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Tip2016. 5.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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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하다보면 자신의 예상보다 못한 게스트하우스 객실을 보고 항의하는 손님을 종종 만나게 되요. 특히 방 크기 때문에 불만인 경우가 많아요. 저는 서울에서 일했는데, 서울은 객실을 작게 빼는 추세에요. 거의 고시원급으로 방을 만드는 경우도 여럿 있어요. 스탠다드 더블이라는데 화장실과 더블 매트리스 제외하고 남는 공간이 딱 고시원 1인실에서 여유공간인 경우도 여럿이에요.


"사진하고 방이 왜 달라요?"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듣는 말이었어요. 조용하다 싶으면 리뷰에 '방이 좁아요' 쓰고 점수를 팍 깎아버리기도 하구요. 심지어는 자기들을 속여서 작은 방을 준 것 아니냐고 따지러 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게스트하우스 객실 사진을 보면 한결같이 매우 넓어보여요. 그러나 대부분 - 사실 전체라고 해도 될 거에요 - 사진에서 보고 느낀 넓이보다 훨씬 좁아요. 방이 좁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트집잡으러 리셉션으로 찾아오기 보다는 진짜로 자기 예상보다 방이 좁아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을 보고 방 넓이를 추측해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께요.


게스트하우스 객실 사진은 광각렌즈로 찍어요. 이렇게 찍으면 최대 1.5배는 방이 더 넓어보여요. 그리고 이렇게 실제보다 넓게 보이는 방 사진을 가지고 홍보를 하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사진에서 사람들은 주로 사진 중단~하단을 보고 방 넓이를 떠올려봐요.



위의 그림에서 빨간색 타원형 부분을 보고 방 넓이를 추측해보는 것이지요.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이 추측해본다는 것이에요.



어?


방이 좁기 때문에 그깟 렌즈 가지고 장난질친다 해서 얼마나 좁아보이겠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상당히 크게 차이나요. 절대 저렇게 평행선 두 개 놓고 같은 크기를 벽까지 이동시켜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사실 이것은 안다고 해도 잘 되지 않아요. 어느 정도 실제 면적이 좁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일단 무슨 기준이 있어야 그거 가지고 재어보기라도 할텐데 사진들을 보면 마땅히 기준이 될 만한 것들이 쉽게 보이지 않아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이것저것 배웠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말이에요.


사진에서 비율은 속일 수 없다.


렌즈의 왜곡을 이용해 실제보다 더 넓게 보이게 할 수도 있고, 더 좁게 보이게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같은 거리에 떨어져 있다면 비율은 그대로 찍혀요.



중학교 시절 도형의 닮음을 배운 기억이 있다면 이게 기억나실 거에요. 도형이 닮음이라면 비율도 일정하다는 거요. 굳이 중학교때 수학을 손놓았다 하더라도 나이가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문제는 이걸 안다고 해서 사진 보고 방 넓이 짐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사실 이게 쉽게 된다면 저는 이런 글을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요. 제게 사진보다 훨씬 방을 주었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었을 테니까요.


더욱이 인테리어, 가구, 건축업자가 아닌 이상 OTA (아고다,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등)에 업로드되어 있는 홍보용 사진만 보고 방 넓이를 가늠해보기 진짜 어려워요. 저런 업계 종사자들이야 어떤 게 어느 크기인지 보면 대충 견적 내시니 방 넓이를 사진 몇 장 보고 쉽게 계산해내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거든요. 더욱이 문짝, 침대 귀퉁이, 창문 등은 예외도 많아서 이쪽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고 전체 면적을 가늠해보기 상당히 어려워요. 게다가 이런 것들은 애초에 크기 때문에 쉽게 왜곡이 일어나구요. 제품을 몰라서 속기도 하지만, 이것들 자체가 커서 왜곡이 충분히 일어나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어요. 사실 이게 더 크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어떻게 사진들을 보며 게스트하우스 객실 면적을 가늠해볼 수 있을까요?


베개를 잘 봐라!

베개 속에 객실 넓이가 있다!


사진 보고 방이 예쁘네, 넓네 하는 거 다 소용없어요. 저도 한때 취미가 사진촬영이라 사진이 얼마나 사람의 눈을 속일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현실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은 이것을 배우고서야 몸에 확 와닿았거든요. 다른 불만은 어찌어찌 해결할 수도 있어요. 수건이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해서 받아가면 될 일이고, 세면대가 막히면 세면대 뚫어달라고 하면 되요. (세면대 막히는 것은 반드시 청소를 잘 하지 않았다고 막히는 것은 아니에요. 긴 머리카락을 가진 분들이 열심히 세면대에서 머리 감으면 세면대 쉽게 막혀요) 그러나 방 좁은 건 전혀 답이 없어요. 함마 들고 와서 옆방과 벽 터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사진이 뻥이 심한 것일 뿐, 예약된 크기의 객실을 제대로 주었다면 직원 입장에서도 전혀 잘못이 없구요. 객실 좁은 것은 해결방법이 아예 없고, 끝까지 가요.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는 문제에요.


먼저 베개가 있는 사진을 찾으세요. 반드시 베개 사진을 찾아야 해요. 사진 속에서 당연히 베개는 침대 위에 올라가 있어요. 그러면 왜 침대 사진을 보면 안 되고 베개 사진을 보아야 할까요?


1. 베개 크기는 대체로 비슷하다. 크기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 여러분 집에서 베고 자는 그 베개 크기 생각해도 무방해요.


2. 침대는 크기가 제각각이다.

- 물론 대체로 어느 정도 비슷한 크기이기는 해요. 그러나 약간씩 크기가 달라요. 게다가 사이즈가 아예 달라지기도 하구요. 싱글 베드와 더블 베드 크기가 당연히 같을 리 없지요. 게다가 침대는 둥근 침대도 있고, 정사각형에 가까운 침대도 있는 등 그 모양도 제각각이에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쉽고 간단한 공식 한 개이지, 이럴 때는 이렇고 저럴 때는 어떻다는 무수히 많은 경우가 아니에요.


3. 침대는 크기 때문에 전면 사진을 찍었을 때 왜곡이 많이 발생한다.

- 침대 크기면 충분히 왜곡이 발생해요. 침대 또한 실물보다 훨씬 넓게 찍혀요.


4. 베개는 왜곡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 베개 하나를 놓고 근접한 상태로 찍는다면 왜곡이 발생하겠지만, 제가 말하는 것은 침대 위에 베개가 올라가 있는 사진을 말하는 거에요. 베개의 한 변 전체가 정확히 보여야 해요.


먼저 베개가 잘 보이는 사진을 찾으세요.



이렇게 베개의 가로 긴 변을 가지고 먼저 침대 가로변의 길이를 계산해요. 자기 집에 있는 보통 베개와 비슷하거나, 조금 여유를 주어서 10cm 정도 더 길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더블베드는 베개 2개 붙여놓고 양 옆으로 여유가 거의 없어요. 싱글은 이 베개보다 약간의 여유가 더 있답니다. 그러면 침대의 가로변이 어느 정도인지 보다 확실하게 계산이 되요. 그리고 베개 길이를 가지고 침대와 침대 측면의 벽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봐요.


위의 그림을 보면 저 방이 얼마나 좁은 방인지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어요. 베개에서 침대 측면 벽까지 베개 가로변 하나가 나오지 않아요. 저 정도면 비집고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있다는 거에요.


침대 가로변의 길이에 대한 짐작이 왔다면 이제 사진 속에서 충분히 방 넓이를 계산해낼 수 있어요. 위에서 비율은 속일 수 없다고 했어요.



이 방의 크기는 어느 정도 될까요? 상당히 좁은 것이 계산되시나요? 이 정도면 벽 모퉁이에서 침대까지 캐리어 하나 눕힐 수 있는 넓이에요.


방을 홍보하는 사진을 보다 보면 이런 구도의 사진도 있어요.



제가 그림으로 그린 방이 얼마나 좁은지 확실히 계산되시나요? 만약 스탠다드 더블이라고 예약하고 갔는데 저런 방을 준다면 백이면 백 방 좁다고 욕해요. 그림을 보면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방 가로폭이 침대 가로변 하나 - 즉 베개 2개 밖에 안 되요. 아래쪽을 보면 넓은 것 같지만 저 그림의 밑변 중 절반이 베개 하나 크기라는 거에요.


그리고 이런 사진을 볼 때는 앞쪽이 아니라 뒷쪽을 보세요. 미술에서 소실점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 쪽 벽을 보세요. 소실점에서 멀어질 수록 사진을 보며 방이 넓다는 착각을 하게 되요.



간단히 요약하면


1. 베개 가로변을 보고

2. 베개 가로변으로 침대 가로변을 계산한 후

3. 침대 가로변으로 방 전체를 가늠해본다.


이렇게 사진을 보면 게스트하우스 객실 면적을 보다 현실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어요. 진짜 비좁아터지는 방인데 사진만 그럴싸하게 나온 방인지, 진짜 괜찮은 넓이를 가진 방인지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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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좀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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