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31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슈가르 올드 타운

좀좀이 2016. 9.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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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저기만 갔다 숙소 가자."

"또 어디?"


제가 친구에게 다른 곳 하나만 더 갔다가 숙소 가자고 하자 친구가 어디를 가야 하냐고 물어보았어요.


"우리가 있는 곳 말고 진짜 오래된 마을. 어제 그 공터 기억나지?"

"어떤 공터?"

"내가 처음에 정 안 되면 텐트 치고 자자고 했던 그곳."

"기억난다."

"거기 뒤에 막 쓰러져가는 건물들 있었잖아."

"응."

"거기가 원래 진짜 오래된 마을이래."


올드 타운을 다녀오면 이제 남은 일정이라고는 야시장 가는 것 밖에 없었어요. 야시장은 어쨌든 저녁이 되어야 열리는 것이니 해가 조금 많이 기운 후 숙소에서 슬슬 기어나오면 갈 수 있었어요. 올드 타운 보고 숙소로 돌아가서 샤워하고 푹 쉬고 전자기기 충전하다가 나오면 딱 맞았어요. 게다가 오늘 올드 타운을 가지 않으면 다음날 올드 타운을 가야 했어요. 다행히 친구도 크게 힘들어하지는 않았어요. 날씨가 매우 뜨겁기는 했지만 견딜만 했어요. 친구 역시 오늘 후딱 동호공원을 지나 올드 타운 보고 내일은 적당한 곳 찾아들어가 쉬자고 했어요.


카슈가르 동호공원


동호공원에서 저 풀밭 사이에 있는 다리를 건너가면 올드 타운까지 바로 갈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카슈가르 다리


bridge in kashgar


말이 좋아 풀밭이지 풀이 갈대 높이만큼 높게 자라 있었어요. 초록빛 풀밭과 멀리 보이는 달동네 같은 흙빛 올드 타운은 묘한 대조를 이루었어요.




'어떻게 여기서 자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지?'



인민공원에서 1박하고 숙소에 가서 씻고 나와 전날 '여기에다라도 텐트를 쳐야 하나' 생각했던 그 하천가를 보니 전날 얼마나 잠자리 문제에 시달렸는지 알 수 있었어요. 제가 느끼고 있던 것보다 속으로 더 심각하게 그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맨정신이라면 저렇게 우거진 수풀을 보며 저기 속에 텐트를 쳐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니까요. 저기서 텐트를 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텐트를 친다 해도 모기 때문에 한숨도 못 잘 거에요.


카슈가르 달동네


"그런데 저기 막 들어가도 될까?"

"설마 누가 우리한테 시비걸겠어. 어쨌든 남자 둘인데."


친구가 살짝 걱정이 되었는지 제게 저 동네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보았어요. 어쨌든 남자 둘이고, 저는 우즈베크어를, 친구는 중국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개가 있냐는 것이었어요. 친구나 저나 이런 곳을 여러 번 다녀보았기 때문에 이런 곳을 다닐 때에는 조용히 다니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범지역이 아닌 이상, 이런 동네를 다닐 때에는 집 안에서 키우는 개가 시끄럽게 짖어대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신경쓰이는 일이었어요. 개가 짖어대면 시끄러워서 문제고, 개가 나와서 위협하면 물릴까 문제였어요.


중국 차별 모순


아주 모순된 풍경. 정말 셋이 하나도 안 어울렸어요. 조화를 전혀 이루지 못하는 풀밭, 허름한 동네, 현대식 건물. 이 동네에 들어가기 전 이 풍경을 보며 이미 뇌가 갈라지는 상태에 빠졌어요. 진짜 아무 생각없이 다닌다면 참 좋을텐데.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병이었어요. 차라리 위구르어 글자를 하나도 못 읽고 우즈베크어도 몰라서 친구가 전해듣고 전해주는 중국인들의 중국어로 된 정보에만 의지했다면 어땠을까? 모르면 못 보니까요.


"여기 왜 소가 있냐?"


cow in kashi


폐허같은 건물 앞에 소 세 마리가 울어대고 있었어요.


"여기에 대체 왜 소를 매어놨지?"

"저거 진짜 누가 훔쳐가면 어떻게 하냐?"

"설마 저걸 훔쳐가겠냐. 저 큰 거 끌고 가면 바로 티날텐데."

"그래도. 저럴 거면 풀밭에라도 매어놓든가."


친구의 표정은 밝지 않았어요.


"여기 진짜 사람 사는 거 맞아? 들어가도 돼?"



"봐. 여기 사람 살고 있잖아."



누군가 빨래를 널어놓았어요. 이 주변에 여기 말고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없었어요. 빨래가 널려 있다는 것은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의미였어요.


"이런 데 막 들어가도 되냐?"

"예전에 이문동 달동네 출사다니던 거 생각 안 나? 조용히 다녀오자."


카슈가르 올드 타운


오르막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어요.


카슈가르 민속 공예


'여기에 왜 이런 것이 있지?'


한 번 들어가보려고 걸음을 내딛었어요. 거의 버려진 느낌이었어요. 바로 돌아나왔어요.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또 공방이 나왔어요.


"여기 들어가봐도 되나?"

"일단 들어가보자. 안 된다고 하면 돌아나오면 되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어요. 안에서는 어린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있었고, 위구르인 여인이 집안일을 하다가 우리를 맞이해주었어요.


카슈가르 수공예품


카슈가르 전통 도자기


"이거 얼마에요?"


별 생각없이 가격을 물어보았어요. 아주머니께서 부르신 가격은 카슈가르 구시가지 안에서 부르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했어요. 질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었어요.


"우리 내일 여기 다시 와서 기념품 구입할까?"

"내일 봐서."


친구는 여기에서 기념품 하나를 살까 말까 망설였어요. 그러나 일단 날이 너무 더웠고, 굳이 오늘 사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는 생각이 일단 둘러보고 내일 시간 되면 여기 와서 구입하기로 했어요. 여기에서는 직접 손으로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믿고 구입할만 했어요. 그동안 상당히 많이 보아온 도기들이라 마땅히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요. 만약 선물을 줄 사람이 여럿 있었다면 여기에서 바로 몇 개를 구입했을 거에요.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여행을 마친 후 귀국해 선물을 주어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저의 이 여행을 기념하기 위한 선물로 이 도기들을 구입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친구가 일단 둘러보겠다고 하자 바로 나왔어요.



이쪽은 무너져가는 폐허인데, 그 가게에서 본 카슈가르의 풍경은 현대적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이었어요.


old city in kashgar



계속 마을 안을 돌아다니는데 벽보가 눈에 들어왔어요.


중국 이슬람 탄압 박해


이런 것이 왜 없나 싶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입니다' 라고 알리는 벽보였어요. 저것을 뜯어갈 수는 없을테니 사진으로 하나하나 다 잘 찍어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왠지 어느 쪽으로든 안 좋게 의심받을 것 같아서 전체 사진만 한 장 찍었어요.



이제 이 동네 정상을 향해 가는 길. 둘 다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어요.




"여기 대체 뭐지?"

"관광지로 만들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다 철거해나가는 거 아니야?"


새로 짓고 있는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그냥 방치된 모양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사람들은 살고 있었어요.





이제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만이 아니라 당황스러워지기까지 했어요.



'설마 여기 싹 밀어버리려고 작정했나?'


높은 곳으로 기어올라가니 카슈가르 시내를 전망할 수 있었어요. 눈 앞에 펼쳐진 허허벌판은 중앙아시아 국제 무역 바자르에서 카슈가르 구시가지 들어가는 그 길가에서 보았던 공터였어요.



그리고 제가 기어올라간 곳 바로 옆은 이런 상황이었어요.



"가자."


원래 주민들이 살던 곳이 그냥 다 쓸려 없어져가는 것 같아 상당히 씁쓸했어요. 이것은 친구도 마찬가지였어요. 카슈가르가 엄청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라고 자랑하고 싶으면 여기를 잘 정돈하고 보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여기 사는 사람들은 거의 쓸려나가는 것 같아보였고, 카슈가르성 내부는 가짜같아 보였어요. 머리 속이 상당히 복잡했어요. 여기를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절대 손대지 못하게 해서 동네를 낙후되고 살기 불편한 곳으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다 때려부수어가는 것도 문제였어요. 둘 다 이것은 너무하지 않냐는 말만 할 뿐이었어요. 이렇게 이 동네를 때려부순 후, 어떻게 바뀌어갈지는 저나 친구나 충분히 그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거든요.



여기에도 당연히 모스크가 있었어요.



모스크를 돌아서 내려가는데 한족 가이드가 한족 관광객들을 이끌고 관광객들에게 이 동네를 구경시켜주고 있었어요. 친구가 한족 가이드가 하는 말을 듣더니 어이없어하며 웃었어요. 친구가 갑자기 웃어대자 뭐 재미있는 거라도 보았는지 궁금해졌어요.


"왜?"

"저 한족 가이드 여기 아무 것도 몰라. 그냥 낡고 오래된 곳이라고 하면서 끌고다니고 있어. 여기 낡고 오래된 거 보면 모르나? 그리고 여기가 원래부터 중국 땅이래."

"원래부터 중국 땅은 얼어죽을."


친구의 말을 들으니 그렇지 않아도 기분이 씁쓸했는데 더 씁쓸해졌어요. 중국인 가이드들이 우리나라에서 중화사상에 거나하게 취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엉터리 설명해대는 것은 뉴스에 몇 차례 보도될 정도로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인데, 여기서 한족들이 또 그러고 있었어요.


카슈가르 올드 타운 모스크



잘 보수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곳일텐데 아예 버려지고 밀려나가고 있었어요.



달동네 같은 버려진 올드 타운에서 거의 다 내려왔어요.




"여기도 모스크 있다."


모스크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보았어요. 위구르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어요.



순간 분위기에 압도되었어요. 보는 것조차 안 될 것 같았어요. 거리에는 여자들 몇 명만 보이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요. 남자들 모두 모스크 안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어요. 금요일 예배이니 분명 중요한 예배이기는 했어요. 그러나 이것은 지금까지 보아온 무슬림들의 예배와는 느낌이 달랐어요. 진짜로 조용히 못본 척 지나가야할 것 같았어요. 잘못된 믿음을 알리는 많은 벽보들이 겹쳐 보였어요. 이들이 천인공노할 만행을 자행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에요. 하지만 이렇게 한족들에게 차별받고 탄압받으며 지낼수록 이들의 믿음은 더더욱 강해질 거에요.


다시 카슈가르 구시가지 안으로 돌아왔어요.



구시가지 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단지 입구쪽에 있는 모스크에만 사람이 조금 보일 뿐이었어요.



갑자기 그 모스크에서 사람들이 우루루 쏟아져나오기 시작했어요.


신장 위구르 이슬람 금요일 예배


"저기 한 번 들어갔다 숙소 가자."


이제 남은 것은 진짜 숙소 돌아가는 것 외에는 없었어요. 친구와 모스크로 갔어요. 모스크 내부에서는 아직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모스크 관리인에게 인사를 드리자 인사를 받아주었어요.


"저는 한국에서 왔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우즈베크어와 우즈베크 문화를 공부했어요. 위구르어 및 위구르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모스크 내부를 볼 수 있나요?"


모스크 관리인의 표정이 떨떠름했어요. 저는 그래도 대충 그럴싸하게 셔츠에 검은색 긴 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친구는 티셔츠에 반바지였어요. 저 혼자서는 어떻게 비벼서 들어가볼 수 있는데 친구는 이게 전혀 되지 않았어요. 친구는 위구르어도 모르고, 행색이 영락 없는 중국인 관광객이었어요. 게다가 바지까지 반바지였어요. 저 혼자 들어가보는 것은 괜찮았지만, 친구까지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어요.


"너 혼자 들어갔다 와."


모스크 관리인에게 허락을 받고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어요.



벽에는 모자이크로 '핸드폰 끄세요' 라고 위구르어로 적혀 있었어요.



안에서는 아직도 예배를 드리는 위구르인들이 있었어요.


"이제 숙소 가자."


친구와 함께 숙소로 걸어갔어요.


인류의 수치


숙소로 걸어가는 길에 마오쩌둥 석상이 보였어요. 눈이 괴로웠어요.



멜론과 수박을 들고 있는 위구르인 동상도 발견했어요.


"우리 숙소 어디지?"

"혹시 지나온 거 아니야?"


모스크에서 나와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정말 더웠어요. 느낌상 전날처럼 46도가 넘는 것 같았어요. 오후 4시였는데, 이게 신장 시각으로는 오후 2시였어요. 제일 더울 때였어요. 거리에 사람들도 없고 햇볕이 훈풍기처럼 뜨거워서 일단 숙소에 들어가서 7시까지 쉬다가 다시 나오기로 했어요. 그런데 숙소까지 가는 길이 가깝지 않아서 가는 내내 말린 오징어가 되어가는 기분이었어요. 숙소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데 숙소가 보이지 않고 처음 보는 길이 나왔어요.


어디선가 쿵쾅쿵쾅 무언가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무슨 공연을 하고 있었어요.


친구가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 숙소 위치를 검색해 보았어요. 숙소를 모르고 지나쳐왔어요. 친구의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아가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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