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외국 과자

말레이시아 과자 Munchys cracker sandwich

좀좀이 2015. 12. 3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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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vs 채식주의자


외국인 중 어떤 사람을 상대하기 어려울까요?


제 경험상 둘 중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은 채식주의자에요.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채식주의자는 외국인 무슬림보다 더 대하기 어려워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채식주의자가 오면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무슬림들도, 채식주의자도 상대하기 까다롭기는 해요. 얼핏 보면 채식주의자가 상대하기 더 쉬워보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할랄, 하람에 대해 알고 있으면 무슬림들은 의외로 상대하기 쉬운 편이에요. 자기들도 한국에 무슬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거든요. 아무 것도 모르고 왔다 하더라도 하루쯤 돌아다녀보면 거리에 모스크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한국에는 무슬림이 별로 없구나'라는 것을 깨달아요. 그래서 이들은 이슬람 율법을 지키려고는 하지만 바득바득 할랄식품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바득바득 할랄식당 알려달라고 하면 동대문에 있는 우즈베키스탄 식당이나 이태원을 소개해주면 되요. 할랄, 하람에 대해 안다면 성분표 보고 판단해서 편의점 제품 중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사실 할랄, 하람이 마구 어렵고 심오한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무슬림 손님들을 상대할 때에는 이슬람에 대해 약간의 지식만 갖고 있어도 큰 호감을 살 수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제대로 다루도록 할께요. 내용이 꽤 길고 많답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들은 진짜 상대하기 어려워요. 이들은 어떻게든 채식주의자 음식을 내놓으라고 요구해요. 문제는 따져보면 무슬림보다 채식주의자들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훨씬 많다는 거에요. 게다가 외국인이라면 식당에 가서 야채만 골라먹는 것 그 자체가 힘든 일이다보니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요. 서울시 모든 식당 밑반찬이 어떻게 나오는지, 조리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한 사람이 그걸 어떻게 다 알겠어요.


더 골치아픈 점은 무조건 채식주의 식당을 알려달라고 나온다는 점이에요. 유명한 채식주의 식당이 몇 곳 있기는 한데, 여기는 가격이 진짜 비싸요. 게다가 문도 일찍 닫는 편이에요. 뭔가 알 수 없는 식당 이름을 들고 와서는 무조건 여기 가는 것 도와달라고 해서 알아보니 전화도 안 되고, 여기는 전화도 안 된다고 말해주면 이미 미간에 주름 잡히기 시작. 실컷 놀다가 밤 늦게 들어와서 채식주의 식당 가겠다고 길 알려달라고 하는데 이미 채식 식당 가기에는 늦은 시각이라고 알려주면 미간에 개울 천 그려짐. 기껏 힘들게 채식 식당 알아봐주면 가격 비싸다고 또 얼굴 굳어짐. '한국에서는 밤 늦게까지 식당이 문을 연다'와 '한국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이 있다'라는 정보를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결합해서 '한국에서는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채식주의자 식당이 있다'라고 이상한 정보를 만들어낸 후, 그 정보가 틀렸음에 대한 짜증을 숙소에 푸는 것이지요.


나름 열심히 도와줘도 결국 자기들이 먹는 것 때문에 불만이 잔뜩 쌓이고, 그걸 엉뚱한 숙소에 푸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그래서 채식주의자가 오면 속으로 제발 리뷰 쓰지 말아달라고 빌고는 했어요. 자기들이 먹거리로 받는 스트레스를 엉뚱한 숙소 평점으로 화풀이하니까요.


이것은 채식주의자를 비하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겪어보면 그래요. 외국인 채식주의자 관광객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실상 채식주의자가 갈 수 있는 식당 몇 곳 뽑아서 소개해주고, 이 식당들이 주문마감을 일찍 하니 저녁때 어리버리대지 말고 일단 가서 밥부터 먹으라고 알려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이 정도 도움을 준 것에 만족을 못한다면 그냥 답이 없는 것이지요.


서두가 참 길었네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한국에서 할랄푸드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한국으로 여행오는 무슬림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본국에서 올 때 자기들이 먹을 것을 이것저것 많이 챙겨오는 편이에요. 그런데 한국에 그들의 예상보다 의외로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챙겨온 음식들을 꽤 많이 남기고 가요. 그렇게 남은 것들을 떠나기 전에 선물로 주기도 하고 그냥 놓고 가기도 하고 그래요.


이번에 소개할 과자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할 때 말레이시아 무슬림 손님이 제게 주고 간 과자에요. Munchys 사에서 만든 cracker sandwich 라는 과자에요.



일단 표지는 그냥저냥 평범했어요.



뒷면을 보면 말레이시아 제품이라고 명기되어 있어요.


봉지를 뜯어 과자를 꺼내보니 빠다코코넛 두 장 사이에 치즈를 발라놓은 모습이었어요. 빠다코코넛과의 차이점이라면 설탕이 매우 많이 뿌려져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확 올라오는 치즈 냄새.


"어? 이거 의외로 괜찮네?"


치즈 냄새를 썩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 냄새만 맡았을 때에는 거부감이 들었어요. 그러나 일단 한 입 집어넣자 꽤 괜찮은 맛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달콤한 맛과 치즈 냄새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여기에 이 과자 맛이 크게 거부감이 드는 맛도 아니었어요.


말레이시아에 가게 된다면 보따리상처럼 과자를 산더미처럼 사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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