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18 중국 우루무치 신장 국제 대바자르 新疆国际大巴扎

좀좀이 2016. 8. 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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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제가 '따바자'라고 생각했던 곳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확 들어온 것은 바로 이것이었어요.


신장 칼


아까 보았던 수박 자르던 무시무시한 칼에 이어 나타난 살벌한 칼. 상품으로 전시되어 있는 칼은 단도였어요. 모양 자체가 찌르기도 좋고 베기도 좋게 생겼어요.


"이거 하나 살까?"

"너 맥가이버칼 투르판에서 빼앗겼잖아. 저거 또 빼앗기게?"


친구가 칼을 보더니 바로 마음을 빼앗겼어요. 문제는 이 칼을 어떻게 들고 가느냐였어요. 우리나라 입국시 도검류는 일단 칼날 길이가 15cm 가 넘으면 통관되지 않고, 15cm 미만이라도 흉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압수되요. 칼날 길이가 15cm 미만일 경우 우리나라 공항에서 압수당할지 안 당할지는 정확히 뭐라 할 수가 없어요. 그냥 웬만하면 칼은 사오지 말라고 할 뿐이거든요.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어요. 인천 국제공항에서 칼날 길이가 15cm 미만인데 압수당할지 안 당할지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기차를 타는 것이 문제였어요. 우루무치에서 카슈가르로, 카슈가르에서 쿠처로, 쿠처에서 류원으로 - 이렇게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기차를 3번이나 더 타야 했어요. 그런데 투르판에서 별 것도 아닌 맥가이버칼을 빼앗겼어요. 사과 깎는 용도로나 써먹을 맥가이버칼도 빼앗기는 마당에 딱 봐도 그것보다 더 흉기스럽게 생긴 이 칼이 통과될 리가 없었어요.


"가격이나 물어봐야지."


'진짜 얘는 중국인 다 되었구나.'


구입할 생각도 없으면서 가격을 물어보겠다는 친구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어요. 안 먹는 감 찔러나보는 것이 중국인들 특성. 우리나라 사람들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라면, 중국인들은 '안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것이 특징이에요. 한국인들이 중국인 손님들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안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특성 때문이에요. 다 물어보고 다 건드려보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엄청 많거든요. 한국인들은 자기가 구입하고 싶은 것을 자기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놓고 가격을 깎으려고 물고 늘어져보다 안 되면 뒤돌아서는 편이구요.


상점 직원이 친구와 뭐라고 중국어로 이야기하더니 판매대 아래에서 돌돌 말린 천 뭉치를 꺼냈어요. 가볍게 툭툭 쳐서 두루마리를 쫙 펼쳤어요.


"야, 여기 밖에 진열된 건 공장에서 찍어낸 거고, 이건 진짜 제대로 만든 칼이래."


두루마리를 펼치자 칼이 좌라락 나왔어요. 보자마자 '이것은 흉기' 느낌이 딱 왔어요. 날이 제대로 잘 서 있었어요. 아무리 작은 칼이라 해도 휘두르면 신경까지 가볍게 샥 잘라버리게 생겼어요. 전시되어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칼이었어요. 밖에 나와 있는 칼도 충분히 밤에 보면 위협적이겠지만, 헝겊 두루마리에 말려서 감추어졌던 칼은 백주대낮에 그냥 봐도 위협적이었어요.


"이거 택배로 부쳐준대. 하나 살까?"

"엄한 데에 돈 쓰지 마라. 저거 한국 들고 가는 것도 문제겠다."


영화에서나 볼 장면이었어요. 무슨 비수, 전설의 명검을 숨겨놓은 것처럼 두루마리를 펼치자 제대로 날이 선 칼이 좌르르. 칼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아닌 제가 봐도 이건 제대로 만든 거라는 것이 확 와닿을 정도였어요. 그 장면에 친구도 상당히 감명받았는지 중국인들처럼 대충 가격이나 물어보자는 태도에서 택배로 부쳐준다니 하나 살까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그러나 구입하지는 않았어요.


위구르인 칼


시장에서 이렇게 칼을 갈아 날을 세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저렇게 제대로 날을 세워 만든 칼은 헝겊 두루마리에 감아서 따로 보관할 거에요.


시장 거리 위에는 인조 포도잎과 표주박을 매달아놓아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어요.



"이것들은 왜 화장품이랑 같이 있지?"



뭔지 알 수 없는 말린 열매들이 화장품 파는 가게에서 팔리고 있었어요. 빨간 것은 왠지 구기자 같아보였고, 가운데 있는 것은 털이 북슬북슬 나 있었어요. 일단 그냥 먹는 것은 절대 아닌 것 같고, 어떻게 달여 먹는 것 같았는데,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위구르 지역은 건과일 및 견과류가 유명한 지역. 그래서 시장 안에는 건과일과 견과류를 파는 상점들도 여러 곳 있었어요.





건과일 및 견과류 그 자체는 신기할 것이 없었어요. 중앙아시아에서 너무나 흔히 보던 것들이었거든요. 다양한 색깔의 건포도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었어요. 저도 친구도 견과류와 건과일 구경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혹시 신기한 것 있나 살펴보았지만 그렇게 크게 신기해보이는 것은 없었어요. 그저 사진을 찍으면 나름 독특하게 나온다는 것 정도 뿐이었어요.


"이거 왜 이렇게 커?"


우루무치 왕대추


대추였어요. 발견한 것이 대추라는 것에 이견를 가질 이유가 하나도 없었어요. 저것은 지금껏 살아오며 수백 번도 넘게 본 대추였어요. 대추가 이 건조한 지역에서도 자란다는 것이 조금 신기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어요.


대추 한 알이 무슨 성인 남자 엄지손가락만 하지?


우리나라에서 매우 쉽게 볼 수 있는 대추. 생긴 것은 똑같았어요. 차이점은 이 대추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었어요. 우리가 흔히 보는 대추보다 가로, 세로 길이가 2배씩 컸어요. 즉, 이 대추 한 알이 우리나라 대추 4알 정도 되는 크기였어요. 어렸을 적 옛날에는 쌀이 너무 커서 한 알만 먹어도 배불렀다는 어른들의 과장을 듣기는 했지만, 그런 급으로 큰 대추는 처음이었어요.


"이거 유전자 조작 대추 아니야?"


믿기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렇게 큰 대추가 나올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 고작 유전자 조작 대추였어요. 그러나 그럴 리는 없었어요. 이 대추는 그냥 원래 큰 것이었어요. 세상에 이런 왕대추도 존재하는구나! 이렇게 큰 왕대추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이 왕대추의 씨를 빼서 속에 호두를 박아놓은 가공된 대추도 있었어요. 이것은 반드시 먹어보아야해! 망설일 이유가 없었어요.


"이거 하나 얼마에요?"

"1kg으로 팔아."


두 개 사서 친구와 하나씩 맛보려 했지만 상인은 무조건 1kg으로 판매한다고 대답했어요.


'여기는 관광지로 조성된 시장이라 그런가보다. 다른 시장에 가면 낱개로 살 수 있겠지.'


이 대추가 맛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무턱대고 1kg을 구입할 수 없었어요.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었어요. 가격은 꽤 비싼 편이었어요. 평소에 대추에 열광한다면 '맛없어도 대추니까' 하고 구입했겠지만 대추는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것이었어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대추는 이렇게 그냥 말린 대추가 아니라 딱딱하게 굳히고 납작하게 만든 대추였어요. 1kg이라면 부피가 상당할텐데 하나 먹고 입맛에 안 맞으면 그것도 또 문제였구요.


친구는 이것저것 재미있어하며 구경하고 가격도 물어보며 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나 아쉽게도 제 흥미를 유발할 것은 그 왕대추 빼고는 없었어요. 무언가 매우 독특한 것을 찾아보았지만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도 왕대추를 찾아냈다는 것 하나는 만족스러웠어요. 사실 투르판에서 이미 먹어보고 깨달았지만, 투르판이 아무리 수박과 멜론이 유명하다고 한들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어요. 그냥 중국 내에서 최고로 뛰어난 것일 뿐이었어요. 하도 투루판의 멜론과 수박이 유명하다고 해서 크게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실망이었어요. 지나치게 달아서 타는 목마름을 경험하게 하고 2시간 후 화장실 달려가서 변기 뚫어버릴 기세로 소변 보게 만들던 그 멜론을 먹어본 제게 투루판 멜론과 수박은 그저 짝퉁이었어요. 그러나 왕대추는 달랐어요. 이건 아직 맛보지 못했지만 크기에서 이미 충격적이었어요. 이것이야말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방문했을 때 꼭 먹어보아야할 것이었어요.


상인이 한 번 맛보라고 왕대추 조각 하나를 주었어요.


달다!


크기가 크면 허당인 경우가 많아요.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에요. 거대한 오이고추는 고추향만 나고, 째깐한 쥐똥고추는 뱉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매워요. 그러나 이 왕대추는 그렇지 않았어요. 엄청나게 달고, 대추향도 강했어요. 대추 매니아라면 바로 눈 뒤집혀서 1kg 구입할 맛이었어요. 시식을 해보는 순간 마음이 크게 흔들렸어요. 1kg의 압박만 아니었다면 바로 구입해버렸을 것이었어요.




시장 건물을 빠져나왔어요.


"저거다!"



우루무치 글을 보면 꼭 나오는 바로 그 거대한 탑이었어요. 우루무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로 그 장면이었어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자료를 찾을 때 피해갈 수 없는 그 풍경이 바로 눈앞에 있었어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여행 = 우루무치 국제 대바자르에 있는 탑' 이라는 공식이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진으로 질리게 보아온 그것이었어요. 벌써 이 여행의 클라이막스에 도달한 것일까? 순간 착각이 들었어요. 아직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일정이 상당히 많이 남았는데도 이제 정상을 찍고 하산하는 일만 남은 것 같았어요. '이거 보았으니 우리 이제 돌아갑시다. 이제 볼 거 없어요' 라는 말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어요. 이것을 보기 위해 상하이에서 그 지루한 딱딱한 침대칸 기차를 타고 왔단 말인가! 당연히 틀린 말이었지만 거의 그 정도 감동이었어요.


carrefour in Urumqi


제가 이 광장으로 나온 건물에는 우루무치 까르푸가 있었어요. 까르푸는 시간 되면 보기로 하고, 먼저 탑으로 갔어요. 탑 주위는 기념품 가게였어요.


'혹시 마그네틱 있을 건가?'


친구가 냉장고 자석을 모으기 때문에 친구에게 줄 냉장고 자석이 있나 살펴보았어요. 냉장고 자석을 파는 가게는 딱 하나 있었어요.


"여기는 중요한 지역 다 팔잖아!"


투르판에서 냉장고 자석이 있나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했어요. 카레즈 박물관 앞에 기념품 가게가 있으면 혹시 있나 찾아보려 했지만 박물관 앞에 기념품 가게가 없었어요. 투르판에서 제대로 '관광지'라고 부를만한 곳은 카레즈 박물관 밖에 가보지 않았어요. 그래도 큰 시장에 가면 기념품 가게 하나는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었어요. 그것을 보며 '투르판은 큰 도시도 아니고 그렇게 중요한 도시도 아니니 당연히 없겠지' 생각했어요. 친구를 위해 찾아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을 제가 만들어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그런데 탑 아래에 있는 가게 중 딱 한 곳에서 냉장고 자석들을 팔고 있었고, 그 자석들 중 하나가 투르판이었어요. 우루무치는 당연히 있었고, 카슈가르도 있었어요. 게다가 원산지는 볼 필요도 없었어요. 여기는 중국. made in china 가 정상인 국가였어요.


'여기에서 다 구입해버리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떠날 때까지 마그네틱 찾으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잖아?'


바로 가격을 물어보았어요. 가격은 1개에 10위안이었어요.


10위안? 장난해? 내가 그 물가 비싸다는 상하이에서 1개에 5위안 주고 샀는데?


흥정을 시도했어요. 상하이에서 개당 5위안에 구입했고, 이번에 구입할 것은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였어요. 그러나 한족 상인은 요지부동. 사갈 테면 사가고 말라면 말라는 식이었어요. 친구가 알려준대로 뒤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갔어요. 상인은 저를 전혀 부르지 않고 장사할 마음이 없는지 눈 감고 묵상에 빠졌어요. 이미 친구가 흥정하는 모습을 열 번도 넘게 보았기 때문에 분명히 잡아야 정상인데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어요.


'저거 뭐지?'


순간 혼란스러웠어요. 일단 마그네틱 가격이 10위안보다 훨씬 아래라는 것은 확실했어요. 아무리 이 마그네틱을 찍어내는 공장이 우루무치에서 멀리 있다 하더라도 5위안이 10위안이 될 리는 없었어요. 공장이 설령 흑룡강성에 있다 하더라도 상하이에 비해 거의 3배 가격으로 뛸 가능성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현장 스님이 불경을 구하러 인도로 갔던 것처럼 등짐 지고 나르지나 않는다면요. 상인의 태도를 보면 그냥 물건을 팔 의욕이 아예 없었어요. 상인은 무슨 강제환속당한 삼장법사 같았어요. 어느 관광객이 오든 전혀 의욕없는 눈빛으로 시큰둥하게 볼 뿐이었어요.


'저기만 가게냐? 다른 곳 가도 있겠지.'


일단 광장에 있는 모스크부터 갔어요.


清真寺


이 모스크의 이름은 '됭쾨브뤽 모스크' Dong Kuruk mosque 에요. 이 지역이 二道橋 erdaoqiao 이기 때문에 얼따오차오 모스크라고도 해요.



"안녕하세요. 혹시 안에 들어갈 수 있나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께 우즈베크어로 인사하고 안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물어보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니 사무실로 들어갔어요. 잠시 후, 사무실에서 사람이 나오더니 왜 들어가려고 하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왔고, 튀르크 문화를 공부하는데 내부를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쉽게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가받지 못했어요. 친구는 이쪽이 옥이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는 옥팔찌를 구입하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시장으로 돌아갔어요.



희안하게 큰 길 입구에만 보안검색대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다시 안으로 들어왔어요.




혹시 마그네틱을 파는 곳이 있나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았어요. 친구와 일단 까르푸 맞은편 건물로 들어갔어요.







이 건물 내부에 입점한 가게들 주인과 점원은 거의 다 한족이었어요. 한족을 보니 흥이 뚝 떨어져버렸어요. 이 여행은 한족을 보러 온 것이 아니었거든요. 판매중인 기념품 모두 제게는 아주 재미없는 것 뿐이었어요. 이쪽 문화를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재미있는 것들이겠지만, 튀르크 국가인 터키,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페르시아 국가인 타지키스탄을 이미 다녀온 제게는 하나도 흥미롭지 않은 것이었어요. 중국에 취한 사람들은 자연 풍경이든 인문 풍경이든 '중국에 다 있어'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저는 그 반대 상황이었어요. '다른 나라 것이 더 좋아' 였어요. 중국에 다 있다면, 그건 짝퉁이 다 있다는 것이겠지. 왕대추 빼구요.


친구는 계속 옥팔찌를 구경했고, 저는 적당히 건물 내부를 둘러보았어요. 무언가 두 눈이 번쩍 뜨일 것이 있나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이거다!"


중국 우상 숭배


나 이거 너무 갖고 싶어! 내가 찾던 바로 그거야!


보자마자 실소가 터져나왔어요. 이런 그림도 그릴 수 있구나. 달력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정말 꼭 갖고 싶었어요. 이 달력은 여러 장 구해 와서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고, 제 방 벽에 꼭 걸어놓고 싶었어요. 2015년 달력이어서 달력으로서의 기능은 전혀 없지만 괜찮아요.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물. 순간 눈이 빛났어요. 이 달력을, 아니 이 달력과 비슷한 것이라도 파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았어요.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어요. 마음 같아서는 저 달력을 뜯어가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어요. 이상하게 오해받을 짓은 안 하는 것이 좋았어요. 심심하면 튀어나오는 보안검색대가 조심하라고 말해주고 있었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친구는 제가 두 눈을 반짝이며 달력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가자. 다른 데도 비교해봐야겠다."


친구는 옥팔찌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장을 조금 더 둘러보자고 했어요. 혹시 중국인에게 벽에 붙어 있는 달력 떼어가도 되냐고 물어봐줄 수 있냐고 친구에게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죄다 한족이라 제가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참았어요. 보안검색대를 떠올렸어요.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진짜 의미를 망각해서는 안 되었어요. 게다가 위구르인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 한족 앞에서는 말 한 마디도 분명 조심해야 했어요. 한류 덕분에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알아듣는 중국 한족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거든요.


우루무치


"그냥 여기서 사야겠다."


언제 또 마그네틱을 구입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쿠처에서 못 구할 것은 100% 확실했고, 우루무치 홍산공원과 카슈가르에서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어요. 1위안이 이때 180원 조금 안 될 때였으니 5위안이면 900원. 돈이 아깝기는 했지만 신장 위구르 자치구 도시들의 마그네틱 구하는 것은 여기에서 끝내기로 했어요. 상점 주인은 여전히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우루무치, 투르판, 카슈가르를 골라내는데 '우즈베키스탄'이라고 적힌 마그네틱도 섞여 있는 것이 보였어요.


'진짜 가지가지한다.'


중국하면 짝퉁. 짝퉁하면 중국.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잖아. 다른 나라 마그네틱을 생산해서 수출할 수는 있어요. 그런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었어요. 주문 제작을 시켰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으니까요. 사실 한 회사에서 제품 속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다 생산하는 일은 오늘날 정말 보기 드문 일이죠. 보기 싫은 made in china 문구만 없다면 중국에서 만들었다 해도 별로 개의치 않아요. 그렇지만 다른 나라 기념품을 팔고 있는 것은 정말 우스웠어요. 아무리 영어 모르는 중국인들이 많아서 하나 속아서 구입하라고 섞어놨다 하더라도요. 이건 자기가 무엇을 팔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적당히 아무 거나 가져와서 팔고 있다는 말 밖에 되지 않았어요. 이것은 어렸을 적 숙제를 전과 베껴오면서 '스스로 답해보세요' 문구까지 그대로 베껴오고는 안 베꼈다고 우기는 같은 반 학생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적당히 숙제를 전과 베껴온 것 안 걸린 선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당당히 숙제 해왔다고 발표하면서 애들 앞에서 또박또박 '스스로 답해보세요!'라고 읽는 그 모습을 볼 때 그 어이없음이었어요.


우루무치, 투르판, 카슈가르 마그네틱을 구입하고 까르푸가 있는 건물로 돌아갔어요.



같은 건물쪽이기는 한데 아까 갔던 곳과는 다른 곳으로 갔어요.



"이거 위구르 악기구나!"


친숙한 모습을 가진 악기였어요. 상점 주인 아저씨께서는 직접 연주해보이며 구입하라고 유혹하고 계셨어요.



"이거 뭐에요?"

"숟가락!"


딱 봐도 숟가락. 혹시 다른 용도로 사용하나 물어보았는데 그냥 나무 숟가락이라고 대답하셨어요. 확실히 나무로 만들어서 그런지 매우 가벼웠어요.



여기가 실크로드 위에 있는 지역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인지 물레도 있고, 베틀도 있었어요.





친구는 계속 옥팔찌를 구입하기 위해 옥팔찌 가게가 보일 때마다 들어가서 가격을 물어보았어요. 전통 공예품 상인들은 주로 위구르인들이었고, 옥을 파는 상인들은 주로 한족이었어요. 까르푸 맞은편에 있는 건물 내부보다 훨씬 보기 좋았어요. 아무리 공장에서 찍어낸 것이라 하더라도 누가 파느냐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다르거든요. 아무 것도 모르고 가져다놓고 팔아대고 있는 모습보다, 하나라도 알고 파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은 것은 당연했어요.


"이거 늑대 박제 아니야?"


늑대 박제


진짜인지 아닌지 상당히 애매한 모습이기는 했지만 늑대 박제도 보였어요.





친구는 옥팔찌를 파는 가게를 전부 들어가보았어요. 마음에 드는 것은 30~50위안을 부르고 있었고, 저렴한 것은 이게 옥인지 운동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인지 구분 안 가는 모습이었어요. 친구가 제게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왜 망설이는지 알 수 있었어요. 마음에 드는 것 가격이 20위안이면 구입할텐데, 그것보다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마그네틱을 구입한 것과 달리, 옥팔찌라면 카슈가르에 가도 있을 것이었구요.


"내일 우리 뭐 할 거?"

"내일...글쎄? 그 미라 전시되어 있다는 박물관이나 가야겠지? 어차피 오늘 홍산공원까지 보면 여기 더 볼 것도 없잖아."

"그러면 내일 여기 다시 오자."


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가장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었어요. 건물은 2층 구조인데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야, 우리 저 계단 올라가보자."


시장을 빠져나가려는데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어요. 올라가도 되는 곳이면 그냥 올라가면 되고, 아니라면 쫓아낼 것이었어요.



건물 2층도 장식은 되어 있었어요. 처음 계획에서는 여기도 상점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던 것 같았어요. 그러나 아무도 없었고,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막아놓았어요. 먼지 쌓인 물건들만 차곡히 정리되어 있을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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