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08 중국 상하이 짝퉁 시장 - 난징시루 한성시장 韩城服饰礼品广场

좀좀이 2016. 7.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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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비온다!"


2016년 5월 28일. 친구의 외침에 일어났어요. 눈을 간신히 뜨고 창밖을 내다보았어요. 비가 좍좍 퍼붓고 있었어요. 전날 비가 내릴 듯 말 듯 하더니 결국 이제 신나게 내리는 중이었어요. 창밖을 보니 기분이 심란해졌어요. 신장-위구르 지역은 건조기후지역이라 당연히 우산을 안 들고 왔어요. 여행 처음부터 시련의 연속이었어요. 전날 경비를 많이 절약했다고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돈을 쓰게 만들려 했어요.


"비 내리는 것 좀 보자."


다시 눈을 감았어요. 비가 내리고 말고는 둘째치고 너무 졸렸어요. 공항에서 조금 자고, 숙소 돌아와서는 여행 일정 세운다고 새벽 늦게서야 잤어요. 전날 많이 걸었다고 특별히 피곤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잠을 잔 시간이 너무 적어서 졸릴 뿐이었어요. 친구는 근심스러운 얼굴로 창밖을 계속 쳐다보았어요. 저는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을 청했어요.


"야, 일어나!"

"몇 시인데? 조금만 더 자자. 나 몇 시간 못 잤단 말이야."

"지금 11시야. 이제 슬슬 나가야돼."


체크아웃은 12시. 억지로 일어나서 창밖을 보았어요. 아침보다는 비가 적게 내리고 있었어요. 이 정도 비라면 그냥 맞으면서 돌아다녀도 될 수준이었어요. 옷이 젖기는 하겠지만, 밖에서 많이 돌아다닐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비가 와서 상하이 라오제를 못 본다는 게 약간 아쉬울 뿐이었어요. 오늘 못 간다고 영원히 못 가는 것은 아니었어요. 6월 15일 상하이 도착해서 가면 되니까요.


일단 친구에게 먼저 씻으라고 하고 앉아서 졸았어요. 친구가 씻고 나오자 어기적 어기적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갔어요. 하루 넘게 기차에 감금되어 있어야했기 때문에 박박 씻었어요. 친구는 기차에서 컵라면도 먹을 수 있고, 간단히 씻을 수는 있을 거라 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의 기차는 지옥같다고 알려주었어요. 전자는 매우 훌륭한 기차, 후자는 매우 거지같은 기차. 그런데 이 두 기차가 다른 기차가 아니라 다 하나의 기차에 대한 묘사였어요. 어느 쪽에 무게를 더 두어야할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일단 친한 동생의 글이 있었기 때문에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러나 좋게 생각한다고 해서 기차 안에서 샤워까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머리를 빨래하듯 감고 몸을 비누로 최대한 정성껏 닦았어요.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입고 온 속옷과 양말을 버리고 가져온 것 중에서 버릴 것으로 갈아입었어요.


"이제 짐 싸야지."

"내 짐 좀 너 가방에 넣어줄 수 있어?"


친구가 자기 짐 중 일부를 제 가방에 넣어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커다란 배낭을 구입하지 않고 그냥 들고온 가방만 들고 다니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제 가방에 여유 공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친구에게 작은 것들만 넣어줄 수 있다고 하자 휴대용 버너용 가스와 전날 10위안 주고 구입한 휴대용 안마기를 제게 맡겼어요.


"옷 괜히 많이 가져왔나?"

"너 옷 뭐 그렇게 많이 가져왔어? 어차피 그거 다 입지도 않을껄? 나는 아예 버릴 양말, 버릴 옷으로 들고 왔는데..."


친구가 자기 배낭을 들어보더니 무겁다고 툴툴대었어요. 친구는 옷을 꽤 많이 가져왔거든요. 제 배낭이 작아도 그럭저럭 공간이 있었던 이유는 옷을 상당히 적게 가져왔기 때문이었어요. 바지 한 벌, 셔츠 두 장, 슬리퍼만 들고 왔어요. 여행을 여러 번 해보니 겉옷은 많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더라구요. 속옷 9개, 양말 10개를 챙겨오기는 했지만, 이것들 중 각각 7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여기에서 입다가 버릴 것이었어요.


"오늘 어디 가지?"

"오늘은 짜바리 시장 가자. 나 속옷 사야해. 가서 여행에 필요한 거 있으면 사구."

"짜바리? 그건 어디인데?"

"짝퉁!"


짜바리는 '짝퉁'이라는 말의 짝퉁이야? 친구는 짝퉁을 '짜바리'라고 했어요. 친구가 왜 짝퉁을 '짜바리'라고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냥 우리나라 어디에선가는 짝퉁을 짜바리라고 부르나보다 생각하며 넘어갔어요. 이때부터 저도 이 친구와 대화할 때 '짝퉁' 대신 '짜바리' 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짜바리'라는 단어는 말할 때마다 뭔가 리듬감이 있는 것 같았거든요.


오늘 드디어 중국 대륙의 짝퉁 시장을 본단 말인가!


'중국' 하면 짝퉁. '짝퉁' 하면 중국.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중국'이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짝퉁의 나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정보 전달 시스템인 봉화를 사용하던 옛날부터 중국은 짝퉁으로 유명한 나라였어요. 깊은 짝퉁의 역사를 가진 중국은 오늘날 짝퉁 생산량에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라. 중국에 짝퉁 시장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거기에 갈 생각은 해보지 못했어요. 이것은 얻어걸린 횡재였어요.


12시를 딱 맞추어서 체크아웃했어요.



"비 계속 오네."

"그냥 가자."


사람들은 우비를 뒤집어 쓰거나 우산을 쓰고 돌아다녔어요. 우리에겐 비에 대한 대책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편의점 가서 우산 살까?"

"우산 뭣하러 사. 오늘 하루만 쓰고 여행 내내 들고 다녀야 하는데. 돈 아깝고, 거기에 그거 짐이야. 짐 늘리지 말게."


우산을 안 사고 오늘을 어떻게든 넘길 생각이었어요. 오늘 폭우가 내린다 하더라도 오늘만 넘기면 되었어요. 오늘 밤부터는 기차. 그리고 기차에 타는 순간 한동안 비를 만날 일 자체가 없었어요. 우리는 비가 잘 내리지 않는 서부로 갈 것이었으니까요. 상하이를 제외하고는 비가 좍좍 퍼부을 곳이 마땅히 없었어요. 설마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아서 지하 관계수로인 카레즈를 만들어 농사짓는 먼 서역땅에 우리가 갔을 때 딱 비가 내리겠어? 만약 그때 비가 온다면 그건 아랍인들처럼 기뻐하며 비를 맞으며 돌아다녀야 할 상황이었어요. 비가 정말로 안 내리는 지역에서 비를 맞이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니까요.


친구와 아침 겸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 거리를 걸었어요. 호텔 주변에 식당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이때야 알았어요. 몇 곳 있기는 했는데, 전부 '맛있다'는 느낌이 오지 않는 식당 뿐이었어요. 오늘은 잘 먹어야 했어요. 기차에서 뭘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식당에서 사먹는 것보다 맛없을 것은 분명했어요. 오늘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기차에 갇혀 있으면서 더 짜증이 날 것이었어요.


"저기 좀 괜찮아보인다!"


상하이 식당


친구와 식당 안으로 들어갔어요. 식당 안쪽 테이블에서는 중국인 가족들이 음식을 거하게 차려놓고 먹고 있었어요.


'저 사람들 오늘 일 안 하고 점심때 뭐하는 거야?'


점심에 가족이 모여서 한 상 푸지게 차려놓고 노닥거리는 것을 보며 대체 뭐지 싶었어요. 중국은 점심 시간이 엄청나게 긴가? 몰타처럼 막 낮잠 자는 시간 있는 거야? 대체 어떻게 지금 저렇게 모두 모여서 밥을 먹으며 놀고 있나 진지하게 그 이유를 찾아보았어요.


아...오늘 토요일!


2016년 5월 28일이 토요일이라는 것을 순간 잊고 있었어요. 제가 출발한 5월 27일은 금요일. 오늘은 그 다음날이니까 토요일. 토요일 점심이라 저렇게 모여서 놀고 있구나! 핸드폰과 멀어지니 바로 날짜 감각이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것을 깨달으니 식당 안 풍경이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식당에 와서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사실을 깨우치며 자리에 앉았어요. 친구가 음식을 주문했어요.


중국 볶음밥


수북하게 쌓인 차오판. 이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강한 불맛이 났어요. 계란과 소금으로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 있나 신기했어요. 이 속에 들어간 재료 종류는 별 거 없는데, 맛은 매우 뛰어나서 돈 주고 사먹는 것이 아깝지 않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5000원에 판다면 찾아가서 기쁜 마음으로 사먹을 의향이 있었어요. 맛도 양도 정말로 만점이었어요.


宮保雞丁


이것은 궁보계정.


"이거 진짜 맛있네!"


짭쪼롬하면서 고소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궁보계정을 먹어본 적이 있었어요. 제 기억 전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어요. 귀신 들린 사람이 진리를 보고 광명을 찾은 기분이었어요. 한국에서 궁보계정을 먹으며 크게 맛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맛있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어요. 야채 닭고기 양념 볶음에 땅콩을 집어넣었다는 것 정도가 인상적이었을 뿐. 우리나라 음식에는 땅콩 덩어리를 넣지는 않으니까요. 이건 땅콩이 닭고기와 더불어 당당한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었어요. 땅콩의 식감과 맛이 전체적인 맛의 멱살을 잡고 끌고 올라가고 있었어요.


중국 요리


"너 이거 먹을 수 있어?"


친구가 주문하면서 물어보았던 음식이었어요. 이 또한 한국에서 먹어본 적이 있는 음식이었어요. 이 음식은 우리나라에서 '당콩볶음'이에요. 당콩볶음은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맛이 거의 비슷했어요. 조금 더 바싹 볶았고, 더 짰어요. 이것 역시 매우 맛있었어요. 이것만 먹으면 짜서 많이 먹을 수 없었지만, 반찬으로 먹으니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어요. 중국에서 음식을 남기는 것이 예의라고 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전부 다 먹어치웠어요.


밥을 먹고 식당에서 나왔어요. 빗줄기는 식당에 들어갈 때보다 더 굵어졌어요.


"야, 이거 쓰고 가자."


친구는 비를 맞으면 탈모가 생긴다면서 텐트를 머리 위로 올렸어요. 친구와 텐트를 머리 위에 올리고 걸으려니 불편해서 친구에게 혼자 들고 비 막으며 가라 하고 저는 그냥 비를 맞으며 갔어요. 이제 갈 곳은 짝퉁시장. 친구가 어플을 이용해 버스로 어떻게 가야하나 검색했어요. 근처 버스 정거장에서 109번 버스를 타면 한성시장까지 갈 수 있다고 나왔어요.



'비 좀 그쳐라.'


비는 내릴 것 같으면서 내리지 않고, 내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 내리고 있었어요.



버스가 오자 버스에 올라탔어요.


公共汽车


"여기는 아직도 차장이 있구나!"


아주 어렸을 때 차장을 본 기억이 있어요. 제가 몇 살때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하여간 엄청나게 어렸을 때고, 어머니께서 시켜서 차장 누나에게 돈을 건네주었던 기억이 아주 어렴풋하게 있어요. 이것은 제가 유치원 가기 전 일인 것은 확실해요. 유치원 다닐 때에는 버스에 차장이 없었거든요. 그 후, 다른 나라에서 여행하며 버스에 차장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마다 차장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중국이 발전해서 더 이상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버스에 차장이 있는 것을 보니 놀라웠어요. 어제 내가 본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버스 기사는 운전을 거칠게 했어요. 다행히 멀미하거나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냥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 더 거친 정도였어요.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외국인들도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야, 저 외국인들 다 짜바리 시장 가는 거."

"어? 설마..."

"여기 외국인들이 오면 다 짜바리 시장 가는 거래니까. 100%야."


친구 말대로 평범하게 보이는 건물 안으로 외국인들이 들어갔어요. 우리도 뒤따라 들어갔어요.



친구가 짝퉁 시장이라고 데려왔는데, 입구는 평범했어요. '짝퉁 시장'이라고 해서 전자제품 같은 것을 입구에 잔뜩 쌓아놓고 호객질을 엄청나게 해댈 것이라 상상했어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어요. 게다가 아직 중국 물가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여기에서 파는 것이 얼마나 싸게 팔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친구가 상인들과 중국어로 가격을 물어보는데 친구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얼마인지 정확히 알아듣지도 못했어요. 이때만 해도 아는 숫자라고는 이, 얼, 싼, 쓰 - 1,2,3,4 뿐이었거든요.


시장 안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있었어요. 냉장고 자석을 사와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았어요. 괜찮은 것은 20위안을 불렀어요. 친구가 흥정을 했어요. 1개에 5위안까지 깎았어요. 5위안이면 천원도 안 되는 돈.


'친구가 관광지도 아니고 여기서 흥정해서 깎은 가격이니 저 가격이 아마 적당한 가격이겠지.'


일단 냉장고 자석을 구입했어요. 친구는 제가 여러 개를 샀다면 아마 개당 4위안으로 할 수도 있었을 거라 말했어요. 여러 개 사서 개당 4위안까지 가격을 깎는다면 기분은 좋겠지만, 냉장고 자석을 사와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딱 한 명이었어요. 종류는 여러 개였지만, 제가 가보지도 않은 곳을 사서 건네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어요. 제가 이때까지 상하이에서 가본 곳이라고는 임시정부와 난징동루, 와이탄 뿐이었어요. 상하이의 다른 장소 냉장고 자석도 있었지만 가보지 않았고, 갈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구입할 의사가 전혀 없었어요.


친구는 제게 중국어로 1부터 10까지 알려준 후, 중국에서 흥정하는 방법 및 예절을 알려주었어요.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 일단 가격을 한 번 물어보라고 했어요. 그냥 '얼마에요?'라고 물어보면 된대요. 이러면 가게 주인이 얼마라고 가격을 부르는데, 엄청나게 낮은 가격으로 부르라고 했어요. 이게 어느 정도냐 하면, 절반 수준이 아니라 그냥 쓰레기 가격으로 부르라고 했어요. 얼마나 낮게 부르길래 '쓰레기 가격'이라고 하냐 하면, 1/2보다 훨씬 낮게 불러야 한대요. 심지어는 상점 주인이 제시한 가격의 1/10 보다도 낮게 불러도 괜찮대요. 가격을 말도 안 되게 낮게 부르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무조건 자기가 생각한 합리적인 가격보다 더 낮게 불러야 해요.


당연히 가격 합의가 날 리가 없어요. 이러면 상점 주인과 계속 흥정하려 들지 말고 느긋하게 걸어나가라고 했어요. 그러면 상점 주인이 알아서 가격을 깎아서 부르며 잡으려 하고, 그러면 자신이 처음 부른 가격에서 조금 올려서 가격을 불러보라고 했어요. 상점 주인이 안 된다고 하면 그냥 미련 가지지 말고 나가구요. 그렇게 여러 가게 돌아다니며 하다 보면 얼추 적정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격 합의가 되면 반드시 구입하는 게 예의라는 것이었어요. 가격 합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입을 하지 않고 가는 것은 큰 결례이니 구입할 생각이 있는 물건만 흥정하라고 친구가 주의를 주었어요.


이 예절에 대해 들으니 왜 처음에 가격을 쓰레기 가격으로 불러야하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가격 합의가 되면 구입하는 게 예절이니 섣불리 높게 불렀다가는 결례를 끼칠 수도 있어요. 아예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형편없는 가격을 부르면 가격 합의가 일어날 리가 없지요. 게다가 상인들도 처음에 아예 말도 안 되게 높은 가격을 부르구요. 우리나라 흥정 문화와는 많이 다른 점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처음에 가격을 형편없이 부르면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에요. 대신 가격 합의가 되어도 구매를 안 한다고 해서 크게 무례한 경우로 인식하지는 않아요. 가격 합의가 일어났다고 해도 '예. 조금 더 둘러보고 올께요' 하고 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중국은 반대로 처음에 가격을 아주 형편없이 불러도 별 문제가 될 게 없지만, 대신 가격 합의가 일어났을 경우 우리나라에서처럼 구입 안 하고 가면 결례에요.


韩城服饰礼品广场


상하이 한성시장


치파오


친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속옷 가격을 물어보고, 계속 끈질기게 흥정을 해서 원하는 가격에 속옷을 구입했어요. 그 가격이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어요. 괜히 외국인들이 짝퉁 시장에 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친구를 보며 알게 되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여기에서 선물을 다 구입하고 가고 싶었어요. 선물로 줄 만한 자잘한 기념품 가격이 모두 엄청나게 저렴했거든요. 그러나 이제 여행을 시작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벌써 짐을 늘릴 수 없었어요. 지금 선물을 구입하면 여행 끝나는 날까지 진짜로 전부 다 짊어지고 다녀야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날 여기를 다시 오기로 하고 시장에서 나왔어요.


한성시장 건물에서 나오자 그제서야 비가 제대로 퍼붓기 시작했어요.


"야, 우리 카페로 도망가 있자!"


기차역으로 가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이었어요. 어딘가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하는데, 만만한 곳이 카페였어요.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버스를 타고 상하이 기차역으로 이동하면 비를 많이 맞지 않을 것이었어요. 우산을 구입하면 그냥 계속 돌아다닐 수 있겠지만, 우산만큼은 절대 구입하고 싶지 않았어요. 단돈 1위안이라도 더 아껴야 했고, 우산을 구입하면 여행 끝날 때까지 이유 없이 들고다녀야 했거든요.


친구가 바이두 지도 어플을 켜고 카페를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저건 뭐냐?


처음에는 그냥 제단을 만들어놓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중국인들이 미신을 많이 믿는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어요. 이것은 제 추측이 아니라, 타이완 여행 갔을 때 화교 가이드가 알려준 것이었어요. 재미있는 것은 바로 제단 뒤에 있는 동상이 마오쩌둥이라는 것이었어요.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시간을 뒤로 돌린 엄청난 능력자. 시간을 앞서가는 것은 혼자의 피나는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지만, 시간을 거슬러올라가는 것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을 다 덜떨어지게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시간을 거스르는 능력은 광속을 뛰어넘는 엄청난 것으로, 감히 인간이 재어볼 수 없는 능력이에요. 권력욕에 사로잡힌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 전통문화를 엄청나게 파괴했고, 아직까지도 이 피해는 완벽히 복구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 마오쩌둥을 저렇게 제단을 만들어 모시고 있다니 아주 웃겼어요.


"카페 어디 있어?"

"여기라고 나오는데?"


친구가 어플을 보며 카페를 찾아나섰지만, 카페는 보이지 않았어요.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어요. 이제 우산을 안 쓰고 돌아다니는 것은 정말 무리. 평일이라면 그냥 강행군을 해볼텐데 오늘은 그럴 수도 없는 상황. 신발이 젖으면 대책없었어요. 옷이야 입은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 마르지만 신발은 젖으면 발냄새가 강화. 숙소에 들어가서 잘 거라면 그냥 돌아다녀도 상관없었지만, 오늘은 기차에서 자야 했어요. 오늘만 기차에서 자는 게 아니라 내일 밤도 기차에서 자야했어요. 이틀 동안 발을 씻을 방법이 없었어요. 기차에서 발을 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이게 단순히 이틀밤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숙소에 들어가는 것은 우루무치 도착해서였는데, 우루무치는 모레 저녁에 들어갈 예정이었거든요. 이것은 정말 많이 신경쓰이는 문제였어요.


친구와 사이좋게 텐트를 머리 위에 올리고 어플을 보며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카페는 단 한 곳도 보이지 않았어요.


"야, 편의점 들어가자!"


당장 비를 피해야했기 때문에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갔어요.


중국 편의점


편의점에는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먹거리가 많이 있었어요. 전부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어요. 고추와 산초가 들어간 땅콩은 우리나라에서 먹어본 적이 있었어요. 창신시장 안에 있는 가게에서 팔고 있어서 구입해 먹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 그 땅콩을 먹어본 소감은 '중국 먹거리는 절대 지레짐작하고 구입하면 안 된다' 였어요. 땅콩이니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고 그 맛을 추측했지만, 산초의 쌔한 매운맛과 묘한 향신료 냄새 때문에 전혀 엉뚱한 맛이 났어요. 그 땅콩을 팔고 있는 것을 보니 과자 같은 것을 섣불리 잘못 샀다가는 망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이 엄습해왔어요.


제일 무난해보이는 것으로 먹자.


중국 요구르트


그래서 야구르트를 하나 골랐어요. 중국인들이 유제품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근무하며 직접 목격까지 한 특징. 특히 중국인들은 우유를 좋아하기 때문에 중국 우유는 대체 무슨 맛일지 궁금했어요. 그러나 멜라민 분유 파동 뉴스를 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우유에는 손이 가지 않았어요. 우유 대신 집어든 것이 바로 이 요구르트였어요.


계산을 하고 편의점 안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어요. 야구르트는 야구르트였어요. 그냥 양이 많아서 오래 마실 수 있다는 것 정도였어요. 야구르트를 마시며 창밖을 계속 쳐다봤어요.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빗줄기가 가늘어져야 나가기라도 할텐데, 가늘어질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이번 여행은 초반부에 왜 이렇게 운이 안 따라주나 싶었어요. 준비를 부실하게 해온 것은 제 잘못이지만, 비 오는 하늘은 제 잘못과 전혀 무관했어요. 편의점을 나가는 순간 비를 피할 곳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앉아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았어요.


"이제 슬슬 나가자."


빗발이 조금 약해지자 친구와 편의점 밖으로 나갔어요. 버스 정거장까지는 아주 가까웠어요. 그냥 걸어갈 수준의 빗줄기는 아니라 또 사이좋게 텐트를 머리 위에 올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갔어요. 자동차가 무섭게 달리고 있었지만, 다행히 교통신호는 엄수했어요. 교통신호를 잘 지키게 만든 상하이 시장에게 정말 고마웠어요. 이 상황에서 자동차가 교통신호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횡단보도를 건널 엄두조차 낼 수 없었을 테니까요.


길을 건너 버스정거장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상하이 기차역으로 갔어요. 갈 수 있는 곳이 상하이 기차역 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나쁜 날씨 속에서 그 어디를 가든 재미없고 고생만 할 것은 뻔했거든요. 그래도 다행이라면 신발은 젖지 않았고, 기차역 도착했을 때 빗줄기가 매우 약해져서 텐트를 머리 위에 올리고 돌아다니지는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우산 없이 그 빗줄기를 잘 넘긴 것만으로도 행운이었어요.



상하이 기차역 매표소는 기차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차역에서 길을 건너가야 있었어요.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짐검사를 받아야 했는데, 저와 친구는 짐검사를 받지 않고 그냥 들어갔어요. 짐검사를 하는 기계 위에 짐을 올리지 않고 안으로 그냥 들어가는데 특별히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어요. 친구는 예매한 기차표를 발권받으러 창구로 갔고, 저는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입구를 보니 사람들이 짐을 검사하는 기계 위에 짐을 올려 검사를 받고 있었어요. 특별히 꼼꼼하게 검사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매표소 내부 사진을 찍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괜히 문제 생기면 골치아플 것 같아서 관두었어요. 기차역 오기 전에 비에 시달렸기 때문에 만사가 귀찮은 상태였어요. 그저 빨리 기차나 타고 싶을 뿐이었어요.


친구가 발권을 받아온 후,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어디 가지?"

"어디 앉아서 시간 보낼 곳 없나?"


주변을 둘러보자 맥도날드가 보였어요.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사먹으면서 또 앉아서 시간을 보낼까 생각하며 무엇을 팔고 있나 보는데 말차맛 아이스크림이 있었어요.


'이거 한국에서 파는 건가?'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을 가끔 사먹기는 하는데, 무슨 메뉴가 있는지 일일이 다 신경쓰지는 않았어요. 제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메뉴 중 말차맛 아이스크림은 없었어요.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맥도날드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못 먹는 중국 한정 메뉴 같았어요. 다른 곳이 또 뭐가 있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안에서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히 보이지 않았어요.


"야, 맥도날드 가자. 저 아이스크림 내가 사줄께."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은 제가 사주기로 했어요. 사실 친구는 상하이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상하이를 굳이 돌아다니며 구경할 필요가 없었어요. 단지 제가 상하이에 처음 오는 거라 저를 데리고 여기저기 데려가준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것은 제가 사준다고 했어요. 이제 할 거라고는 기차에서 먹을 것을 구입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맥도날드로 들어갔어요.


중국 맥도날드


중국 맥도날드 말차 소프트콘의 가격은 5위안이었어요. 우리나라 돈으로는 천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중국 물가치고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어요. 아무리 중국 물가를 잘 모른다 하더라도 이게 비싸다는 것은 알았어요. 당장 중국 와서 세 번 먹은 차오판 (볶음밥) 가격이 10위안을 넘은 적이 없었어요. 이 아이스크림 두 개면 차오판 한 그릇이었어요. 차오판 한 그릇의 가치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우리나라에서 3천원 정도는 할 건데, 3천원과 우리나라 맥도날드 소프트콘 2개 가격에 비교해보면 이건 확실히 비싼 가격이었어요.



아이스크림은 살짝 씁쓸한 맛이 있었어요. 말차를 먹어본 적이 없다보니 이게 말차와 얼마나 비슷한 맛인지 알 길이 없었어요. 그냥 초록빛에 아주 살짝 씁쓸한 맛이 있었고, 차 향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알쏭달쏭한 맛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한 감상이 없었어요. 이것은 맛보다 무려 5위안이나 하는 고급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이 더 인상적이었어요.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5위안은 우리나라 천원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은 돈이었거든요.


오후 4시 15분. 맥도날드에서 기어나왔어요.



"이제야 돌아다닐만하네."


상하이 기차역 근처에는 볼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짝퉁 시장 근처에 있었을 때 이렇게 비가 그쳤다면 그쪽을 돌아다니며 거리를 조금 구경했을 거에요. 그쪽에 무엇이 있든, 오늘 하루는 매우 기니까요. 짝퉁 시장 있었을 때에는 비가 좍좍 내려서 기차역으로 도망가게 만들더니,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기차역으로 와서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 핥아먹으며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제서야 비가 멎었어요. 날씨 덕분에 상하이 라오제도, TESCO도 못 갔어요. 기차를 타려면 한참 멀었는데,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 애써 무언가 할 것을 찾아보았지만 정말 아무 것도 없었어요. 평소라면 뭔가 있든 없든 걸어다녔을 거에요. 그러나 모든 짐을 다 짊어지고 있었고, 기차에서 이틀밤을 자야했기 때문에 목적없이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어요.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매우 많이 주차되어 있었어요. 어렸을 적, 중국은 자전거의 나라라고 많이 읽었어요. 거리를 가득 메운 자전거 사진은 중국을 대표하는 사진이었어요. 그러나 이제 중국은 오토바이의 나라가 되었어요. 베트남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국도 오토바이가 매우 많았어요. 어렸을 적 자전거떼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하나? 어렸을 적 책에서 보았던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베트남에서는 사진으로만 보던 그 오토바이떼를 보고 감탄했는데, 중국에서는 그런 책으로만 보았던 것을 본다는 감동이 없었어요.


"우리 잠깐 저기 갈까?"

"뭔데?"

"저기가 전자상가야. 우리나라로 치면 용산 같은 곳."



건물 내부는 좁고 지저분했어요. 그리고 복잡했어요. 한성시장에서는 소매치기 주의를 별로 하지 않았지만, 여기에서는 소매치기에 대해 신경을 꽤 써야 했어요. 워낙 좁고 복잡하다보니 사람이 조금만 있어도 비좁아졌어요. 주말 저녁이 되어가는 시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아주 많지는 않았어요. 예전 용산 전자상가를 보는 기분이 들었어요. 옛날 비좁고 정신없는 용산보다 더 정신없고 더러웠어요. 다행히 여기에서 쥐는 보지 못했어요. 사실 쥐가 돌아다녀도 전혀 이상할 거 같지 않았어요. 쥐까지 기어다니면 상상하던 중국과 딱 어울리는 장면이었는데, 쥐를 보지 못해 아쉬웠어요.


"여기에서 핸드폰 수리하면 나중에 부품 막 바뀌어있을 수도 있어."


친구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말이 순도 100% 진담처럼 느껴졌어요. 수리를 맡겼는데 부품 바꿔치기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간간이 일어난다고 하는 일이니까요.


슬슬 5시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전자상가에서 친구가 시간을 좀 보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친구도 시큰둥했어요. 친구가 가보고 싶어해서 간 곳이었는데 친구가 별 반응이 없으니 일찍 나와버렸어요. 저는 전자제품에 큰 욕심이 없어요. 최신이라고 탐을 내기보다는, 일단 사용하던 것의 거의 망가져갈 때가 되어서야 그 다음에 구입할 것을 알아보는 편이에요. 다행히 이때까지 부서져가는 전자제품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전자제품 구경에는 아무 흥미가 없었어요. 그에 비해 친구는 이런저런 전자제품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어요. 어차피 더 이상 할 것도 없고, 이 전자 상가에서 벗어나는 순간 갈 곳이 아무 데도 없었어요. 그래서 내심 '친구가 여기서 시간을 많이 끌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어요. 친구가 중국인 상인과 옥신각신하고 흥정해보기도 하고 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거든요. 그러나 친구도 조금 돌아보다 재미없어해서 밖으로 나와버렸어요.


"이제 뭐 사서 기차역 가자."


근처 가게로 들어가서 기차에서 먹을 것들을 구입하기로 했어요.




"진짜 기차에서 컵라면 끓여먹을 수 있는 거 맞아?"

"맞다니까!"


기차에서 컵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는 깨끗한 뜨거운 물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어요. 친구는 중국 기차에서는 차나 라면 끓여먹는 온수 콸콸 잘 나오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컵라면은 얌전히 친구가 추천해준 제품 중에서 두 개 골랐어요. 한국에서 중국 라면을 아무 거나 몇 개 구입해서 먹어보았다가 처절하게 실패한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오죽하면 죽을만큼 맛없어도 꾸역꾸역 먹어치우는데, 도저히 삼킬 엄두가 나지 않아 버려버린 것도 있었어요. 중국에서 라면을 고른다는 것은 복불복 뽑기 같은 것이라 안전한 선택을 하기로 했어요. 이것은 잘못 걸리면 그냥 재수없었다고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냥 한 끼를 날려버려야하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는 것이었어요.


"밀크티 없어?"

"여기 있어. 그런데 나는 말차맛 먹을 건데, 너는 그냥 밀크티 마실래?"

"아니, 나도 말차맛 밀크티 마실래."


중국 말차 밀크티


각자 컵라면 2개, 음료수를 고르고 나서 물 2리터 패트병 두 개를 들고 계산대로 갔어요. 중국인 소녀가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점원이 계산하는 동안, 친구와 이것만 사면 될지, 다른 거 더 사야할지, 혹시 구입해야 하는 게 있는데 잊어버린 건 없는지 이야기를 했어요. 계산이 끝난 후, 점원이 제게 물어보았어요.


"한국인이세요?"

"예. 저는 한국인이에요."

"안녕하세요!"


오빠라이러!


아무리 중국어를 못해도 '워 스 한궈런'은 할 줄 알았어요. 소녀의 질문은 제가 아는 '한국인이세요'여서 중국어로 '예, 저는 한국인이에요'라고 대답했더니 한국어로 바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어요. 저와 소녀의 대화는 딱 여기까지였어요. 그 다음부터는 한 마디도 못 알아들었기 때문에 친구가 그 점원과 대화를 했어요.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일반 중국인이 한국인에 관심을 보이자 놀라웠어요. 한국인이라고 하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기계적으로 일하던 점원들의 표정이 조금 밝아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기분 좋게 가게에서 나와 물 2리터 패트병 두 개를 제 배낭에 꽂아넣고, 기차역으로 걸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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