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33 중국 서부 변방 카슈가르 야시장

좀좀이 2016. 9. 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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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휘청휘청 걸었어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너무 충격을 받아서 둘 다 할 말을 잃어버렸어요.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잃어버렸어요. 갑자기 너무 큰 충격이 두뇌로 전해져 뇌가 멈추어버렸어요. 아는 것이 병. 그동안 계속 부정적인 모습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충격이 상당히 컸어요. 어떻게 그러려니 넘어갈 정도가 아니었어요. 신경을 끄고 싶은데 눈에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그냥 보고 넘어가면 되는데 이게 읽히니 뇌로 충격이 전해졌어요.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내가 잘못된 건가? 내가 삐딱한 건가?


친구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꼭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닌 듯 했어요. 친구도 꽤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어요.


여기서 실크로드의 낭만을 느끼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지? 그냥 입 닫아버린 건가? 아니면 생각이 없었던 건가? 선전에 선동당해버린 건가? 일부러 이런 것만 찾아다닌 것이 아니었어요. 돌아다니는데 그냥 보였어요. 눈이 있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었어요. 특별히 위험 지역에 기어들어간 것도 아니고, 멀쩡히 잘 다니는 곳을 다녔어요. 우루무치, 투르판이야 그렇다 쳐요. 우루무치에서 한족들 사는 곳에 머무르면 기껏해야 국제대바자르까지나 갈 것이고 홍산공원가서 만세나 부르겠지. 투르판도 투르판 외곽에 있는 유적과 풍광 투어 정도 다니겠지. 그런데 카슈가르는 어쨌든 여기 와야 해. 여기 말고 볼 게 없어. 그런데 여기 와서 돌아다니다 보면 그냥 보이잖아? 대체 뭘 본 거지? 저 건물은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치자. 벽보는 하루 이틀 붙어 있던 것이 아니던데. 그냥 다니라고 하는 관광 코스로 돌아도 보이는 것이던데!


이제 밤 10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어서 야시장 가자."


친구와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이제서야 슬슬 어두워져가고 있었어요. 전날 경험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11시는 되어야 좀 어둑어둑해질 것이었어요. 그 전에는 굳이 불빛이 없어도 책에 적힌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밝기는 되었어요. 아까 야시장이 열리기 시작했으니 벌써 닫을 리는 없겠지만, 어두워진 후에 길을 걸어다니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어요. 일단 푹 쉬어야했거든요. 아까 쉬면서 충전한 체력이 이제 슬슬 그 끝을 보이고 있었어요.



땅을 보지 말고 하늘을 보세요. 저것이 바로 6월 3일 21시 56분 카슈가르의 하늘이었어요. 저렇게 밝았어요. 공식 시간과 태양의 일주운동이 정말 참 안 맞아떨어졌어요.


카슈가르 저녁 모스크


저 모스크는 문이 여전히 닫혀 있었어요.


"우리 뭐라도 하나 사서 마시면서 가자."

"그럴까?"


먼지를 많이 먹어서 입안이 텁텁했어요. 침을 삼킬 때마다 목구멍 속 흙먼지가 밀려내려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마침 문이 열린 가게가 보여서 가게로 들어가서 어떤 음료수를 마실까 천천히 살펴보았어요. 가장 무난하고 좋은 선택은 맹물과 콜라. 괜찮은 선택은 소다수인 Abida.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그냥 무던한 선택. 재미도 즐거움도 없었어요.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정말 딱 보자마자 이건 아니다 싶은 음료수를 골라야 했어요.


"우리 이거 마셔볼까?"

"이거? 마시고 함 용자 되볼래?"

"까짓거 브레이브 핥 한 번 되보자!"

"진짜지?"


저는 노란 형광펜색 음료를 골랐어요. 친구는 포도색 음료를 골랐어요. 각각 2위안이었어요. 가게에서 나와서 음료를 마셔보았어요. 참 맛없었어요. 노란 형광펜 색깔만큼 맛이 없었어요. 친구의 음료수 역시 정말 맛이 없었어요. 짝퉁 포도주스에 식초를 쏟아부어 섞은 맛이었어요. 둘 다 인상을 찌푸렸어요. 그래도 제 것은 심기를 크게 거스르는 맛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다 마실 수 있었어요. 하지만 친구 것은 그렇지 못했어요. 용자가 되고 브레이브 하트가 되는 것은 무리였어요. 세계는 넓고 맛없는 것의 세계는 무한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카슈가르 공공화장실


길을 걸어가는데 공중화장실이 보였어요. 재미있는 것은 남자, 여자 표시를 보면 전통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었어요.


"나 여기 모자 사고 싶어."

"여기 모자?"

"응. 위구르인들이 쓰는 모자 있잖아."

"아, 돕브!"


신장 위구르 자치구 저녁


상점들이 하나 둘 철시하고 있었어요. 친구는 돕브를 파는 가게로 들어가 모자를 고른 후 흥정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돕브에 별 관심이 없어서 다른 가게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다른 돕브 파는 가게 주인이 제게 자꾸 와서 돕브를 보고 가라고 했어요.


"저 우즈베키스탄에서 왔어요!"


우즈베크어로 제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고 말하자 아저씨께서 바로 조용해지시며 저를 더 이상 부르지 않았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고 하니 저를 잡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우즈베키스탄에도 똑같은 돕브가 많이 있으니까요. 자수 문양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어요. 자수 문양도 거의 똑같았고, 이 사실은 저보다 이쪽 사람들이 더 잘 아는 것이었기 때문에 저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았어요.


친구는 돕브를 하나 구입해서 머리에 썼어요.


"너 완전 여기 사람이다."


돕브를 쓴 친구는 가뜩이나 검게 타서 완전 여기 사람처럼 보였어요. 왠지 친구가 돕브를 쓰고 수박을 잘라서 팔면 팔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어요. 제가 깔깔 웃자 친구가 저를 툭 치면서 웃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만족스러운지 제게 계속 자기가 위구르인 같아보이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때마다 진짜 여기 사람 같다고 대답해주며 웃었어요. 친구는 이제 여기 으슥한 골목 돌아다녀도 될 거 같다고 말하며 좋아했어요.


드디어 야시장에 도착했어요.


night in kashgar


"너 이거 마셔볼래?"

"뭔데?"

"말린 살구로 만든 음료수. 내가 사줄께."


위구르 전통 음료수


야시장에서 말린 살구를 우려낸 음료수를 팔고 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 있었을 때 딱 한 번 만들어서 먹어본 적이 있는 음료였어요. 이 말린 살구 우려낸 음료가 비타민이 많아서 몸에 좋다고 우즈베키스탄 방송에도 몇 번 나왔었어요. 방송을 보고 만들어서 마셔보았는데 제가 만드니 맛이 없었어요. 어쨌든 이 지역 전통 음료수이기 때문에 친구에게 이 지역 전통 음료 문화를 한 번 경험보라고 한 잔 사주었어요. 얼음 옆에 수북히 쌓여 있는 갈색 덩어리들이 바로 불린 말린 살구에요. 친구는 달고 매우 맛있다고 좋아했어요.


실크로드 견과류


이렇게 해바라기씨 뿐만 아니라 견과류도 팔고 있었어요.


위구르 닭고기 요리


카슈가르 양꼬치


당연히 여기저기에서 위구르식 고기 구이인 카밥을 팔고 있었어요.


"여기는 얼음을 먹네!"


실크로드 빙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얼음을 안 먹어요. 아무리 더워도 얼음을 먹는 일이 없어요. 얼음을 먹는다고 하면 매우 이상하게 쳐다봐요. 우즈베키스탄 있었을 때 정말 그리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였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패스트푸드점만 가도 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콜라를 마실 수 있는데, 중앙아시아에서는 그런 콜라를 보는 것이 정말 어려웠어요. 중앙아시아에서는 얼음을 먹는 문화가 예전부터 없었고, 지금도 얼음을 먹는 것을 매우 어색해하고 이상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얼음을 깨서 만든 빙수를 팔고 있었어요.


빙수를 어떻게 만드나 구경했어요. 먼저 얼음을 갈아서 넣고, 여기에 요구르트와 꿀을 부었어요.


silk road icecream


그 후 이것들을 섞는데, 곱게 숟가락으로 휘휘 젓는 것이 아니었어요. 빙수를 높이 위로 쭉 퍼올렸다가 그릇으로 다시 받아내는 것을 몇 번 해서 섞었어요. 이건 기술이 아니라 묘기였어요. 위의 사진은 이제 막 빙수를 위로 뿌리는 모습이에요. 아저씨 오른손에 들린 빙수를 보면 위로 살짝 솟구친 모습이 보일 거에요. 아저씨가 섞는 기술이 신기한 건 저 뿐만이 아니었어요. 아저씨가 빙수를 섞을 때마다 사람들이 와서 이 장면을 구경했어요.


"우리 빙수 하나 먹고 가자!"


저도, 친구도 빙수를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빙수 하나 먹고 가기로 했어요.



메뉴판을 보니 이 빙수의 이름은 '도그'였어요. 각자 하나씩 시켰어요.


카슈가르 빙수


"아, 머리 낑하다!"


처음에는 기세좋게 후루룩 마셨어요. 맛은 꿀 섞은 플레인 요구르트였어요. 애초에 들어간 것이 꿀과 플레인 요구르트 뿐이었기 때문에 맛이 거기에서 벗어날 여지가 없었어요. 이 빙수는 얼음이 조금 녹은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바로 마시는 식으로 먹는 것인데, 얼음이 엄청나게 많았어요.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엄청나게 많은 얼음 알갱이가 뱃속으로 넘어갔고, 그때마다 머리가 아파서 한 번에 빨리 많이 마실 수가 없었어요.


후루룩 들이켜면 되는 빙수였지만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강렬한 두통이 찾아왔어요. 덕분에 천천히 맛을 음미해가며 마셔야 했어요. 느긋하게 빙수를 다 마신 후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실크로드 야시장


카슈가르 야시장 과일




저녁으로 먹은 아토슈 레그멘이 아직도 배에 남아 있어서 그렇게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음식을 사먹지는 않고 시장만 구경했어요. 이제 밤 10시 45분이었어요. 숙소로 슬슬 돌아가야할 때였어요. 다음날 2시까지 체크아웃이기는 했지만 오늘밤 최대한 많이 쉬어야 했거든요. 오늘밤 최대한 많이 쉬어놓아야 둔황의 숙소 들어가기 전까지의 거의 3일 되는 연속적인 강행군을 버텨낼 수 있을 것이었어요.


길을 건너 이드카 모스크 광장 앞으로 갔어요.



야시장은 아직도 매우 활기차게 장사중이었어요.


카슈가르 이드카 모스크 야경


이드카 모스크에서는 이제 마지막 예배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몰려 나오고 있었어요.



친구와 천천히 숙소 가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어요.


이드카 모스크 미나렛


카슈가르 이슬람 건축물


야시장은 북적였지만, 그와 반대로 숙소 가는 길의 상점들은 이제 슬슬 문을 닫고 있었어요.



길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오토바이로 가득했어요.



여기에서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드카 모스크에서 벗어나 숙소에 가까워지자 다시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모습도 보였어요.


카슈가르 야간 케밥


카슈가르 빵가게


카슈가르 노점


실크로드 과일가게




'내일 아침에는 저 길이나 한 번 걸어볼까?'


silk road


지금은 시간 자체가 너무 늦기도 했고, 정말 어두운 골목이었어요.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게 생기지 않았어요.



너무 깜깜한 골목길이라 친구에게 차마 가보자는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굳이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렇게 밤거리를 많이 돌아다니는 것은 당장 모레 쿠차에서 또 해야할 일이었거든요. 저도 이때는 조금 피곤하고 다리가 아팠어요. 낮잠 자고 나와서 걸은 거리가 짧은 거리는 아니었어요. 지도상으로 보면 많이 걸은 것 같지 않아보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4시간 동안 거의 계속 서 있고 걸었어요.



이 야심한 시각에 가로수 아래를 정비하고 있었어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씻고 숙소에서 우수 맥주를 2병 구입해 친구와 나누어마셨어요. 가게마다 우수 맥주 캔맥주가 있는지 알아보았지만 캔맥주는 보지 못했어요. 우루무치에서 캔맥주를 하나 구입해서 들고온 것이 천만다행이었어요. 최소한 한 명에게는 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맥주를 선물할 수 있으니까요. 병맥주를 숙소에서 구입해서 들고가는 방법이 있기는 했지만 맥주병을 들고 다니는 것은 무리였어요. 이것은 무게도 무거울 뿐더러 이래저래 피곤한 일을 많이 만들 소지가 많았어요.


맥주를 마시고 침대로 돌아와 여행 기록을 작성했어요. 그러고보면 오늘은 그렇게 힘들게 다니지 않았지만, 이것저것 많이 보고 배우고 익힌 날이었어요. 기록을 정리한 후, 바로 잠을 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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