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외국 라면 여러 개를 사왔을 때, 사실 제일 먹어보고 싶었던 라면은 바로 이 라면이었어요.
일단 봉지 생긴 것부터 사나워!
뭔가 먹으면 뒷골을 망치로 얻어터지는 기분이 들 것 같아!
게다가 다른 건 몰라도 사천 四川 이건 알아보겠어!
보기만 해도 긴장감이 마구 높아지는 라면. 게다가 이건 뭐가 많이 들었길래 봉지가 또 푹신한 감이 있어!
그래서 이걸 먼저 먹고 싶었지만...
이게 또 예상 외로 너무 맛있으면 어떻하지? 그리고 다른 라면들이 다 망작이면 어쩌지?
저는 맛있는 것은 아껴두었다가 맨 마지막에 먹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이것을 아껴두다가 나중에 먹기로 했어요.
그렇게 아껴둔다는 것이 잊어버렸고, 이제야 먹어보게 되었어요.
먼저 스프 구성은 아래와 같아요.
그리고 이것이 면발.
"어윽! 이거 무슨 냄새야?"
면에서 올라오는 그 식초 성분의 냄새. 저 이 냄새 정말 싫어해요. 정확히 말하자면 식초 그 자체를 혐오해요. 이건 그냥 식초도 아니고 썩은 식초 냄새였어요. 물론 사놓고 잊어버려서 냄새가 더욱 고약해진 것도 있긴 하겠지만, 식초 냄새는 원래 있는 냄새였어요.
면발은 완전 쌀국수 면발. 저 면발에서 내가 정말 싫어하는 냄새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방법은 하나. 일단 찬물로 씻은 후 그릇에 넣고 불려 먹는 것.
찬물로 면을 씻은 후, 뜨거운 물을 붓고 면을 불리기 시작했어요.
어윽...........
진짜 이 라면 산 거 후회했어요. 두 번 후회했고, 세 번 후회했고, 밤새도록 후회했어요.
냄새. 아우...진짜 그 식초 냄새...싸구려 빙초산 냄새가 확 올라왔어요. 전체적인 냄새는 한국에 있는 중국 식당에서 파는 마라탕 냄새인데 그 식당에서 파는 마라탕이 아니라 아주 저질화된 마라탕 냄새에 싸구려 빙초산 냄새가 쩔어 있었어요.
식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었어요. 식초 냄새가 없더라도 이건 아니었어요. 마라탕 사먹을 돈 아끼겠다고 이거 먹는 것은 아...비교대상조차 떠오르지 않아요. 싼 게 비지떡이라지만 이건 싼 게 비지떡 수준이 아니라 싼 게 잔반이라 해야 어울릴 수준이었어요. 환상이 깨진다는 표현 정도가 아니라 진짜 환상이 바닥에 떨어져 쨍그랑 소리내며 산산조각나버리는 소리가 귀에 울리는 듯 했어요.
그리고 이것은 제 실수이기는 한데, 물을 아주 팔팔 끓이지 않고 부었더니 면이 제대로 익지 않았어요. 이런 당면류 면은 무조건 물을 팔팔 끓여야 해요. 그리고 그 물의 열기를 잘 유지시키는 것 또한 중요해요. 군대에서 쌀국수가 인기가 엄청나게 없었던 이유는 물이 팔팔 끓지도 않고 열기를 잘 유지시켜주지도 못해서 항상 설익은 딱딱한 면발을 씹어먹어야하기 때문이었어요. 딱 그 상황이었어요.
두 입 먹으려는 순간.
"아...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
세 입 먹으려는 순간.
"이거 더 먹다가는 분명 토한다."
그래서 버렸어요. 맛있는 마라탕을 이렇게 멋지게 다운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정말 오랜만에 좀좀이스러운 라면을 먹은 기분이었어요. 이태원 아프리카 식당에서 푸푸를 먹고 분노한 후, 음식으로 그만큼 분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봉지가 노랗고 시뻘개서 매우 위험해 보였는데 진짜 위험한 물건이었어요. 13억 중국인 여러분 미안해요. 당신들에게 악감정 없어요. 그런데 이건 진짜 아니었어요. 세 입 만에 위액을 확인할 뻔 했어요. 세 입을 차마 못 먹고 바로 버려버리고 설거지하고 커피를 마셨지만 그 울렁거림이 도저히 가시지 않았어요. 유통기한 1년 지난 라면과 만두도 먹어보았지만, 그건 이 라면에 비하면 5성급 호텔에서 스테이크 써는 급이었어요. 이건 너무 위험한 물질이었어요.
이 라면에게 정말 고마웠던 것은 딱 하나였어요. 오밤중에 갑자기 출출해서 먹으려 했는데 이거 딱 두 입 먹고 식욕이 싹 달아나서 야식을 안 먹게 되었어요. 다이어트용으로 진심 최고에요. 이렇게 식욕을 날려버릴 수 있는 물건은 많지 않거든요.
아니지...나만 당할 수는 없지! 나만 당한다니 억울해서 잠도 안 올 지경.
예, 꼭 드세요. 이거 진짜 맛있어요. 꼭 드셔보셔야 해요! 두 번 드시고 세 번 드시고 아예 박스로 사서 쌓아서 드시기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