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슬람의 명절인 이드 아드하는 9월 24일이었고, 우리나라의 추석은 9월 27일이었어요. 시기적으로 참 엇비슷하게 되었지요.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음력과 이슬람력 모두 음력이기는 하지만 이슬람력에는 윤달이 없다보니 매해 조금씩 계절을 거슬러 올라간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음력은 태양도 고려하기 때문에 태양태음력이고, 이슬람력은 오직 달에만 맞추는 순태음력이기 때문이지요.
오만 Oman 은 아랍 국가들 중에서 매우 독특한 나라에요. 일단 국명부터 아랍어로 적어놓으면 요르단 수도인 암만과 똑같아서 웬만하면 아랍어로 오만을 적을 때 첫 글자 위에 모음을 표시해줘요. 모음을 표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아랍어에서 '오만'만큼은 첫 글자 위에 모음을 표시해주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안 그러면 요르단 수도인 암만과 구분이 안 가거든요.
오만의 이슬람은 이바디파 Ibadi Islam 인데, 중요하면서 특이한 점은 바로 이 '이바디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니파, 시아파 둘 다 해당하지 않는 분파에요. 4대 칼리프 알리의 정통성은 수니파, 시아파 모두 인정해요. 중요한 것은 이후 실상 무력으로 칼리프를 차지한 5대 칼리프 무아위야의 정통성을 인정하느냐인데, 수니파는 이를 인정하고, 시아파는 인정하지 않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가족 중에서 칼리프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수니파는 꼭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지요. 참고로 4대 칼리프 알리는 사도 무함마드의 사위에요.
그래서 대체적으로 '이슬람 - 수니파 = 시아파' 라고 봐도 무방하기는 하지만, 이게 완벽히 맞는 게 아니라 엄격히 보면 틀린 말인 것이 바로 오만의 이바디파 때문이에요. 오만의 이바디파는 무아위야는 물론이고 알리의 정통성도 부정하거든요.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수니파와 시아파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이들이 이슬람 역사에 대해 당연히 모르므로 적당히 '이슬람 - 수니파 = 시아파'라고 간단히 정리해주기는 하지만, 오만의 이슬람은 수니파도 시아파도 아닌 전혀 다른 종류라고 단서를 달아요. '이슬람 - 수니파 = 시아파' 는 '오만의 이바디파' 라는 거대한 예외를 제외하면 그럭저럭 잘 맞거든요.
이번에 소개할 오만의 풍습은 이드 아드하와 관련된 풍습이에요.
오만에서는 이드 아드하 (희생제) 때 독특한 풍습이 있어요.
먼저 첫째날에는 arisa 라는 것을 먹어요. arisa 는 아랍어로 이렇게 써요.
arisa 는 이렇게 생겼어요.
사진출처 : http://avb.s-oman.net
그리고 3일째에는 바로 이번 글에서 소개할 shiwa 를 만들어 먹는다고 해요.
먼저 shiwa는 아랍어로 이렇게 써요.
al-shiwa' al-uma:ni: 라고 읽어요. '알 쉬와울 우마니'. '오만식 구운 고기'라는 뜻이에요.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아요.
고기에 두텁게 양념을 발라요. 이 양념에는 고춧가루가 들어간답니다.
고기에 양념을 두껍게 발라놓고, 마대 자루와 바나나 잎을 준비해요. 이때 마대는 물에 푹 적셔놓아야 한답니다.
바나나잎을 넣고 바나나잎 속에 고기를 넣어요.
그리고 마대를 잘 여맵니다.
마대가 풀리지 않도록 마대 입구를 봉하고, 그 위에 철망을 두르기도 해요. 그리고 자기집 것이라는 표시가 될 만한 것을 매달아놓지요.
이렇게 고기 자루가 완성되면 이것을 가지고 마을에 있는 구덩이로 가져가요. 구덩이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지요.
동네 주민들이 고기 자루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동네 주민들을 기다리고 불길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는 동안 미리 구덩이 덮개 위에 뿌릴 흙에 물을 섞어놓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고기 자루를 가져오면 구덩이 안에 고기 자루를 집어넣어요.
구덩이에 고기 자루를 던져넣은 후, 구덩이 덮개를 덮고, 그 위에 흙을 덮어놓습니다.
약 18시간이 지난 후, 구덩이 입구를 덮은 흙을 걷어내고 구덩이 뚜껑을 치웁니다.
안에 던져놓은 고기 자루 속 고기들은 18시간 동안 달구어져 있던 구덩이의 열로 구워져 있지요.
이제 자기집 고기 자루를 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마대를 찢고 고기만 꺼내요.
바나나 잎은 당연히 버립니다.
이렇게 잘 구운 고기를 가족들이 함께 먹지요.
아래 동영상은 이 음식을 만드는 동영상이에요.
위의 사진들 모두 이 동영상의 장면들이에요. 그런데 이 동영상에는 중간 중간 인터뷰 장면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장면들을 쭈욱 올려놓고 설명을 한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