거 당나귀 아니야?

"진짜네?"

"우리 저거 태워달라고 할까?"


당나귀


시장으로 들어가려는데 당나귀 두 마리가 보였어요. 어떻게 보면 귀엽게 생겼고, 어떻게 보면 띨띨하게 보였어요. 당나귀는 볼 때마다 왜 전래동화에서 무식한 동물로 나오는지 이해가 되는 얼굴이었어요. 똑똑하고 영리해보이는 당나귀는 이제까지 본 적이 없어요.


시장에서는 악취가 풍겨져 나오고 있었어요.



여기에서 가축 거래도 이루어지는 것 같았어요.


중국 서부 양가죽


이렇게 바닥 여기저기에 양가죽이 쌓여 있었어요.



시장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 들어가자마자 수박을 잘라서 파는 상인이 보였어요.


"너 수박 먹을래?"


일부러 친구에게 수박을 먹겠냐고 물어보았어요. 친구가 수박을 엄청 좋아했기 때문에 하나 먹으라고 물어본 것이었어요.


"응. 너는?'

"나도 하나 먹지. 날도 덥고 목도 마른데."


수박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니 저도 수박을 먹어야 했어요. 이건 맛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었어요. 약이었어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박


수박은 한 조각에 1위안.


왜 수박이 우루무치가 가장 저렴하지?


우루무치, 카슈가르, 쿠차에서 길거리에서 파는 조각 수박을 계속 사먹고 있는데 확실히 우루무치가 가장 저렴했어요. 수박이 많이 나는 투르판과 가까워서 그런가? 여기도 수박 분명히 재배할 텐데...대도시로 갈 수록 농산물이 비싸지는 것이 정상인데 어떻게 된 것이 우루무치에서 먹은 조각 수박이 가장 쌌어요. 가격은 1위안이었지만 정말 컸거든요. 거기는 워낙 많이 팔리니까 박리다매인 건가?



점심을 막 먹은지라 이것저것 막 사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양꼬치


이 구워진 케밥 중 오른쪽은 간을 구운 거에요. 이것은 정말 취향 많이 타는 카밥이에요.





"이거 뭐지? 치즈인가?"


커다란 추처럼 생긴 하얗고 누런 덩어리들을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보였어요.


"이거 뭐에요?"

"비누."


이쪽 재래식 비누는 이렇게 생겼구나! 아주머니께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고 여쭈어보았어요. 아주머니는 당연히 찍어도 된다고 대답했어요.


uyghur traditional soap


"나도 찍어!"


옆에서 비누를 팔던 아주머니께서 자기도 찍으라고 하셨어요.


위구르 전통 비누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계속 시장을 돌아다녔어요.




"여기는 양 완전 깨끗하게 발라놨다."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상당히 쉽게 볼 수 있는 난 굽는 모습이 보였어요. 난 굽는 모습은 정말 많이 보고 정말 사진으로 많이 찍었지만 볼 때마다 사진으로 찍게 만드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어요.


빵 굽는 화덕


쿠차 난


사탕 및 견과류를 파는 가게가 나왔어요.



이 가게 맞은편에 있는 식당 앞에서 위구르인 어르신들께서 식사를 하고 계셨어요. 무엇을 드시고 계신지 보며 지나가는데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어요.


위구르 지역으로 여행 오기 전, 친구가 위구르 지역 관련 다큐멘터리를 하나 보았다면서 제게 말해준 것이 있었어요. 위구르인들은 아침에 마른 난을 차에 말아서 먹는다는 것이었어요. 그러면서 그 장면을 제게 보여주었었어요. 빵을 차에 말아먹는 것은 처음 보는 장면이었어요. 빵을 차와 같이 먹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아예 차에 풍덩 빠쳐서 먹는 것은 보지 못했거든요. 친구의 말만 들었을 때에는 장난치는 건가 했는데 동영상을 보니 정말 신기했어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여행을 하며 이 장면을 직접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어요.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렇게 먹는 것은 일반 가정집에서 먹는 방법이지, 식당에서 판매하는 방법은 아니었거든요. 거리를 돌아다니며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한 할아버지께서 진짜로 차에 난을 말아서 드시고 계셨어요.


"안녕하세요."

"그래."

"혹시 할아버지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그러거라."



진짜로 차에 빵을 말아먹는 장면을 보자 너무 신기해서 할아버지께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어요. 할아버지 바로 앞에 있는 그릇에 담긴 것이 바로 홍차와 그 속에 풍덩 빠져 있는 마른 빵이에요. 사진 가장 앞에 있는 그릇에 한가득 들어있는 것 또한 홍차구요. 저 홍차는 마시거나 손을 씻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할아버지 옆에 있는 마른 빵을 말아먹기 위해 있는 것이에요.


할아버지께 사진을 찍게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후 다시 시장을 걸어다니기 시작했어요.



이 시장 역시 쉴 만한 공간은 없다.


이제 슬슬 2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시장을 한 바퀴 뱅 둘러보았어요. 이제 쿠차에서 보기로 계획한 것은 다 본 셈이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장 주변에 누워서 쉴 만한 자리가 있나 살펴보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어요.



시장을 다 보았기 때문에 다시 다리를 건너서 아까 버스 내린 쪽으로 걸어갔어요.



모스크 옆 가게에서는 여기 전통 모자인 돕브를 팔고 있었어요.




이제 진짜 어떻게 해야 하지?


2시는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이것은 단순히 시간 계획에 따른 초조함이 아니었어요. 가장 뜨겁고 더울 때가 이제 코앞이라는 것이었어요.


반응형

Posted by 좀좀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