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한국 먹거리

서울 도향촌 명동 본점 월병 - 십경월병

좀좀이 2016. 9. 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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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명동에 가보니까 화교들이 막 사가는 월병 가게 있더라? 그래서 월병 몇 개 구입해 보았는데 엄청 비싸."

"거기 이름이 뭔데?"

"도향촌."

"거기 엄청 유명한 데야!"

"그래?"


명동 놀러갔다가 화교들이 와서 월병을 사가는 월병 전문 가게가 보여서 들어가서 월병 세 개를 구입한 후, 친구에게 이것을 이야기하자 친구가 거기 원래 엄청 유명한 곳이라고 알려주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알아주는 월병 가게라고 했어요.


그렇게 구입해서 이번에 먹어본 월병은 도향촌의 십경월병 什景月餠 이에요.


일단 먼저, 이 십경월병은 1개에 5천원이에요. 제가 지금까지 먹어본 모든 과자 중 압도적으로 비싼 과자에요.


서울 도향촌 명동 본점 십경월병


이것이 바로 5천원짜리 월병이에요.



이것은 십경월병의 뒷면이에요.



이 월병의 두께는 50원 동전보다 두꺼워요.


십경월병


십경월병은 도향촌을 대표하는 월병으로, 잣, 호두, 땅콩,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16가지의 견과류와 말린 과일이 들어있어 씹으면 씹을수록 오묘한 풍미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진짜인지 궁금했어요. 그 이전에 이것이 과연 5천원의 맛을 하는지 궁금했어요.


"너는 내가 반으로 갈라봐야겠다."


외국 생활 시절까지 다 합쳐서 과자 한 개를 5천원 주고 구입한 일은 없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비싸게 구입해서 먹은 것이 프링글스. 두 번째로 비싸게 사 먹은 것이 몰타에서 친구와 같이 돈을 합쳐서 사먹은 프링글스. 유로가 당시 많이 비싸서 프링글스도 많이 비쌌어요. 그 외에는 절대 이 돈 주고 안 사먹는데, 이번에는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구입해본 거에요.


당연히 반으로 갈라먹고 분해해보기도 하고 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저 국그릇과 식칼.



5천원을 반으로 갈라서 2500원으로 만들자.


과격한 것 같지만, 집에 저거밖에 없어요. 살림 늘리는 거 끔찍하게 싫어해서 칼은 식칼 하나 있고, 접시도 안 키워요. 도마도 안 키워요. 어차피 혼자 사는데요.



5000 나누기 2 = 2450...


내 주제에 무슨 갈라먹기여...


예쁘게 잘라서 절단면도 올리고, 다시 하나는 반으로 잘라 1/4는 측면으로 갈라보려 했지만 다 꿈이었어요. 칼로 써는데 지금껏 먹어본 월병과 달리 꽤 딱딱했고, 마지막에 저렇게 으스러졌어요. 도마가 없으니 이것이 한계였어요.


덕분에 5000원 중 100원어치는 가루가 되었어요. 물론 이거야 마지막에 입으로 후욱 흡입하면 뱃속에서 다시 5천원으로 결합하기야 하겠죠.


어쨌든 반으로 갈라보았어요.



음...


앞으로 두 개 더 있는데 이건 어떻게 칼로 썰지...진지하게 고민되는 모습. 5천원을 반으로 갈랐는데 2450원짜리 두 개가 되었어요. 가루가 아직 국그릇 위에 있으니 100원이 증발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라면글보다 진지하게 성의껏 쓰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뿌듯해했어요. 이렇게 온갖 정성을 다 해 단면까지 사진을 찍은 이유는 간단했어요. 이거 하나가 5천원이니까.


드디어 맛을 볼 시간.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먹어본 것인가? 내가 먹어본 것이 과연 월병 맞나?


월병을 몇 번 먹어본 적이 있어요. 대림에서 파는 싸구려 1000원짜리 월병부터 시작해서 외국에서 직접 사먹고, 친구가 선물로 줘서 먹어본 것도 있고 그랬어요. 그때마다 목만 메이고 그렇게 맛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이건 그런 월병들과는 달랐어요.


일단 맛이 지나치게 달지 않았어요. 월병 먹어보면 달기만 오지게 단 것이 꽤 있는데, 이것은 그렇게까지 달지 않았어요. 그냥 딱 '단 맛이 있다'는 느낌. 다 먹고 나서 단 맛이 혀 뒷쪽에서 또아리를 틀어대는 그런 것이 아니었어요. 이것은 먹고 나니 혀 뒷쪽에 단맛의 잔디밭이 자라난 느낌이었어요.


먹는 동안 새콤한 맛도 있고 고소한 맛도 있어서 꽤 복합적인 맛이 났어요.


가장 중요한 목마름. 이것은 적당히 베어먹으니 목이 콱 메이는 일이 없었어요. 게다가 이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상당히 부드러워서 크림을 먹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천천히 조금씩 먹어도 목이 콱 메이던 그 예전에 먹었던 월병들과는 진짜로 달랐어요.


전체적으로 적당한 선을 넘지 않는 맛들의 조화, 그리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저 월병의 속, 게다가 씹는 맛도 있었어요. 여기에 목이 콱 메이지도 않았어요. 차를 곁들여 먹으면 좋겠지만, 입이 바싹 마르지만 않았다면 굳이 차 없이 먹어도 괜찮았어요.


이게 맛있을 수도, 맛없을 수도 있어요. 그건 사람의 입맛 차이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다른 월병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월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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