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복습의 시간 (2016)

복습의 시간 - 06 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와이탄

좀좀이 2016. 7. 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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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갈 건데?"

"그래도 상하이 왔으면 난징동루랑 동방명주는 봐야지."


친구가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저는 친구 뒤를 졸졸 따라갔어요.



"여기 진짜 번화한 곳이구나!"


입이 쩌억 벌어졌어요.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대해 많이 읽고 듣기는 했어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건설 경기 일으키기 위해 건물을 엄청나게 짓고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중국이 여전히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단순히 저가 생산만 해대는 나라가 아니라 엄청난 고급 제품 소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또한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이 모든 것은 다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듣고 읽어서 안 것이었어요. 딱 백문이 불여일견이었어요. 이 정도 번화한 곳이 있다면 대체 우리나라로 쇼핑 관광을 왜 오나 싶을 정도였어요. 지난 동남아시아 여행을 통해 중국인들이 왜 우리나라 와서 Made in China 제품을 사가는지 깨달았어요. 중국산 공산품에도 등급이 있고, 그 중 좋은 품질은 선진국으로 수출되고 있거든요. 같은 중국산이라 해도 그 질까지 같은 것은 아니었어요. 중국 현지와 한국에서의 가격 차이 문제는 차지하더라도, 질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데 이 정도라면 B급 품질의 중국제 제품만 팔 리는 만무했어요. 다시 한 번 왜 중국인들이 우리나라로 관광와서 중국제 공산품을 사가는지 의문이 생겼어요.



게다가 이 거리는 제 예상과 달리 깨끗한 편이었어요. 중국이 많이 더럽다는 말을 상당히 많이 들었는데, 전혀 다른 모습이었어요.



"야, 이거 중국 맞아?"


눈이 휘둥그레해졌어요. 이것은 제가 상상하던 중국이 아니었어요. 무법천지 대륙의 기상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었어요.


"저거 봐라!"


친구가 깔깔 웃으며 저를 광고판 앞으로 데려갔어요.



欧巴来了


오빠 라이 러!


연예인 이광수씨가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인기가 좋다는 것을 들어보았어요. 빙그레 바나나 우유 광고에 이광수씨가 모델로 나와 있는 것은 그다지 놀라울 것 없었어요. 이광수씨가 이쪽 지역에서 인기가 좋다는 것을 몰랐다면 그 자체가 신기했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재미있는 것은 바로 欧巴 였어요. 저것을 읽으면 '오빠'. 중국어로 원래 오빠는 哥哥 '꺼꺼'. 그런데 한류의 열풍으로 欧巴 '오빠' 라는 말이 퍼지고 있었어요. 이제 드라마 때문에 매우 많은 외국인들이 '오빠'라는 말을 알아요. 한국어 뭐 아냐고 물어보면 높은 확률로 제일 먼저 나오는 단어가 '오빠'에요. 광고 간판에 대놓고 欧巴 라고 쓰다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어요.


"우리 저녁 먹어야지."


저녁 6시가 넘었어요. 점심을 늦게 먹기는 했지만,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어요. 배가 고파서 무언가를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하이에서 목표가 이것저것 먹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제 슬슬 저녁을 먹어야 했어요. 그래야 야시장에 가서 무언가 또 먹어볼 수 있으니까요. 저녁을 너무 늦게 먹으면 야시장에 갔을 때 배가 다 안 꺼져서 이것저것 많이 맛볼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뭐 먹고 싶어?"

"만두 한 번 먹어봐야지."


친구는 인민광장으로 거쳐 다른 곳으로 가서 만두를 먹자고 했어요.



"저거 뭔가 웃긴데?"


평범한 동물원 광고판이었어요.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호랑이. 호랑이는 그렇게 웃기지 않았어요. 합성 티가 팍팍 나기는 했지만 웃게 만들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제가 보고 웃게 된 것은 바로 팬더. 얼핏 보면 정상적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니 모습이 매우 재미있었어요. 왼쪽 팬더는 곰방대로 담배를 태우는 것 같았고, 오른쪽 팬더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처럼 보였어요.


사람이 득시글한 인민광장을 빠져나와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여기에 정말 유명한데 맛은 그냥 맛있는 만두집이 있고, 유명하지는 않은데 진짜 맛있는 만두집이 있거든. 너 어느 만두집으로 갈래?"

"진짜 맛있는 곳으로 가자."


친구가 말한 두 가게는 서로 마주보고 있었어요. 친구가 말한 정말 유명한 만두 가게는 이렇게 생겼어요.



친구가 알려준 정말 유명한 만두 가게는 입구 사진만 찍고, 진짜 맛있다는 만두집으로 들어갔어요.



가게에서 만두를 만들고 쪄내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어요.


중국 만두


이거 진짜 중국 맞아?

그 불결하고 지저분하다는 중국 맞아?




점심도 그렇고, 지금 이 저녁 먹으러 온 만두집도 그렇고 불결함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떡진 머리와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기름때 절은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절대 아니었어요. 이 정도면 우리나라에서도 깨끗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어요. 스테인리스에서는 광이 나고 있었어요. 만두를 찌는 사람은 만두에 침이 튀지 않도록 무려 플라스틱 마스크까지 하고 있었어요.


"너 음료수는 뭐 마실래?"

"너는?"

"나는 왕라오지 마실라구. 너도 한 번 왕라오지 마셔볼래?"

"응. 대체 왕라오지가 뭐길래."


친구가 만두를 시키고 음료수를 가져왔어요.


加多宝


"여기는 왕라오지는 없고 그거 비슷한 것만 있네."


친구가 가져온 음료수는 지아뚸빠오 加多宝 였어요. 이 음료수가 왕라오지인지 아닌지는 상당히 애매해요. 지아뚸빠오의 원래 이름은 '왕라오지'였어요. 그런데 다른 회사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지는 바람에 이름을 加多宝 로 바꾸었고, 상표권 분쟁에서 이긴 회사는 지금 '왕라오지'라는 음료를 생산하고 있어요. 친구가 말한 왕라오지가 이것을 말하는 것인지, 지금 '왕라오지'라는 이름을 달고 팔리는 음료수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친구의 반응을 보아서는 친구가 좋아하는 음료수 왕라오지는 지금 그 이름을 달고 나오는 제품 같았어요.


"어때? 맛있냐?"

"이거 묘하네."

"처음에는 이상한데, 계속 먹으면 나중에는 막 찾게 돼."


처음 맛본 왕라오지. 맛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었어요. 한방차라는데 한약 음료수 마시는 기분이었어요. 음료로 마신다면 한 번쯤 마셔볼만한 맛이었지만, 이것과 같이 만두를 먹는 것은 영 아니었어요. 음식과 같이 마실 음료수는 아니었어요. 콜라도 달고, 이 지아뚸빠오도 달지만, 콜라는 음식과 잘 어울리는 데에 비해, 지아뚸빠오는 그렇지 못했어요. 한약 냄새와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매우 어색한 조합이었어요.


음료수를 조금씩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데 만두가 나왔어요.


상하이 만두


"이거 육즙부터 빨아먹어. 그냥 한 입에 집어넣으면 육즙 찍 나와서 입 데어."


친구 말대로 이로 물어뜯어 구멍을 조금 낸 후, 육즙을 빨아먹었어요. 우리나라 만두와 달리 육즙이 찰랑거리고 있었어요. 육즙은 진한 고기 국물 맛이었어요. 육즙을 대충 빨아먹고 만두를 입 속으로 집어넣었어요. 촉촉한 만두속과 바삭한 만두피. 둘이 두 손 잡고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었어요. 한국에서 먹어본 중국식 만두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어요. 이래서 중국 가나 싶었어요.


"야, 이거 진짜 맛있다!"


뜨거워서 빨리 먹을 수는 없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뜨거운 것도 참고 그냥 막 먹었어요. 이 정도면 정말 만족스러운 저녁이었어요.


"이제 어디 갈 거?"

"와이탄 가야지. 동방명주 봐야할 거 아니야."


친구와 다시 난징동루쪽으로 걸어갔어요. 신기한 것은 차도, 사람도 모두 교통질서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중국 무단횡단 엄청 한다고 하던데 여기는 안 그러네?"

"여기? 여기도 몇 개월 전만 해도 그랬어."


친구의 말에 의하면 상하이 시장이 부패로 숙청된 후, 신임 상하이 시장이 중국 국가주석의 마음에 들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교통질서 엄수를 내걸었다고 했어요. 그 이전까지만 해도 상하이 역시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던 무단횡단에 신호 어기기, 불법 유턴, 꼬리물기가 난무하던 지역이었대요. 그런데 신임 상하이 시장이 교통규칙 엄수를 명령하며 도로교통법 위반시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벌금을 엄청나게 물려대자 사람들이 벌금 무서워서 교통질서를 잘 지킨다는 것이었어요. 처음에 교통질서를 잘 준수하는 차량과 보행자를 보며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조차 마구잡이로 교통질서를 위반하는 그 중국인들 맞나?' 생각했어요. 한국인들도 무단횡단 많이 한다고 따지려 드는 사람도 분명 있을텐데, 한국인의 무단횡단과 중국인의 무단횡단은 달라요. 한국인들은 차가 거의 없을 때 도로를 뛰어서 건너요. '지금 차도에 차가 없는데 그냥 빨리 건너도 되겠지' 라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처음 외국 나간 한국인들에게 반드시 알려주어야하는 것 중 하나가 '무단횡단할 때 절대 달리지 마라'는 것이에요. 이래서 외국 처음 나가본 한국인과 여러 번 나가본 한국인은 무단횡단 시켜보면 차이가 나요. 반면 중국인들은 거리에 차가 있든 말든 무조건 일단 들어가고 봐요. 즉, 우리와는 무단횡단 문화가 아예 달라요. 한국으로 여행온 중국인들 중 자국에서 하던 대로 무단횡단해서 길을 건너려는 사람들 상당히 많아요. 그런 중국인들이 교통 질서를 잘 지키다니, 벌금 때문이라 하더라도 좋은 발전이었어요. '교통규칙을 지켜야한다'는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상론적으로 접근해 교육을 시키고 잘 타일러서 깨닫게 하고 하는 뜬구름 잡는 헛소리 말고 엄격한 징벌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에요.


친구는 단속이 느슨해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보고 있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했어요. '교통규칙을 지켜야한다'는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단속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니까요. 저는 얼마나 이 단속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라 보았어요. 운전자로써, 보행자로써 교통규칙엄수에 대한 믿음이 확실히 자리잡을 때까지 단속이 강력히 이루어진다면 성공일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예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순식간이니까요. 그런데 이것의 성과는 상당해 보였어요. 이제 막 상하이 도착한 외국인인 제 눈에도 교통질서 엄수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거든요. 교통질서를 엄수하는 상하이의 모습이야말로 중국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어요.



난징동루를 빠져나오자 친구가 말했어요.


"여기 사람들 다 한 방향으로 가지? 저 사람들 다 와이탄 가는 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모두 와이탄으로 걸어가는 거였어요. 왜 저렇게 사람들이 떼지어서 많이 가나 궁금했어요. 친구가 와이탄이라고 하는데, 와이탄 자체가 뭔지 몰랐어요. 그냥 동방명주탑 보이는 곳이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어요. 그냥 인파 속에 들어가서 인파에 쓸려갔어요. 정말 중국스럽게 사람이 많다고 느낄 뿐이었어요.



"진짜로 멋지다!"



멋진 만큼 사람도 많았어요.





와이탄에는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시끄러웠어요.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상하이 시민들이라 놀랐지만, 사진 찍는데 마구 끼어드는 것은 그대로였어요. 그래도 제가 상상하던 것보다는 공중도덕을 매우 잘 지키고 있었어요. 이 정도 인파가 몰려서 공중도덕을 어기는 행위를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요. 이것이 안 하는 것인지, 못 하는 것인지는 두고보아야할 일이지만 일단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강변쪽이 시끄럽든 말든 배는 조용히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어요.


친구는 앉아서 조금 쉬고 싶다고 했어요. 친구에게 앉아서 쉬고 있으라고 하고 저는 잠시 주변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을 찍고 다시 친구가 앉아있는 자리로 돌아왔어요.


"너 어디 갔다 왔어?"

"사진 찍고 온다고 했잖아."

"너 없어진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뭐 없어져? 사진 찍고 온다고 했는데. 너한테 여기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잖아."


친구는 제가 없어진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짜증을 내었어요. 만약 제가 없어졌다면 서로 상당히 골치아팠을 거에요. 저는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서로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그러나 친구에게 쉬고 있으라고 하고 사진을 찍으러 갔기 때문에 서로 잃어버릴 일은 없었어요.


"이제 슬슬 돌아가자."

"그러자."


사진도 충분히 찍었고, 구경도 충분히 했어요. 게다가 여행 경로는 아직 제대로 짠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기껏해야 다음날 침대칸 기차를 타고 투르판 북역으로 가는 것 뿐이었어요. 그 이후에는 그 어떤 일정도 정해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아직까지는 졸리지 않아서 잘 버티고 있었지만, 언제 쓰러질지 몰랐어요. 여행 경로 짜는 것이 한두 시간 걸려서 끝날 일 같지 않았는데, 여행 경로를 다 짤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했어요.





친구와 숙소까지 걸어가기로 했어요.



부슬부슬 떨어지는 빗방울이 발 뒷꿈치에 불을 지피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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