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서울

서울 성북구 우리 옛돌 박물관 (길상사 근처)

좀좀이 2016. 9. 2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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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에요. 이날은 이런 저런 행사도 있고,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곳도 있어요.


저도 이것을 활용해볼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있다가 이번에야 이 날을 잘 이용하면 여기저기 보다 경제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서 박물관을 갔다 왔어요.


이렇게 다녀온 박물관은 성북구 길상사 가는 길에서 더 올라가면 있는 우리옛돌박물관이에요.


먼저 가는 방법은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간 후, 마을 버스 2번을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되요. 우리 옛돌 박물관 정거장이 마을 버스 2번 종점이거든요. 길상사 가는 방법과 똑같아요. 길상사 정거장 다음이 한국 가구 박물관 정거장이고, 한국 가구 박물관 정거장 다음 정거장이 우리 옛돌 박물관이거든요.


우리 옛돌 박물관 입장료는 7천원이에요. 그러나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3천원이에요.


우리 옛돌 박물관 건물


버스에서 내리면 왼쪽에 이런 건물이 보여요.



입구로 가면 이렇게 석상이 있어요.




입구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1층 안내 및 티켓 판매 데스크가 있어요.


성북구 박물관 1층 입구


우리옛돌박물관은 2015년 11월 11일에 개관했어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내용에 의하면 이 박물관에는 석조 유물 1250점, 자수작품 280여점, 근현대회화 1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고 해요.


이 박물관은 1층에 환수유물관, 2층에 동자관과 벅수관, 자수관, 북 카페와 뮤지엄샵이 있고, 3층에는 기획전시관이 있으며, 2층과 3층은 야외 전시 공간인 무병장수의 길로 이어져요.


안내 데스크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직워분께서 친절하게 박물관 관람 동선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박물관에 무슨 동선 설명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잘 듣는 것이 아주 좋아요. 왜냐하면 이 박물관은 일직선으로 쭉 보는 동선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1,2,3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라 한 층 보고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구조에요.


사실 안내 데스크에서 동선 설명을 해준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해주는 것이지요. 박물관 뿐만 아니라 어떤 것이든 처음 이용 전에 설명해주는 것은 필히 잘 들을 필요가 있어요. 나중에 문제가 생겼거나 불만족스러웠다고 얼굴 붉힐 때 대부분 이 처음 이용 전에 설명해준 부분에서 자기가 잘 안 들어서 생긴 문제이거든요. 고객들이 불편을 많이 겪을 것을 추려서 아예 처음에 이렇게 하시라고 알려주는 것이니 잘 들어야지요.




1층은 환수유물관이에요. 전시명은 '바다를 건너온 돌사람, 고국의 품에 안기다'에요.


환수유물관은 환상 속 동물 석상 유물을 전시해놓은 곳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밀반출된 우리나라의 석상 문화재 중 일부를 환수해서 그 중 문인석 47점을 모아 전시해놓은 전시실이에요.



우리옛돌박물관


2층으로 가면 벅수관과 동자관이 붙어 있고, 자수관이 따로 떨어져 있어요. 벅수관과 동자관은 입구는 다르지만, 내부에서 서로 이어져 있어요.



이것은 벅수관이에요.


우리옛돌박물관 벅수관


안에는 다양한 벅수상이 전시되어 있어요.



저는 앞에 있는 깔끔한 벅수보다 뒤에 있는 벅수 4기가 더 좋았어요.



가운데 있는 벅수는 벅수관에 전시된 벅수 중 옷을 가장 잘 차려입은 벅수.



그리고 일자 눈썹 벅수?


동자관 입구에는 제주 동자석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얼마 전에 또 뉴스에 제주도의 동자석이 자꾸 도난당하고 있다고 보도되었었어요. 제가 제주도에서 살던 고등학교때까지 간간이 나오던 뉴스였는데 아직도 나오고 있더라구요. 사람들은 그까짓 거 가져가봐야 얼마나 가져가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란 등의 야생 식물, 돌, 동자석 밀반출은 거의 산업급으로 이루어져요. 적발 현장 보면 적당히 열 개 스무 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선박에 잔뜩 실려 있고 그래요.


이것은 동자관이에요.



동자관과 벅수관 앞에는 조그만 직육면체 형태의 방이 있어요.



얼핏 보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생각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여기 또한 전시공간이에요.


감실



이것은 자수관이에요.


우리옛돌박물관 자수관


3층에는 기획전시관이 있었어요. 여기는 현대 회화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것을 감상할 능력이 없어서 휙 보고 나왔어요.


3층은 건물 옥상 및 야외 전시로 이어져요.




야외 전시실은 경사가 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랍니다. 여기도 꽤 볼 만 했고, 사진 찍기 좋았어요.







이렇게 야외전시실까지 다 보고 나서 건물 내부로 돌아와 길상 및 무병 장수의 길을 관람했어요.



무병 장수의 길은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져 있어요.



아래는 무병장수의 길에 전시된 석상 중 참 마음에 들었던 석상들이에요.





아주 큰 기대를 하고 간 박물관은 아니었는데 정말로 좋았어요. 전시실 조명 밝기 및 색상이 매우 은은하고 석상 전시에 참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어요. 방송에 가끔 짧게 박물관 안내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설명과 공부 같은 전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접근해 볼 수 있는 배치도 좋았어요. 그런데 이것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요. 석상 하나하나 보며 미적 가치를 논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것은 내 친구 누구 닮았네, 이건 좀 많이 사악하게 생겼어, 얘네는 아주 서로 좋아서 신났네 이렇게 보며 지나간다면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잘 볼 수 있지만, '이거 돌. 이거 석상' 이러면서 휙휙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면 순식간에 쾌속질주해버릴 수도 있는 배치거든요.


제가 갖고 있는 이런 곳 감상 요령은 매직아이 하듯 보는 것이에요. 바로 전에 본 석상과 다른 점을 찾아가며 보는 것이지요. 바로 옆 석상과 뭐가 다른지만 찾아내어가며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어요. 비슷한 것이 여러 개 모여 있다면 각각이 갖는 공통점보다 각각의 작은 차이점에 집중해서 보는 것이 훨씬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야외 전시 공간까지 합치면 규모가 작지 않았어요. 전시물과 배치, 조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도 좋았구요.


여기는 외부 전시와 내부 전시가 서로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둘을 갈라서 보는 것이 좋아요. 엘리베이터도 있으니 내부 전시를 다 본 후, 4층으로 바로 올라가지 말고 1층으로 돌아와서 길상 및 무병장수의 길을 통해 외부 전시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겠더라구요. 3층에서 바로 무병장수의 길을 통해 4층으로 가서 외부전시공간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내부만 쭉 다 본 후 무병 장수의 길을 1층부터 걸어올라가며 자연스럽게 외부 공간으로 나가는 것이 관람 면에서 나아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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