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겨울 강행군 (2010)

겨울 강행군 - 19 체코 프라하

좀좀이 2012. 2. 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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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는 기차역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프라하 중앙역이고 하나는 프라하 홀레소비체 (holesovice)역이에요. 우리가 내려야하는 역은 중앙역. 솔직히 중앙역에서 내리나 홀레소비체역에서 내리나 요금 차이는 없어요. 모르고 잘못 내린 적이 있었는데 추가 요금 같은 것은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예약한 민박은 중앙역 민박. 프라하 중앙역 바로 앞에 있어요. 홀레소비체역에서 내리면 불필요하게 전철을 타고 다시 중앙역까지 와야 했어요.


다행히 별 일 없이 중앙역에서 잘 내렸어요. 문제는...시각이 너무 일러서 민박집에 들어가기 참 미안한 시각이었다는 것이었어요. 새벽 4시 좀 넘어서 중앙역에 도착했어요.


일단 지하 매표소로 갔어요. 거기만은 이 새벽에 문을 열어 놓았어요. 홀레소비체역은 정말 고약한 것이 프라하 도착 시각이 새벽인데 아무 것도 없다는 거에요. 더욱이 체코는 자국 화폐 코룬만 쓰기 때문에 반드시 환전을 해야 해요. 그러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조금 환전해온 돈이 전부였어요. 환전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부다페스트에 체코 코룬을 좋은 값에 파는 환전소가 있는데, 거기에서 일부러 환전을 조금 해 왔거든요. 어쨌든 문을 연 가게도 없고 정말 아무 것도 없었어요. 일단 추위나 피하자는 심정으로 기차역 매표소로 들어갔어요.


기차역 매표소에 들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비엔나행 기차표 가격 알아보기. 그런데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어요. 몇 번을 물어보았는데 대답은 한결같았어요.


"야, 여기서 기차 타고 가기엔 돈이 너무 빠듯한데? 비엔나에서 손가락만 빨다 오겠다."

비엔나 일정을 아예 없애야하나 진지하게 고민되었어요. 이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돈이었어요. 더욱이 비엔나에서 베니스로 다시 기차를 타고 가야 했는데 이것도 꽤 비싼 돈이었어요.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살짝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기의 반복. 새벽 6시가 되었어요.

"야, 우리 민박집에 가자."

사실 새벽 5시에 가는 것도 상당한 결례였지만,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민박집이라면 이 시각 즈음에는 아침 준비를 시작해요. 그래서 찾아갔어요.


"누구세요?"

"여기 예약해서 왔어요."


안에 들어갔어요. 직원분이 잠시 앉아서 몸 좀 녹이라고 했어요. 친구와 둘이 몸을 녹이고 있는데 저보다 나이가 좀 더 많아 보이는 분이 한 명 또 왔어요. 서로 인사를 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했어요. 그 분은 폴란드에서 왔다고 했어요. 우리와는 반대로 북쪽에서 내려오신 분이셨어요.


셋이서 이야기하는데 주인 아저씨께서 오셨어요. 그래서 숙박비를 드리고 잠시 후 아침을 먹었어요. 아침을 먹고 나서 침대를 배정받고 형, 친구와 거리로 나왔어요.



바츨라프 광장으로 간 후 여기 저기 돌아다녔어요.




시계탑을 올라갔어요.



정말 사람들이 개미처럼 바글바글



멀리 보이는 화약탑.



틴 교회도 보이고



멀리 구시가지 꼭대기에 있는 바투스 성당도 보였어요.


일단 친구가 디카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디카를 구입하러 갔어요. 친구가 디카를 고르는 동안 형과 나란히 삼성 벽걸이 TV를 전시한 곳에 마련된 푹신한 의자 앞에 앉았어요. TV에서는 뽀로로가 나오고 있었어요.

"형, 뽀로로 나오는데요?"

"응. 여기서도 뽀로로네."

"애들 뽀로로 좋아해요?"

뽀로로가 인기가 좋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얼마나 인기가 좋았으면 여기, 체코 프라하에서 뽀로로를 보고 있겠어요. 하지만 애들이 얼마나 뽀로로를 좋아하는지는 잘 몰랐어요.

"뽀로로? 애들 완전 좋아해. 유치원 가기 전까지는 완전 뽀로로에 열광한대니까. 그런데 유치원 들어가면서부터는 뽀로로에 좀 시들해지더라."

형이 자녀분들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큰 애는 이제 유치원이고 작은 애는 아직 많이 어린데 큰 애가 유치원을 들어가면서 뽀로로에 좀 시큰둥해졌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 형도 여행 중 디카를 잃어버렸다고 하셨어요. 형께서는 식당에 깜빡하고 디카를 놓고 나왔는데 돌아가보니 이미 없어졌더라고 하셨어요. 친구는 형 디카와 똑같은 제품을 구입했어요.


저는 점심으로 체코식 족발인 꼴레노를 먹었어요. 양이 꽤 많다고 했는데 혼자 못 먹을 양은 아니었어요. 중요한 것은 맛. 맛은 정말 이번 여행에서 먹어본 요리 중 최고였어요. 이로써 체코에 있는 동안 저의 점심은 무조건 꼴레노로 결정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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