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기/미분류

자취생의 베트남 커피 끓이기

좀좀이 2014. 12. 2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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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 중 베트남인 친구로부터 베트남 커피를 선물받았어요.



숙소로 돌아와서 만져보니 파우더였어요.


"오! 커피 내리는 거 없는데 이건 그냥 타먹을 수 있는 거구나!"


하긴, 이 친구는 제가 요리하는 거 무지무지 안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친구에요. 그러니 커피도 그냥 바로 타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로 주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일단 베트남에서 사온 화이트커피를 다 마신 후, 드디어 이 커피를 마셔보기로 했어요.


먼저 집에 연유가 없었기 때문에 가게에 가서 연유를 사왔어요. 연유를 컵 바닥에 붓고, 커피를 베트남 여행중 타서 마셨던 것만큼 집어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어요.


"어? 이...이것은!!!"


내려마시는 커피였어요. 원두가 아니라 갈아진 가루였던 것이었죠. 당연히 컵 위에는 커피 알갱이가 둥둥둥. 이건 딱 봐도 마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버렸어요.


커피는 뜯어버렸고, 연유는 사와버렸고, 이것은 먹을 방법이...


순간 머리 속에 번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어요.


"예전에 식혜 한다고 사왔던 뜰채가 있었지!"


그래서 이번에는 컵에 연유를 부은 후, 뜰채에 커피 가루를 붓고 뜨거운 물을 부어보았어요.


"이건 밍밍한데..."


마실 만은 했지만, 베트남에서 먹었던 그 머리가 찡 울리는 것 같은 진한 커피가 아니었어요. 그 베트남 커피가 목욕하고 나간 물 같은 밍밍한 맛이었어요. 게다가 연유까지 섞였으니 그 맛은 더욱 밍밍했지요.


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어요.


'뜰채를 이용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되기는 한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물이 내려가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커피물이 우러나올 틈이 없다.'


'혹시 그렇다면, 순서를 반대로?!!!'


이때 이미 커피는 두 잔 들이킨 상황. 그래도 또 커피를 만들어보기 시작했어요.


먼저 커피를 밥숫가락으로 한 숟갈 푹 퍼서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어요. 참고로 물은 컵의 반 정도까지 부었어요.



이것을 휘휘 잘 저어주었어요. 물 붓고 5분까지는 자주 휘휘 저어주고, 나머지 5분은 가루 좀 가라앉으라고 놔두었어요.


그리고 그 동안 다른 컵에는 연유를 부어놓았어요.



커피에 물을 부은지 10분 쯤 되니 적당히 잘 우러나온 듯 했어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바로 이 가루 걸러내기 작업.


먼저 컵을 싱크대에 넣고, 뜰채를 컵 위에 올려놓았어요.



컵을 싱크대 속에 넣은 이유는 바로 전 커피를 만들 때 싱크대 밖에서 했다가 커피를 흘렸기 때문. 물을 살살 부어주면 표면장력 때문에 컵을 따라 뒤로 흘러가고, 확 부으면 앞으로 흘러가고 해서 바닥에 가루도 흘리고 커피도 흘리고 해서 아예 속 편하게 싱크대 속에 컵을 넣었어요.


그리고 우려낸 커피를 부었어요.



자잘한 가루가 아래 컵으로 조금 들어가기는 했지만, 가루 대부분은 잘 건져내었어요. 잔 가루는 컵 바닥에 가라앉았고, 굵은 가루는 저렇게 체에 걸러졌지요.



"그래, 이 맛이야!"


그 머리가 찡 울리는 듯한 독한 맛. 바로 전 커피 때문에 연유를 조금 부었더니 진짜 그 찡한 맛이 되었어요. 한동안 이 커피를 열심히 10분간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먹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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