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에는 볼 것이 정말 없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의정부시는 원래 양주시의 읍내 정도 되는 곳을 뚝 떼어서 만든 도시거든요. 미군 부대 있고, 사람들 많이 사는 도시 정도라고 보시면 되요. 시내 번화가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볼 만한 것이라고는 부대찌개 거리 정도에요. 의정부 경전철 타고 한 바퀴 뱅 돌면 의정부에서 볼 만한 것은 거의 다 보죠.
그나마 의정부에서 볼 만한 것이라면 망월사를 이야기해요. 하지만 망월사는 도봉산에 있기 때문에 이것이 의정부 것이라는 것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아요. 사실 망월사가 절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구요.
지하철 1호선 역 가운데에는 '망월사역'이 있답니다. 망월사역부터 녹양역까지가 의정부에요. 그런데 이 역 이름이 '망월사역'으로 이름이 붙은 이유는 망월사가 근처에 있어서가 아니라 이 역 주변에 역 이름으로 삼을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그나마 멀리까지 봐서 유명한 '망월사'를 역명으로 삼게 된 것이랍니다. 만약 지금 망월사역이 개통되었다면 아마 망월사역이 아니라 호원역 정도로 명명되었겠지만, 망월사역이 개통될 때에는 주변이 이렇게 크게 발달하지 못했죠.
망월사에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여기는 트래킹의 영역이라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어요. 그러다 오늘 드디어 큰 마음 먹고 가보았어요.
지하철 1호선 망월사역 3번 출구로 나간 후, 신흥대학교 옆길로 쭉 올라가자 서울 둘레길이 나왔어요.
아스팔트 포장이 된 오르막길을 쭉 걸어올라가다보면 북한산 탐방센터가 나오고, 이때부터 등산이 시작되요.
이 길이 좋은 점은 계곡 바로 옆을 계속 올라간다는 점이에요. 몸은 덥지만 귀는 시원한 길이에요.
길이 어렵지는 않아요. 2km 길 대부분이 오르막이기는 하지만요. 가다가 쉴 수 있게 의자도 여러 곳에 설치되어 있었어요. 비가 온 직후에는 젖어서 앉아 쉬지 못하니 힘들겠지만, 맑은 날에는 의자가 있는 곳마다 앉아서 쉬었다 가는 식으로 쉬엄쉬엄 가면 크게 힘든 길은 아니었어요. '산길을 걷는다'는 느낌이 나는 길 정도였어요.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가다보면 '나무아미타불'이 새겨진 바위가 나오고, 여기에서 조금 더 가면 망월사 입구가 나와요.
이 돌계단을 올라가면 약수터가 있답니다.
호스를 꺼내고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나와요. 대야에 있는 물을 떠서 마실 필요는 없답니다.
전망이 확 트인 것은 아니지만 의정부를 조망해볼 수 있어요.
건물을 보면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중량천이 흐르는 쪽이고, 의정부 호원동 쪽이에요. 의정부의 입구라고 할 수 있지요.
망월사 천봉당 태흘탑
그리고 이 뒷쪽으로 올라가면 망월사 문수굴이 있어요.
문수굴은 문이 닫혀 있답니다. 하지만 잠겨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을 열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리고 이것이 바로 망월사의 적광전이에요. 적광전은 관음전인데, '적광전'이라는 현판과 '낙가보전'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어요. 위에 걸려 있는 현판이 '적광전', 아래에 걸려 있는 현판이 '낙가보전'이지요.
적광전 내부에는 주존 관음보살좌상, 42수관음목각탱, 협시로 용왕, 선재동자입상이 있어요.
이 사진들은 관음전 주변이에요.
관음전 앞에는 지장전이 있어요.
지장전 벽화는 완성된 것 같지는 않아 보였어요. 하지만 그림이 매우 귀엽고 재미있었답니다. 저 도안대로 벽화가 완성된다면 상당히 인상적일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내려가는 길.
길이 경사가 있기는 하지만 험한 것은 아니라 금방 내려갔어요.
계곡은 우리나라가 정말 아름다워요. 계곡을 보며 예전에 강릉 갔을 때 택시 기사가 '강원도 사람들은 다 여름에 계곡으로 간다'는 말을 해주었던 것이 떠올랐어요. 사실 도봉산 계곡이 특별히 예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작은 폭포도 여럿 있고 예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계곡은 아니에요. 그런데 외국 여행 다니며 본 계곡들을 떠올려보면 우리나라 계곡 자체가 워낙 예뻐서 저 계곡도 그냥 예쁜 계곡인 거지, 외국에서 본 계곡들과 비교해보면 저 계곡도 매우 아름다운 계곡이에요.
망월사는 천천히 걸어갈만 하답니다. 단, 망월사역에서 멀어요. 적당히 산을 올라간다는 느낌도 느끼고 시원한 계곡을 끼고 걸어보고 싶으실 때 한 번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